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3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38화
159. 뱀파이어 로드(2)
뱀파이어 로드, 벨우드는 종족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 꿉꿉한 곳에서 언제까지 처박혀 있을 것인가.’
뱀파이어 로드로서 그에게는 종족의 번식과 번영을 추구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뱀파이어라는 종족의 한계, 그리고 오랜 시간 이어 온 제국의 탄압 등으로 인해 쉽지 않다.
물론 종족을 늘리는 일이야 어렵지 않다.
이곳에서 잠시 나가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물면, 10명 중 1명은 뱀파이어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능사가 아니다.
숨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 거라곤…… 이곳 지하도시에 적당히 적응한 것뿐.’
종족의 번영.
도대체 어떻게 추구해야 할 것인가.
제국 황제라도 암살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첨탑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때였다.
“……저게 뭐야.”
첨탑 아래, 익숙한 얼굴이 셋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은 여럿 보였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의 주인들은 죄다 손목이 잘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런 미친.”
침입자에게 역으로 제압당한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100년 넘게 살아온 벨우드는 지금만큼 당황스러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크와아아아아아악!”
“크우우우우우우!”
갑자기 나타난 두 마리의 소환수.
“에테……라크?”
무려 에테라크다.
그리고 이쪽을 노려보고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벨우드는 안다.
에테라크가 이쪽을 공격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
“뭐, 뭐 하는 놈들이야!”
벨우드는 허겁지겁 상황을 살폈고 곧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단박에 깨달았다.
나오지 않으면 첨탑이 무너진다.
아마 이 첨탑 안의 동족들은 죽을 것이고 자신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당연히 저 밖에 손목이 잘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동족들도 죽을 것이다.
“침착하자.”
벨우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때.
“크와아아악!”
슈아아악!
에레라크의 브레스가 첨탑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
저것의 의미는 간단하다.
지금 당장 나와라.
나오지 않으면 이 첨탑 전체를 무너뜨리겠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에테라크를 불러낸 것으로 추측되는 저 은색 머리카락 녀석이…….
“……소환술사였던 거 아니었어?”
허공에 불덩이 세 개를 띄웠다.
난쟁이들의 기술력으로 쌓아 올린 첨탑이 고작 불덩이에 무너지겠냐만, 브레스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로드 체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나가야 한다.
“망할!”
* * *
“미쳤어? 저기 닿았으면 어쩌려고! 우리 종족에게 저 첨탑이란 말이다! 얼마나 의미가 깊고…….”
옆에서 다르바도가 연신 빽빽거렸다.
에테라크를 소환할 때부터 설마 설마 하더니, 진짜 브레스가 날아가자 저러는 것이다.
“안 그러면 나올 생각이 없어 보여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첨탑은 말이다! 물론 고작해야 브레스 한 번으로 무너질 만큼 느슨하게 쌓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 너 설마 정말 무너뜨릴 생각이었냐?”
난 그 말에 씩 웃어 보이기만 했다. 다르바도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미친놈인 건 알았는데…….”
물론 어지간해선 무너뜨릴 생각이 없었다.
저건 내 기준으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니까, 아깝거든.
하지만 필요하다면 무너뜨렸을 것이다.
어차피 죽은 도시고, 다르바도에게야 중요하다지만 나에게는 아니고.
무엇보다 저 뱀파이어 로드라는 놈이 버티고 있으면 뭔가 알아낼 수 없으니까.
“데인은 한다면 하는 쪽이지.”
그 말에 다르바도는 울먹거리면서 첨탑을 바라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쥐 하나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우리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날아와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저놈이 로드라는 놈이냐?”
“……그렇다.”
똑같은 검은 로브.
뱀파이어 로드라는 놈이렷다.
“갑작스레 침입해서 우리 동족들을 죽이고 이렇게 협박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놈의 첫 마디는 저랬다.
나는 그 말에 창 끝을 우리가 붙잡은 세 뱀파이어들 쪽으로 겨누었다.
