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0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02화
135. 이놈 봐라
오래 걸렸다.
그것도 엄청 오래 걸렸다.
이놈의 절차가 도대체 뭔지.
예행연습도 하고, 이것저것 연설도 들어야 하고…….
참고로 수상 이유는 두 개였다.
하나는 전체 수석.
또 하나는-
“황실 추천으로 수상한 학생은 거의 20년 만일걸? 내가 알기로 그래. 엄청 안 나와.”
바로 무려 황실 추천이다.
사실 이거 때문에 오래 걸렸다.
황실에서 사람이 직접 와서 시상하는 거라 이런저런 절차들이 추가된 것.
덕분에 나는 저녁이 되어서야 동아리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대단한데. 황실 추천도 받고. 이러다 2학년 즈음엔 이미 황실로 스카우트되는 거 아냐?”
프리실라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안 가. 뭘로 꼬셔도.”
아카데미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데.
내가 미쳤다고 황실에 가나.
황명이면 가서 따져야지.
왜 앞날 창창한 사람 황실에 잡아 두냐고.
아무튼 그 덕분에 나는 이후 밤을 꼬박 새워야만 했다.
“어우, 눈 아파.”
체력이야 문제가 없다만, 수백 개나 되는 강의를 살피고 그 강의계획서도 꼼꼼히 살피는 건 다른 문제.
거기에 전략도 잘 세워야 한다.
원한다고 다 들을 수 있으면, 괜히 ‘전쟁’이란 말이 붙겠는가.
원래는 성적순으로 잘라서 우선권을 부여했다던데 하도 항의가 많이 들어와서 지금처럼 바꾼 거라 한다.
그렇기에 신청 우선순위도 정해야 하고, 강의가 꽉 찼을 경우를 대비해 플랜B와 플랜C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어째 산맥 유적 갈 때 못지않게 치밀하게 작전을 짜는 기분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좀 할걸.”
수강신청 망하면 한 학기가 우울하다던데.
내가 지금 딱 그러게 생겼다.
아무리 내가 자신 있다 하더라도, 기왕이면 재미있는 걸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양 3개에 전공 4개…….”
아침 해가 뜰 무렵에야 간신히 완성된 시간표 프로토타입.
일단 교양 수업은 간단하게 정했다.
적국에 대한 이해.
승마기초론.
탐험과 발견의 역사.
“교양이야 뭐.”
그래도 기왕이면 내가 잘 아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들을 섞어 두었다.
‘적국에 대한 이해’ 같은 경우는 드레니크를 중심으로 배운다고 하기에, 내가 잘 아는 분야라 신청해 보았다.
적당히 잘 아는 척해야겠지만.
‘승마기초론’은 말할 것도 없고…….
‘탐험과 발견의 역사’는 어니스트 덕에 흥미가 생겨서.
그리고 전공의 경우-
우리 켈타스 교수가 가르치는 ‘자율전공학부 총론’이 먼저다.
이건 그냥 내가 자율전공학부라 넣는 거고, 실제로 들어가면 검술 대련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상 필수전공이라 봐야겠지.
두 번째는 실전창술론.
이건 잉그리트 교수가 가르친다.
이전과 다르게 대련장을 벗어나 펼쳐지는 강의.
그리고 세 번째는 연금술개론2.
연금술에 관심이 생겼다는 게 간단한 이유.
이제 마지막으로는…….
“너 정말 검술학부 수업 듣게? 정말로? 그거 듣는다고?”
검술학부 강의다.
“왜, 듣지 마?”
해가 뜬 후 동아리방을 찾은 레일라는 묘한 반응이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음. 기분이 이상해.”
“왜?”
“너랑 같이 강의 듣고 싶긴 하거든? 근데 또 너랑 들으면 그 강의 1등은 못할 것 같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근데 그런다고 안 들을 너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런 거 생각해서 안 들으면 그게 레일라를 무시하는 거지.
“그럼 신청할게.”
“심심하진 않겠다. 선배들이야 좀 아니꼽게 보겠지만.”
전혀 걱정 없는 모습에 난 피식거렸다.
“아직도 그래?”
