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0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09화
140. 술 마신 그 녀석들인가?
어느 학부나 그렇지만 언어학부 강의도 전공자가 아니라면 지루하기 짝이 없다.
평소 쓰는 언어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영역까지 파고들며 규칙, 규범 따위를 배우기 때문.
그래서 몇몇은 자신이 사용하거나, 타국의 언어가 이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신기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곤해한다.
“아으, 지루해…….”
“와. 진짜 어렵다. 무슨 놈의 규칙이 이렇게 많아? 표준어는 또 뭐고?”
“난들 아냐. 어우, 나중엔 더 어렵다던데.”
여기에는 전공자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어렵다, 어려워. 나중에 취직도 힘들다던데. 황실 연구원 못 하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가 어디 뭐 언어학부 미래 보고 왔냐. 아카데미 졸업장 따러 왔지.”
한탄 가득한 한숨들.
비인기 학부의 설움이 그대로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입시 컷이 낮은 이런 비인기 학부에라도 입학해 졸업장을 따려고들 한다.
제국 아카데미 졸업이라는 증명서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니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지닌 학생들의 눈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이방인이 있었다.
“근데 쟤는 도대체 뭐니? 왜 우리 학부 강의 와서 듣는 거야?”
“재미있다잖아. 우리 학부 강의가.”
“왜? 우리도 재미없는데?”
“난들 아나. 근데 쟤는 좀 특이하긴 해. 검술, 창술, 마법, 소환술…… 하나만 잘해도 탄탄대로인데 그걸 다 잘하고 이것도 들어.”
“심지어, 이것도 잘한다잖아. 아까 교수님 칭찬 못 들었어?”
데인 소그레스.
화제의 신입생.
그리고 지금 언어학부 학생들을 어이없게 만든 존재.
“쟤네 가문은 도대체 어떻게 교육시키는 걸까?”
“그, 특집에 나와 있잖아. 데인 소그레스 특집. 이번 아카데미 일보. 거기서는 뭐 자상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걸 믿냐? 분명히 엄청난 훈련 프로그램이 있을 거야.”
의심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가운데 데인은 이어서 시작된 2부 강의에서도 연신 교수의 칭찬을 들었다.
“그렇죠. 아주 잘 맞췄어요, 데인 소그레스 학생. 그럼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요?”
“언어의 해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좋습니다. 잘 알고 있네요. 이 단어는 본래 ‘햇살’과 ‘죽음’을 뜻하는, 서로 상반된 느낌의 단어로 구성이 되어 있죠? 이런 걸 봤을 때…….”
단순히 교수가 ‘데인 소그레스’라는 이유만으로 칭찬 세례를 퍼붓는 건 아닌 듯했다.
‘어쩜.’
가장 눈에 띄는 맨 앞자리.
배움을 갈구하는 초롱초롱한 눈.
여기에 한 번 알려준 건 절대 까먹지 않고, 응용하여 이해하는 머리까지.
그야말로 마음에 쏙 드는 학생이다.
심지어는…….
“자, 우리 제국에서 쓰는 언어의 뿌리는 어디일까요? 그리고, 또 이 표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드레니크어와 상당 부분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언어학부 고학년이 아닌 이상에야 이해하기 힘든 걸 정확히 알고 있다.
“언어적인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정확히는 몇몇 단어는 거의 같은 걸 사용하고, 문장의 구성 역시 청유문이나 긍정문에서는 어미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죠.”
“드레니크어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조금 알고 있습니다.”
“허.”
교수는 탄식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싶어 물었다.
“그럼 그 특성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볼 수 있나요?”
이어지는 데인의 물 흐르는 듯한 설명.
“제국의 언어와 드레니크어의 공통된 특성은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특정 영역에서 쓰이는 일상의 단어들이 서로 흡사하며, 그 변화가 규칙적이라는 점. 둘째로…….”
모두 맞는 설명이다.
심지어, 이론만 달달 외워 온 게 아니라 무척 정확한 발음으로 예시가 되는 단어를 말해보기도 했다.
