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9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92화
129. 산맥 유적(2)
유적 안으로 들어서자 확실히 냄새가 난다.
특유의 체취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짐승 냄새라고 해야 할까. 오래된 유적의 꿉꿉한 냄새와 뒤섞여 묘한 역겨움을 부른다.
“지나간 흔적이 있어.”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나간 흔적이 있다. 어지러이 얽혀 앞으로 쭉 나아간 발자국들.
“최소 일곱? 여덟?”
어니스트가 숫자를 가늠해 보았고, 델워드는 천장과 주변 벽들을 힐끔거렸다.
“유적은 유적이군. 인공적인 흔적이 가득해. 그리고 이건…… 난쟁이들의 솜씨야.”
난쟁이라.
그러고 보니 불바크가 산맥에 동족들이 산다고 했었지.
그럼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뭐, 그건 나중에 알아볼 사실이고.
“불어라.”
나는 3체인의 공기 흐름 조절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거면 입구 쪽에서 우리를 등지고 불어오는 바람을 반대로 바꿀 수 있다.
통로를 쭉 타고 우리 냄새가 저쪽으로 전달되면 안 되기 때문.
상대는 라이칸스로프.
감각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들이다.
“가자.”
이제 움직여야 할 때.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는 길은 편안하고 끔찍했다.
편안하다는 건 앞서간 녀석들이 함정을 죄다 작동시키고 해체해 놓아서 우리가 할 일이 없다는 것.
끔찍하다는 건…….
“방패막이로 쓴 건가?”
라이칸스로프들의 시체를 벌써 셋이나 봤다는 것.
하나같이 함정에 끔찍하게 죽었다.
미처 해체를 못 했거나, 예상을 못 했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었거나.
“이렇게 희생하면서까지 갈 가치가 있는 건가?”
델워드의 중얼거림에 난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들이 결정할 문제다.
난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이렇게까지 희생하면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라이칸스로프들이 가장 원하는 건…… 제국 사회로 편입되는 거지.”
소수종족의 애환이다.
난쟁이들은 제국의 탄압 직후 숨어버린 뒤 완전한 단절을 선언했지만, 라이칸스로프들은 여전히 원한다.
라이칸스로프들은 모두 후천적이기 때문.
원래는 제국에서 잘 살아가던 그들이었기에, 라이칸스로프에서 벗어나 ‘원래대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것이다.
전생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라이칸스로프 부대의 한 병사가 해준 말이었다.
“그럼 처절하겠군. 이렇게 희생하면서까지 나아갈 정도라면 더더욱.”
델워드는 그러면서 덧붙였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어.”
하지만 우리도 처절하다.
정확히는, 간절하다.
때문에 난 아무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내 사람들을 잃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전생에서 날 믿고 따라온 부하들을 수도 없이 전장의 이름 모를 땅에 묻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던가.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시신은…… 돌아오는 길에 수습해야겠다.”
프리실라는 그래도 그냥 가긴 그랬는지, 도리안과 함께 시신을 한쪽에 눕혀 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고, 이어서 몇 개의 함정을 발견했다.
상태로 봐선 새롭게 설치된 함정이다.
누군가 뒤따라오는 걸 대비해 설치해 둔 것 같다.
철컥, 철컥.
“됐다.”
물론 간단하게 해체할 수 있다.
초보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못 해체할 수준의 함정은 아니니까.
“이번에는 네가 해볼래, 어니스트?”
“응!”
어니스트도 곧잘 해낸다.
“데인, 함정 해체도 할 줄 알아?”
“아, 네. 배웠어요.”
“……소그레스 백작님은 정말 대단하시구나.”
차마 전설적인 암살자(전직)셨던 우리 어머니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아무튼 함정은 이후로 몇 개 더 나타났고, 나는 무리 없이 해체했다.
아마 상대가 조금 더 철저했다면, 이보다는 더 어려운 함정들을 뿌렸을 것이다.
“또 시체다.”
이어서 다시 한 구의 라이칸스로프 시신을 발견했다.
