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3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39화
160. 넌 어떤 존재지?(1)
뱀파이어 로드답게 한 시간 만에 팔다리가 수복된 녀석의 이름은 벨우드였고, 놈의 이런 모습 덕분에 나머지 뱀파이어들은 의외로 순순히 항복했다.
“저항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우리에겐 동족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헛된…… 저항을 할 이유가 없다.”
놈은 무척이나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뱀파이어들을 바라보았다.
뱀파이어들은 항복했다.
물론 그 전에 여섯이나 죽었다.
그렇다고 죄책감이 들거나 놈들에게 미안한 건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쯤 혼수상태였을 테고…….
몇몇은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며 몇몇은 깨어나더라도 다시는 태양빛을 볼 수 없었을 테니.
“처음부터 항복하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나는 놈이 항복하는 척하며 공격한 걸 두고 혀를 찼다.
뭐, 본인 선택이니.
어차피 뱀파이어라 자신들의 마력이야 상쇄했으니, 죽을 때까지 몸이 탈 일은 없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이야기를 해야겠지.
“묻는 말에 얌전히 대답하고, 향후 우리가 이 도시에서 뭘 하든 방해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보내 주지.”
“……뭐지? 너희들은 제국에서 보낸 토벌대가 아니었나?”
놈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분명하게 눈을 뜨고 물었다.
제국 토벌대라니.
“토벌대는 무슨.”
“우리를 토벌하러 온 게 아니었나? 하지만 네놈은 소그레스고, 심지어 실력도…….”
“그랬으면 제국군이나 가문의 기사들과 함께 왔겠지.”
“……하아.”
안도의 한숨과 뉘앙스를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마음 졸이면서 살았던 모양.
하기야, 이종족에 대한 제국의 기본 정책은 배척과 소외다.
위험하기로는 라이칸스로프보다 더하다는 뱀파이어인데 가만둘 리가 없지.
즉, 녀석들은 지난 10년 동안 이곳에서 아주 잘 숨어 지내고 있던 셈.
“돌아가서 제국군을 부를 예정인가?”
“네놈들이 협조하기에 따라 다르지.”
그 말에 다르바도가 반발했다.
“이놈들을 죄다 쓸어버려야 하는데 무슨 말이야!”
“그렇게나 원하는 도시를 제국군의 손을 빌려서 탈환하길 원하나?”
“…….”
그렇게 해서 도시를 탈환하면, 제국군이 얌전히 돌아갈까?
그럴 리 있나.
이 도시에서 털 수 있는 건 죄다 털어 갈 것이다.
다르바도는 뱀파이어 로드, 벨우드를 노려 보았고, 나는 그런 다르바도를 안심시켰다.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방법이 있을 거야.”
일단 지금은 계속 물어야 할 시간이다.
“하나 묻지. 너희들은 그럼 여기서 뭘 하려 한 거지?”
“……우리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럼 여기서 이상한 걸 본 적이 없나?”
“이상한 거……?”
벨우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왔을 땐 언데드들이 수두룩했지. 물론 언데드들과 굳이 충돌을 일으키진 않았다. 너희들이 와서 싹 쓸어버릴 줄은 몰랐지만.”
“그 외엔?”
“별다른 건 없었다. 적어도, 우리 외의 생명체는 없었지.”
거기까지 말한 벨우드가 물었다.
“그럼 너희들의 목적은 뭐지?”
난 손가락으로 첨탑을 가리켰다.
“저거.”
“……저 안에 든 것들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아니지, 난쟁이가 함께 왔으니 다를지도 모르겠군.”
놈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왔을 때 첨탑 안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그, 그럴 수가!”
첨탑은 난쟁이들의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장소.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도 의아했지. 하지만 정말이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난쟁이들의 다른 집을 뒤져서 가구들을 가져와야 했었고.”
“도, 도면은? 무구는? 장비는?”
다르바도의 다급한 물음에 허망한 대답이 돌아왔다.
“없었다.”
“네놈들이 설마 빼돌렸나! 이 염병할…….”
“이제 와서 무슨 그런 거짓말을 하겠나?”
그럼 이제 어쩐다.
10년 전에 놈들이 이곳에 왔다.
왔을 때, 첨탑이 다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가져갔다는 뜻이군. 그 난리통에 전부 가지고 탈출했을 리는 없을 테니.”
“제기랄…….”
그럼 그 미지의 생물이 그랬다는 결론이 나오는 건데-
“휘둘러 방어하라.”
