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8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87화
125. 한 놈도 통과시키지 마라
에테라크 세 마리가 난동을 부리고, 카르나스가 내뿜어 불을 붙인 건물들이 활활 타고 있었다.
그리고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죄다 그곳 아니면 에테라크 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불을 꺼라! 물, 물을 가져와라!”
“이, 이런 괴물을 어떻게 막아! 으아아아악!”
밤중에도 횃불을 들고 순찰을 돌던 녀석들 때문에 거리가 비어 보이질 않았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그리고 그런 반대편, 한산해진 거리에서 프리실라는 후드를 눌러쓴 채 어떤 건물에 접근하고 있었다.
“여기군.”
느껴진다.
익숙하디익숙한,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기운이.
물론 이걸 이렇게 감지할 수 있는 건, 프리실라가 그만큼 충분히 재능 넘치는 신성력을 지녔다는 뜻.
달칵.
숨어 있는 저항세력은 자연스러운 위장을 택한 건지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프리실라는 덕택에 부수는 수고로움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해.’
프리실라는 조금은 급한 걸음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곧, 자신의 목 앞에 들어온 칼날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숨어 있던 성기사 중 한 명이었다.
“이교도면 목을 베겠다.”
마침내 코앞에서 느껴지는 진한 신성력.
프리실라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제국 아카데미 신성학부 프리실라 네리엘입니다. 여러분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등장에 상대는 당황한 듯하다.
“제국…… 아카데미? 프리실라 네리엘……?”
당황스러운 음성을 흘리는 성기사 뒤편으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증명해 보라.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바로 벨 것이다.”
프리실라는 그 말에 망설임 없이 신성력을 끌어올려 허공으로 빛의 구체 하나를 띄워 올렸다.
홀리 오브.
신성력을 측정하는 하나의 방식.
때문에 시전자의 신성력에 따라 구체의 밀도와 빛의 강도가 달라지는데…….
지금 프리실라의 손 위에 뜬 구체는 감히 아카데미 학부생이 생성할 만한 밀도나 강도가 아니었다.
“……정말이었군.”
그래서일까.
성기사 뒤편에 있던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탐 주교님!”
“오랜만이구나, 프리실라.”
두 사람은 반가움 가득한 목소리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게 얼마 만이에요!”
“1학년 때 널 잠시 가르쳤으니, 거의 4년 만이지. 잘 지냈느냐? 그때도 재능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사이에 더 성장한 것 같구나.”
과거 아카데미에서 일하며 프리실라를 가르친 적이 있었던 아탐 주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혜라도 입은 건지…… 아무튼 반갑구나. 그런데 아카데미에 있어야 할 네가 지금 여기 왜 있는 것이냐?”
“사정을 설명하자면 조금 길어요. 여러분들을 여기서 빼내면서, 부탁드릴 게 있어요.”
프리실라는 빠르게 상황을 전달하여 정리했다.
“그렇다면 지금 네 친구가 시선을 끄는 사이 우리가 갇힌 어린아이들과 아직 세뇌되지 않은 사람들을 구한다, 이 말이냐?”
“네.”
“허어.”
이들로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당황스러워하던 그때였다.
“주교님.”
마침 성기사 한 명이 정찰을 다녀왔는지 다른 쪽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프리실라를 보며 흠칫한 것도 잠시, 이내 그가 보고를 이어갔다.
“지금 후작령 곳곳에서 불이 치솟고 갑작스럽게 4등급 소환수 에테라크가 무려 셋이나…….”
아탐 주교의 안색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놀라워하다, 경악하다, 이내 진지해진다.
“프리실라, 네 말대로 해야겠구나. 그런데,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이곳을 빠져나가서 성교회에 합류하시고, 이 모든 사실들을 알리셔야죠.”
“그렇다면 저들은? 불쌍하게 세뇌되어 이교도가 된 저들은?”
“…….”
“저들은 구원받을 수 있단다.”
아탐 주교는 프리실라를 가르칠 때 그랬었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교님…….”
“저들을 저대로 두고 간다면, 제국군에게 짓밟힐 거란다. 저들에게도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상론이다.
종교란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다.