교수는 느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천재가 있나.’
드레니크어는 알테온어와 결이 비슷해 익히기 아주 어려운 언어는 아니다.
하지만 14살이라는 나이이고, 아예 알테온에서 나고 자랐을 텐데 저렇게 드레니크어를 구사한다는 건…….
“훌륭하네요. 무척이나.”
교수가 이런 담백하면서도 가감 없는 극찬을 할 정도.
그리고 안타까웠다.
교수도 데인 소그레스의 수많은 재능에 대해 안다.
그래서 이 지금,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언어라는 학문에 대한 재능이 그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 말이다.
당연하게도 교수가 이럴진대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쟨 도대체 뭘까.”
“아니, 그냥 관심 있어서 들으러 온 거 아니었어……?”
언어학부에서 고학년들이나 배우기 시작한다는 드레니크어.
그걸 저렇게 구사할 줄이야.
데인의 ‘재능’이 의도치 않게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 *
2학기 시작은 순조로웠다.
그냥 물 흐르듯, 별다른 문제 없이 흘러갔다.
강의도 대체로 재미있었다.
갑작스레 변경한 언어학부 수업은 꽤 마음에 들었고, 탐사학부 수업도 흥미롭다.
그리고 이번 2학기는 단순히 아카데미 강의실이나 대련장에서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강의도 있었다.
“금번 창술 강의는 미리 예고한 바와 같이 1박 2일, 야영 수련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다음 날 강의 불참에 대한 증명서 제출은 학사 측으로 문의하시면 되며…….”
바로 잉그리트 교수의 ‘실전창술론’ 야영 수련이다.
아카데미를 벗어나 수도 외곽의 그리 멀지 않은 숲으로 이동, 이곳에서 하루 캠핑을 하며 지낸다.
강의 목적은 별다를 건 없다.
숲에서 야영하며 단체로 수련하고, 협동심과 경험을 쌓는 것.
“자, 다들 이동합니다!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거리를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강의 수강생들은 아카데미를 나왔다.
“나 진짜 엄청 설레!”
“야영이면 그냥 텐트 설치하고 자는 거겠지?”
“모닥불도 피우고! 모험가들처럼!”
다들 들뜬 모습이다.
야영을 간다는 것 덕분인지 아니면 아카데미에서 외출했다는 것 때문인지.
아카데미를 나와 반나절 정도를 걸었을까.
“자, 우리가 1박 2일 동안 캠핑할 장소입니다.”
상당히 큰 숲이 나타났다.
오늘 이곳에서 머무르며 강의를 듣고, 1박 2일 동안 야영하는 것이다.
“이곳, ‘엘피소 숲’은 생각보다 꽤 넓습니다. 숲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하니 개인행동은 엄금하며, 혹 마물이 발견되거나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네, 교수님!”
물론 완벽히 안전한 숲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숲을 다 밀어버리지 않는 이상에야 숲엔 항상 마물이 존재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낮에는 숲에서 대형을 이루어 형식적인 수련을 진행하고, 마침내 모두가 고대하던 야영 시간이 다가왔다.
“근데 텐트 이거 어떻게 치는 거야?”
“몰라. 이거 이렇게 꽂는 건가?”
“엄청 어렵다.”
다들 경험이 없어서인지 설명서를 보고도 힘들어한다.
사실 어쩔 수 없다.
텐트라는 게, 처음 치면 혼자서는 당연히 힘들고 두 명이서도 낑낑대는 거라서.
마법학부라면 마법으로 어떻게든 손을 빌리겠지만, 여기는 창술학부니까.
하지만 난 가능하다.
“저기 봐, 저기.”
“역시 데인 소그레스.”
“우와 손 엄청 빨라.”
마법을 써서가 아니라, 워낙 익숙해서.
전생에서 수백 번을 쳐 봤는데 이런 기초적인 텐트야 눈 감고도 설치한다.
