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3)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3화
7. 마법 좀 알려주세요(3)
전생의 나는 따지고 보면 공부와는 담을 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당장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미래를 보고 책을 익힌다는 건 태평한 소리다.
검술 공부야 실전을 겸해 열심히 하긴 했다. 다만 그건 생존과 직결된 터라 논외의 문제다.
사실 마법은 사실 일정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실전과 거리가 먼 학문이다.
어린애 손에 쥐여 줘도 일단 찌르면 살을 파고들어 피를 흘리게 만들 수 있는 검술과 다르다.
이론과 실증, 이 두 가지가 확실하게 만들어져야 비로소 ‘쓸 만하다’라고 평가받으니까. 그것도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오, 그 코드야. 정확해. 바로 시전해 보라고!”
그런 의미에서, 마법을 배우는 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큰누나로부터 배운 탄탄한 이론.
그 이론이 내 마력, 즉 타고난 재능과 합쳐지자 간단한 지도만으로도 폭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
우우웅…….
허공에 떠오르는 빛의 구체.
“호오…… 아주 밝군.”
주변을 밝히고, 강도에 따라선 순간적으로 상대를 실명시킬 수도 있는 빛 계열 마법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코드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유지 시간과 강도가 달라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켜지자마자 퍽, 하고 꺼지는 경우도 있다나.
“그만 해제해도 되네. 첫 시전부터 20분이나 유지하는 거라면 볼 것도 없군. 보통 첫 시전에서 5분이 채 안 가니.”
“좋은 거네요.”
“좋다마다. 어마어마하게 좋다마다.”
시드레인은 아주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꼽았다.
“이걸로 네 개째…… 보름 동안 네 개면 엄청난 속도로군.”
4개.
보름 동안 내가 마스터한 재배열 코드의 개수다.
“한 개의 코드를 마스터하는 데도 길게는 한 달이 걸리는데 보름 동안 네 개라…… 훌륭해, 아주 훌륭해.”
시드레인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만약 제자 한다고 하면 아마 공중제비를 돌지 않을까.
아무튼 잘된 일이다.
본격적인 건 아카데미에 가서 배울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아카데미에 가기도 전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도 남을 것 같았다.
“좋아. 오늘은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어.”
시드레인은 그렇게 말하곤 나에게 물었다.
“질문 있나?”
있다.
나는 얼마 전 책에서 보고 궁금해진 것을 물었다.
“마법 시약이 조금 궁금해요.”
“마법 시약?”
시드레인의 눈이 반짝거린다.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하지?”
“복습할 겸 도서관에서 마법 서적들을 찾아봤는데 거기서 마법 시약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거든요.”
마법 시약.
마법적인 재료들을 뒤섞어 만드는 일종의 물약.
쓰기에 따라 직접적으로 마법을 시전하는 것보다 훨씬 위력적이고, 그 방식이 무척이나 복잡해 아예 관련 학문만 파고드는 마법사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시약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물어보려던 참이었어요.”
시드레인이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흐음. 내가 또 마법 시약에 일가견이 있는 건 어떻게 알고. 하하하!”
알고 있었다.
큰누나한테 들었거든.
“흠흠. 좋아.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알려 주기 힘든 거지만, 내 이번만큼은 특별히, 특별히 알려 주지! 하하하!”
아무래도 마탑주 아저씨 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
큰누나가 그랬다.
마법사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그 마법사가 자신 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 물어보는 것.
그게 바로 학문적 지식을 탐구하는 마법사를 기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역시 천재는 달라. 마법 시약에 대해 궁금해할 줄이야. 마법 시약을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은 당최 이해할 수 없어!”
이해한다.
우리 큰누나도 나랑 수정구로 통신할 때마다 마법 시약 수업 때문에 지겨워 죽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좋아. 내 특별히 전수해 주지. 흐음. 그래도 아주 오래도록 머무를 수는 없는데…… 제자가 된다면 또 모를까…… 뭐, 꼭 되라는 건 아니고 제자가 되면 궁금증을 모두 풀 수 있다 이거지.”
난 넌지시, 아니 대놓고 떠보는 마탑주 아저씨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마법 시약은 좀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요. 음. 다시 재배열 코드를 연습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 그럴 리가 있나! 일단 배워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얼마나 신나는데! 정확한 재료를 투입해서 완벽한 결과물이 나올 때의 그 희열! 아마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걸?”
