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3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36화
158. 잊힌 지하도시(4)
레일라는 생각했다.
방금의 자신이 무척이나 뿌듯하다고.
성 아이마르의 전당에 들어가서 치렀던 첫 실전.
그때만 해도 레일라는 언데드를 상대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벌벌 떨며 실전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언데드는 식은 죽 먹기였다.
성 아이마르처럼 강력한 언데드 종류가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제는 잔챙이 언데드 정도야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난 강해졌어.’
지금까지 상대가 데인이라서 체감이 잘 안 됐지만, 당테르컵 이후 레일라는 분명히 체감하고 있었던 것.
“근데 둘은 어디로 갔을까? 꽤 오래 걸리네.”
“조금 먼 곳으로 갔나?”
“저기 첨탑 안에는 뭐가 있을까? 얼른 들어가 보고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레일라는 자신에게 수줍게 다가온 제나를 발견했다.
“저…… 레일라.”
“응?”
“아까 되게 멋있었어. 너무 잘 싸우더라.”
제나의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그도 그럴 게, 레일라는 여학생들에겐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동아리에 들어와서 보게 된 게 꿈만 같아.”
“금방 익숙해질걸. 우리도 데인 볼 때 그랬었어.”
“정말?”
“그럼. 엄청 아득해 보여도, 막상 친해지면 그렇게 안 느껴지거든. 물론 말도 안 되는 실력인 건 매한가지지만.”
테르미온.
그리고 소그레스.
두 가문은 귀족의 귀족 가문이다.
귀족들 사이에서도 정점에 서 있기 때문에 데인과 레일라도 그렇게 높아 보이는 것.
하지만 막상 두 사람과 친해진 이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귀족적인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고, 딱히 까탈스럽게 굴지도 않는다.
시종이 없다고 징징거리거나 식사하는데 투정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정말 대단하다…… 나도 너희들처럼 강해질 수 있을까?”
“음, 확실한 건…… 데인을 넘어서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거?”
“그 정도야?”
“대충 봐도 알잖아. 얼마나 대단한 애인지.”
레일라는 당테르컵 이후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넘어서는 건 아무리 봐도 힘들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따라잡겠다.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 안 해도 돼. 어차피, 데인이랑 같이하다 보면 자기 장점을 깨닫게 되거든.”
“장점?”
“응. 어니스트만 해도 그렇고.”
고개를 돌리자 활시위를 걸었다 풀었다 하는 어니스트가 보였다.
레일라가 기억하는 지난 학기 초의 어니스트는 저렇게 팔에 근육이 붙지도 않았고, 눈빛이 강인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도리안도 그렇고, 알투르도 그러하며, 프리실라도 그렇다.
모두들, 데인과 함께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명확히 깨달았고 보다 강해졌다.
‘생각해 보면…… 가장 강해진 사람은 데인 같기도 하고.’
아니면 애초부터 엄청나게 강했든가.
어쨌거나 결론은 이렇다.
“그냥 같이 다니다 보면 될 거야.”
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꿈 같은 동아리 생활을 시작하며 비로소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영매라는 걸 감추고 살아왔으며, ‘전과용 학부’라 불리는 곳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무엇보다…….
재미있는 아카데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
‘열심히 해야지.’
제나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는 사이, 프리실라와 어니스트는 의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프리실라, 아까 좀 이상하다고 느낀 점이 있었는데.”
“뭔데?”
“상대한 언데드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상처들이 있더라고.”
여기까지만 보면 흔하디흔한 전투에 대한 복기.
“상처?”
“응. 뭔가 날카로운 농기구에 베인 듯한 느낌?”
“농기구에 베여?”
“한 세 줄기 정도? 다섯 줄기 짜리 상처도 있었고.”
하지만 어니스트의 의문 제기에 프리실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이상하네.”
“그치? 근데 따지고 보면 말이야, 여기 왜 언데드들이 이렇게나 많을까?”
“미지의 생물에게 죽임을 당한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가운데-
‘뭐지.’
레일라는 아주 이상한 기시감에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아크리움은 조용하다.
도시는 죽어 있었고, 자신들 외에 산 자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난쟁이들이 모두 떠났으니까.
그런데 이건…….
무슨 느낌일까.
‘데인이었으면 같은 반응이었을까?’
