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8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88화
126. 창을 잘 쓰십니까?
대탈출은 성공적이었다.
후작령을 무사히 탈출해 강파르 백작성으로 향하는 인원들.
부상자도 있고, 모두가 말을 탈 수 없어 속도는 느렸지만 이제 더 이상 추적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저기, 거대한 말을 타고 달리는 데인 소그레스라는 존재 덕에.
아탐 주교는 바로 자신의 앞에서 말을 달리는 데인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뭐 하는 학생이지?’
아탐 주교도 한때 아카데미에 몸담고 학생들을 가르쳤기에 안다.
아니, 굳이 그런 경험이 필요하지 않아도 14살에 불과한 학생이 이 모든 일들을 계획하고 심지어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다니.
믿기지 않는다.
혹시, 학생이 아닌 건 아닐까?
“저 학생, 혹시 학년을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느냐?”
그래서 프리실라에게 물었지만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대답만 돌아왔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죠, 주교님. 그냥…… 이제는 자연재해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자연재해?”
“네. 그냥 이해의 영역을 넘어선 그런 무언가?”
실제로 데인의 친구들이 모두 그렇다.
데인이 뭔가 한다고 하면, 그 계획이 뭐든 일단 따르고 보고 데인이 나서면 뭐든 잘될 거라 믿는다.
특히 레일라가 그렇다.
“확실히 말도 안 되는 녀석이긴 하죠. 저희한테는 새삼스럽지만.”
웃긴 사실은 그걸 매번 느끼는 게 아니라, 이렇게 데인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이 반응을 보인 뒤에야 ‘아, 그랬었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
여하튼,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긴 했다.
무려 후작령 전체를 장악하다시피 한 이교도들을 상대로, 상처 하나 없이 갇힌 아이들과 어른들을 탈출시켰으니까.
특히, 마지막에 달려오던 이교도 무리들을 막아낸 드와덴가 두 마리 소환은 그야말로 백미였다.
“소그레스 백작가에 유명한 소환술사 한 명이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름이 클레어 소그레스였나? 그래, 핏줄이라는 건가?”
아탐 주교의 말에 프리실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쟤 소환술도 잘하는 거예요.”
“응? ‘소환술도’? 아니, 더 잘하는 다른 게 더 있다고? 전공이 무엇이냐?”
“자율전공학부요.”
“……이런 세상에.”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검술, 창술, 마법, 그리고 기타 이것저것.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라, 저도 솔직히 볼 때마다 뭔가 싶긴 해요.”
“……허허.”
헛웃음이 나온다.
세상에 그런 재능이 어디 있는가. 눈앞에서 목도하니 안 믿을 도리가 없다만.
물론, 소환술도 소환술인데 역시 가장 놀라운 건…….
‘사람들을 이끄는 능력이지.’
바로 저 계획성과 행동력이다.
이 대담한 탈출을 가능케 한 바로 그것.
놀랍다.
마치 노련한 현장 지휘관을 보는 듯한 저 모습이 말이다.
“아무튼 덕분에 살았구나. 이 많은 사람들도 구해내고…… 이거야말로 신의 축복이지.”
전혀 상상하지 못한 탈출.
지금 당장 죽거나, 아니면 훗날에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나저나 중앙 성교회랑은 연락이 아예 안 되신 건가요?”
“가능하다면 진작에 했겠지. 이교도 놈들이 방해 마력장을 쳐 놔서 허가된 통신만 밖으로 나갈 수 있었구나.”
“아아…….”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들을 이해할 수 있다.
놈들은 밑작업부터 시작해서 어느 순간 단숨에 후작령을 장악한 뒤, 외부와의 통신마저 단절시켜 버린 것.
“정말…… 치밀한 녀석들이었네요.”
“악독한 녀석들이기도 하지.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겠다만.”
아탐 주교는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후작령.
저 연기는 이제 다른 곳에서도 보일 테다.
물론, 강파르 백작성에서 급파된 기사단이 저곳으로 향하고 있겠지만.
“저기, 지평선을 보십시오!”
이런 가운데 들려오는 외침.
모두의 시선이 걸어가던 방향 쪽으로 돌아갔다.
지평선 너머.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강파르 백작의 깃발이다!”
“우와아아아아!”
용케 알아본 이들의 외침 속에서 모두가 환호했다.
아무리 따라붙는 자들이 없다고 한들,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는데 이제 그 일말의 불안마저 날려 버린 것이다.
두두두두두두!
“워, 워어!”
마침내 이쪽으로 마주 달려와 멈춘 그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황실에서 연락을 받자마자 급히 뛰쳐 나왔는지, 장비를 덜 갖춘 이들도 보였다.
그들 중 선두에 있던 장발의 남자가 나섰다.
“강파르 백작성에서 나왔습니다. 강파르 백작성 제2 기사단장이자 강파르 백작가의 차남, 론 강파르입니다.”
론 강파르.
강파르 백작의 차남.
그가 직접 나선 것이다.
소문답게 강인한 인상의 그는 이미 전해들었는지 데인을 보자마자 인사했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을 뵙습니다.”
“강파르 경, 반갑습니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 데인 소그레스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고,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라뇨. 당연한 일을 한 것뿐입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이웃한 영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치밀한 놈들이란 뜻이죠.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데인의 위로에도 론 강파르는 진심으로 자책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건 사실입니다. 백작님께서도 무척이나 부끄러워하고 계십니다. 때문에, 지금쯤이면 저희보다 먼저 출발한 저희 형님의 제1기사단이 후작령에 진입했을 것입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요.”
“이교도들은 끝장이겠군요.”
“네. 저희 백작성의 정예들이니까요. 물론, 저희들도 그렇습니다.”
과연, 강인해 보이는 모습들이다.
