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1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15화
145. 재판(1)
어디에서든 ‘재판’이라는 행위는 상당히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행위다.
서류 제출이 필요하며, 재판이 필요한 사건인지 따져 보고, 이후 오랜 논의를 거쳐 열리기 때문.
그래서 사람들은 재판을 하기보다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거나, 권위 있는 중재자를 끼워 적당한 결론을 내리길 원한다.
아카데미라면 더더욱 그렇다.
학생들 간의 일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가문의 명예와 직결되는 일도 많아 그렇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재판이 확정되었고, 사건 발생 닷새 만에 공판 기일이 알려졌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아카데미 중앙동, 어지간하면 쓰일 일이 없는 재판정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진짜 살다 살다 신기한 구경도 해 보네. 아카데미에서 재판도 하다니.”
“그러게 말이다. 이거 거의 10년 만이라던데.”
“고발자가 데인 소그레스잖아. 그러니까 그렇지. 소그레스 백작가 자제가 고발장까지 정식으로 제출했는데 그걸 미쳤다고 덮냐?”
사람들의 말처럼, 재판이 이렇게 신속하게 진행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다섯 명이 한 명을 2시간 동안 무자비하게 폭행한 데다, 억지로 포션까지 먹혀 회복시켜 다시 폭행한 사건.
사건의 질도 질이지만, 정식 고발장을 제출한 사람이 소그레스 백작가의 데인 소그레스라는 점이 주효했던 것.
“들어보니까 그 폭행당한 애가 원래부터 걔들한테 엄청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나라면 그냥 자살한다. 폭행당한 애가 데인 친구라던데.”
“제정신인가? 안 걸릴 줄 알았나?”
“왜, 맨날 괴롭히다가 이제 못 괴롭히니까 못 참았던 거지. 쯔쯔.”
때문에 가해자들에 대한 동정의 여론조차 일지 않았다.
애초에 저지른 짓에 참작의 여지조차 없었거니와, 행여나 변호했다가 눈총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큼, 크흠. 주교님 입장하십니다.”
그때 교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재판정으로 한 중년의 사제가 들어섰다.
제국 성교회에서 이번 사건의 판결을 위해 파견한 제국 중앙 성교회 주교, 아카드 페이온이었다.
“왜 성교회에서 판결하는 거야?”
“그야 아카데미 안에 있는 사람이 공정한 판결을 내리긴 어려울 테니까.”
아카데미 교수든, 교직원이든, 심지어 학장이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 모두가 귀족가와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기 때문.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신성력에 몸을 귀의하여 살아간다는 사제들, 그중에서도 권위 높은 주교급의 인물이 판결원으로 나선 것이다.
정확히는, 황실에서 지정한.
“모두 정숙해 주십시오.”
일순 조용해지는 재판정.
그리고, 곧이어 들어서는 가해자들.
포승줄에 묶이거나 한 건 아니지만, 좋은 실력을 자랑하는 아카데미 경비대가 사방을 에워싼 채였다.
주동자, 브론 사우어.
그리고 엘라드 데린저를 비롯한 나머지 넷.
그들은 떨고 있었다.
‘이, 이렇게나 사람이 많아……?’
‘아, 아버지가 어떻게든 정학이나 근신 처분으로 끝내주실 거야.’
‘데인 소그레스 그 개자식만 아니었어도…….’
‘어니스트 이 새낀 어디 있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인지, 떨면서도 속으로는 자신들이 풀려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 아버지는 어디 계시지?’
‘하인은? 집사장이 안 왔나?’
‘왜 아무도 없는 거야?’
다섯 피고 모두, 자신의 가문 사람을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변호해 줄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럼,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소이다.”
마침내 시작된 재판.
아카드 주교는 다섯 가해자를 힐끗, 바라보더니 물었다.