허둥지둥 나를 설득하는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어째 조금 미안해지는 기분이다.
“정말요?”
“그으럼. 당연하지! 이럴 게 아니라 얼른 가서 재료들을 사 오자고. 아마 재료들을 고르는 것부터 재미있을걸? 내가 장담하마!”
하지만 어쩌겠나.
마법사 하나만 하기엔 창술도, 검술도, 암살술도, 소환술도 너무 재미있는데.
여하튼 마탑주 아저씨는 신나 보이고, 나는 새로운 지식을 얻고.
이거야말로 진정한 윈윈 아닐까?
* * *
나는 시드레인과 함께 백작성을 나섰다.
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나간 김에 영지도 한번 둘러보고 오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아홉 살 무렵부터 나를 종종 성 밖으로 데리고 나가셨다.
영지가 어떻게 돌아가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며, 왜 우리가 저 백작성에 살 수 있는지 보아야 한다는 게 바로 그 이유.
그래서 나는 영지 밖에 뭐가 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오, 데인 도련님이시다!”
“도련님! 오셔서 과자 좀 챙겨 가세요! 신제품 나왔어요!”
“어쩜, 오늘도 은발이 찰랑거리시네. 나는 새치만 늘어가는데!”
영지는 늘 평화롭다.
아마 늘 영지민들을 보살피려 하시는 아버지의 성정 덕일 것이다.
여유로로움, 평화로움, 그리고 따스함까지.
단순히 내가 이 영지의 주인집 아들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저기 잠시 좀 들렀다 올게요.”
“응? 뭐 하려고? 저긴 마법 재료를 파는 곳이 아닌데?”
“저거 되게 맛있어요. 하나 드실래요?”
시드레인과 말을 타고 거리에 나온 나는 잠시 말에서 내려 얼음사탕 가게로 다가갔다.
“지스 아저씨, 그간 잘 지내셨죠?”
“오, 데인 도련님. 어떻게 뵐 때마다 쑥쑥 크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 아이고, 헤르만도 왔네?”
지스 아저씨는 나와 헤르만을 반갑게 맞아 주셨다.
나는 얼음사탕 매대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투명한 구슬 같은 얼음사탕.
저거 하나를 입에 넣으면 물고 있는 내내 단맛이 사르르 퍼진다.
내가 타르트 못지않게 좋아하는 간식.
“나중에 다 커도 아저씨네 얼음사탕은 맨날 사 먹으러 올 것 같네요.”
“어이쿠, 무슨 그런 말씀을. 그쯤이면 저도 은퇴입니다. 하하하.”
마주 웃은 나는 미리 준비한 크라운 은화 하나를 내밀었다.
“여섯 개 주세요.”
“여섯 개나요? 곧 저녁인데. 백작부인께 혼나지 않으시겠습니까?”
“오늘은 나눠 먹을 거라서요.”
나는 뒤를 슬쩍 쳐다보았고 지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럼 오늘은 특별히 큰 놈으로 골라드리겠습니다요.”
그렇게 얼음사탕 네 개를 양손에 들고 돌아온 나는 시드레인에게 얼음사탕 두 개를 건네 주었다.
“드셔 보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
시드레인은 얼음사탕을 받아들더니 입에 넣곤 신기하단 표정을 지었다.
“호오, 이렇게 시원할 수가.”
“입이 되게 상쾌해지죠?”
“그렇구나. 뭘로 만든 것이냐?”
“남부에서만 자라는 풀의 성분을 추출해서 넣은 거라더라구요.”
일종의 박하라고 할 수 있는데, 남부의 경우 일조량도 높고 환경이 좋아 훨씬 잘 자라고 청량감이 무척 좋다.
“남부에는 참 좋은 것들이 많구나. 간식도, 날씨도, 그리고…… 사람도.”
시드레인은 그러면서 덧붙였다.
“수도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지.”
수도는 어떤 곳일까.
그래도 전쟁터보다는 지낼 만하겠지.
나는 시드레인과 함께 마법 재료 상점으로 향했다. 이 영지에 딱 하나 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다.
큰누나가 말해 주기로 주인이 은퇴한 마법사라던데, 그럼 시드레인을 알려나?
“도련님, 다 왔습니다.”
그때 헤르만이 도착했음을 알려 주었다.
영지 유일의 마법 재료 상점.
앞에 말을 매 둔 우리 세 사람은 곧장 상점으로 들어섰다.