“응. 저번에 부회장 한번 제압한 뒤로는 쭉? 근데 동기들이랑은 친해서 괜찮아.”
우리랑 내내 붙어 다녔는데 언제 또 친목을 다졌대.
아무튼 레일라랑 같이 듣는다니 심심하진 않을 것 같다. 담당하는 에스테란자 교수야 좀 불편하겠다만.
“선배들 똥 씹은 표정이 기대되는걸.”
아무래도 레일라는 저걸 기대하는 모양이다.
“강의계획서 봐서 알겠지만, 주기적으로 대련도 있어. 아마 총 3회는 해야 할걸? 대련 총평을 내리고, 각각 교수님이 직접 피드백하는 방식이야.”
그럼 괜히 꼬투리 잡힐 일은 없을 것 같다.
꼬투리야 만들면 그만이라지만, 적어도 대련에서 상대를 이긴다면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그리고 지정대련도 가능해.”
“지정대련?”
“응. 상대를 지목하는 거지.”
그거 괜찮은 방법이다.
“널 지목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싶지만. 실력 차도 실력 차고, 잘해 봐야 본전도 못 찾으니.”
“날 이기면 되는 거잖아.”
“그걸 할 사람이 그 수업 듣는 사람 중에 있기나 할 것 같아?”
음.
검술회 동아리 부회장도 이긴 마당이니 그럴 것 같긴 하다.
“그러니 너 정도면 교수님이랑 대련할지도?”
그건 좀 그런데.
힘 빼면서 싸우는 게 제일 어렵거든.
물론 에스테란자 교수쯤 되는 사람이니 내가 무조건적으로 이긴다는 장담은 못 하겠다만.
여하튼 내 시간표는 확정되었다.
그리고 운명의 날.
“방학인데 사람 봐.”
“진짜 많다…….”
오늘만큼은 아카데미에 학생들이 득시글했다.
졸업을 앞두거나, 여타 이유로 수강 신청이 널널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죄다 아카데미로 복귀한 것.
그래서 본가와의 거리가 먼 학생들은 아예 이날을 개학일로 생각한다고 한다. 남들보다 방학을 열흘이나 손해 보는 셈.
하지만 어쩌겠나.
수강 신청은 중요한데.
“데인.”
이런 가운데 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알투르였다.
본가 간다더니, 돌아온 모양.
근데 몰골이 좀 이상하다.
멀쩡하던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사연 있는 얼굴인데?”
“……아버지한테 맞았다. 사정을 말하니까 일단 한 대 치시더라고.”
알투르는 한숨을 쉬었다.
“나보고 한심한 놈이라던데.”
“왜?”
“그딴 끈 진작에 놓았어야 했다고. 왜 미련하게 그걸 못 놔서 그랬냐고 하던데.”
내가 알기로 디오메트 가문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알투르 입장에서야 가문 살리고 출세한다고 그런 거라지만, 가주 입장에서는 또 아니었던 모양.
“아무튼 한심한 놈이라고 두어 대 맞고 왔다. 멍이 안 빠지던데.”
“프리실라한테 다녀와.”
“그냥 두려고.”
알투르의 표정은 그래도 한결 편해 보였다.
뭐, 눈총이야 좀 받겠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마음은 편하겠지.
본인의 선택이니 내가 어떻게 동정하거나 그럴 필요도 없고.
“그나저나, 데인. 이번에 마법 수업 듣나?”
“아니.”
“그, 그래…….”
“왜 시무룩한 표정이야?”
“시, 시무룩하다니! 그런 거 아니야.”
시무룩한 거 맞는 것 같은데.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같이 수업 좀 듣나 했는데…….”
“뭐라고?”
“아, 아냐. 아무것도. 그럼, 수강신청 잘하라고.”
싱거운 녀석.
“마법학부, 궁술학부는 이쪽으로 이동합니다! 모두 정해진 장소에 들어가 있어야 수강신청 시스템이 정상 작동합니다!”
“표식 부여받은 학생은 바로바로 이동하세요! 표식에 적힌 학번이 다르다면 바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교직원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고, 나와 친구들은 제각기 학번이 적힌 표식을 하나씩 받았다.
“신기하다. 이걸로 수강 신청 하는 건가?”
