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2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23화
151. 나는 성장했어(1)
레일라는 그 어느 때보다 침착했다. 비단 예상이 먹혀들어 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을 벗어나는 일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아.’
레일라는 그간 실력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정확히는, 작년 당테르컵 이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검술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객관적인 실력 평가를 받기보단 항상 데인의 ‘잘하고 있다’라거나, 혹은 ‘자신감을 가져라’ 정도였다.
그래서 레일라는 막연히 자신의 실력이 올라갔을 것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지 얼마만큼 올라갔고 누군가를 이길 정도가 됐는지는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한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뭐야 도대체!”
답답한 나머지 콘웰이 검격을 교환하다 버럭, 소리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깔봤던 레일라의 실력이 예상외라는 증거.
물론, 아주 깔보지는 않았다.
다만 결승에서 데인을 상대하는 만큼 최대한 몰아붙여서 초장에 끝장을 내겠다는 전략이 안 먹힌 것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고작 1년 전의 레일라가 소년·소녀부 우승을 거머쥐긴 했지만, 그때 본 레일라의 실력은 콘웰에 크게 못 미쳤다.
나이의 문제였다.
수련한 기간이 몇 년은 더 기니까.
그런데 1년 사이에 이렇게 성장했다고?
카앙!
방금 또 한 번, 자신의 공격을 튕겨내고 매서운 찌르기를 선보일 만큼?
서걱.
잘려 나가는 옷깃.
이번엔 살점이 아니었으나 간담이 서늘해지기엔 충분했다.
‘된다.’
레일라는 속으로 환호하려다 꾹 참으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여기서 똑같이 흥분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게.
마치 데인처럼.
‘신기하단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매번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의 영역을 넘어서서 체념하게 만드는 자신의 친구, 데인을 떠올린 레일라.
지금쯤 지켜보고 있을 테지.
‘나는 성장했어.’
두 개였다가 얼마 전 세 개가 된 코어.
하지만 레일라의 트리플급은 이미 다른 트리플급과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당연히 데인만큼은 아니지만 데인의 실전에 입각한 검술론을 받아들였고, 아주 약간이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또한 마력을 다루는 방법 역시 처음부터 제대로 익혔으며, 데인에게서 침착함이 무엇인지도 어깨너머로나마 배웠다.
그 결과-
트리플급이 대회 2연패에 빛나는 쿼드급의 콘웰에 전혀 밀리지 않는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
물론, 콘웰이 지나치게 초조해졌고 현재 흥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나…….
실전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결국 마지막에 서 있는 자가 승자다.’
언젠가 데인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가운데 콘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부르짖었다.
캉, 스컹!
“왜, 어떻게, 막아내는, 거야!”
심지어,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지금까지 검에 들어가던 일정한 힘 대신 갑자기 강한 힘이 들어갔다.
검사의 기본.
적당한 근력으로 휘두르고, 찌르는 것.
이젠 그것조차 잊을 만큼 초조하고 흥분한 상태가 된 셈.
“오오!”
“마침내!”
“콘웰! 그대로 몰아붙여!”
그 순간 공격을 받아낸 레일라가 휘청이며 관중들의 환호와 우려 섞인 탄식이 터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데인만은 이 모든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며 중얼거렸다.
“지금.”
레일라 역시.
‘지금.’
그 순간 데인과 같은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몸을 휙, 틀었고.
콘웰이 힘을 못 이겨 앞으로 기우뚱하고, 레일라는 오히려 그 힘을 역이용해…….
서걱!
제대로 베어 버렸다.
콘웰의 허리를.
“……컥.”
순간 사방에서 비명과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세상에!”
“방금 뭐야! 아케우스가 당한 거야?”
“테르미온! 테르미온! 테르미온!”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승 후보이자 준결승 따위야 가볍게 통과할 것 같았던 콘웰이 오히려 두 번이나 공격당했다.
단 한 번의 공격조차 성공시키지 못하고.
이변의 연속.
“콘웰! 일어나!”
보다 못해 흥분한 아케우스 후작도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외쳤다.
이래서는 안 된다.
꿈에도 그리던 3연패가 날아가면, 그간 약속된 명예며 모든 것들이 날아간다.
“정신 차려라!”
하지만 그 많은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외침이 들릴 턱이 없었다.