나는 마력을 재배열해 뱀파이어들이 탈출할 수 없도록 주변에 마력 방어벽을 둘러친 뒤, 소환수를 불러냈다.
“잘 감시해.”
정확히는, 1마리의 에테라크였다.
“크우우우우우!”
오금이 저리는지 뱀파이어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가자고, 다르바도.”
“젠장…… 망할…… 염병할 새끼들!”
“그렇게 욕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안쪽을 살펴 보자고.”
물론, 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뱀파이어 로드라는 녀석이 좀 이상할 정도로 협조적이다.
과연 내가 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많은 뱀파이어들이 무릎을 꿇는 게 맞는 걸까?
글쎄.
아마 지금도, 머릿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을 모조리 죽이거나, 감염시킬 틈을.
그러지 못하게 에테라크를 불러냈으니, 한동안은 안심이다만…….
“잘 감시해, 프리실라.”
그래서 프리실라를 남겨두었다.
혹여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가장 빠른 대처가 가능하니까.
“맡겨만 둬.”
프리실라는 그 증거로 자신의 우월한 신성력을 여차하면 끌어 올릴 준비를 모두 마쳐 둔 상태.
저러면 아주 든든하지.
그리고 난 가기 전, 벨우드에게 물었다.
“아직 말하지 않은 사실이 남아 있나?”
“……없다.”
“그게 사실이길 바라지. 아니라면, 너희들 종족은 여기서 끝날지도 모를 테니까.”
나는 놈의 눈썹이 꿈틀, 하는 것을 보았으나 못 본 척 몸을 돌렸다.
“가자고.”
첨탑으로 향하는 인원은 나와 어니스트, 다르바도, 그리고 제나다.
레일라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프리실라를 지원해야 하니 이곳에 남는다.
알투르와 도리안도 마찬가지.
알투르의 실력이야 충분하고, 도리안도 상당히 실력이 올라왔으니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다.
철컥, 끼릭.
미리 빼앗아 둔 열쇠로 첨탑 문을 열자 보이는 내부.
곧바로 다르바도의 한탄이 터져 나왔다.
“……우리의 역사적인 곳을 이따위로 꾸며두다니.”
내부는 그야말로 뱀파이어 취향으로 가득했다.
시뻘건 조명이며, 곳곳에 걸린 을씨년스러운 장식, 그리고 화려한 의자까지.
어떻게 보나 난쟁이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것투성이다.
“아주 염병할 놈들…….”
우당탕!
다르바도는 분이 안 풀리는지 곳곳에 있는 장식들을 부수고 떼어내며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그 모습을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난쟁이의 심경까지 모두 이해해 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 마음이 어떤지는 대충 알 것 같으니까.
그리고 잠시 후.
“허억…… 허억…….”
나는 진이 빠져 보이는 다르바도에게 물었다.
“분이 좀 풀리나?”
“전혀!”
“그럼 좀 이따 풀고 이곳 좀 뒤지자고.”
“……그래야겠군.”
다행히 다르바도의 납득은 빨랐고, 우리는 일단 첨탑을 전제적으로 뒤졌다.
그리고 뱀파이어의 물건들 중 값이 나가 보이는 건 모조리 챙겼다.
“이건 팔면 되겠고.”
“우리 동아리 자금 진짜 넘쳐나겠다.”
어니스트의 말마따나, 뱀파이어의 물건들 중에서는 꽤 귀중한 보석이나 아티팩트도 많아 보였다.
이건 우릴 공격한 값으로 치고.
“이제 남은 건 지하뿐이군.”
한참을 뒤진 뒤 나는 바깥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여전히 뱀파이어들은 얌전하다.
주기적으로 오는 레일라의 통신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인다.
그럼 남은 한 곳을 가 볼까.
“이곳 첨탑의 지하에는 뭘 보관하고 있지?”
“그냥 빈 공간으로 알고 있다. 알다시피, 안 그래도 습기가 많은 도시인데 더 깊숙하게 파묻으면 습도 조절이 힘들어서.”
“난쟁이들의 기술력으로 해결이 안 되나?”
“굳이 지하에 보관할 필요 없이 다른 곳에도 보관이 가능하니까.”
다르바도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후.
우리는 딱히 특색 없는 문과 별거 없는 텅 빈 지하를 마주했다.
“정말 첨탑이 텅텅 비었군.”
내 감상에 다르바도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 우리의…… 모든 것들이…….”
절망해 주저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하다.
나는 혹시나 해서 지하를 더 둘러 보았지만, 뭔가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외부로 통하는 길이나 특별한 장치는 없는 것 같아.”