“덕분에 우리가 죽을 뻔했지.”
“침입은 네놈들이 먼저…….”
“이곳은 원래 난쟁이들의 도시다. 잊히긴 했지만.”
“…….”
물론 여기서 말싸움할 생각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힘의 논리.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나는 창 끝을 한 놈의 뒷덜미로 가져갔다.
“여기서 뱀파이어라는 종족을 사라지게 만들거나.”
그리고 다시 창을 놈에게 겨누거나.
“우리에게 얌전히 협조하고 아는 걸 다 털어놓거나.”
놈이 으르렁거렸다.
“이유야 어쨌든 몇 남지 않은 우리 종족을 죽였는데 내가 순순히 네놈 말을 들을 것 같나?”
스릉!
놈의 양손에서 열 개의 손톱이 자라났다.
다른 녀석들보다 더 희고 강력해 보이는 손톱이다.
“네놈은 죽이고, 나머지는 모조리 우리의 피가 흐르게 만들어 주지.”
놈이 다가왔고, 나도 다가갔다.
“넌 모르겠지. 우리 종족 한 명 한 명의 목숨이 어떤 의미인지.”
난 그 말에 피식거렸다.
“그 녀석들이 내 친구들을 죽이려 했어서 말이야.”
“변명은 집어치워라.”
스릉!
놈이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허공을 가르는 예리함.
안에 간단한 갑옷을 받쳐 입긴 했지만, 그걸론 당연히 막지 못할 것이다.
물론, 안 맞아주면 그만.
“창을 보니 어떤 미친 살육자가 생각나는군.”
그때 놈이 문득 꺼낸 말에 난 자연스레 어떤 사람을 떠올리며 물었다.
“혹시 은발이던가?”
“…….”
놈은 내 머리카락을 바라보더니 흠칫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츠컹!
순식간에 땅을 박찬 내가 놈의 목을 노리고 창을 내질렀기 때문.
아쉽게도 놈의 손톱이 교차하여 내 창을 막아냈으나, 놈의 눈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흡!”
놈은 그대로 내 창을 떨쳐내더니 꽤나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으로 물러났다.
힘은 상당한 편이다.
손톱의 강도도 굉장한 것 같고.
그 증거로, 아버지가 선물한 창날 쪽에 흠집 두 개가 생겼다.
“그 창으로는 내 손톱을 뚫을 수 없다.”
놈의 말대로다.
이 창으로는 손톱을 뚫을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창만 있는 건 아니다.
난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그대로 걸음을 옮기며 놈 쪽으로 다가가는 두 에테라크.
쿵, 쿵.
콰콰쾅!
“우, 우리들의 도시가…….”
발에 걸린 집들이 무너지는 사소한 사고가 있었지만, 놈을 당황시키기엔 충분했다.
“젠장할.”
기껏 소환했는데 장식용으로 온종일 세워 둘 것도 아니고.
써먹어야 하지 않겠어?
“크와아아악!”
에테라크 하나가 브레스를 내뿜었고, 놈은 다급하게 방어막을 전개하였다.
역시나, 마법을 쓰는 녀석이었다.
막아낼 줄 알았지.
“크윽!”
하지만 오래가진 못할 것 같다.
사실 소환수와 인간의 대결은 성립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체급 자체가 다르기 때문.
하지만 체급에 반비례하는 지속시간 탓에, 소환술사들은 저런 거대한 크기의 소환수를 그리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브레스가 왜, 왜 안 끝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특이한 거다.
“데인이 에테라크를 몇 분이나 유지했었지?”
“저번에 마물 토벌전에서 거의 1시간 넘게 유지했던 것 같은데. 마법도 펑펑 써대면서.”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그냥 그런 걸 의심하지 말라니까? 데인이잖아. 그냥 데인이 ‘데인’한 거라고.”
뒤에서 친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어깨만 으쓱이며 로드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오래 버티기는 힘든 모양.
“크으윽…….”