흔히 국경 주변으로 갈수록 병력의 기강은 더욱 강해진다고들 한다.
당연하게도 적국과 가까이 있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하바로스크 산맥에서 가장 가까운 요새인 강파르 백작성의 기사들은 과연 강해 보였다.
다급하게 뛰쳐나와 쉼 없이 말을 달리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데도.
론은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저희가 했어야 할 일을 대신해 주신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올립니다. 황실에서 이르기를,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께서 이교도들에게서 이들을 구해내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대단하시군요.”
론은 진심이었다.
처음엔 황실에서 이런 연락이 왔다.
느닷없는 연락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전해진 사실은 더더욱 백작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바로, 후작령이 트릴리온교의 이교도들에게 장악당했다는 것.
그런데…….
지금 이들의 폭압에서 어린아이들과 몇몇 후작령 영지민들을 데인 소그레스라는 사람이 구해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군대도 아닌데, 어떻게?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정말로 구해내 것이 아닌가.
‘소문이 사실이었군. 아카데미에 대단한 재능의 천재가 있다던데.’
아무리 국경 주변 변방의 백작성이라지만 귀를 닫고 사는 건 아니다.
수도의 정세라든가, 제국의 정세들은 꾸준하게 그 정보를 수집 중이다.
아카데미의 한 천재 소년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
물론, 정보라는 건 종종 과장되기 마련이라 어느 정도 걸러 듣긴 했지만…….
‘이제 보니 진짜였군.’
소그레스 백작가.
제국에서 명망으로 치면 테르미온 공작가와 함께 최고를 다투는 명문가.
론이 호감 가득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일단 모시겠습니다. 백작성에 바로 연락하여 손님 맞을 준비를 하라 해야겠군요.”
“피로하진 않으십니까? 거의 하루를 꼬박 달려오셨을 텐데. 말들도 피로가 쌓였을 테고요.”
데인의 걱정에 론은 씩 웃어 보인다.
“저희 강파르의 전사들도 강하지만, 강파르의 전사들이 타는 말도 강인합니다. 한번 지켜보십시오.”
그 말에 반응하는 녀석은 따로 있었다.
“푸히히힝.”
바로 데인이 탄 키론이었다.
* * *
예상지 못한 트릴리온교와의 조우로 중간에 거의 하루 정도를 소모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허비’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가장 큰 수확은 역시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내었다는 것.
우리가 아니었다면 어린아이들은 공물로 바쳐졌을 것이고, 저항하던 나머지 사람들은 죽거나 어쩔 수 없이 트릴리온교에 몸을 담아야 했을 테다.
“저, 데인 님 맞으시죠……? 저희를 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중간 중간 쉬어가는 길에 나에게 다가와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
어린아이들이 쭈뼛거리며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가는 모습은 퍽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
저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부모님이 세뇌된 아이들도 있을 테고, 부모님이 죽임을 당한 아이들도 있을 텐데.
“일단 아이들의 거처는 조금 더 논의를 해보아야겠지만…… 저희 아버지 성격상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게 하진 않으실 겁니다.”
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 론 강파르가 살짝 귀띔했다.
“아마,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은 저희 백작성에서 거두겠지요.”
“그러면 다행이죠.”
사실 구해 낸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을 다 한 거라지만, 그래도 아이들이지 않은가.
죄가 없는 아이들.
내가 전생에 전쟁고아 출신이라 더더욱 그런 것도 있고.
“참, 그나저나 어떤 경위로 저 아이들을 구하게 되신 겁니까? 혹, 비밀스러운 일이라면…….”
론은 우리가 황실의 비밀임무 같은 걸 띠고 여기 온 걸로 오해하는 듯했다.
그런 것치고는 조합이 좀 이상하다만.
“그건 아닙니다. 그냥 가는 길에 발견한 것뿐이죠.”
“아아…… 대단하군요. 그럼 어디로 가시는 길이었습니까?”
“제국 전역을 한번 돌아보고 싶어 친구들과 여행하고 싶었습니다. 아카데미 안의 세상은 너무도 협소하니까요.”
론이 부럽다는 듯 대답했다.
“저도 아카데미에 갔으면 그런 낭만을 누렸을 텐데…… 아쉽군요. 물론 뭐, 지금도 썩 마음에 들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참고로 제국 전역의 모든 귀족들이 때가 되면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건 아니다.
강파르 백작성처럼, 굳이 아카데미에 보내지 않고 영지 내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럼 가는 길이 바쁘지 않으시다면 백작성에서 머무르시는 건 어떻습니까?”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방학이 길지 않아, 다들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싶어 해서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도 여러분들을 그대로 보냈다면 무척이나 아쉬워하셨을 겁니다.”
길어야 하루.
여독을 푸는 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보급도 할 겸 말이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우리에겐 중요한 목표가 있으니까.
“그나저나…… 혹시 창을 잘 쓰십니까?”
문득 들려오는 질문에 나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나이대에서는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이거 참, 몸이 근질근질해서 말입니다.”
나는 눈을 반짝이는 론을 보며 피식거렸다.
하지만 론은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내였다.
“하지만 방금 큰일을 치르고 오신 분에게 무례한 부탁을 할 수는 없죠. 언젠가, 이 근처를 다시 지나간다면 초대해도 괜찮겠습니까?”
그야 얼마든지 좋다.
뭐, 대련이야 간단히 하는 거니 이 자리에서도 가능하다만…….
대련이라는 행위가 생각보다 정치적이고, 그다지 순수하진 못해서 말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대련이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고려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론은 호승심을 아주 잘 누른 셈이다.
“다음에 꼭 들르죠.”
그렇게 론 강파르라는, 은근히 마음에 드는 남자와의 약속이 맺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