데인이 그랬었다.
의심은 나쁜 게 아니라고.
오히려 의심을 통해 확신을 완성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14살짜리가 할 만한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레일라는 이를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데인의 말은 대체로 맞다는 것.
그리고 그 의심이라는 게-
“모두 일어나!”
방금,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
츠컹!
검을 뽑아 들어 휘두름과 동시에 나는 금속과 금속이 얽혔다 떨어지는 소리.
정말 찰나였다.
레일라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단 1초만 늦었어도…….
죽었을 것이다.
“……!”
빠르게 방어 태세로 전환하는 일행들은 모두 한곳을 보고 있었다.
레일라를 기습했으나 실패하고 물러나, 지금 자신들을 바라보는 한 존재를.
이곳엔 자신들만 있던 게 아니었다.
끼기긱…….
활을 당기고 있던 어니스트가 물었다.
“누구야? 난쟁이는 아닌 것 같고…….”
“…….”
대답하는 대신, 의문의 존재는 자신의 무기를 내보였다.
오른쪽 소매 아래로 뻗어 나온 다섯 개의 칼날.
정확히는 칼날이 아니었다.
“……이런 개 같은.”
프리실라의 탄식이 들려왔다.
“진작 사라져야 했을 것들이 요새 왜 이렇게 자주 보이는 거야……?”
“그건 너의 관점이지, 신의 강아지야.”
프리실라의 말에 입을 연 자의 목소리는 마치 녹슨 쇠를 연상시키는 것처럼 끔찍했다.
듣기 거북할 정도의 목소리.
“애초에 너를 노릴 걸 그랬군.”
“그랬으면 넌 바로 죽었어.”
우웅.
허공에 떠오르는 홀리 오브.
“그리고 넌 이제 신의 품으로 되돌아갈 예정이지. 뱀파이어.”
뱀파이어.
그 말에 모두가 충격받은 듯 사내를 바라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꺼먼 로브를 눌러쓴 모습.
자세히 보니, 소매 아래로 튀어 나온 다섯 개의 칼날은 날붙이가 아니었다.
손톱이었다.
그때 레일라는 자신의 검날에 난 다섯 개의 흠집을 발견했다.
‘이럴 수가.’
몇 년 사용하지도 않은 검이고, 철저하게 관리한 데다 좋은 금속으로 만들었는데 흠집이 났다고?
“나를 알아보는구나, 신의 강아지.”
“알다마다. 대신전 노인네들한테 지겹도록 들었거든. 뱀파이어랑 싸운 무용담이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때 잘 들어두지 않은 걸 후회할 거다.”
프리실라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홀리 오브를 쏘아내려던 그때였다.
“이런 미친.”
하나, 둘, 셋, 넷, 다섯…….
총 여덟 명의 뱀파이어들이 건물 사이에서 걸어 나오더니 일행을 포위했다.
“환영한다. 이제는 뱀파이어의 도시가 된 이곳에 온 것을.”
로브의 사내가 양팔을 활짝 들어 보였다.
프리실라는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죄다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여기 처박혀서 숨죽이고 있었군. 그래, 그럼 발견 못 할 만도 하지. 염병할 전염병 새끼들. 라이칸스로프는 지들끼리 숨죽여 살기나 하지.”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
둘의 공통점은 남에게 ‘증세’를 전염시켜 동류로 만든다는 것.
하지만 라이칸스로프와의 차이점은 ‘의도성’이다.
뱀파이어는 본능적으로 자신들의 종족을 늘리고자 한다. 반면, 라이칸스로프는 오히려 그걸 피한다.
쉽게 말해, 뱀파이어는 살아 있는 전염병인 셈이다.
“그래, 너희 성교회가 우리를 핍박하고 몰아낸 끝에 우리 종족은 어둠 속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지. 양지에 나올 최소한의 기회조차 잃은 채.”
처절한 분노마저 느껴지는 말이었다.
대신전, 그러니까 제국 성교회가 어지간한 종족과는 사이가 안 좋은 거야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한때 ‘강력한 전염병’으로 규정될 정도로 사방팔방에 자신들의 종족을 늘려 나가던 뱀파이어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때 레일라가 물었다.
“설마 너희들이…… 난쟁이들을 몰아낸 녀석들인가?”
