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1화
7. 마법 좀 알려주세요(1)
큰누나에게 들은 적이 없어 잘 몰랐지만 마법사에게 ‘제자’라는 건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는 모양이다.
“마법사는 대개 전승(傳承)이라는 행위를 통해 후계를 양성한다. 카낙서스 이후의 시대부터 이른바 ‘보편적 마법 교육’이 정착되었지만, 현재도 뛰어난 재능의 마법사들은 기존의 유명한 마법사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후에 선대 마법사가 사망할 경우 그 마력을 이어받아서…….”
나는 책을 탁, 덮었다.
예컨대 이거다.
시드레인은 단순한 의미의 제자가 아니라 이른바 ‘후계자’를 찾는다는 것.
8체인씩이나 된 마법사가 이제 와서 후계자 운운한다는 건, 그만큼 눈이 높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그건 내 재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된다.
화르륵.
손을 펼치자 단숨에 재배열된 마력으로부터 화염구 마법이 펼쳐졌다.
확실히 서클 없이 체인급의 마법을 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야기를 들으니까 뭔가 몸에서 휘도는 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난 누나가 보고 싶을 때 연락하라고 준 수정구를 꺼내 마력을 주입했다.
잠시 후,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막내니?
반가웠다.
“누나,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아냐. 나 지금 교수님이랑 막 연구 끝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어! 우리 막내, 무슨 일이야? 누나 보고 싶었어?
“응. 보고 싶었어.”
-쓰읍. 건성 같기도 하고.
“아닌데. 진짠데.”
-역시, 우리 막내는 달라. 클레어 고년은 요새 코빼기도 안 비치고…….
역시, 자매 사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 막내,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는 큰누나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큰누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데인 네가 체인급 마법들을 썼다고?
누나는 일단 마탑주에게 제자 제안을 받은 것보다 내가 마법을 쓴 걸 더 놀랍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응. 하니까 되던데.”
-하니까 됐다고……?
큰누나의 헛웃음이 들려왔다.
-우리 교수님이 들으면 난리 나겠는데? 흐음…… 우리 막내 마력 친화도가 안 그래도 높았긴 했지만 이건 예상외인데…….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는 일이 없는 큰누나가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확실히, 대단한 게 맞긴 한 것 같다.
“서클은 순환과 정제를 담당하잖아. 그런데 내 마력이 이미 정제할 필요 없이 순도가 높아서 그런 거 아닐까?”
-가능성 충분한 가설인데? 실험 한번 해봐야겠다. 데인, 이따가 누나가 네 방 전송장치에 샘플 담을 마력석 보낼 테니까 거기다 네 마력 좀 담아서 보내볼래?
“응. 그럴게.”
역시 누나다.
이렇게 빠르게 뭔가 알아채고 행동에 옮기다니.
사실 내 마력이 뛰어난 건 맞다.
하지만 마법에 대한 이해나 이론 측면에서는 난 큰누나를 따라잡을 자신이 전혀 없었다.
참고로 큰누나는 현재 26살임에도 무려 6체인에 도달했고, 여기에 수많은 실용적인 아티팩트를 개발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물론, 누나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불티나게 팔려 나가며 귀족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명하다고 한다.
듣기로는 누나가 만든 물건 중 웃돈을 줘도 못 구하는 물건들이 많다던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음질과 연결 속도를 크게 개선시킨 데다 휴대 가능한 사이즈로 줄인 이 콤팩트 수정구다.
그리고 방금 말한 전송장치 역시 마찬가지.
누나는 아무래도 아티팩트와 마법 물품 개발 쪽으로 진로를 잡은 것 같았다.
뭐, 마법사이자 발명가 누나도 좋지.
-그나저나 1체인이긴 해도 체인급의 마법을 그렇게 쓰다니…… 조만간 아카데미 오면 난리 나겠는데?
“나 가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데.”
-그럴 순 없지. 재능이 뛰어나면 눈에 띄는 법이거든. 그래도 혹시 괴롭히는 놈 있으면 말해! 큰누나가 아주 작살을 내 줄 테니까!
그거 참 살벌하면서도 든든하다.
치근대면서 몸에 손을 댄 남학생 코뼈를 날려 버린 사람이 바로 큰누나였으니까.
그 남학생이 아마 드웰 공작가 차남이라던가?
큰누나는 무척 흥미롭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혹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데인 네 마력이 더욱 정순해지는 건가? 서클 없이도? 이건 좀 지켜봐야겠다. 앗. 데인, 나 교수님 호출 들어온다. 에이 씨, 이럴 줄 알았으면 교수님한테 공짜로 주지 말고 수정구 돈 받고 파는 건데…….
음.
아카데미 교수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큰누나가 저럴 리 없을 텐데.
아니면 그냥 성격이…… 으음. 입밖으로 내면 안 되는 말이다.
-나 가볼게!
“응, 누나. 또 연락할게.”
-응! 마력석 꼭 보내고!
수정구가 다시 잠잠해지자 나는 수정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어쩌면 전에 없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아니, 어쩌면이라기보단 분명히 그렇다.
마력을 끌어올려 보았다.
너무도 익숙해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게나 밀도 높고 정순한 마나라니.
“이 안에 드래곤 심장이라도 있나.”
고대 마법 왕국 아르카나는 증거라도 있지, 드래곤은 실존 증거 자체가 아예 없는 동화 속의 존재.
말도 안 되는 실없는 생각에 피식거린 나는 시드레인을 떠올렸다.
노인네, 아마 지금쯤 골골 앓고 있을 것이다.
마력 역류는 마법사들에게 자칫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위험한 현상.
그런 상황에서 마법을 쓴 걸 보니 마탑주는 마탑주다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을 것이다.
그럼 한동안 더 머무른다는 소린데.
