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8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86화
124. 엄청 강해지지 않을까?
“역시 말려서 가져오는 게 틀림없어. 건초잖아?”
레일라가 약간은 불안한 눈빛으로 멀리 보이는 후작령을 바라보았다.
“별일 없을 거야, 레일라.”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이상하잖아.”
델워드의 말에도 레일라는 안심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후작령 쪽을 노려보았다.
이건 직감이다.
또 한 번, 데인이 일을 벌일 것 같다는 묘한 직감.
‘항상 일이 터졌었지.’
델워드는 그런 레일라를 보며 생각했다.
‘데인을 걱정하나?’
하기야, 친해 보이던데.
걱정할 수밖에 없다.
데인이란 친구 실력이 좋긴 하지만…….
“오빠.”
“응?”
“아무래도 안 돌아올 것 같으니까, 먼저 저녁 먹자.”
“…….”
걱정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게, 배고프다.”
“선생님들, 오늘은 제가 요리할까요?”
데인과 프리실라, 두 사람이 후작령으로 들어간 지 벌써 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다들 무사태평이다.
델워드는 당황한 나머지 더듬거리며 물었다.
“너, 너희들은 걱정이 안 되니? 친구가 저기 들어갔는데?”
그 말에 세 명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인 걱정을 왜 해?”
“형님, 데인은 어디 들어가도 살아서 나올걸요?”
“맞습니다. 델워드 선생님, 데인 선생님 걱정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습니다.”
실로 의연한 반응에 할 말을 잃은 델워드.
도대체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데인이란 녀석이 무한한 신뢰를 받는 걸까.
“데인이면…… 아마 오빠처럼 드레니크에 넘어가도 걱정 안 될걸?”
충격적인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면.
“저, 정말? 진짜로?”
“응. 걔는 아마 드레니크 황제 앞에서도 살아남을 것 같은데.”
레일라는 마치 ‘오늘도 해가 동쪽에서 떴다’고 말하는 것처럼 덤덤했다.
담담히 사실을 토로하는 것처럼.
이런 가운데 데인에게 연락이 왔다.
“데인?”
-레일라, 일이 좀 생겼어.
자초지종이 빠르게 전해졌다.
그리고 레일라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응. 위치는 대강 알아냈고, 계획을 짜봐야지.
“우리 도움은?”
-들어오면 시선부터 끌 거야. 그러니까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데인의 부탁은 이러했다.
어차피 하바로스크 산맥으로 가려면 강파르 백작성까지 가야 하니, 그곳까지 아이들을 인도해 달라는 뜻이다.
심지어 벌써 황실과 연락을 마치기까지 했단다.
“뭐 그렇게 빨라?”
-빠르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니까. 미안. 좀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레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지나쳤으면 내가 화냈을 거야. 잘했어.”
어머니의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구해야 할 대상이 아이들이다.
레일라는 테르미온 공작에게 배웠다.
귀족의 의무를 다하라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자신이 귀족으로서 누리는 신분의 의무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내가 같이 갔어도 지나치지 못했을 거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고마워, 레일라.
같은 교육을 받은 델워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데인. 조금 늦어지는 거야 상관없지.”
-최대한 빠르게 구출할 예정이니, 준비해 주세요.
“좋아. 포인트를 지정해 주면 그쪽으로 이동하지.”
-네, 곧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통신이 끝난 후, 델워드는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녀석인데? 그 짧은 사이에 저걸 다 판단하고 결정한 다음에 움직인다는 거잖아?”
“우리가 걱정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지?”
델워드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저렇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단순한 객기가 아니다. 그만한 실력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교도들이 득시글한 곳이라니.”
“오빠 말이 맞았네. 전쟁 여파가 아직 심한가 봐.”
“심하지. 수도에 사는 사람들은 수도 안에서 모든 걸 보니까.”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던 것도 잠시, 델워드는 벌떡 일어났다.
“움직이자. 준비해야지. 데인이 아이들을 구출해 내면, 차질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델워드는 의욕이 넘쳤다.
아니, 한편으로는 약간의 경쟁심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델워드는 은연중에 자신이 이 무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진정한 리더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경쟁심이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으니까.
