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19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197화
131. 산맥 탈출(2)
알테온 제국이 자랑하는 산악 레인저들은 지금 전에 없던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동료들이 죽었다.
그것도 열 명이나.
유적 근처를 경비하는 레인저들을 위해 보급품을 전달하러 간 동료가 발견한 처참한 광경.
“피의 복수를.”
“피의 복수를!”
산악 레인저들의 관계는 끈끈하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은 결코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
범인은 명확하다.
라이칸스로프.
길게 난 상처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적 입구가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알테온의 레인저들은 열린 유적 입구를 발견하였다.
아무리 조사해도 열리지 않았던 유적 입구가 열려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진입한다.”
스무 명으로 이루어진 레인저 소대가 거침없이 안으로 진입했고, 들어가는 동안 수많은 흔적들을 발견하였다.
“라이칸스로프 시체들이군. 이놈들, 도대체 뭘 노리는 거지?”
“설마, 산맥에 전설로 내려오는 악마를 부활시키려는 게 아닐까요?”
“들어가 보면 알겠지. 일단 들어간다.”
안 그래도 레인저들은 이곳으로 오는 동안 이미 변화를 감지했다.
바로 산맥 전체를 뒤덮은 끈적한 느낌이 사라져, 보다 쾌적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유적이 개방된 것과 분명히 관련이 있으리라.
“진입하겠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끝에 다다라 공동으로 진입한 그들은 거대한 체구의 라이칸스로프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순간 사방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저놈이구나.
우리 동료들을 죽인 게.
“네놈이 감히 우리 동료들을 참살했구나. 곱게 죽진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레인저들은 레인저답게 사방을 경계하며 안쪽의 상황을 살폈다.
곳곳에서 보이는 싸움의 흔적들.
파이고 금이 간 지면.
거기에 또다시 보이는 라이칸스로프들의 시체.
‘격렬한 싸움이 있었군.’
‘설마 정말 악마를 불러내기라도 한 건가?’
의문 속에서 레인저 소대를 이끄는 소대장이 물었다.
“이놈, 여기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대답 대신 보인 건, 라이칸스로프의 손에서 길게 자라나는 손톱이었다.
“…….”
소대장은 직감했다.
싸워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살려 놓아야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어떻게 된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들으리라. 저 망할 라이칸스로프의 털을 죄다 뽑아서라도.
“빠르게 제압한다. 산개하라.”
레인저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졌고, 모두 석궁을 꺼내 들며 라이칸스로프를 조준했다.
라이칸스로프의 재생력은 알아주는 수준. 머리만 안 맞춘다면, 제압 후 볼트만 잘 뽑아내도 살아나리라.
그런데 그때였다.
“크와아아아악!”
라이칸스로프는 별안간 괴성을 내지르더니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광폭화!’
모두가 알아챘다.
라이칸스로프들의 비기.
신체능력을 순간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능력.
하지만 그 반동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즉, 죽음을 도외시하고 이미 광폭화를 사용한 상태에서 레인저들을 맞이한 것이다.
퓩, 퓨퓩!
하지만 그렇다고 망설일 수는 없다.
몇몇 레인저가 이에 반응하여 볼트를 쏘아 냈지만-
“크우아아악!”
이미 광폭화를 사용한 가곤은 볼트 몇 개가 틀어박히든 말든 그대로 소대장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소대장의 목으로 날아드는 그 순간.
콰득!
순간 몸을 숙여 손톱을 피한 소대장이 검을 뽑아 가곤의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크르륵!”
움찔거리며 허우적대던 가곤의 몸이 곧 축, 늘어졌다.
쿵!
그리고 검을 뽑아내자 그대로 무너지는 가곤의 몸.
“……망할.”
소대장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무척이나 곤란해졌다.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낼 유일한 놈이었는데, 이미 광폭화를 사용한 상태였다니.
광폭화를 사용한 이상, 살려 놓아도 되돌릴 방법이 거의 없다. 이미 라이칸스로프를 몇 번이나 상대하며 안 사실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소대장님, 괜찮으십…….”
“난 괜찮다.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서 증거 하나 남기지 말고 모조리 수집해라.”
“네, 알겠습니다!”
뿌득.
소대장은 이를 갈았다.