뭐,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이긴 하다만…….
“가만.”
나는 아직 2체인급 마법에 대한 재배열 코드를 잘 모른다.
큰누나가 아카데미로 떠난 후 이전처럼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 때문.
이렇게 수정구나 편지 등으로 연락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재배열 코드는 가르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분야니까.
그렇다고 1년에 한두 번 본가로 돌아오는 누나 붙잡고 하루 종일 코드 알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때문에 시드레인을 숲에서 구해주고 해독까지 시켜 준 ‘빚’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걸로 마법 코드나 좀 알려달라고 해 볼까?”
내가 또 빚은 안 까먹는 성격이지.
전사하지 않는 이상 전쟁터에서도 다 받아내던 성격이었거든.
* * *
시드레인은 끙끙 앓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주 미량이나마 마력을 일으킨 게 문제가 된 것 같았다.
“죽겠군, 죽겠어.”
원래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만 요양하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곱절은 더 걸리게 생겼다.
그 녀석이 제자 한다고 선뜻 받아들이기만 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도대체 뭘 제시해야 하는 거지?”
어마어마한 아티팩트를 제안해 볼까?
아니면 대대로 전승되어 현재 자신만이 아는 전승마법을 알려줘 볼까?
‘아냐, 너무 커.’
그랬다가 먹고 튀기라도 하면 대책이 없어진다.
재능을 봐선 나중에 그걸 더 발전시켜 청출어람 아닌 청출어람도 실현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렇다면…… 추천장?”
아카데미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유력자에게 추천장을 받으면 아카데미 입학 성적에 반영되니까.
하지만 마탑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제자 하라는 걸 거절한 마당에 추천장이 뭐 대수겠는가?
무려 전쟁영웅 소그레스 백작의 막내아들인데.
심지어 큰누나는 역대급 마법 천재라 불리고 작은누나는 잘은 모르지만 역시 소환술사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 모양.
‘이럴 게 아니라 이 집안의 유전자를 연구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시드레인의 귓가에 노크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접니다, 데인 소그레스.”
“……!”
시드레인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혹시 사과하러 왔나?
아니면 마음이 바뀌어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 그래.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데인이 나타났다.
여전히 더럽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음. 죽겠네. 어우, 나이가 드니 삭신이 좀 쑤셔야지. 아까 무리하게 마력을 사용하는 바람에…… 아구구.”
누가 보면 마탑주가 아니라 하루종일 일하다 온 중늙은이로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정심 유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게 안 한다니까요.”
“……텄군, 텄어.”
시드레인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물었다.
“마법에 관심이 없는 건가?”
“아뇨.”
“그럼 왜 내 제자가 안 되겠다는 거야! 가만, 설마 이미 다른 녀석이…….”
“아닌데요.”
“……그럼 도대체 왜?”
데인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마법사 하나로 제 진로를 고정시키기 싫습니다.”
그럼 뭘 하겠다는 건가.
“진짜 마창사라도 하겠다고?”
“아뇨. 마창암살소환술사요.”
시드레인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날 놀리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뭐 저런 듣도 보도 못한 말을 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데인은 한술 더 떴다.
“여기에 검사도 할 겁니다.”
“망할.”
마법 배우는 놈들 중에 몇몇은 머리가 어떻게 된다더니.
딱 그거 같았다.
전쟁터에서 구르며 사람 상대를 지겹게 해본 데인의 전생을 모르는 이상 그럴듯한 추측이긴 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데도?”
“네.”
“어이구…….”
시드레인은 진짜 앓는 소리를 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어서 물었다.
“혹시 추천장에 관심 없나?”
“추천장이요?”
됐다. 관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추천장.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면서? 나 정도 사람이 써 주면 귀찮은 입학 시험도 패스할 수 있고, 거기에 시작부터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시작하는 거라 할 수 있지.”
데인은 잠시 고민했다.
시드레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
그리고 이내 위아래로 움직이는 고개.
“네, 그거 좋겠네요.”
“그, 그치! 이제야 알아듣는군!”
시드레인이 쾌재를 불렀다.
데인이 물었다.
“혹시 그거 받고 다른 것도 부탁해도 될까요?”
“그럼! 얼마든지! 뭐든 들어주지! 사실 추천장이 대수는 아니거든! 으하하!”
“2체인 마법 마력 재배열 코드가 궁금한데, 그것도 괜찮을까요?”
전혀 어렵지 않다.
숲에서 길을 잃고 버섯 먹고 골골거리는 신세지만 이래 봬도 무려 8체인 마법사에 마탑주다.
“커흠. 나는 존재하는 모든 2체인 마법의 재배열 코드를 알고 있지.”
“잘됐네요.”
“후후, 그래. 아주 잘됐지.”
역시 어린애다.
아카데미 입학 추천장.
그리고 2체인 마법 재배열 코드.
골백번도 더 내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수업은 바로 시작할까? 지금 상태가 좀 안 좋긴 해도 그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지!”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좋아.”
시드레인이 마침내 됐다는 듯 이불 사이에 숨겨둔 주먹을 불끈 쥐던 그때였다.
“그럼 이걸로 숲에서 구해드린 빚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뭐라고?”
“저번에 그러셨잖아요. 빚을 졌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보라고.”
“…….”
시드레인은 순간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 그럼 그거 아닌가요?”
놀아났다.
그것도 완전히.
이 14살밖에 안 된 꼬맹이한테!
몸은 14살처럼 안 보인다만, 어쨌든!
“비, 빚은 한 개야!”
“숲에서 구해드린 거 하나, 해독해드린 거 하나. 원래 여기까지 업고 온 것까지 추가하려고 했는데, 그건 뭐 서비스로 할게요.”
시드레인은 깨달았다.
뒷골이 당긴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