“주교님, 지금은 후일을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저희들이 여기서 모두 신의 품으로 돌아가면, 저들의 구원을 부르짖을 사람도 사라지게 됩니다.”
성기사 한 명이 적절한 조언을 건넸고, 아탐 주교는 눈을 감은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 안내해다오, 프리실라.”
“네, 주교님.”
결국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프리실라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 10여 명.
후작령의 규모를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프리실라는 구태여 그 사실을 묻지 않았다.
지금은 탈출 및 구출에 집중할 때니까.
“고맙구나, 프리실라. 우리를 이렇게 찾아 주어서.”
움직이는 도중 아탐 주교가 문득 건넨 말에 프리실라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맙다는 말을 할 사람은 따로 있는걸요.”
“따로 있다고?”
“네.”
프리실라는 이 모든 작전을 가능케 한 자신의 친구를 떠올렸다.
* * *
나는 높은 곳에 올라 소환수 셋과의 링크를 유지하는 한편, 카르나스와 함께 상황을 살폈다.
난 지금 프리실라가 성기사 및 사제들을 데리고 탈출하여 아이들을 구출할 동안, 다른 걸 찾고 있었다.
“끼륵! 끼륵!”
때마침 들려오는 카르나스의 울음 소리.
“끼륵.”
내 품으로 돌아온 녀석은 저길 보란 듯이 앞발을 내밀었다.
과연, 보인다.
모두가 우왕좌왕하는 와중에도 무언가 지시를 내리는 한 사람이.
“저놈이군.”
적을 상대하는 여러 방식 중 꽤 효과적인 걸 하나 고르라면, 역시 우두머리를 잡는 것이다.
트릴리온교가 사람 하나 없다고 무너질 만한 곳은 아닐 것 같지만, 적어도 혼란은 충분히 야기시킬 수 있겠지.
“구출이야 프리실라와 성기사들이면 충분할 테고.”
어차피 이 혼란으로 주요 병력들은 모두 그쪽으로 투입된 상태.
아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창고 쪽엔 기껏해야 경비병 몇뿐이다.
내가 합류하는 시점은 구출 이후.
그러니, 그 전에-
“가자, 카르나스.”
프리실라의 표현을 빌려, ‘대가리’를 잡으러 간다.
머리를 덥수룩하게 기른 채, 두 명의 호위를 받으며 이리저리 소리치는 남자가 바로 그 표적이다.
“젠장, 무슨 소환수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당장 소환술사부터 찾아!”
“그, 그게 찾기가 쉽지가…….”
“그게 말이야? 당장 찾으라고! 저대로 둘 거야?”
혼란이 그대로 전해진다.
여기에 카르나스가 지른 불이 혼란을 가증시키고 있는 것.
“불은, 불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간신히 건물 하나의 불길은 잡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다른 불과 다르게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그야 카르나스의 불꽃이니까.
자, 그럼.
잡아보실까.
“이런 제기랄, 그럼 가서…….”
나는 일단 빠르게 접근한 뒤 응달 아래 몸을 숨겼다.
이후, 형광검…… 아니 아르카니움제 검을 검집째로 꺼낸 뒤.
퍼억!
한 놈의 뒤통수를 일단 후려갈겼고, 다음 놈은 마법으로 잠재웠다.
“뭐, 뭐야!”
그리고 호위를 순식간에 잃은 표적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뒤를 잘 지켰어야지.”
퍼억!
이후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켜 버렸다.
죽일 필요는 없다.
애초에 죽일 작정이었으면 에테라크보다 더 강한 소환수를 불러내고 마법으로 큰 거 한 방 날렸겠지.
중요한 건, 이놈을 제국 성교회에 넘기는 것.
이교도는 우리가 상대하는 게 아니니까.
“읏차.”
난 축 늘어진 녀석을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그리곤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고, 이후 한산한 거리를 달려 창고 쪽으로 합류했다.
“천천히, 모두들 차근차근 움직여야 합니다.”
“부상자는 이쪽으로! 간단하게 응급처치 후 움직이겠습니다!”
“후작님, 여기입니다!”
과연, 구출에 성공했는지 분주한 성기사와 사제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신성력을 드러내는 프리실라가 보였다.