“세상에, 마탑주님! 소문이 진짜였군요! 정말 영지에 와 계실 줄이야.”
엄청 잘 아는구나.
나는 우리 둘이 들어서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상점 주인을 발견했다.
“허허, 나를 아는가?”
“알다마다요! 마법사가 그믐의 숲에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붉은코버섯까지 먹고 기절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
소문이 무척 구체적으로 퍼진 모양이다.
“크흠…….”
나는 째려보는 시드레인의 시선을 외면했다.
“하하. 마탑주님이 제 상점에 들러 주셔서 너무도 영광입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오늘 서비스도 팍팍 넣어 드리겠습니다.”
“그거 참 고오맙네.”
시드레인은 하나도 안 고맙다는 표정으로 대답하곤 재료 상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참, 데인 도련님 맞으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딱 알아봤죠. 은발에 녹색 눈. 어디 이 영지에 흔하겠습니까?”
“반가워요. 장사는 좀 어때요?”
“그야 늘 그렇죠. 하하. 이런 영지에 마법 재료 사러 오는 사람이 뭐 얼마나 살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외지인이나 마법에 관심 가진 아들딸 등쌀에 못 이겨 오는 부모님들한테나 좀 파는 정도죠.”
그는 그러면서 시드레인을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
“그래도 이렇게 마탑주님을 다 뵙고, 가게 열길 참 잘했습니다.”
하기야.
제국에 존재하는 마탑은 손에 꼽힐 만큼 적다.
그중 하나의 수장이 바로 시드레인이니까.
그나저나 마법 상점이라 그런가?
뭔가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다.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마법 좀 배웠다고 그러는 건지.
“천천히 둘러 보십시오. 원하시는 재료가 있으면 찾아다 드리겠습니다.”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마정석부터 시작해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재료들, 그리고 전생에서 보았던 식물들이 바싹 건조된 채 놓여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마법 도구로 보이는 것들도 놓여 있었다.
“아, 그건 마력을 불어 넣으면…… 이렇게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멋지죠? 보통 마법사들이 시가에 불을 붙일 때 사용합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불을 피웠는데, 요새는 또 트렌드가 바뀌어서 이런 멋들어진 것으로 불을 붙이죠.”
전생에서 전투에 지친 심신을 달랠 때 파이프 담배를 태우곤 했는데, 이런 게 있었으면 좀 편했을 것 같았다.
뭐, 지금 와서 피울 생각은 없지만.
“그리고 이건 마찬가지로 마력으로 작동하는 건데…….”
가게 주인은 참 친절하게도 내 옆에 달라붙어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며 내 궁금증을 얼른 해소해 주었다.
“음. 그나저나 놀랍군요.”
“뭐가요?”
“도련님이 손을 댈 때마다 도구들이 반응합니다. 마력 감응도가 무척 높으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시드레인이 끼어들었다.
“자네, 제대로 봤군. 어마어마한 감응도 아닌가?”
“친화력도 엄청나신 것 같습니다. 감응도와 친화력은 보통 비례하니까요. 세상에, 얼마나 마력의 순도가 높으면…….”
거 참.
그렇게 칭찬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잖아.
지금 나에겐 머쓱한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몰두할 만한 게 필요했다. 저것도 마법 도군가? 나는 돌처럼 보이는 무언가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쪽으로 다가가려던 만져보려던 그 순간-
“그쪽은 그냥 장식품들입니다, 도련님.”
“…….”
“하하, 저희가 조금 민망하게 했나요?”
“이쪽으로 와서 시약 재료나 좀 같이 보자고. 음, 기본 재료로는 달뿌리가 좋을 것 같은데.”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달뿌리가 들어가는 시약이 무려 50종이나 되니까요. 참고로 상등품입니다. 제가 직접 건조해서 약품 처리까지 했죠.”
“실력 좋군.”
나는 아닌 척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거두었다. 다시 두 사람 쪽으로 걸어가려던 그때였다.
웅웅.
뭔가 느껴졌다.
방금, 만지려다 만 물건에서.
나는 다시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 설마 싶어 손을 뻗었는데…….
웅웅!
다시, 반응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 네모난 돌 같이 생긴 이 물건이.
“도련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헤르만의 물음에 나는 고개만 아주 미미하게 끄덕이며 돌을 가리켰다.
“뭔가 느껴져.”
나는 혹시나 싶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우우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떠는 돌.
뭐야 이거.
혹시 내 마력에만 반응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