‘대단한 녀석인데.’
델워드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훗날…….
남부의 소그레스 백작가가, 제국 최고의 가문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는 안 되지.’
델워드는 의지를 불태웠다.
* * *
유인 후 협박은 프리실라가 담당했다.
도저히 신성학부라 보기 힘든 단어 선택과 적절한 물리력을 행사해서.
그 과정을 굳이 묘사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봐도 살벌했으니까.
“야 이 새끼야, 입 안 열어?”
“차라리 죽여라!”
하지만 쉽지 않다.
역시 세뇌는 세뇌라 이건가.
“이런 씨, 이단심문 과목을 수강해 둘걸…….”
난 살벌한 말을 계속 이어가는 프리실라를 제지했다.
“잠시만. 내가 해볼게.”
“쉽게 안 불 것 같은데?”
“그야 해 봐야 알지.”
나는 손을 탁탁 털었다.
내가 마침 경력자거든.
난 고문도 당해 봤고, 고문도 해 봤다.
입을 연 적은 없지만 입을 열게 만든 적은 있다.
그런고로-
“읍, 으읍!”
“잘 막아. 안 새어나가게.”
나는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볍게’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분 후.
털썩, 털썩.
두 놈은 재갈을 풀어 주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나 지금 놀라운 걸 본 것 같은데.”
“못 본 척하면 더 좋고.”
“데인 너 진짜 별걸 다 아는구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프리실라와 마찬가지로 굳이 과정을 묘사할 건 없다.
필요에 의해 한 거니까.
“진짜 다 잘하네.”
“이건 별로 잘한다는 소리 안 듣고 싶은데.”
물론 덕분에 정보를 얻었다만.
“이놈들은 이제 뭐, 여기 두면 될 것 같고.”
아무튼-
“알아낸 건, 창고에 아이들이 갇혀 있다는 거고 아이들의 부모도 몇몇 더 있다는 거군.”
우리는 알아낸 사실들을 정리했다.
아이들은 지금 거대한 창고에 갇혀 있다. 원래 물자 보관용으로 쓰는 곳이었는데, 트릴리온교가 현재 아이들과 몇몇 사람들의 감금 장소로 쓰고 있다고 한다.
감금된 어른들의 경우, 트릴리온교에 반발하여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그리고 거기에는…….
“엘리바 후작 일가족도 갇혀 있다고 했었지.”
“응. 그래서 구하는 김에 같이 구해야 할 것 같은데.”
본래 이 후작령을 다스리던 가문 사람들까지 있다.
“문제는 창고로 어떻게 들어가고, 그 창고에서 사람들을 빼내냐는 거지.”
프리실라의 고민이 깊어 보였다.
실제로 그 창고는 후작령 출입구와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지만-
문제는 구해내야 할 대상이 적어도 100명은 넘는다는 것.
“너무 큰일을 벌인 것 같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데.”
프리실라는 나보다 훨씬 진심이었다.
근본적으로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더더욱 그럴 테다.
“방법이 없을까, 데인? 너라면 뭔가…… 해결책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보여?”
“응. 지금 표정이 자신감 넘치잖아. 넌 항상 그랬지.”
그 말에 난 씩 웃었다.
눈치 빠르네.
안 그래도 난 이미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머릿속으로 상황을 가장하여 돌려 보고 있었다.
가령-
“소환수 몇 마리로 시선을 끌어 두는 거지.”
“바로 그거야!”
우리는 둘뿐이다.
저항세력을 합류시킨다 하더라도, 100명이 넘는 대인원을 모두 보호하며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보호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면?
굳이 그럴 것도 없이, 모든 병력이 소환수 쪽으로 쏠려 텅 비어버린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혹은 마법으로 큰 거 한 방 날려서 사람들 죄다 모으는 것도 가능하지. 좀 위험하지만. 민간 피해가 있을 수 있어서.”
“그건 그렇겠다. 그럼 소환수 쪽으로?”
“응. 에테라크 셋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하나 더.
“끼륵!”
카르나스의 강력한 불길이라면, 빈 건물 몇 채 정도야 가볍게 태울 수 있을 테지.
“시선은 많이 분산시킬수록 좋지.”