콘웰은 그 자세 그대로 부르르, 떨다가 허리 쪽을 감싸 쥐고 다급하게 뒤돌아섰다.
카앙!
그 이후부터는 레일라의 맹공이 펼쳐졌다.
기적은 벌어지지 않았다.
캉, 카앙!
몇 차례 간신히 검을 막아내나 싶었지만, 통증이라는 건 결국 신체를 둔하게 만들고 감각을 방해한다.
‘밀린다. 말도 안 돼!’
그리고 내내 방어하기만 했던 레일라가 반격에 나서는 순간 콘웰은 테르미온의 검술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달았다.
균형.
방어와 공격,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두 가지를 완벽히 수행하다-
촥!
빈틈이 드러나면, 단숨에 적의 틈을 취한다.
“큭.”
이번엔 팔.
왼팔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이미 앞서 두 번의 공격을 허용한 상태.
그제야 콘웰의 정신이 들었다.
지금 결승을 바라볼 때가 아니다.
눈앞의 테르미온을 이겨야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캉, 채앵!
시종일관 침착하게 방어하고 반격까지 성공시킨 레일라는 이제 승기를 잡았고, 콘웰은 패색이 짙었다.
본능이 외친다.
뒤집을 수 없는 거라고.
만약 처음부터 조금만 더 침착하게 대응하고, 일단 눈앞의 상대한테만 집중했다면-
‘이런 일은…….’
푸욱!
‘……없었을 텐데.’
텅그렁!
어깨를 찔린 콘웰은 마침내 검을 떨어뜨렸다.
패배.
준결승 2경기의 승자가 정해지는 순간이었으며-
“스, 승자! 레일라 테르미온!”
레일라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결승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테르미온! 테르미온! 테르미온!”
“역시 제국 최고의 가문이다!”
“테르미온이여! 당테르컵의 영광을 또 한 번!”
하지만 콘웰은 무릎만은 꿇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차마 관중석을 바라볼 수 없어 콘웰은 고개를 숙였고, 그 타이밍에 프리실라를 비롯한 아카데미 신성학부와 대신전 사제들이 뛰어들었다.
푸욱.
빠르게 검을 뽑아내고 응급처치를 시도한다.
상처는 대부분 깊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아로새겨진 상처는 꽤 깊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레일라는 승리했지만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검을 회수하여 무대를 내려갔다.
마치 데인처럼 덤덤하게.
“이거…… 이렇게 됐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리고 귀빈석이 아닌 적당한 자리에서 여행객인 척 경기를 지켜보던 소그레스 백작과 테르미온 공작은 혀를 찼다.
하필 이렇게나 서로 친한 사이에서 자식들끼리 붙게 되다니.
“레일라의 방어가 정말 많이 침착해졌습니다.”
“자네도 그렇게 느꼈군. 허. 콘웰이 변칙적인 공격을 수도 없이 가했는데…… 어디서 저렇게 배운 거지. 설마 자네 아들이?”
“그럴지도요.”
물론,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레일라도 여기까지 온 이상 안 질 거야. 알지 않나?”
“알죠. 알다마다요. 레일라 재능은 아마 제국 최고일 겁니다.”
소그레스 백작은 그러면서 히죽 웃었다.
“우리 아들 다음으로 말이죠.”
“…….”
반박할 수 없었지만, 테르미온 공작은 이내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거야 붙어 보면 알 일이지. 방금도 그러지 않았나?”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소그레스 백작은 결승전 경기에 참가한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한 데인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우리 아들은 의심해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믿음직한 녀석이긴 하지…….”
“……대신 속을 알 수 없어서 그렇죠.”
그냥 아버지 된 아쉬움이긴 하다만, 가끔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14살짜리가 저렇게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흠. 그나저나 아케우스 후작은 이걸로 아쉽게 됐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목숨을 걸다시피 했는데.”
“황제 폐하께서 무엇이라도 약속한 건가?”
“그럴 리가요. 그러실 분은 아니죠. 그냥, 명예일 겁니다. 아케우스 후작가야말로 항상 명예가 고프던 곳이니.”
소그레스 백작의 말에 테르미온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멍청한 녀석…… 도대체 왜 그렇게 초조했던 것이냐…….”
아케우스 후작은 분노와 그만큼의 안타까움, 아쉬움으로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
그리고, 다른 어떤 감정 없이 측은한 마음으로만 바라보는 그 옆의 후작부인.
