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3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35화
158. 잊힌 지하도시(3)
아크리움.
난쟁이들의 지하도시.
“우와아아아…….”
“엄청나게 잘 짜여 있다…….”
“위에서 보니까 더 대단한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지하에 조성했나 싶을 만큼 거대한 규모.
지하의 천장에 닿을 만큼 거대한 첨탑을 중심으로 질서정연하게,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뻗어나간 길.
그리고 그 길 사이에 자리 잡은 수많은 집, 집, 집.
구획도 아주 깔끔하게 나누어 놓았고, 집 역시 모두 같은 양식이다.
그야말로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빼면.
“그래서 더 을씨년스럽군.”
알투르의 말대로였다.
이 도시에는 연기도 피어오르지 않고, 스튜 냄새도 나지 않는다.
까르르 웃는 아이들도 보이지 않으며, 이리저리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도 없다.
그리고 차갑다.
이 도시가 주는 인상이 그랬다.
“예전에는 번성했었지.”
다르바도의 쓸쓸한 중얼거림.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했지만 수십 년에 걸쳐 구획을 확장하고, 떠도는 난쟁이들을 매일매일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들었다. 나의 부모님도 그렇게 아크리움으로 흘러 들어오신 분들이셨지.”
아크리움은 그 뒤로 번영을 구가하며 수많은 발전을 이루어냈고, 타 종족과의 교류를 통해 밝은 미래를 엿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미지의 생물’이 깨어나고…….
모든 것이 끝났다.
“누군가는 그러더군. 그게 난쟁이들의 욕심 탓이라고.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지하를 파고 기둥을 세운 결과, 이곳의 원래 주인이 분노했었다고.”
다르바도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난 그게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난쟁이들에게 ‘고향’이란…… 그만큼 큰 의미였으니까.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렇게 모여 산 적 없이 흩어져 살아야만 했던 우리 종족들이, 비로소 한데 모여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쓸쓸한 목소리다.
무척이나.
“당장이라도 난쟁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루를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와 음식 짓는 냄새로 가득할 텐데…….”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건, 지금 이 지하 어딘가에 있을 그 미지의 존재겠지.
난쟁이들을 모두 도망치게 만들었던 미지의 생물.
“탈환 시도는 안 해 봤나?”
“했었다고 들었다. 무려 인간들의 손을 빌려서. 난쟁이들의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으니까.”
“그랬는데?”
“실패했지. 우리의 무구와 기술을 탐내 제안을 수락한 인간들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만만찮은 상대는 아니라는 뜻이군.
혹은,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거나.
어느 쪽이든 간단히 볼 만한 일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다들 긴장해야겠다.”
나는 창을 꺼내 들며 물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저기 중앙 첨탑이라고?”
“그래. 장로들의 회의 장소이자 모든 지식들이 한데 모인 곳이지. 그리고 대장간이기도 하며, 난쟁이들의 걸작을 모아 놓은 전시관이기도 하다.”
“그럼 저길 털면 되겠군.”
우뚝 솟아 도시 전체를 굽어보는 듯한 뾰족한 첨탑.
저 안에,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있다.
가는 길은 상당히 멀어 보이며, 꽤나 어지럽다. 도망칠 당시의 아수라장이 연상되었다.
여기저기 놓인 부서진 수레와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들. 그리고 새까맣게 굳어버린 핏자국과 해골들.
“가자고, 다르바도.”
“그, 그러자고.”
난 감상에 젖어 있던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앞장섰다.
도시로 내려가는 계단은 꽤 가팔랐다. 난쟁이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층계가 낮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
“드디어.”
그리고 우리는 도시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잠시.”
프리실라가 일행 전체를 멈춰 세웠다.
내가 아니라 프리실라가 이런 말을 한다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언데드다.”
언데드들이 하나둘, 산 자의 냄새를 맡고 나오기 시작했다.
왜 안 나오나 했다.
탈출 과정에서 분명히 죽은 자가 있었을 테고, 위로받지 못한 자의 영혼이 언데드가 되는 건 종종 있는 일.
그리고 이곳은…….
난쟁이들이 두고 간 원한과 회한의 감정으로 가득 찬 곳이다.
“이런 망할…….”
다르바도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둔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내가 할게.”
프리실라가 앞으로 나섰다.