* * *
우리는 레인저들이 도착하기 전 유적을 빠져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놈들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였고, 그 전에 다른 통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다른 통로를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어니스트의 덕이었다.
“와, 바깥 공기!”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쁨에 겨워 외치던 어니스트가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직 우리는 완전히 빠져나간 게 아니기 때문.
레인저들이 새로운 통로를 언제쯤 찾아낼지 알 수 없으니까.
“레일라, 잠시 자리 좀.”
“아, 응.”
나는 곧바로 마법과 함정을 사용해 출구를 봉인해 버렸다.
영구적인 봉인은 아니더라도, 안쪽에서 열려면 아마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가곤은…… 아마 죽었겠지?”
“아마도.”
또한, 가곤이 자처한 ‘희생’ 덕에 우리는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게 되었다.
가곤은 우리에게 제안했다.
자신이 레인저들을 막을 테니, 그사이 빠져나가라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 주겠다고.
“마지막에 가서 속죄라도 하려고 했던 걸까?”
프리실라의 중얼거림에 난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 그래도…… 덕분에 우리가 시간을 벌게 된 건 사실이니까.”
모르긴 몰라도 잠시나마 레인저들을 묶어 준다면, 우리가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나는 게 사실.
참고로 가곤은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 주는 대신 무언가 해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다.
그냥, 갑자기 나서서 그랬을 뿐.
“그래도 그 망할 시꺼먼 개자식보다는 훨씬 의리가 있군. 안 그런가? 그 개자식은 죽어 마땅했지. 암.”
옆에서 난쟁이가 조잘거리기에 나는 물었다.
“혹시 불바크를 잘 아나?”
“알다마다. 우리 난쟁이들 중에서는 그래도 인간 사회에서 가장 잘 살고 있는 녀석이지. 뭐, 그 녀석도 사실 따지고 보면 두문불출하는 녀석인데.”
냉소적으로 말한 그는 문득 나에게 물었다.
“근데 말이야, 그 검은 불바크가 만든 건가?”
“그렇지.”
“흠. 대단하구만. 뭐, 나한테 딱히 바라진 말라고. 난 세공 전문이니까.”
나는 피식거렸다.
“그럼 나중에 세공할 일이 있으면 부탁하지. 난쟁이들은 빚을 잊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야 당연하지. 약속을 돌멩이처럼 내버리는 인간 놈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의리가 넘치지.”
난쟁이들은 제국의 손에 버려졌다.
약속을 어긴 제국의 손에.
물론 내가 버린 건 아니다만, 그렇다고 내가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튼 덕분에 빠져나왔군. 뭐, 사실 틈을 봐서 몰래 빠져나가려 했는데…….”
보아하니 난쟁이들은 곧 죽어도 고맙다는 말은 못 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럼, 나는 가보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보자고.”
그러면서 녀석은 덧붙였다.
“그리고 산맥 동쪽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 아래쪽은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성질 더러운 놈들이 있으니까!”
거기 산다는 이야기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러지.”
“뭐, 지나가다 한번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고…….”
난쟁이는 거기까지 말하고 사라졌다.
다리는 짧은데 묘하게 빠르다.
우리는 그 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준비했다.
“슬슬 가야겠다.”
당연하게도, 올라왔던 것만큼이나 힘이 들 것이다.
레인저들이 온 이상 단순히 이곳 유적에만 레인저들이 있진 않을 것이다.
물론 큰 걱정은 없다.
촥.
나는 드레니크의 레인저에게서 입수한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지도 이상으로 든든한 어니스트란 녀석이 있다.
“음…… 여기 이쪽 길을 따라가야겠는데. 조금 험하긴 해도, 레인저들의 수색 경로와 안 겹치니까.”
어니스트는 금세 해답을 찾아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도리안이 부러움을 드러냈다.
“저희도 그렇게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데인 선생님.”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왜. 주먹질 잘하잖아?”
“말이 날리는 박치기보다 약한 주먹은 아직 수련이 필요합니다.”
아탈리아 섬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나.
뭐, 조만간 활약할 일이 생기겠지.
사실 방학 때 일어난 일들이 하나같이 큰 건들이라 그렇지, 얘들도 어디 가서 빠지는 애들이 아니다.