저기서 삐끗하면 산성 브레스에 몸이 녹아내리고도 남을 것이다.
뱀파이어니만큼 라이칸스로프 못지않은 재생력으로 어느 정도 복구는 되겠다만, 그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계속 그러고 있겠나?”
“……젠장! 그만둬, 그만두라고!”
놈은 결국 항복을 선언했고, 나는 에테라크의 공격을 거둬들였다.
“크우우우…….”
마치 아쉬워하는 듯한 에테라크의 한숨 소리.
하지만 그런 것치고, 뱀파이어 로드 녀석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났을 거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놈의 양팔이 부식되어 있었다.
“망할…… 단순한 침입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놈은 체념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양손을 들어 보였다.
“마음대로 해라.”
하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고 피식거렸다.
“등 뒤에 모으고 있는 그거나 치우고 말하시지.”
“…….”
난 보았다.
놈이 움찔하는 걸.
그리고 놈의 등 뒤에 뭉치고 있던 기운이 요동치고 있는 것을.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죽어라!”
놈의 등 뒤에서 형성되고 있던 시꺼먼 불꽃이 날 향해 날아들었다.
호박만 한 크기.
하지만 저 검은 불꽃의 위력은 남다르다.
한 번 붙으면, 뱀파이어의 마력으로 말미암아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절대 끌 수 없다.
나는 전장에서 저 불꽃을 본 적 있었고, 저 불꽃에 휩싸인 이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도 보았다.
하지만-
“카르나스.”
나는 그보다 더 강한 불꽃을 내뿜을 수 있는 녀석과 함께한다.
“끼르으으으으윽!”
내 품에서 고개만 쏙, 내민 카르나스의 입에서 불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화르르륵!
검은 불꽃과 충돌한 순간, 검은 불꽃을 그대로 휘감으며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다.
그리고 그 검은 불꽃은, 하바로스크 산맥에서 비밀결사 녀석을 상대했을 때처럼…….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상대의 불꽃을 집어삼킨 그대로 날아가 버렸으며, 나는 이번엔 놈을 구하지 않았다.
뱀파이어니까.
콰앙!
“…….”
“…….”
뒤쪽에서는 침묵.
앞에서는 자욱한 연기와 살 타는 냄새.
어느 쪽에서 먼저 소리가 날까.
“……커억. 쿨럭.”
당연히 앞에서다.
놈은 죽지 않았다.
명색이 뱀파이어 로드인데, 자신들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꽃에 저항력이 없을 리가 없지.
다만 카르나스의 불꽃이 너무 강한 탓인지…….
“세, 세상에.”
“몸 절반이 없잖아…….”
놈의 몸은 거의 반쯤 타고 녹아내린 채였다.
용케도 목숨을 유지하는 건 놈이 뱀파이어이면서, 뱀파이어 로드이기 때문.
“크어억……. 커억.”
나는 고통스럽게 버르적거리는 녀석에게 다가갔고, 놈은 저항할 생각도 못 한 채 부르르 온몸을 떨고 있었다.
“넌…… 도대체 뭐냐…….”
불신 가득한 눈빛.
그러다 그 눈빛이 내 얼굴이 아닌 내 머리카락 쪽으로 향했다.
“은빛 머리칼…… 창술…… 서…… 설마…….”
뱀파이어들은 지난 전쟁에 참여했다.
양 제국 모두 뱀파이어를 동원했었다.
그렇기에 뱀파이어들은 당연히 우리 아버지가 전장에서 폭풍같이 창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네놈은 혹시…….”
“데인 소그레스. 소그레스 백작가의 장남이다.”
내 말에 놈의 눈이 부르르, 떨리더니 우리 아버지의 유명한 별명 중 하나가 나왔다.
“……하, 미친 도살자의 아들이었다니.”
그러게 말이다.
“진작 좀 알아보지 그랬어.”
난 피식거리며 창을 집어넣었다.
전투는 끝났다.
이제, 비밀을 캐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