무려 수십에 달하는 언데드들이 사방을 포위하며 다가오고 있는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크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프리실라는 신성력을 끌어 올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때, 성 아이마르에게 성혜를 입고 나서 열심히 수련했거든.”
프리실라가 눈을 찡긋거렸다.
“다들 눈 감아.”
그리고-
“부디, 신의 품에 안기길.”
짧은 뇌까림과 함께 프리실라를 중심으로 거대한 신성력의 파동이 터져 나왔다.
쿠쿠쿠쿵!
강렬한 빛에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더 이상 언데드는 없었다.
흩어져 잿가루로 화한 잔해만 남았을 뿐.
“우와…….”
“세, 세상에. 이렇게 한꺼번에?”
“엄청나다……”
모두가 감탄했다.
“허, 허허. 엄청난 아가씨로군.”
다르바도의 반응이 특히 그랬다.
나 역시 꽤 놀랐다.
그러면서 아쉬웠다.
저 신성력으로 성기사가 됐으면 저번에 당테르컵에 나갔을 텐데.
프리실라가 재차 눈을 찡긋거렸다.
“광역 성불이라는 거지. 약한 언데드 상대로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성 아이마르의 성혜가 엄청났었구나.”
“그럼. 대단했지.”
그리고 단순히 언데드를 광역으로 쓸어 버리는 것만은 아닌 듯했다.
“뭔가 온몸에 힘이 넘치는 듯한…… 그런 기분인데?”
어니스트의 말에 레일라, 도리안, 제나, 그리고 다르바도가 동의했다.
하지만 알투르와 나는 아니었다.
“신성력이라 역시 마력은 피하는군.”
“그러게.”
마법을 쓰는 서클을 지닌 나와 알투르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치 우리 둘에게만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씌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어쩔 수 없지. 신성력과 마력은 서로를 거부하니까.”
뭐, 그렇다고 악영향이 있는 건 아닌지라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나아갔다.
언데드들을 빠르게 처치하면서.
아, 이 경우 ‘처치’라는 표현보다는 신의 품으로 되돌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그럼 저렇게 사라진 언데드는 어디로 가는 거야?”
제나의 물음에 프리실라는 간단히 답했다.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이럴 때 보면 성녀가 따로 없다.
평소에 입 열면 성녀가 아니라 무슨 뒷골목 왈패 못지않게 험하다만.
그래도 프리실라의 본질은 아마 이런 모습이겠지.
물론 프리실라만 활약하게 두진 않았다.
“어니스트, 좌측!”
“보고 있어!”
“불덩이 날아간다!”
“레일라, 몸 많이 가벼워졌다?”
“그럼 그 전에 살이 찌기라도 했다는 거야?”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 방문했던 지난 학기 초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다.
벌벌 떨기 바빴던 어니스트는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리며 지원사격을 퍼부었고, 레일라는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정교하게 검술을 펼쳤다.
도리안의 주먹질은 한결 호쾌해졌으며, 알투르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효율적으로 마력을 사용한다.
물론 도리안과 알투르는 그때 없었지만, 이전보다 나아진 건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제나는…….
“첫 전투는 지켜보기만 해.”
내 말에 얌전히 있었다.
물론 나서고 싶은 기색이 역력해 보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제나의 강령술은 하루에 잘해 봐야 너다섯 번 정도.
한계가 명확한 만큼, 필요할 때 나서는 법을 알아야 한다.
“강령술로 사제의 영혼도 불러낼 수 있나?”
“아, 그건 힘들어. 아까 성 아이마르를 이야기하던데…… 사제나 성기사들의 영혼은 보통 죽음과 동시에 신의 품으로 돌아가서.”
“그럼 떠도는 영혼만 강령시킬 수 있다는 건가?”
“보통은 그렇지.”
강령술.
흥미로운 학문이다.
내가 영매 체질이 아니라 직접 펼치긴 어렵지만.
“후우. 거의 끝난 것 같은데.”
“숫자가 장난 없는걸. 아주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이후 전투가 마무리된 후엔 프리실라가 마무리하여 언데드들을 신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머리통을 쪼개느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신성력이란 이런 것을 위해 존재하는 법.
그래서 첨탑으로 향하는 길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성 아이마르 때처럼, 강력한 언데드가 나온다면 모를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다 사라진 것 같은데.”
그리고 프리실라까지 있으니 감지는 확실하다. 주변에서 더 이상 언데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모양.
