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4화
8. 즐거운 시간이었다(1)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시약 반응도 아주 좋아서 샘플로 쓰기엔 딱일 겁니다.”
“음, 그럼 이 달뿌리랑 콘웰열매가 좋겠군. 어디 보자…….”
두 사람이 재료를 두고 이야기하는 사이 내 시선은 저 아무 특색 없는 돌에 고정된 채 떨어지질 않았다.
나는 고민 끝에 다가가 손을 얹었다.
그러자 마치 마력이 공명하듯 강렬한 진동이 일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둘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나는 고민 끝에 그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실험 삼아 마력을 가라앉히자 신기하게도 공명이 사라진다. 그래서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이건 뭔가요?”
상점 주인은 내가 든 ‘돌’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어디 있던…… 아. 장식으로 놓아둔 거군요.”
“장식품이요?”
장식치고는 공명이 꽤 세던데.
상점 주인의 한숨이 들려왔다.
“어유, 그거 생각만 하면 제가 속이 다 터집니다.”
“뭐 사기라도 당한 물건인가?”
“예에! 몇 년 전에 수도로 가는 길에 식량 좀 사겠다고 접근한 행상인 녀석이 돈주머니랍시고 건네주고 갔는데, 글쎄 열어 보니까 저게 들어 있지 뭡니까?”
“어이쿠.”
“저래 보여도 저게 빵 다섯 덩이치 값입니다.”
빵 다섯 덩이라.
내 마력에 공명하는 물건치고는 싼값이다.
“그래도 뭐라도 있나 싶어서 아는 마법사한테 조사도 맡겨 보고 뭐 이것저것 둘러봤는데 결론은 돌이었습니다, 돌. 어유. 아까워서 저기 올려놨지만요.”
상점 주인은 속 터진다는 표정으로 말하다가 나에게 물었다.
“도련님, 혹시 신기해 보이는 물건을 찾으신다면 이쪽입니다. 여기 마법 아티팩트들이 조금 있습니다. 수도만큼은 아니더라도 물건이 꽤 있죠.”
나는 그 말에 아티팩트들을 슬쩍, 쳐다보았다.
큰누나가 나에게 생일 때마다, 혹은 생각날 때마다 턱턱 안겨 준 것들에 비하면 분명히 손색이 있지만 마침 아공간 자리가 넉넉했다.
“그중에 몇 개 살게요. 추천 좀 해줄래요? 그리고 사는 김에 이것도 같이 살게요.”
“네에? 아무 쓸모도 없는 돌덩어리를 왜…… 그거야 뭐, 그럼 제가 그냥 드리겠습니다.”
상점 주인은 아무래도 이 돌의 정체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모른다. 하지만 마력에 반응하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대충 방치하진 않았을 테지.
“어디 보자…… 으흠. 이게 좋겠군요. 이건 명함첩입니다. 요새 수도에서 다들 ‘명함’이라는 걸 들고 다니는 것, 아시죠? 그 명함이라는 걸 여기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정보를 읽어 저장시켜 주는 물건입니다. 사람의 이름만 말해도 그 사람의 명함을 이렇게 띄워 주는 것이죠! 그리고 또…….”
나는 상점 주인이 추천해 주는 대로 아티팩트들을 받아 챙겼다. 언제 쓸진 모르지만 그래도 뭐, 받아서 나쁠 건 없지.
그렇게 그나마 쓸 만해 보이는 세 개를 챙긴 내가 물었다.
“다 해서 얼마죠?”
“전부 해서 골드 크라운 1개입니다만…… 솔직히 안 받고 싶습니다.”
“아뇨. 그래도 값은 치러야죠.”
골드 크라운 1개.
비싼 값이다.
하지만 마법 아티팩트라는 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며, 무엇보다…….
이 돌이 내 손에 들어온다.
“여기요.”
“하, 하하. 오늘 장사 접어도 되겠네요.”
상점 주인은 감격한 듯 골드 크라운이 보석이라도 된 양손을 부르르 떨었다.
“도련님, 언제든 들르십시오! 앞으로 오실 때마다 제가 서비스 팍팍 얹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씩 웃기만 했다.
그렇게 시드레인은 마법 시약 교육에 필요한 재료를, 나는 아티팩트들과 겉보기엔 아무런 쓸모도 없어 보이는 ‘돌’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시드레인이 말했다.