어니스트의 재확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도시에서 볼일은 끝난 건가.”
우리의 목적은 지하도시에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것.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우리가 목표로 했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있나.
모험에는 실패도 존재하는 법.
하지만 얻은 게 없는 것도 아니다.
“뱀파이어들의 물건들이라도 얻었으니 다행인 건가?”
“그보다는 뱀파이어를 상대해 봤다는 경험이 중요한 거지.”
모험에는 경험이 따른다.
어쩌면, 우리는 물질보다 더한 걸 얻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도 좀 아쉽지만 말이다.
“슬슬 나가 볼…….”
내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끼륵?”
카르나스의 묘한 반응을 발견했다.
“왜 그래?”
“끼륵!”
카르나스가 품에서 고개를 쏙, 내밀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아까 뱀파이어 로드와의 전투 후 내내 잠들어 있더니, 깨어나자마자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뭔가 있는 것 같아?”
“끼륵!”
카르나스는 아예 밖으로 튀어나오더니 바닥에 내려앉아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느 지점에 멈춰서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여기 뭐가 있는 것 같아?”
“끼륵!”
딱히 보이는 건 없다.
하지만 카르나스가 멈춰 선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기 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지? 카르나스가?”
“그런 것 같은데.”
하지만 느껴지는 게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바닥이고, 아래 추가적인 공간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잠시만.”
이후 기감을 극도로 확대해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자, 어쩐다.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였다.
“내가 도울 수 있을까? 혹시 뭔가 찾는 거라면…….”
제나가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그래, 강령술.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으응. 확실치는 않지만…… 얼마 전에 괜찮은 영혼을 하나 받아들였거든.”
괜찮은 영혼이라.
그거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제나는 곧바로 강령술을 준비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눈으로 드래곤을 보게 될 줄이야.”
제나의 입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음성이 흘러나왔다.
항상 수줍어하던 것과 달리 굉장히 묵직한 목소리.
“드래곤이 무언가를 감지한 것 같은데, 내가 한번 살펴보지.”
제나, 아니 제나의 몸을 빌린 무언가가 그렇게 말하며 카르나스가 가리킨 자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보여라.”
그리고 잠시 후.
“이거였군.”
제나 앞에 펼쳐진 광경에 내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 * *
벨우드는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고 있었다.
‘아니다. 발견할 리 없다.’
첨탑에서 모든 것을 치웠다.
흔적이 될 만한 건 모두 없애버렸다.
그러니, 발견할 만한 건 없다.
‘놈’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걸 건네주었고, 그래서 텅 빈 첨탑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불안은 뭘까.
‘침착하자.’
벨우드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다.
로드라는 신분 덕에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전력을 다한다면 자신들을 둘러싼 이 방어막을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다른 놈들을 인질로 잡을 수 있다면 우리가 무조건 유리하다.’
자신들의 숫자도 많고, 동족들은 강하다.
무엇보다 정 안 되면 ‘놈’을 불러내면 된다.
다만, 그 대가는 셀 것이다.
‘……지평선 너머의 존재란 도대체가.’
하지만 이대로 멸족당하는 것보다야 백 배 낫다.
‘일단 기다린다. 몸이 회복될 때까지…….’
하지만 그 희망사항은 산산이 부서졌다.
“데인이 돌아오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첨탑으로 떠났던 인원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데인은 정확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방어막을 사이에 두고 데인이 다가와 물었다.
“안의 광경, 재미있던데.”
“……우리의 취향이 원래 그렇다.”
“그것도 그런데, 지하실이 흥미롭더라고.”
“…….”
들켰을 리가 없을 텐데.
그냥 블러핑인가?
“보아하니, 그곳에 누군가 머무른 것 같더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 그래. 흔적은 없지. 근데, 흔적을 되돌릴 수는 있어.”
“……!”
벨우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대목에서 데인은 확신한 듯 씩 웃었다.
“꽤 큰 걸 숨겨두고 있던데.”
데인은 그러면서 지하 도시, 첨탑 너머 북쪽의 거대한 사원을 가리켰다.
“난 이제부터 저기로 갈 거야.”
“…….”
꿀꺽, 넘어가는 마른침.
“그리고 가서 저기 잠든 녀석을 만나 볼 생각이지.”
그 말에 벨우드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더 경악스러운 건 다음에 이어진 말이었다.
“한번 깨워서 물어보려고. 왜 그랬는지.”
벨우드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미친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