“피고 다섯에게 묻겠노라. 그대들은 닷새 전, 탐사학부 1학년 어니스트 딜런에게 접근하여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간 뒤, 이후 2시간여 동안 폭행하여 중태에 빠뜨린 사실에 대해 인정하는가?”
브론이 재빨리 대답했다.
“일부 동의하나, 몇몇 사실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곧바로 웅성거림이 일었으나 아카드 주교가 손을 들자 곧 잦아들었다.
“어떤 사실에 동의하고, 어떤 사실에 동의할 수 없는가?”
아카드 주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조금 묵직해졌지만, 브론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대답했다.
“저희와 어니스트는 어릴 때부터 함께 놀았던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끌고 간 것이 아니고 어니스트가 그냥 따라온 것입니다.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나, 어니스트가 저희를 먼저 도발하여…….”
침도 안 바르고 술술 거짓말이 나오는 모습.
“맞습니다. 어니스트와 저희는 친한 친구 사이예요!”
“그냥 친구끼리 좀 치고받다가 감정이 격해졌을 뿐입니다.”
“포션을 먹인 건, 어니스트가 좀 약골이라서 툭툭 몇 번 친 것뿐인데 기절해서 급하게 먹인 겁니다.”
“그러다 어니스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우리를 다시 도발하는 바람에 그만…….”
기다렸다는 듯 동조하는 모습은 한편으론 무척이나 필사적으로 보였다.
“허어.”
“저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때문에 사방에서 터지는 탄식.
참관하러 온 몇몇 교수들도 저게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죄를 인정하고 조아려도 모자랄 판인데.
아카드 대주교는 그 말에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재판을 열 것도 없는 아주 가벼운 사건에 불과하군. 고향 친구들끼리 서로 놀다가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니.”
브론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물론 어니스트의 육체적, 정신적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럼 묻겠다.”
그 순간, 서서히 바뀌던 아카드 주교의 목소리가 기점을 넘어 완전히 묵직해졌다.
“가벼운 사건을 겪은 어니스트라는 피해자가 사흘이나 기절해 있고, 증언을 듣기로는 따라간 게 아니라 처음부터 협박하여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갔다더군. 남들이 보기엔 친한 척,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이야.”
아카드 주교는 어니스트의 증언이 적힌 종이를 들어 보였다.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적힌 그 종이엔 어니스트가 그간 당한 일들이 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심지어, 고향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일까지.
“피해자의 증언대로라면 브론 사우어, 그대가 어린 시절부터 주동하여 어니스트를 수천 번에 걸쳐 괴롭혔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난 적힌 대로 읽을 뿐이다. 물론, 지금 사건이 아니지만.”
아카드 주교는 그러면서 물었다.
“아울러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은 포션이 서른 개 하고도 다섯 개였다. 일반적인, 특히 검술학부라면 굳이 그 값비싼 포션을 여러 개 들고 다닐 이유가 없지. 이는 포션을 먹여 회복시킨 뒤 폭행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명백함으로 보인다.”
“그, 그건…….”
브론은 순간 안절부절못하다가 다급하게 엘라드를 지목했다.
“에, 엘라드 때문이었어요! 엘라드가 마침 포션 공부에 흥미가 생겨서…… 엘라드가 챙겨 온 겁니다!”
“마, 맞습니다!”
하지만 아카드 주교는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포션의 일련번호를 추적해 보니 모두 사우어 백작가의 이름으로 직접 구매하여 아카데미로 배달되었더군.”
“아, 아아! 잊고 있었어요! 그건 제 친구가 공부한다고 하니까 제가 그냥 사다 준 겁니다!”
“마, 맞아요! 브론이 사다 준 거예요!”
아카드 주교의 목소리는 더욱 묵직해졌다.
“그럼 포션에 대해 아는 모든 걸 이야기해 보겠나? 지금 이 자리에서? 엘라드 데린저?”
“……그, 그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공부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일반적으로 공부를 한다면, 서적부터 구매하여 이론부터 익히는 게 시작이지.”