“난쟁이들? 아아. 이곳은 난쟁이들의 도시였지?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도시다.”
“묻는 말에 대답해. 너희들이 몰아냈냐고.”
“난쟁이들이 그렇게 말하던가? 우리는 그저 비어 있는 도시에 눌러앉은 것뿐인데.”
그 말에 다들 표정이 묘해졌다.
그렇다면, 그 미지의 생물이 뱀파이어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는 것인가.
하기야, 자존심 강한 난쟁이들이 ‘고작’ 뱀파이어들을 피해 도망쳤을 리는 없을 터.
그때 녀석이 히죽거리더니 불현듯 손가락을 세웠다.
“잡설은 이쯤 하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우리 종족이 몇 명이나 늘어나는 기쁜 날이로다. 그러니 얌전히 운명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순간, 어쩔 틈도 없이 순식간에 한 명이 붙잡혔다.
“큭.”
가장 바깥에 있던 도리안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이 어찌할 틈도 없이 재빠른 기습이었으며, 도리안은 뒤에서 붙잡힌 채 목에 손톱이 닿아 있었다.
“얌전히 무릎을 꿇으면 작은 상처로 끝날 거다. 하지만 저항한다면, 몇몇은 살지도 죽지도 못하겠지.”
도리안이 인질로 잡혔다.
“그 더러운 손 떼라. 다 뒤지기 싫으면.”
가장 먼저 반응한 건 프리실라였지만, 도리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전 신경 쓰지 말고……!”
“그럴 녀석들로는 안 보이는걸?”
뱀파이어의 말대로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도리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선택해라. 하나, 아니면 어쩌면 그 이상의 친구가 갈가리 찢겨나간 뒤에 항복할지, 아니면 미리 깔끔하게 항복할지.”
하지만 도리안이 붙잡혔고, 손만 까닥하면 바로 목이 찢겨나갈 것이다.
잘못하면 프리실라의 신성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
“이런 망할 새끼들이…….”
무릎을 꿇어야 할까.
아니면 틈을 노려서 기습해야 할까.
전사로서 순수한 실력만 따진다면 여기 중 가장 강한 레일라조차 간신히 기습을 막아냈다.
즉,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대라는 것.
때문에 지금 모두가 떠올리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열을 세지.”
맨 처음 나타났던 녀석이 양손을 펼치더니 하나씩, 손가락을 접어가기 시작했다.
“하나.”
꿀꺽, 넘어가는 마른침.
“둘.”
어떻게 해야 할까.
“셋.”
검을 든 레일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넷.”
저 한 녀석이라도 잡는다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머지는?
아직 근접 방어에 취약한 나머지는?
“다섯.”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항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열을 세겠다던 녀석이 갑자기 모든 손가락을 별안간 접어 버리는 게 아닌가.
“죽여라.”
도리안의 얼굴에 공포가 찾아오고, 도리안을 등 뒤에서 붙잡고 있던 녀석이 히죽거린 그때.
콰드득!
어디선가 마력 화살 두 개가 날아와 도리안의 등 뒤에 있던 뱀파이어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그와 동시에 도리안은 자유로워졌고, 머리를 얻어맞은 뱀파이어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쓰러졌다.
함몰된 머리.
마력 화살이 이 정도의 강력함이었던가.
“너희들이었군.”
그리고 들려 온 목소리.
모두가 듣고 싶었던 목소리이기도 했다.
“휘둘러 방어하라.”
우웅!
그리고 일행 주변으로 마력 방어막이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상황을 파악하고 새롭게 인질을 잡으려던 두 명의 뱀파이어가 튕겨 나왔다.
“큭.”
“이게 무슨.”
그때 데인이 창 끝을 땅에 쿵, 내리치고 뱀파이어들에게 겨누었다.
“너희들한테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아.”
데인의 목소리는 덤덤했고, 차분했다. 당연히 창 끝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선택해라. 저항하다 한둘 남기고 다 죽을지, 아니면 처음부터 얌전히 항복할지.”
방금 뱀파이어들이 건넨 제안이었다.
맨 처음의 뱀파이어가 기도 안 찬다는 듯 피식거렸다.
“우리 전부를 상대하겠다고? 감히?”
데인은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 손가락 세 개만 펼쳐 보였다.
“셋을 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