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2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27화
154. 근데 얘는 왜 여기 있냐
당테르컵으로 들떴던 나날들이 모두 지나가고 우리에겐 다시 아카데미의 일상이 찾아왔다.
“진짜, 꿈 같다니까. 그치, 데인?”
“그러게.”
황실 방문 후 돌아오며 퍼레이드를 하고, 그 상태로 아카데미에 돌아와 또 상을 받고, 많은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서 하루 종일 축하의 말들을 듣고…….
레일라도 이런 사실들이 믿기지 않는지, 준우승의 증거인 은색 트로피를 오늘도 쓰다듬고 있었다. 의미가 남다른 모양이다.
“그렇게 좋아?”
“그럼. 우승은 못 했지만, 그래도 너랑 진심으로 겨뤄서 검을 교환했는걸.”
레일라는 그러면서 약간 심통이 난 표정이었다.
“근데 어떻게 마지막에 창을 들 수 있냐? 응? 난 당연히 네가 검을 들 줄 알았다고!”
“난 소그레스 백작가의 일원이니까.”
“……틀린 말은 아닌데, 좀 얄밉다.”
레일라는 그러면서도 은근히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에 나랑 대련할 때는 창 쓰는 거다? 이참에 창을 상대할 때의 대응법도 확실하게 익혀 둬야겠어.”
“그럼 좋지. 상대가 꼭 검을 들란 법은 없으니까.”
“좋아.”
나는 고민하다가 레일라가 내 가슴에 일격을 먹인 걸 이야기하지 않기로 다시 결심했다.
실제로 살갗을 찢어 상처가 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레일라가 지금 실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 또 한 번 무섭게 성장할 기세다.
14살에 트리플급.
그걸로 쿼드급의 황실 기사단 일원을 이겼다.
안 그래도 대단한 재능인데 거기에 노력과 실전, 깨달음이 더해지니 이제는 또래에선 적수가 없을 것이다.
“근데 데인.”
“응?”
“난 네가 진짜 미친 줄 알았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일라는 여전히 가슴이 떨린다는 듯 대답했다.
“황제 폐하 앞에서 말이야. 알현할 때도 그래 놓고, 이제는 모두가 지켜보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난 그제야 의미를 깨닫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그렇게 미쳐 보였어?”
“그럼, 안 미쳐 보여? 황제 폐하께서 그런 질문을 던진 것도 엄청 놀라운 일이긴 한데, 거기다 대고 ‘하나 된 제국이란, 드레니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
하기야.
돌이켜 보면 말도 안 되는 발언이긴 했다.
전쟁이 끝난 지 100년도 지나지 않았고, 제국 간 앙금이 잔뜩 남은 상황에서 ‘드레니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다니.
그때 내가 다른 귀족들 표정을 못 보긴 했는데, 대충 상상은 간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도련님 머리가 오늘 잘려나갈 거라 생각했겠지.
“근데 더 웃긴 건, 황제 폐하께서 그 말을 듣고 웃으셨다는 거잖아.”
“그러셨었지.”
“어떻게…… 그러실 수 있지?”
그야 내가 잘 설명했으니까.
“전쟁은 안 끝났지. 정확히는, 휴전 협정에 서명하고 공식적으로는 종전되었지만…… 실제로는 전쟁의 망령들이 제국 곳곳에 있지.”
난 당시 황제에게 했던 대답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이 제국은 여전히 전쟁의 공포로 유지되고 있어.”
“무슨 말이야?”
“채 가시지 않은 전쟁 당시의 공포를 이용해서 통치되고 있다고. 드레니크의 문물들을 금지시키고, 드레니크와의 전쟁들을 상기시키며 귀족들을 통제하고, 귀족들 역시 이를 이용해서 영지민들을 통제하고.”
전쟁 때는 이전에는 허용되지 않았을 많은 것들이 단지 ‘전쟁’이라는 이유만으로 허용된다.
약탈, 방화, 강간을 비롯한 수많은 범죄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전쟁을 빌미로 제국의 운영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는 무척이나 편리하다.