“예술품이나 장식 수집하는 취미는 없는 것 같아 보였는데…… 갑자기 흥미라도 생겼느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눈치챘어요?”
“음. 너 정도 되는 녀석이 쓸모도 없는 장식을 아티팩트를 사는 척하면서 사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지.”
뭐, 숨길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돌아가는 대로 이야기를 꺼내 한번 물어볼 생각이었다.
대충 내 마력에 반응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시드레인은 흥미롭다는 듯 수염을 매만졌다.
“그 물건이 정말 네 마력에만 반응한다면…… 그 물건의 정체에 따라 네 마력이 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를지도 모르겠구나.”
물건의 정체라.
나는 돌을 꺼내 마력을 주입시켰다.
공명한다.
그리고 진동이 일더니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듯했다.
“여기서는 안 되겠네요.”
일단 성으로 돌아가야겠다.
시드레인도 이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마법 시약 수업은 조금 뒤로 미뤄야겠구나.”
* * *
시드레인은 돌아와 자신이 머무르는 방 한쪽을 마법으로 깨끗하게 치우더니 아공간에서 이런저런 도구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도구라기보단 기구에 가까웠다.
“실험 도구들이지. 밖에 나와서 이걸 꺼내 볼 줄은 몰랐는데.”
시드레인은 나에게 돌을 건네받곤 어떤 기구 정중앙에 올려 두었다. 마력을 투사하는 기구라나.
“상점 주인이 분석을 맡겼는데도 별달리 발견된 게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흥. 그게 뭐든 이거랑 같을까? 이건 내가 거의 전재산을 털어 주문 제작한 기구라고. 최첨단이지. 마력만 투사하면 숨겨진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는 물건이야.”
아, 그렇구나.
내 리액션이 약하자 시드레인은 한숨을 쉬었다.
“다른 녀석들은 보자마자 흥분하는 물건으로 이런 반응이라니…… 재능이 뭔지.”
그야 어지간한 일에는 크게 안 놀라서 그렇죠.
아무튼 시드레인은 크라운 은화 두 개로 산 ‘돌’을 기구에 올려놓곤 자신의 마력을 주입시켰다.
그리고 마력이 8개 방향에서 마치 바늘처럼 쏘아져 돌을 뒤덮었다. 저건 좀 신기한 광경이다.
지이이잉…….
그러기를 20분.
시드레인이 버튼을 누르자 기구는 작동을 멈췄고, 작동을 멈춘 기구 위로 마력으로 만들어진 글씨들이 떠올랐다.
“허어…….”
시드레인은 그 글씨들을 읽고 탄식을 흘리다 내게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거라.”
그러고는 그 글씨들을 가리켰다.
룬어로 이루어진 일종의…….
“코드네요.”
“그래. 코드지. 하지만 일반적인 코드는 아니야.”
배열은 물론 규칙도, 구조도 내가 본 적 없는 코드다.
심지어 어마어마하게 많다.
내가 오늘 소화한 2체인 마법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고, 거의 6체인 혹은 7체인급에 비견될 정도로 많고 복잡한 코드.
“그럼 이 돌의 정체를 감추는 마법이 해당 코드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군요.”
“바로 맞췄다. 그리고 네 마력이 이 코드를 풀어낼 열쇠지. 네 마력에만 반응했으니 말이다.”
내 마력이 열쇠라.
도대체 뭘까?
이 돌을 둘러싼 봉인이 뭐기에 내 마력에만 반응하는 걸까?
“흐음…… 마법 봉인 쪽은 내 전공이 아니다만…… 그래도 마탑주 체면에 한 번 시도는 해야겠군.”
마법 봉인이라.
큰누나에게 들은 적이 있다.
아티팩트, 마법 시약처럼 별도의 전공이 마련되어 있는데 시약보다 전공자가 훨씬 더 적다는 분야.
“일단 봉인을 풀고 이 물건이 뭔지 나오면…… 그때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을 풀면 드러날 물건은 뭘까?
아니, 그보다-
“제 마력이 남들과 다른 이유도 알 수 있겠네요.”
나는 이게 더 궁금하다.
* * *
제국 아카데미 마법 학과 역대 최고 성적.
약관의 나이로 6체인의 경지.
존재하는 모든 마탑의 러브콜.
그리고, 이런 실력 못지않은 미모.
