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2화
7. 마법 좀 알려주세요(2)
시드레인은 결국 예정과 다르게 소그레스 백작성에 한동안 머무르게 되었다.
회복도 회복이지만 데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럴 때는 이놈의 마탑주 체면이라는 게 참 싫었다. 자기가 은혜를 갚겠다고 했으니 자업자득은 자업자득이다만…….
‘젠장, 제자 한다는 줄 알았지!’
어쩐지 치욕스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꼬맹이한테 말려들다니.
당장 시드레인은 자신의 제자가 되겠다며 찾아오는 마법사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먼저 사제 관계를 제안한 것이다.
심지어 뭐든 약속하면서!
하지만 사제 관계는커녕 추전장이나 써 주게 생겼고, 2체인 마법 재배열 코드나 알려주게 생겼다.
“참으로 당돌한 녀석이야. 응?”
하는 수 없다.
시드레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걸로 호감을 쌓는다면 언젠가 좋은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마탑주 체면 운운하기에는 너무도 어마어마한 재능이자 마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숭고한 사명감마저 든다고 해야 할까.
“이런 녀석은 무조건 마법에만 매진하게 해야지.”
서클 대신 코어를 만든 게 뭐 대수겠는가.
코어 없이도 체인급의 마법들을 썼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저 정도 정순하고 밀도 높은 마력은 난생처음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사상 최초로 서클 없이 엄청난 수준의 마법사로 성장할지도 모를 일.
“지금부터 설명하는 2체인의 마법 재배열 코드는 무척이나 복잡하다. 사람에 따라선 이것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수두룩하지. 그러니 두 눈 크게 뜨고 귀 활짝 열고 듣거라.”
“네.”
때문에 시드레인은 자신의 위엄을 최대한 내세우며 2체인 마법의 재배열 코드에 대해 최대한 ‘어렵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2체인 마법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1체인과는 차원이 다른 복잡함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수식적인 면에서도 단순계산을 넘어 주변의 상황을 판단하고 현재 자신의 마력과 대기 중 마력의 농도, 자신의 몸 상태까지 모두 계산한 후에야 발동하는 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법을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무척이나 복잡하고…….”
그러니까 내가 굉장히 대단한 것을 알려 주고 있음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 셈.
시드레인은 데인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며 확신했다.
‘흥, 조금만 쉽게 풀어서 설명해 달라는 말이 나오게 해 주지.’
8체인 마법사답게 이론이라면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었다.
“첫 번째. 마력이란 자연 상태의…….”
그렇게 시드레인의 지루한 강연이 1시간쯤 이어졌을까.
“이것으로 기본적인 설명 제1장이 마무리되었다. 이해되었느냐?”
데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마법과 마력, 그리고 재배열이라는 정의에 대해 정말 상세하게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으응?”
“2체인 마법 재배열 코드만 생각했었는데, 전혀 예상지 못하게 지식을 정리하고 가네요.”
예상과는 다른 대답이 돌아오자 시드레인은 당황했다.
“마법의 재배열 법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거라.”
“첫 번째로는 공존성입니다. 마력은 공간 내 물질, 혹은 다른 마력과도 언제나 공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마법사들은 주변의 마력과 자신의 정제한 마력을 공존시켜 마법을 발동시킵니다.”
이번엔 데인의 이론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보존성입니다. 인위적인 마력이 더해지지 않는 이상 존재하는 한 덩이의 마력은 그 양이 보존됩니다. 세 번째로는…….”
시드레인이 말한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야기하는가 하면, 나름의 해석까지 더해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고유한 성질에 충분히 수렴한 마력은 그 성질과 비슷한 성질을 띠게 되며, 이로 인해 각 원소별 속성의 마법이 발현됨을 알 수 있습니다.”
시드레인은 어이가 없었다.
‘졸거나 딴짓하는 것 같진 않았는데…….’
경험상 애들은 1시간은커녕 30분만 지나도 배배 꼰다.
지루한 마법 이론 수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녀석은 가만 보니 시작부터 지금까지 앉은 채로 필기만 했을 뿐, 한눈을 팔거나 지루하다는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즉, 충실하게 강연을 들었다는 이야기.
참고로 시드레인은 이론 강의 한 번으로 수업에 참여한 학생 전원을 수면 상태에 빠뜨린 전적이 있었다.
“흐음, 그렇구나.”
시드레인은 곁눈질로 슬쩍 데인의 필기용 종이를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내용 없이 자신이 설명한 이론들로 빼곡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재능 넘치는 녀석들은 종종 재능을 과신한 나머지 이론을 등한시하고 기본기를 외면한다.
그럼 결국 꾸준히 하는 녀석들에게 밀린다. 노력과 행운이 더해져야 재능이라는 건 비로소 제 역할을 하기 때문.
그런데 이 데인이라는 녀석은 사뭇 다르다.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능으로 배우고자 하는 열의도 넘쳐난다.
심지어 자신의 이론 수업에 버티는 인내심까지.
그렇다는 건?
‘넌 내가 무조건 제자로 삼는다.’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
“크흠. 이해도가 아주 뛰어나구나. 훌륭해. 혼자 공부한 것이냐?”
“누나가 알려 주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독학한 것도 있습니다.”
독학이라니.
아주 어릴 때부터 전담 교사가 달라붙어서 밀착 케어를 해도 될까 말까 한 게 바로 마법사라는 직업.
어떻게 된 게 꼬셔야 할 이유만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다.