아무튼 이제 돌아간다.
그리고 난 돌아가기 전 내가 봉인해 둔 유적 출구를 잠시 바라보았다.
가곤.
별달리 감정은 없다만, 그래도 그의 희생 덕에 우리가 시간을 벌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희생이 자신을 위한 건지 우리를 위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가자.”
그럼에도 나는 고개를 까닥이며 감사를 표한 뒤 마침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공작부인의 병을 고치러 갈 시간이다.
* * *
통칭 ‘산 아랫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별달리 큰일이 벌어지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곳이다.
그 험하다는 하바로스크 산맥 아래에 있으면서도 레인저들 덕에 마물의 습격도 드문 편.
산 아래 있다는 장점 덕에 도적떼의 습격도 딱히 없다.
오히려 주민들의 성향이 억센 탓에 굳이 습격해 봤자 ‘아이고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할 리도 없다.
그런고로, 딱히 재미난 이벤트 없이 하루하루 그냥 흘러가듯 살아가는 평화로운 나날의 마을이었는데…….
“다음엔 누가 도전하냐? 오우! 방금 떨어졌어!”
“성질이 보통이 아니군! 하하하!”
“벌써 몇 명째지? 스물? 스물하나?”
“스물하나는 무슨! 벌써 오십 명째야!”
어제오늘 무척이나 시끌시끌했다.
“푸히히힝!”
바로, 어떤 여행자 무리가 맡기고 간 말들 중 유독 덩치가 크고 사나우며 장난스러운 어떤 녀석 탓이다.
“어이쿠! 또 떨어졌구만! 착지 자세가 예술인데?”
“엉덩이로 제대로 떨어졌어! 하하! 저놈 오늘 밤에 엎드려 자겠는데!”
시작은 어떤 술 취한 마을 주민이었다.
오밤중에 웬놈의 말 하나가 마을을 배회하는 걸 보고 올라타려다 실패하길 수십 번.
나중에는 술에 깨고도 오기로 도전하다 날이 밝았는데, 그걸 마침 아침이 되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주민들이 목격했던 것.
그때부터 다음 날인 오늘까지, 재미없고 지루한 마을엔 활력소 생긴 셈이다.
웃긴 건, 저 덩치 큰 말 녀석도 이걸 즐기고 있다는 사실.
“푸힝! 푸히힝!”
마치 어디 한번 탈 거면 타 보라는 듯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피하지도 않는다.
말은 원래 겁이 많고 주인을 타는 경우가 많다.
원래 같으면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은데, 저 녀석은 판이 깔리니 더 신나 하는 것.
“거 참 신기한 녀석일세. 저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가만. 저놈 저거 여행자들이 맡기고 간 놈 아니었나? 그럼 저놈을 타는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모르긴 몰라도 저 말 못지않게 골때리는 양반 아닐까? 아니면 어디 대단한 인간이든가!”
이런저런 추측들이 오가는 가운데 키론의 등에 타려다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이 슬슬 세 자릿수에 다가설 무렵-
“실례합니다.”
몰려 있던 사람들 틈을 헤집고 한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이라기엔 다소 큰 키와 상당한 체격이다만.
그 모습에 옆에서 누군가 피식거렸다.
“이 마을 남자란 남자들은 죄다 나왔구만.”
“근데 저 친구는 처음 보는데, 누구지?”
수군거림이 일던 그때였다.
“푸히힝.”
소년을 본 말이 반갑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소년은 가볍게 땅을 박차고 말 위에 안착했다.
“어, 어어?”
“바, 방금 뭐야?”
사람들은 그제야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 마을에서 처음 보는 저 소년이 저 말의 주인이라는 걸.
“나 없는 동안 재미있게 놀았냐?”
“푸히힝.”
“마구간지기 아저씨는 안 괴롭혔고?”
“푸힝!”
“적당히 괴롭힌 거였으면 좋겠는데.”
소년은 정겹게 말을 걸었고, 말은 그걸 또 알아듣는 모양새라 모두를 멍하게 만들었다.
“집에 가자.”
“푸히힝!”
그렇게 소년, 데인 소그레스는 멍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를 지나 말과 함께 사라졌다.
아마 며칠 동안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술안줏거리로 쓰일 이야기를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