모든 것을 갖추고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의 마법사 아라벨라 소그레스를 찾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어느 마탑으로 갈지는 정했니? 아직 안 정했으면 오늘 마탑주님이 오시는데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떻겠느냐?”
“아라벨라! 실험이 이상해! 한번 도와줄래?”
“젠장, 아라벨라. 너밖에 없어. 제발. 발굴장에 같이 가주라, 응?”
마탑.
교수.
동문.
수많은 사람들이 아라벨라를 찾았다.
어지간한 교수들 못지않은 식견.
26살이라는 나이로는 생각되지 않는 경험.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근간이 되는 마법 실력까지.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되겠네요.”
하지만 아라벨라는 오늘만큼은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쯤이면 분석이 끝날 것 같은데.’
바로, 막내동생 데인의 마력 분석이었다.
아라벨라가 제아무리 바쁘다 한들 1순위는 가족이었다. 특히 세상 그 무엇보다 아끼는 동생 데인이라면 더더욱.
아라벨라는 걸음을 재촉해 ‘자신의’ 실험실로 돌아왔다.
교수가 아닌 이상에야 있기 어려운 개인 실험실.
친하게 지내는 교수가 안식년에 들어가 마탑으로 돌아간 사이 쓰라고 내준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아라벨라가 교수들에게 얼마나 큰 기대와 귀여움을 받는지 알 수 있는 사실.
“좋아. 다시 볼까?”
아라벨라는 데인의 말을 떠올렸다.
데인의 마력이 특별하다는 사실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에 연락하며 들은 사실들을 고려해 보니 보통 특별한 게 아닌 것 같았다.
데인에게 마력석에 마력을 담아 보내라고 한 건 그런 이유.
우우웅…….
아라벨라는 마력석을 분석하는 기구가 출력하는 코드들을 살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전체 분석이 끝나고 마침내 세부 분석에 들어서자 서서히 차이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히-
“역시, 다르네.”
‘일반적인’ 마력과는 분명히 다르다.
특별함.
데인의 고유 마력 코드에는 자신에게도 없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종종 특별한 마력들이 발견된다.
이를테면 특정 마법에 적합한 마력이라고 해야 할까?
마법사들의 전공이 세분화되는 건 그런 이유.
하지만 아라벨라는 아직까지 데인의 마력에 존재하는 코드가 과연 어떤 것에 적합한지, 어떤 것에 특화된 건지 알아내지 못했다.
마법 시약, 마법 게이트, 마법공학, 마법 봉인, 공성 마법…… 수많은 분야의 대표적인 코드를 대입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것.
“그럼 이렇게 해보자.”
아라벨라는 결국 지금까지 대입해 보지 않았던 코드들을 떠올려 보았다.
가능성은 낮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선 되는 대로 모두 시도해 보아야 한다.
“연금술, 점술, 강령술…… 이건 좀 너무 나갔나? 그래도 넣어야지. 사령술도 있고…… 원시 마법 코드도 있었지.”
일종의 소실된 마법 분야라고 해야 할까.
지금에 와선 거의 쓰이지 않는 마법들.
그렇게 10여 개의 마법 코드를 넣어 대입시키던 아라벨라는 자신이 미처 떠올리지 못한 한 개의 마법 분야도 떠올렸다.
“고대 마법…… 이건 좀 너무 나갔나? 하기야, 사라진 지가 2천 년이 넘었는데.”
고대 마법.
과거 ‘마법의 왕국’이라 불렸던 ‘아르카나’의 전승 마법.
무려 2천 년이 지난 시대라 당연히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발동시킬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는 마법.
그나마 딱 한 줄, 불명의 마법 코드가 수많은 구전(口傳) 이야기와 아르카나가 실존했음을 증명하는 몇 가지 유물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올 뿐.
쉽게 말해 가장 가능성이 낮은 코드.
“에이, 뭐 어때.”
아라벨라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고대 마법의 코드까지 넣고 분석기를 가동시켰다.
우우웅!
아라벨라는 만약 이번 코드 분석에서도 일치하거나 유사한 코드가 발견되지 않으면 일단 실험을 보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삐익- 삐익-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코드에서 결과 도출을 알리는 비프음이 들려왔다.
아라벨라는 역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갔다.
‘뭘까? 연금술? 점술? 아니면…… 사령술? 사령술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결과를 확인한 그 순간.
“맙소사.”
아라벨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