“말로만 들어 보다가 직접 보니까 더 신기하다.”
표식엔 0부터 9까지 입력 가능한 자판이 달려 있었고, 그 위엔 마력으로 글자를 투사하여 출력시키는 수정구가 보였다.
“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모두 주목해 주세요! 이제부터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여 각 마력장 안에서 수강 신청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원하는 전공별로…….”
수강신청 방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단 편의상 몇몇 전공끼리 묶인 학생들이 같은 장소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교직원이 안내하는 순서에 따라 수강 신청을 진행한다.
순서는 전공별로 각 수업의 코드를 나열해 주고, 그 코드를 각자 부여받은 표식에 입력하는 식이다.
“숫자판을 누르라고, 이렇게? 오, 뜬다!”
“진짜 되네. 신기하다.”
자판을 눌러 보니 정말 마력으로 숫자가 투사된다.
“어, 데인. 이거 뒤에…… 너희 큰누나 발명 마크 아니야?”
“그러네.”
큰누나는 지금까지 도대체 몇 개의 물건을 발명했을까.
이런 발명품들이 아카데미 곳곳에서 쓰이는 걸 보면, 못해도 수백 개 이상이 아닐까?
아무튼 강의별 코드는 순서가 되면 그제야 공개되는데, 공개 후 10초의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10초가 카운트되면 재빠르게 입력하여 해당 강의를 쟁취하는 것이다.
“이거 손 빠른 애들만 성공하겠는데.”
“긴장해서 코드 까먹으면 그걸로 끝이잖아.”
“살벌하다, 살벌해. 헷갈리기라도 하면, 어우.”
신입생들도, 이미 겪어 본 재학생들도 치를 떤다.
사실 근데 이보다 공정한 방식이 별로 안 보이긴 한다.
손 빠른 녀석들이 유리하긴 하지만, 적어도 성적순이나 다른 걸로 차등을 두진 않으니.
참고로 여타 부정행위, 다른 사람의 수강신청을 방해하는 걸 막기 위해 마력장 안에서는 마력도 완전히 제한당한다.
“자율전공학부는 검술학부와 함께 이동합니다! 락테일동 1층 대강의실에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검술학부와 같은 공간을 배정받았다.
곧바로 느껴지는 시선.
아카데미 검술회 동아리 전(前) 회장.
콘레드 시온.
노려보는 눈이 너무너무 무서워서 차마 시선도 못 마주치겠다.
“저 선배 이상한데.”
“신경 쓰지 말고 이동이나 하자.”
나 덕분에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고 끈 떨어진 신세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래도 용케 휴학 안 한 걸 보면 용기가 가상하다.
어지간하면 쪽팔려서 휴학할 텐데.
“이게 마력장이구나.”
레일라는 대강의실 입구에 일렁이는 마력장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정말 마력을 제한당한 듯, 흠칫하며 날 바라보았다.
나 역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진짜네. 신기하다. 엄청 수준 높은 마법사가 친 거겠지?”
내 마력은 멀쩡했다.
제한당하기는커녕 온몸에서 멀쩡히 잘 돌고 있었다.
보통 ‘제한’이라 함은 방출을 막거나, 흐름을 강제로 통제하거나, 방출되더라도 제대로 작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건데…….
셋 중 어떤 것도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아마도, 내 고대의 마력 탓이겠지.
일단 난 얌전히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아서 그렇다.
원래 입을 다물어야 할 때는 다물어야 하는 법.
절대 절대 이 이득을 놓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놈의 망할 수강신청.
“데인. 이따 끝나고 웃으면서 보자.”
“오냐.”
온통 사방이 검술학부다. 시선이 느껴졌지만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신경 쓰인다.
저놈, 콘레드.
옆에 있는 놈들과 숙덕거리며 레일라 쪽을 힐끔거렸다.
뭘 하려는 걸까.
“자, 그럼 수강신청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잘 들으시고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주의해…….”
교직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콘레드가 무언가 하려는 게 명백해 보였으니까.
설마 수강신청 방해라도 하려는 건가?
이놈 봐라.
이거, 마력 제한 안 당한 게 잘된 일인데.
나는 서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은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