“데인!”
프리실라는 날 보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외쳤다.
순간 이쪽으로 시선이 쏠렸고, 마침 옆에 있던 노인에게 프리실라가 날 소개했다.
“아탐 주교님. 이쪽은 제가 말한 데인이라는 친구예요.”
“맙소사. 데인 소그레스. 그 명망 높은 소그레스 백작가의 자제를 뵙는군요. 저는 엘리바 후작령에서 제국 성교회 주교를 맡고 있는 아탐이라 합니다.”
그는 무척이나 반가운 얼굴로 내 손을 붙잡았다.
“프리실라에게 들었습니다. 이 모든 작전을 이끄셨다고.”
“그냥 가는 길에 지나칠 수 없어 한 일입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아탐 주교라는 사람은 그 말에 더욱 놀라워한다.
“세상에 누가 당연한 일을 이렇게 간단히 해낼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신의 축복이지요. 고맙습니다.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그는 거의 울먹이는 상황이었고, 때마침 프리실라가 화제를 돌려주었다.
“이 사람은?”
프리실라는 내 어깨에 걸린 채 축 늘어진 녀석을 가리켰다. 난 덤덤하게 대답했다.
“트릴리온교에서 높아 보이던 사람. 보이길래 잡아왔어.”
“……보이길래 잡아왔다고?”
“응. 성교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마침 바로 옆에 있던 성기사 한 명에게 놈을 넘겨주었다.
“높은 놈 같은데, 기절했으니까 아마 조만간 깨어날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탈출을 마치고, 제국 성교회의 이단심문 기술을 맛보여 주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탈출할 때인가?”
이제 슬슬 소환수와의 링크도 끊길 시각.
링크가 끊기면, 놈들은 머지않아 혼란을 수습하려 할 테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탈출 소식이 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땐 이미 우리는 빠져나간 지 오래.
이후 곧 제국군이 들이닥칠 것이다.
여기 오기 전 황자가 알려 준 바에 따르면, 강파르 백작이 이야기를 전해듣자마자 기사단을 급파시켰으니까.
“이제 우리는 구출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혹시 지금 구출하는 사람들 말고도 더 있습니까?”
“없습니다. 각자 집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애초에 트릴리온교가 오래 전부터 작업한 거라…….”
이들을 데리고 탈출하는 것.
엘리바 후작가를 포함해서 말이지.
정통성을 확보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가?
“구출은 이제 다 끝난 겁니까?”
“고문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만 별도로 챙기면 됩니다. 성기사들이 담당해 줄 겁니다.”
“그럼 가시죠.”
나는 자연스럽게 무리 앞에 섰고, 내 뒤로는 100명이 넘는 대인원이 날 따르게 되었다.
그야말로 대탈출.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럭저럭 잘 대처하여 성공적인 듯했다.
이 많은 인원이 거리를 빠져나가 마침내 출구에 다다랐을 때도 제지 한 번 받지 않았으니까.
“저기다! 공물이 탈출한다! 잡아라!”
오히려 뒤늦게 저 멀리서 횃불을 든 무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으아아앙!”
“세, 세상에. 우린 다 죽었어!”
“신의 가호가 부디…….”
갇혀 있던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은 패닉에 빠졌다.
저들에게는 저 트릴리온교 놈들이 그야말로 트라우마이자 거대한 공포일 테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성기사들은 진형을 갖춰라! 빠져나갈 동안 우리가 시간을 번다!”
“신의 이름으로! 이들을 수호해야 한다!”
분분히 검을 뽑아 든 성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대충 열댓 명. 저들로 저 많은 트릴리온교 사람들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성기사들 앞으로 나섰다.
“부름에 응답하라.”
그리고 토벌전에서 불러냈던 소환수, 암석 거인 드와덴가를 다시 한번 불러냈다.
그것도 둘이나.
“쿠우우우우우!”
“크우우우우!”
허공에서 차례로 쿵, 쿵 떨어진 드와덴가.
“세, 세상에.”
“저게 도대체…….”
뒤쪽에서 들려오는 경악과 경외 가득한 목소리들.
나는 드와덴가 둘을 향해 짧게 명령했다.
“한 놈도 통과시키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