전쟁을 들먹이면 모든 걸 강제로 납득시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금도 이어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아카데미 생활은 평화롭다.
귀족들은 겉보기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 전쟁을 정말 진정한 의미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드레니크를 인정하는 것이다.
기계공학만 언급해도 목숨을 두려워해야 하고, 드레니크 출신이라는 이유로 숨어 지내야 하고, 드레니크와의 교류가 거의 완전히 끊긴 지금을 벗어나서.
제국이 하나가 된다는 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라는 게 정확한 의견이었지.”
“그땐 그렇게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하지만 황제 폐하께선 그 의미를 이해하셨을걸.”
“그걸 어떻게 장담해?”
난 그 말에 내 목을 가리켰다.
“내 목이 지금 붙어 있잖아.”
“……넌 진짜 사람 살 떨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어떻게 황제 폐하 앞에서 드레니크를 인정해야 한다고…….”
피식거리는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난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뭐라 하진 않으셨잖아?”
“머릿속으로 네 목을 벨 궁리를 하신 거 아닐까.”
“근데 붙어 있네?”
“…….”
“근데 뭐, 내 의견을 받아들이고 뭔가 하는 건 황제 폐하의 몫이지.”
참고로 아버지와 테르미온 공작은 지금 황실에 남아 계신다.
황제가 내 말에 뭔가 느낀 건지, 아니면 이전부터 계획했던 건지 몰라도 두 분을 콕 집어 부른 것.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
황제가 정말 하나 된 제국을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두 분의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다.
실질적으로 귀족 사회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두 분이니까.
“뭐, 어쨌든 이후부터는 어른들의 몫이니까. 우리 할 일이나 하자.”
그렇게 말한 나는 당장 오늘 닥친 일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지금 예상 지원자가 몇 명이라고?”
지금 나와 레일라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건 바로 지금껏 쌓인 동아리 지원서들.
“최소 150명. 동아리 바꾸면서까지 오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도대체 왜 오려는 거지. 우리 동아리에서 뭐 딱히 정해 놓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야 당연히 여기 오면 주류가 될 것 같으니까 그렇지.”
그런가?
나는 우리 동아리가 ‘변두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주목을 받게 됐지만, 벌이는 일들이라곤 학교 내 공식적인 행사보다는 아카데미 바깥이나 아카데미와는 관계 없는 일들이 꽤 많았다.
“심지어 테르미온과 소그레스가 있잖아. 그럼 말 다 한 거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현재 레일라와 계획 중인 ‘낭만 동아리 입단 시험’의 최소 예상 지원자 수는 약 200명.
“일단…… 몇 명을 뽑을지 미리 정해 놓는 것보다는 어떤 사람을 뽑을지 고민해 봐야겠는데.”
“그치. 근데 데인 네 눈에 들어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준이 있어?”
“그냥 좋은 능력을 갖춘 녀석?”
“……데인 네 기준이면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난 그 말에 피식거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동아리 일원들은 다 한 가락 하는 녀석들이다.
레일라야 말할 것도 없고, 프리실라는 신성력 쪽에서 엄청난 재능을 지닌 사제.
도리안 역시 최근 급성장 중이며, 어니스트는 다방면에서 스페셜리스트다. 거기에 활까지 잘 익히고 있다.
그리고 알투르는 마법 쪽에서 충분한 재능을 지닌 녀석.
드나보 교수가 그렇게 부려먹은 것도 그만한 재능이 있다는 뜻이니까.
“가만.”
근데 얘는 왜 여기 있냐.
“으응?”
레일라도 눈이 동그래져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 왜 지원했어?”
“아직 따로 공지 안 했지?”
“으응. 데인 네가 말 안 해 줬어? 우리 동아리 소속이라고?”
딱히 말 안 했다.
그게 어디 뭐 명문화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고.
함께 다니면 그냥 같이하는 거니까.
근데 알투르는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이렇게 지원서까지 정식으로 작성해 우리 쪽에 넣어 버린 것이다.