“그럼 혹시, 잠시 좀 들를 곳이 있는데 괜찮겠는가?”
“들를 곳?”
“내가 살았던 집이지.”
다르바도의 말에 난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쯤에서 잠시 휴식하지. 레일라, 경계태세로 휴식하자. 난 다르바도랑 같이 다녀올게.”
“응. 같이 안 가도 되겠어?”
“둘만 가도 괜찮을 것 같아.”
친구들이 경계태세로 휴식할 자세를 잡는 사이, 나는 다르바도를 따라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그나저나, 꽤나 퀴퀴한 냄새가 나는걸.
“냄새가 달라졌군. 이전에는 쇠 냄새가 가득했었는데. 이제는 묘한 비린내와 케케묵은 냄새만 남았어.”
씁쓸한 목소리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다르바도는 곧 어떤 집 앞에 멈춰 서더니 상당히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여기야.”
“아담하군.”
아담하다 못해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이 작은 집이었다. 투박하지만 정취가 묻어나는 집.
아마 이 도시, 아크리움이 잊히지 않았다면 따스함을 가장 먼저 느꼈을 것이다.
“난쟁이들의 집이니까. 참고로 난쟁이들은 자신이 사는 집을 반드시 단층으로만 짓지.”
“이유가 있나?”
“누군가의 머리 위를 밟고 올라서는 것 같거든. 첨탑 같은 곳이라면 모를까.”
여러 의미로 인간 입장에서는 까탈스러운 종족이 확실하다.
뭐, 그런 까탈스러움 덕분에 그 수많은 명품 무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더더욱 궁금하다.
“그런 높은 첨탑까지 세우고, 번영한 도시를 버려야만 했던 이유가 궁금한데.”
“나도 그렇다.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지. 그날만 언급해도 모두가 벌벌 떨었으니까.”
왜 이 도시, 아크리움은 이렇게 되었을까.
그 미지의 생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지만 잡생각만 떠올랐다. 그거야 차근차근 알아보면 될 일.
“안에 있는 것들이 부디 썩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젠…… 그것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가족들과 흩어졌나.”
“아니. 모두 죽었다. 드레니크의 손에.”
덤덤하지만 은은한 분노.
“만약 알테온 놈들이 나의 가족들을 죽인 거라면, 네 부탁을 들어 줄 일은 없었겠지. 어차피 제국은 다 같은 놈들이지만.”
내가 전생에서 드레니크 제국군으로 싸웠다는 걸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여하튼 나와 다르바도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르바도는 걸어 들어갔고, 나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들어갔다.
안쪽의 광경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일반적인 가정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광경.
차이점이 있다면, 벽면 한쪽에 망치가 걸려 있다는 것 정도?
다르바도는 바로 그 망치를 챙겼다.
“여기 있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 같은데.”
“모든 난쟁이들의 집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망치가 있지. 이걸 못 챙겼었다. 우리 가족은 그때 밖에 있다가 대피 명령을 들었거든.”
다르바도는 망치를 쓰다듬다가 배낭에 넣곤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나는 그사이 집을 둘러보았다.
온기만 안 느껴질 뿐이지, 당장 난쟁이 가족이 이곳에 앉아 하하호호 웃고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만한 곳이다.
그런데…….
“이거 말이야.”
“음?”
“혹시 이 도시에 인위적으로 비가 내리게 하는 장치라도 있나?”
왜 물기가 남아 있을까.
“계획은 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 기술력으로도 쉽지 않았었지. 지상의 물을 끌어다가 담수화하여 천장에서 뿌리는……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지?”
다르바도도 내 질문이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주방 쪽을 가리켰다.
“봐. 물기가 있잖아.”
“…….”
“습기 때문에 생긴 물기는 절대 아닌데.”
오랜 세월 동안 텅 비어 있는 도시.
그런데 왜 물기가 있을까.
“도대체 여기에 왜…….”
순간 나와 다르바도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빠르게 가설을 세웠다.
“누군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우리 말고도.”
“……!”
그 순간 기감에 포착되는 묘한 느낌.
설명은 어렵지만, 뭔가 있다.
그래.
이렇게 순탄할 리 없지.
늘 그랬었잖아?
“바로 돌아간다.”
하지만 늘 그렇듯-
뭔지 알아내고, 해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