죽어서도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
그래서, 질병이 퍼질 수 있다며 땅에 묻지 않고 모조리 태우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인가.
“하나 더 있네.”
이제는 다섯 구째.
우리의 걸음도 덩달아 빨라진다.
그리고 느껴진다.
멀지 않은 곳.
몇몇 사람들의 기감이.
“준비해야겠다.”
제각기 무기를 꺼내 드는 가운데, 나 역시 아르카니움제 검을 뽑아 들었다.
불빛 탓에 검집째로 꺼냈지만.
이런 한편-
“바람이다.”
정면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정면, 우리 눈에 보이는 열린 입구에서 이쪽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안쪽에 뭔가 있는데.”
우리는 그쪽으로 다가갔고, 곧 격한 설전을 벌이는 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망할 자식! 우릴 속였어! 한 명이 더 희생하라고? 미친 짓이야!”
“하지만 이 유적의 존재를 활성화시키는 데엔 제물이 필요하다.”
“집어치워! 벌써 다섯이나 죽었어, 다섯이나!”
“그럼, 이대로 돌아갈 텐가? 레인저를 열 명도 넘게 죽여 놓고, 이제 와서?”
“그건 네가…….”
“상황이야 어떻든, 누가 시켰든 돌아가면 너희들은 곧바로 쫓기는 신세가 될 텐데. 알지 않나? 레인저들의 복수심을.”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녀석.
그리고 따져 묻는 한 남자.
대충 알겠다.
“희생? 웃기는 소리! 너는 그냥…… 나와 우리 동포들을 이용할 생각이었어!”
“그럼, 이제 어쩔 테지? 나는 약속했다. 너희 라이칸스로프들, 내 일을 돕기만 하면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두 눈으로 보지 않았나?”
지금까지 우리가 봐 왔던 일들의 원흉이 저기 있었군.
라이칸스로프가 셋.
웬 기절한 난쟁이 하나.
그리고 검은 로브 차림의 남자.
저놈은 뭐 하는 놈일까.
어디서 많이 본 복장인데.
“비밀결사?”
그때 옆에 있던 레일라가 불현듯 중얼거렸다.
“저거 걔들 복장 아니야?”
“그러네.”
듣고 보니 그렇다.
온통 새까만 로브.
우리가 아는, 저렇게 새까만 로브를 입는 녀석들은 하나뿐이다.
“에이, 설마. 그때 끝장낸 거 아니었어?”
어니스트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직 드나보 교수랑 몇몇 놈들이지.”
제국에서 아마 제거에 들어가긴 했겠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비밀결사.
지금쯤 차디찬 바닥에서 훌쩍이고 있을 드나보 교수가 어디까지 불었는지는 몰라도, 한두 놈쯤은 도망쳤을 수 있으니.
“더 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동포들…… 네가 아무리 ‘기적’을 보여주었다지만!”
“그래서, 정말 돌아갈 건가? 가족들의 품으로 갈 수 있는 기회인데.”
기적이라.
저놈은 라이칸스로프를 정말 원래대로 돌리기라도 했다는 건가?
내가 아는 한, 라이칸스로프를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질병으로 취급하든, 저주로 취급하든.
“알잖나? 나 혼자라면 모두는 무리지만, ‘록신나의 눈물’만 있다면 모두를 돌릴 수 있지.”
“그럼 네놈을 죽이고 우리가 그걸 취하면 되겠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날 죽이면, 여기서 그걸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방법조차 모르는 주제에.”
“이, 이…….”
자, 어떻게 해야 할까.
저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상황을 봐서 빠르게 나선 뒤, 둘 다 제압하느냐…….
아니면, 모든 상황이 끝나갈 즈음 뛰어나가서 중간에 빼앗느냐.
나는 안쪽의 광경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폈다.
넓은 공간 중앙에 커다란 제단.
그리고 그 앞에 그려진 마법진.
제단에 제물을 바치면, 저 마법진에 반응이 오는 셈인가?
“희생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
이거 다행이라 해야 하나.