아카드 주교가 쐐기를 박았다.
“구매 후 한 달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포션의 실물이 아니라.”
“…….”
“여기, 검술학부 교수가 계시오?”
“……여기 있습니다.”
에스테란자 교수였다.
“에스테란자 교수, 맞소?”
“맞습니다.”
“그럼 묻겠소. 에스테란자 교수. 검술학부 학생들이 수십 개의 포션을 한꺼번에 들고 다닐 이유가 있소?”
“이, 일반적으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엘라드 데린저 학생은 선한 학생입니다. 아마 학부생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려 한 게 아닌지…….”
“에스테란자 교수, 본인이 말하면서도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에스테란자 교수는 흠칫했다.
“……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내가 묻는 건 사실이오. 추측이 아니라. 어쨌든, 일반적인 경우에는 아니라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알겠소.”
에스테란자 교수는 마치 완전히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다시 앉았고, 이는 브론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아카드 주교가 다시 말했다.
“포션을 준비한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보아도 되겠나?”
“…….”
“대답하지 않는군.”
아카드 주교는 상관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심지어 어니스트 학생이 기절해 있는 사이 피해 회복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없었다. 피고들이 말한 대로 친구 간의 싸움이었다면, 기절 직후 멈췄어야 하는 게 정상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그, 그건 너무 흥분하여서…….”
“내가 물을 때만 대답하도록, 피고.”
“…….”
상황이 완전히 다섯 명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아카드 주교가 말했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의 증언을 들어보겠다.”
웅성임이 이는 가운데 들어선 사람은 바로 어니스트였다.
어니스트는 무척이나 침착한, 그러나 아주 피로해 보이는 표정으로 들어서더니 선서했다.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는가?”
“아카데미와, 제 가문과, 이 제국에 맹세합니다.”
“그럼, 당시의 일을 증언하도록.”
그리고 이어지는 어니스트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저를 강제로 끌고 가 도착한 직후 폭행이 시작되었으며 신체 모든 부위에 가리지 않고 폭행이 가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음 대목에서 탄식을 흘렸다.
“제가 기절하면 포션을 먹여 외상을 회복시킨 뒤 강제로 깨웠고, 직후 다시 폭행을 가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제가 기억하는 것으로만 최소 네 번입니다.”
끔찍한 증언에 모두가 욕을 퍼부어댔다.
“이런 미친…….”
“저런 찢어죽일 놈들!”
“니들이 그러고도 명예를 중시하는 검술학부냐!”
브론 패거리는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재판정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고 있었다.
“정숙하시오.”
아카드 주교가 이들을 진정시켰으나, 마치 폐기물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은 그대로였다.
차마 그 시선을 받아낼 수 없어 패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숙였다.
“계속하도록, 어니스트 딜런.”
그때였다.
‘이대로 가면 무조건 퇴학이다.’
브론은 물고 늘어질 작정으로 다급하게 외쳤다.
“어, 어니스트가 저희에게 상해를 입혔습니다! 활로요! 활을 쏴서요! 에란드의 어깨가 꿰뚫렸고, 오웬의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희를 죽일 의도가 명백했습니다!”
그 말에 순간 재판정이 고요해졌다.
브론은 자신의 말이 먹힌 줄로만 알았다.
아카드 주교가 물었다.
“어니스트 딜런, 증언서에 적혀 있으나 다시 묻지. 저 말이 사실인가?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도록.”
“예. 사실입니다.”
“그럼 이번엔 브론 사우어, 피고에게 묻지. 이유 없이 명백히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만든 상대에게 저항하여 칼을 뽑았다면, 이는 죄인가?”
“그, 그것이 저희도 죽음의 위협을 느껴서…….”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도록.”
“…….”
아카드 주교는 대답하지 않는 브론을 두고 고개를 저었다.
“제국에선 그런 걸 두고 ‘정당한 방어’라 부르지. ‘죄’라고 하지 않고. 알아들었나, 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