온통 테르미온을 연호하는 환호 속에 둘러싸여 있던 그들은 어느새 자리를 떠났다.
무척이나 쓸쓸한 뒷모습으로.
* * *
비슷한 시각.
당테르컵 청소년부 소식을 전해 들은 3황자, 에드워드는 환호하고 있었다.
“역시나. 그 둘이 만날 줄 알았지.”
“그렇게나 기쁘십니까, 저하.”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오네트 경. 내 친구 두 명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갔는데!”
당테르컵은 황실 주최이기에 당연히 황실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에드워드는 ‘친구’가 둘이나 출전해서 둘 다 결승에 올랐는데 안 기쁠 수가 없는 것.
“황자 저하께서도 출전하셨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규정이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잘 알다시피, 황족이 출전하면 미쳤다고 누가 이기려 들겠나?”
“음, 데인 소그레스라면 그럴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에드워드는 곧바로 납득해 버렸다.
“음. 데인이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검을 휘두르겠지. 상대가 누구든. 그게 데인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대단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소년·소녀부에 출전할 줄 알았는데, 청소년부에 출전해서 저렇게 가볍게 결승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긴 하다.
14살에, 당테르컵 출전 경험도 없는데, 연령을 뛰어넘어 청소년부에 출전한 것도 모자라 결승이라니.
하지만 데인이니까.
“데인이니까 가능한 일이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 하, 그런 녀석이 나의 ‘친구’라니.”
뿌듯하게 웃는 에드워드.
하지만 오네트 경은 에드워드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황자라는 위치에서 저렇게 ‘친구’를 만들고 인정할 수 있다니.
“직접 보러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군.”
“그러게요. 일단 서류부터 처리하시죠.”
에드워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반푼이 황자 시절을 벗어나니 오만 일거리가 에드워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안 하면 안 되나?”
“황제 폐하께서 진노하실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서류들을…….”
“그야 서류를 읽어야 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종이 위의 세상과 실제 세상, 그리고 황실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다른 법입니다.”
“……망할.”
에드워드가 해야 할 일은 서류를 살피고,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때로는 잘못된 서류들을 고치는 것.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양이지만, 덕분에 에드워드는 황자로서 그 자질을 충실하게 갖춰가고 있었다.
‘이것도 데인 덕이라면 데인 덕인가.’
모든 건 데인이 자신의 손을 고쳐 주며 시작되었다.
그러니, 이를 악물고 해내야 한다.
여기서 포기하고 대충 놔 버리면 데인이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못 보는 건 좀 아쉽지만.”
당테르컵 결승.
귀한 볼거리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된 것을.
에드워드가 다시 서류에 몰두하려던 그때였다.
“저하, 아크만입니다.”
“아. 들라.”
시종 아크만이 문을 두드리더니 두 사람이 있던 방으로 들어왔다.
“저하, 과업을 방해하여 송구스럽습니다.”
“괜찮다. 무슨 일인가?”
“황제 폐하께서 금번 제300회 당테르컵 관람 일정을 변경하셨사옵니다.”
“일정 변경?”
에드워드가 미간을 좁히자 아크만이 얼른 대답했다.
“본디 성년부 결승전 관람을 계획하셨으나, 방금 전 청소년부 결승전 관람으로 계획을 바꾸셨다 하옵니다.”
“……!”
보통은 이렇다.
성년부는 인기는 몰라도 규모가 가장 큰 부문.
그래서 황제가 전통적으로 결승전을 관람하고, 우승자에게 직접 그 상을 하사한다.
그런데, 청소년부로 갔다고?
그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황제 폐하께서 정말로…….’
데인, 그리고 레일라 때문일 테다.
소그레스, 테르미온.
한때 황제에게 ‘반기’를 들었던 가문.
하지만 데인의 제안으로 황제가 무척이나 진지하게 대화를 고려하는 가문.
“하하하…… 제대로 명분 잡으셨군.”
두 가문의 자제가 각각 결승에 올랐다.
이보다 더 좋은 명분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 명분만은 아닐 거란 생각도 문득 든다.
“어지간한 성년부 경기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네트 경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습니다. ‘천재’ 간의 대결이니까요.”
그 말에 경기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더없이 진한 아쉬움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