만약 우리끼리 먼저 왔으면, 한 명의 희생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한다는 건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선택지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놈이 그렇게 말했다.
희생을 해야 유적의 존재를 불러낼 수 있다고.
그리고 저 라이칸스로프들은 지금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안 된다, 더 이상 잃을 수 없어!”
“가곤! 여기까지 와서 멈출 수 없습니다! 저만 희생하면, 모든 게 끝나는 거 아닙니까. 남겨진 동포들이 모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설전이 일어나는 가운데 나는 결론을 내렸다.
어쨌거나 희생자는 한 명 필요하다.
그래야 그 유적의 존재라는 걸 불러내 ‘록신나의 눈물’을 얻을 수 있는 거니까.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군.
나는 친구들에게 간단히 작전을 설명했다.
“될까? 뭐…… 데인이 세운 작전이니까.”
“괜찮겠어? 저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잖아.”
“흐음, 그래도 확실히……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은데?”
뭐, 사실 작전이랄 것도 없다.
어차피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다 록신나의 눈물을 그대로 내줄 수도 없다.
그러니, 이제는 나설 때다.
스릉.
나는 아르카니움제 검을 뽑아 들었고-
“가자.”
친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냐!”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외침.
“젠장, 미행이…….”
“설마 저놈들, 네놈의 동료냐?”
가곤을 포함한 세 명의 라이칸스로프가 으르렁대며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한편, 검은 로브 차림의 남자는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나는 그래서 그 남자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쭉 지켜봤는데 말이야.”
그리곤 히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가 저 제단 위에 올라가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 * *
후드 아래로 표정을 숨기고 있었지만 비밀결사의 생존자, 툴리오는 가곤 못지않게 당황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레인저들을 죽이면서 통신도 모두 두절시켰고, 오는 길에 함정도 설치해 두었다.
아무리 못해도 발각되는 데엔 최소 하루가 걸릴 텐데-
빨라도 너무 빠르다.
뭐 하는 놈들이기에…….
“그렇잖아. 네가 저 제단 위에 올라가면 될 것 같은데.”
가장 앞에 나선 녀석, 그러니까 녹색으로 빛나는 특이한 검을 든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그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 같은데, 안 그래?”
툴리오는 피식거렸다.
“헛소리. 이 녀석들은 내가 없으면 평생 동안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주받은 상태로 말이지.”
그 말에 가곤이 발끈했다.
“이 개자식이…….”
하지만 그러든 말든, 툴리오는 손을 들더니 느닷없이 나타난 데인 일행을 가리켰다.
“그래, 너희들 중 한 명은 어떤가? 마침 그렇잖아. 이 녀석들은 더 이상 희생하기 싫다 하고, 그렇다고 내가 희생하면 안 될 일이고.”
툴리오는 가곤을 바라보았다.
“어떤가? 너희들이 희생하기 싫다면, 저들 중 한 명을 잡아 오는 건.”
“우리보고 지금 싸우라는…….”
“그래서, 안 할 텐가?”
“…….”
가곤은 침음을 흘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갑작스레 나타난 새로운 무리.
어떻게 해야 할까.
“…….”
가곤은 동포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비한 듯,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곤은 데인 쪽을 바라보았다.
“미안하게 됐다, 소년. 어린아이를 공격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는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간신히 꺼낸 목소리.
하지만 데인은 피식거릴 따름이다.
“그거야 그쪽 사정이고.”
“뭐?”
“죄 없는 레인저들 공격해서 죽여 놓고 그렇게 말하면 너무하잖아.”
“네놈은 우리 라이칸스로프들이 얼마나 탄압받고 있는지…….”
“알아. 그런데 내가 봤던 녀석들은 너처럼 죄 없는 사람들은 안 죽였어.”
“…….”
말문이 턱, 막혀 오는 가운데 데인은 허공에 검을 한번 휘둘렀다.
궤적을 따라 흩날리는 녹색의 잔상.
“괜히 죄책감 덜려고 헛소리 말고, 빨리 시작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