“저, 데인. 괜찮으면 우리 텐트 한번 봐 줄 수 있어……?”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
그래서 난 가장 간단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줘봐.”
바로 모두를 모아 놓고 시범을 보였다.
“여기, 먼저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시작하는 게 중요해. 고정시키지 않으면 계속 움직여서 설치가 어려우니까. 그다음에는…….”
내 친절하고도 세세한 설명 덕에 다들 어찌어찌 낑낑대면서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오, 오. 된다!”
“나도 됐어! 이거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곧잘 따라 하는 모습들을 보니 뿌듯하다.
“데인, 고마워요.”
“아, 교수님.”
그리고 이런 모습에 잉그리트 교수가 다가오더니 싱긋 웃어 보였다.
“내가 했어야 할 일인데, 데인 학생이 대신해 줬네요?”
“별말씀을요.”
“선배가 얼마나 이쁘게 키웠는지, 참.”
참고로 잉그리트 교수는 우리 아버지의 후배다.
“참, 창술은 요새 좀 수련하고 있어요?”
“네, 매일매일요.”
“그래요. 언젠가는 나도 뛰어넘고, 선배도 뛰어넘어야 하니까.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말씀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야영을 마친 뒤, 나는 이후로도 한 차례 모닥불을 피우는 방법을 강의해야 했다.
집에서 안 가르쳤나 싶기도 하면서, 모닥불 하나 피우는 걸로 뭐 저렇게 들뜨나 싶기도 하고.
“자자. 아까 말했던 것처럼 개인행동은 엄금입니다. 반드시 이 영역 안에서만 움직이면서 지내는 겁니다. 너무 늦지 않게 잠들고, 내일 아침 수련 후 다시 아카데미로 출발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야영이 시작되었고, 내가 미리 준비해 간 육포를 살짝 굽고 스튜를 만들고 있자 옆으로 하나둘 다른 녀석들이 다가왔다.
“저, 데인. 같이 먹을래? 보존 음식 싸 왔는데.”
“내 거 나눠 먹을래? 나 물어보고 싶은 게 몇 개 있어서.”
난 딱히 거절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검술학부라면 모를까, 여기는 창술학부니까.
“진짜? 그럼 하루에 몇 시간이나 창술 수련하는 거야?”
“대충 세 시간?”
“그런데도 그렇게 잘한다고……? 너무 억울한데?”
평소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던지 이런저런 질문들이 쏟아진다. 개중에는 아버지에 대한 질문도 꽤 있었다.
“백작님은 어떤 분이셔? 혹시 방학에 가문 돌아가면 나 사인 좀 부탁해도 돼?”
“나도, 나도!”
“혹시 드래곤 테일 실제로 봤어? 어떻게 생겼어? 혹시 만져보기도 했어?”
나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대답해 주는 한편, 아버지는 창을 드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동경하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탁, 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 나쁘지 않다.
여기에 술이 있으면 완벽한데.
“야, 야. 좀 천천히 마셔. 그러다 취하면…….”
“쉿. 조용히 하라니까?”
역시, 어딜 가나 저런 녀석들이 있지.
교수님 몰래 술을 가져와서 먹는 녀석들 말이다.
물론 난 속으로 입맛만 다셨다.
내가 여기서 술을 마시면 아버지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나.
아무튼 그렇게 야영의 시간이 지나가고, 난 텐트에 들어가 오랜만의 여유를 느끼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묘한 기감에 눈이 뜨였다.
느낌이 애매한데.
나는 혹시나 싶어 눈을 비비고 텐트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 텐트 사이를 돌아다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상당히 굳은 표정의 잉그리트 교수였다.
“데인 소그레스 학생?”
잉그리트 교수는 날 보더니 약간 놀란 눈으로 물었다.
“잠든 줄 알았는데, 깼어요?”
“아. 네. 잠깐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
잉그리트 교수는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돌아보는 사이에 학생 두 명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지금 텐트를 모두 돌아보고 있는데…….”
이거…….
혹시 아까 술 마신 그 녀석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