자, 그럼.
소환수 부려서 난동 피울 장소랑, 태울 만한 건물 좀 알아볼까.
“참, 데인. 나는 그럼 미리 저항세력이랑 접촉하고 사인 줄게. 이후에는 그쪽으로 시선 쏠린 사이에 창고로 미리 가 있고.”
프리실라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난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봤기 때문이다.
미행하는 놈들을 땅에 메다꽂고 발로 걷어차며 단숨에 제압하던 모습을.
“살살해.”
프리실라는 쿨하게 대답했다.
“봐서.”
창고를 지키고 있을 녀석들에게 애도를 표할 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프리실라가 성기사 전공으로 진로를 잡았다면?
그리고 이런 생각도 떠오른다.
본인만 동의해서 훈련시키면…….
엄청 강해지지 않을까?
* * *
트릴리온교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어린아이들을 공물로 바쳐 마신을 강림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도래시키는 것이다.
그들에게 마신은 세간의 인식처럼 나쁘고 사악한 신이 아니다.
구원자다.
그건 그들이 트릴리온교의 교리에 세뇌되기 전부터 서서히 주입된 사실이었고, 이제 트릴리온교에 깊게 빠진 사람들은 마신이 자신들을 구원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 거라 믿고 있었다.
“더 많은 어린 피를!”
“신성한 피야말로 마신님을 마주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들은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고 있는 한 남자.
‘그래, 이곳 후작령도 이제 거의 끝났군.’
아주 긴 시간에 걸친 작업이었다.
트릴리온교는 과거 제국의 ‘박해’에 그 세력이 거의 다 멸종되었고, 아주 일부만이 남아 후일을 도모했다.
남자, 트릴리온교에서는 ‘요크’라 불리는 그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오로지 마신의 부활과 교단의 부흥, 이 두 가지만을 위해 5년 전 이곳 후작령에 침투했다.
처음에는 빈민들을, 그다음에는 간신히 하루하루 먹고사는 농민들을, 그다음은 상인들을.
그렇게 차근차근 올린 결과-
바로 어제.
엘리바 후작 일가까지 붙잡을 수 있었다.
당장은 쓸모가 있어 그냥 두겠지만, 언젠가 처형시켜 남은 자들을 절망시킬 것이다.
아직 후작령을 ‘완벽하게’ 장악한 건 아니기에.
기존에 있던 성교회 사제들은 거의 다 죽였지만, 몇몇이 남아 저항하고 있다.
그들만 처치한다면…….
‘후작령은 우리의 것이다.’
이곳은 트릴리온교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다.
국경 근처부터, 시선이 닿지 않는 곳부터 천천히 뻗어나가며 수십 년 안에 제국 전역을 장악하고…….
다시 한번 마신을 강림시킨다.
‘지켜봐 주십시오, 교주님.’
그는 속으로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
간절함이 가득한 바람이었다.
어린 시절, 뭣도 모르고 트릴리온교에 몸을 담고 그 교리만을 위해 살아온 지 30년.
트릴리온교를 세상에 퍼뜨리는 건 교단의 꿈이기도 했지만 요크의 꿈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쿵, 쿠쿵!
그런 간절함이 갑자기 하늘에 닿기라도 한 걸까.
강렬한 진동과 함께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뭐, 뭐지?”
요크는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요크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마신이 계시라도 내려 주는 걸까?
“크와아아아아아악!”
그런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눈에 다 담기도 힘든 거대한 동체.
“소, 소환수?”
소환수 중에서도 포악하기로는 손꼽히는 에테라크가 나타나 있었다.
그것도-
세 마리나.
“도, 도대체 뭐야 갑자기?”
자신들이 장악한 후작령에 갑자기 저 거대한 소환수가 셋이나 나타났다.
“크와아아아악!”
“피, 피해!”
“으아아아아악!”
산성액을 내뿜으며 주변을 부수기 시작한 에테라크에 교단 사람들이 속절없이 쓸려 나갔다.
요크는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불이야! 불! 불이 났다!”
“불이야아!”
이번엔 불이 났다고 한다.
요크의 시선이 돌아갔다.
정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연기가.
“이런 미친…….”
요크가 다급하게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