“왜 그랬지? 그냥 물어보면 됐을 텐데. 좀 부담이 있었나? 으음. 알투르 정도면 사실 뭐 시험 안 봐도 괜찮을 수준인데…… 물론 5학년이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하긴 힘들지만.”
“음.”
나는 잠시 고민하다 좋은 수를 떠올렸다.
“그럼 그냥 두자.”
“응?”
“어차피 선발하는 걸로 치고, 시험 보게 하자고.”
알투르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강 파악하고 있지만, 혹시 모른다.
경쟁 과정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알투르가 스스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예 정식 절차를 밟자고.”
“아하.”
“이렇게 지원한 걸 보면, 우리가 그냥 들어오라고 해도 자존심상 안 그럴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알투르는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다.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 만족하게 두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자신이 여기에 굴러들어왔다고 생각하며 주눅 드는 것보다 백 배 낫지.
“좋아. 일단 어니스트랑 같이 이야기해 보자.”
잠시 후.
잔뜩 흥분한 어니스트가 우리 앞에서 브리핑을 늘어놓았다.
“내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지! 자, 이렇게 1안, 2안, 3안이 있어! 일단 1안부터 설명하자면 바로 미로야! 종합적인 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거지. 함정, 환영, 추리 요소랑…….”
얘 그동안 어떻게 참았대.
레일라도 멍하니 어니스트를 바라보았다.
브리핑이 아주 청산유수다.
그동안 무슨 저것만 연습했나.
“2안은 서면 테스트인데 솔직히 이건 변별력이 조금 떨어질 것 같아. 일단 넣어 보긴 했지만, 모든 지원자들을 공평하게 평가하기가 어려워서 말이지. 그래서 3안을 설명하자면…….”
그래서인지 꽤나 흥미롭다.
“3안은 보니아의 숲에서 치르는 생존 시험이야. 물론 모든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거지. 다만, 긴장감 부여 측면에서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고!”
보니아의 숲에서 생존 테스트라.
이거 괜찮아 보인다.
“간단하게 말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출구까지 도달하는 거야. 아마 주말을 이용하면 시간도 충분할 테고, 우리가 마물들만 잘 통제하면 아주 위험할 일도 없을 거고.”
“재미있겠는데.”
“그치? 일단 생각 중인 건, 팀워크를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로 조를 짜서 순차적으로 통과시키는 거야. 중간중간 마물의 환영과 위험하지 않은 함정도 설치하면서…….”
얘는 나중에 귀족들 상대로 미로체험 같은 사업 같은 걸 해도 흥할 것 같다.
“좋아. 그럼 1안, 2안, 3안 모두 활용하자.”
“저, 정말?”
어니스트는 눈이 휘둥그레져선 날 바라보았다.
“2안 서면 테스트는 항목을 좀 수정하면 될 것 같고, 1안과 3안은 합치자. 보니아의 숲에 어니스트 네가 구상한 미로를 합치는 식으로 하거나, 아니면 미로에 보니아의 숲처럼 환영을 설치하거나.”
안 그래도 마침 우리 동아리가 페스타에서 진행한 귀신의 집이 떠오른다.
레일라도 의견을 냈다.
“보니아의 숲은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그래도 숲지기 아저씨 생각해서 아카데미 정원 미로에 환영을 설치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아.”
이것도 맞는 말이다.
숲지기 캇사르에게도 달가울 일이 아닐 테니.
그럼 대강 정해졌군.
“좋아. 그럼 공고문 만들어 보자.”
“오케이!”
“좋았어!”
둘 다 신이 났다.
물론 나도 좀 신난다.
과연 어떤 녀석들이 최종적으로 들어오게 될까.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참. 시험에 키론과 카르나스를 써먹는 것도 생각 중이야.”
“으응? 둘을?”
“어떻게?”
지랄마 키론.
그 녀석이라면 써먹을 곳이 많지.
거기에 요새 자주 안 놀아 준다고 토라진 카르나스까지.
“끼……륵?”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다가 본인이 언급되자 고개를 번쩍 드는 카르나스.
난 녀석을 보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