여하튼 시드레인은 더 이상 이론을 설명할 명분이 없어 곧바로 2체인 마법의 재배열 코드 설명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마력을 간단히 활용하는 ‘마법’이라 불리는 것들은 사실 마법이라 부르기가 좀 그렇다. 마력의 흐름을 캐치하고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발동이 가능한 셈이니까. 마력탄이 그렇고, 마력을 흩뿌려 주변 공기를 간단히 정화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데인이 티렌 형제를 혼내줄 때 썼던 바로 그 마력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체인급의 마법으로 들어서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지는 코드기 때문이지. 체인의 단계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코드의 복잡함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시드레인은 곧바로 시범을 보였다.
허공에 손을 휘젓더니 마력의 실들이 나타나 서로 얽히기 시작했다.
“가령, 1체인은 이런 식이지.”
사각의 격자로 얽히기 시작한 마력의 실들은 일견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렇다.
1체인 마법의 코드 재배열은 간단한 규칙만으로도 시전 가능한 식.
물론 마법적 지식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만, 그래도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2체인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복잡함은 비교조차 할 수 없지.”
시드레인이 손을 휘젓자 격자를 이루던 마력의 실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얽히며 도무지 특정 지을 수 없는 형태로 변해가는 마력의 실들.
“이것이 바로 2체인의 마력 재배열 코드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건 너무 오래 사용한 나머지 군데군데 끊긴 그물 같은 형상이었다.
척 보기에도 복잡한 나머지 멀미마저 유발할 것 같은 얽힘들.
“어떻느냐? 이것은 2체인의 화염 마법 ‘불꽃 화살’을 구성하는 재배열 코드다. 참고로 여러 개를 쏘아낼 경우, 이와 같은 코드를 그만큼 더 만들어 내야 하지.”
“…….”
데인은 말없이 마력의 실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드레인은 속으로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좀 놀랍겠지. 2체인 마법들의 재배열 코드를 본 적은 없을 테니까.
아마 한참을 보다가 어렵다며 인상을 찌푸릴 테다. 지금까지 가르쳤던 녀석들 모두가 예외 없이 그랬으니까.
이 재능 넘치는 녀석이 당황하는 걸 보기 위해서라도 시드레인은 얼마든지 기다릴 용의가 있었다.
“꽤 복잡하게 보이지 않나? 보통 1체인 재배열 코드들에 대한 규칙을 마스터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후, 최소 1년은 지난 후에야 2체인 재배열 코드를 약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시드레인은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속으로 히죽거렸다.
아무리 잘해 봐야 코드의 일부 정도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규칙.
제멋대로 얽혀 있는 것 같아도 그 안엔 규칙이 존재한다. 이른바 공식. 그걸 발견하지 못한다면 별 소용이 없을 테다.
‘대충 일주일 정도 간을 좀 보다가 슬쩍 비법을 알려 줘야겠군.’
시드레인이 치사한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다 이러니까. 이론을 이해하는 공식과 법칙은 일종의 밑천이다.
하지만 데인의 입이 열리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번 해봐도 될까요? 재배열 코드 구성이요.”
“응? 네가?”
“네.”
시드레인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데인은 곧장 손을 휘저어 마력을 실 형태로 방출시켰다.
그 과정부터 시드레인은 경악했다.
일정한 굵기와 길이의 실 형태로 마력을 방출하는 건 기본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일.
사실 이건 별다른 물리적인 효과는 없다. 어디까지나 강의나 가르침에서 쓰이는 용도다.
하지만 복잡하게 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에 기본적으로 센스와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1체인이죠.”
데인은 그런 고정관념을 사뿐히 제쳐 주고 격자 모양으로 실을 엮어냈다. 훌륭했다.
각 격자는 모두 같은 크기의 완벽한 정사각형을 구현하고 있었다.
시드레인은 멍하니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자신이 뭘 보고 있는 건가.
단순 재배열과 재배열하는 것을 보여 주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긴데.
하지만 놀라움은 그게 끝이 아니다.
“그리고 이게 방금 보여주신…….”
격자로 촘촘히 얽힌 마력의 실이 꿈틀거리더니 시드레인이 보여 주었던 것처럼 지저분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세상에…….’
분명한 ‘규칙성’을 지닌 채 움직이는 마력의 실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코드의 형상은 시드레인이 방금 보여 주었던 ‘불꽃 화살’의 재배열 코드 형태였다.
“‘불꽃 화살’의 재배열 코드, 맞죠?”
“…….”
맞다.
그것도 완벽한 재배열 코드다.
시드레인이 멍하니 물었다.
“어떻게…… 만들었나?”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규칙성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 규칙성을 중심으로 배열하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14살에 3체인, 심지어 4체인 마법도 구현하는 마법사들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2체인 마법의 재배열 코드를 ‘딱 한 번만’ 보고 바로 구현해내진 못했었다.
천재라 불렸던 시드레인 본인이 바로 그 산증인이니까.
그런데 이 녀석은 해냈다.
서클 하나 없이, 그것도 2체인 마법 재배열 코드를 딱 한 번 보고서 그 규칙성을 깨달은 것이다.
심지어…….
“한번 시전해 볼까요?”
데인은 그렇게 말하더니 마력의 실을 흩어버렸다.
잠시 후.
화르륵-!
허공에는 타오르는 불꽃의 화살이 나타났다.
“와, 된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는 데인.
시드레인은 허탈해졌다.
그리고 부러워졌다.
자신의 저런 재능이었다면-
꿈의 경지라 불리는 9체인에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서클 없는 마법사라…… 다른 녀석들이 알면 난리가 나겠군.’
시드레인은 이 사실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려지는 순간, 온갖 놈들이 달라붙어 귀찮게 할 테니까.
적어도 자신의 제자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럴 생각이다.
‘아카데미 추천장을 어떻게 쓸지 고민해 봐야겠군.’
니륵시온의 마탑주, 시드레인.
그가 난생처음으로 자진해서 추천장을 쓰기로 마음먹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