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4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41화
160. 넌 어떤 존재지?(3)
긴 고민이 이어지던 것 같았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느껴지던 마력이 어느 순간부터 뚝 끊긴 것.
차분한 고요함 속에서 나는 카르나스와 함께 대답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이곳, 신전.
그리고 나와 지금 대화하는 강대한 존재.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지평선 너머는 도대체 어떤 공간일까.
그리고 그런 곳에서 넘어 온 존재는 왜 이곳, 지하도시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걸까.
[나는 흥미를 찾고 있다.]긴 시간 후 들려 온 대답은 저러했다.
“난쟁이들의 물건이 네 흥미를 끈 건가?”
[그런 셈이다. 이곳에 들어온 뱀파이어란 녀석들도 나에게는 흥미로운 존재들이지.]흥미를 추구하는 존재라.
정확히는 ‘흥미만’ 추구하는 존재.
“그래서 뱀파이어들이 저렇게 설설 기는 건가?”
[난 그렇게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내가 원했던 것 그냥 그 녀석들이 내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혹여나 내 흥미를 끌 만한 물건이 있으면 나에게 가져다주는 걸 원했을 뿐.]설설 길 만하네.
말만 걸어도 온몸이 떨릴 텐데 안 그러고 배기겠나.
“그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녀석들이군.”
[난 그냥 이곳에 있었을 뿐이다.]“있었다고?”
[그래. 아주 오래 전부터.]그렇다는 건…….
“네 입장에서는 난쟁이들이 오히려 침입자였겠군.”
이거, 난쟁이들 추측이 완전히 달랐군.
[너희들의 표현으로 치면, 그렇다. 물론 처음에는 별달리 흥미가 없었지. 시간이 흐르니, 흥미가 보였을 뿐.]침입자는 난쟁이들이었다.
다르바도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그럼 언데드가 된 난쟁이들은?”
[아, 그건 좀 흥미롭더군. 말했다시피,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럼 어떻게 된 거지?”
[내분이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난쟁이들이 한데 모였고, 첨탑 안의 물건들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실로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그럼 언데드가 된 난쟁이들은 누군가와 싸우다 죽은 게 아니라 서로를 죽인 셈이군.
[때론 웃기는 진실도 있는 법이지. 나에게는 흥미로웠다만.]정리하자면 지하도시는 지금 나와 대화하는 녀석이 자리를 잡음으로써 이렇게 된 것이다.
녀석이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존재만으로도 난쟁이들을 쫓아낸 셈.
그리고 난쟁이들은 그런 것도 모른 채 그저 ‘재앙’이 닥쳤다는 이유로 도망을 쳤고…….
남은 난쟁이들은 내분 끝에 죽어 언데드가 되었다.
우리가 죄다 없애 버렸지만.
쉽게 말하면 이 녀석은 자연재해다.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
“난쟁이들이 이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하겠군.”
어쩌면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겠지. 난 그저 여기에 자리를 잡았을 뿐이고, 힘을 행사한 적도 없었으니까.]그거야 뭐 난쟁이들이 알아서 할 일.
나는 사실만 전달해 줄 예정이다.
“그럼 앞으로도 이곳에서 흥미를 추구할 생각인가?”
[그럴 예정이다. 적어도 수백 년은. 그런데 이제는 네가 꽤 흥미를 끄는구나.]“내가?”
[드래곤을 품었으며, 이제는 사라진 힘을 지니고, 이런 나와 거침없이 대화하는 네가 흥미롭다.]이거 기뻐해야 하는 건가.
환생한 걸 밝힐 생각도 없다만.
“그래서, 날 여기 잡아 두기라도 할 셈인가?”
[데인 소그레스. 그대를 여기에 잡아 두면 그대는 더 이상 흥미로운 존재가 아니게 되지.]묘하게 달라진 그의 음성이 이어졌다.
[그러니 그 흥미를 유지하라. 내 언제고 이곳에서 모든 흥미를 상실하면, 그대를 찾아갈 테니.]“그다음에는?”
[그대를 지켜보며 새로운 흥미를 찾겠지. 내가 원하는 건 그뿐이다.]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신적인 존재가 날 흥미로워하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드래곤도 흥미롭다.]“끼…… 끼륵?”
당황한 카르나스.
“유일한 드래곤이라서?”
[그것도 그렇지만, 그 유일한 드래곤이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되는군. 신체는 모두 자란 것 같지만, 잠재된 힘은 다른 드래곤을 넘어설지도.]“끼륵?! 끼륵!”
이거, 생각보다 많은 사실들을 알아가는데.
카르나스가 유일한 드래곤인 것도 모자라 잠재된 힘이 엄청난 수준이라니.
[그리고 그대도 그러하다. 이 시대의 소실된 힘을 지니고 있으니 그러하지만…… 그 외의 것도 보이는군.]“그런가? 뭐,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궁금하지 않은가? 네가 지닌 힘이 무엇인지?]“별로.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얼마나 특별한 힘이든 내가 알고 도달하기 전까지는 관심 없다.”
[하하하…… 너는 마치 나처럼 보이는군. 모든 것에 초탈한 것 같아.]뭐, 그런 것까지는 아닌데.
환생 한 번을 겪으니 사람이 좀 그렇게 되긴 하더라고.
아무튼 이번엔 내가 질문을 던졌다.
“넌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 있을 예정이라 했었지.”
[그렇다.]“그럼 난쟁이들이 이곳에 돌아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가?”
[그렇다. 원래 그들의 것이니. 난 그저 잠시 자리를 잡았을 뿐.]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다만, 그들이 내 존재를 견디는 건 별개의 문제지. 난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으니.]느낌이 참 묘하다.
원래대로였다면 이 자는 침입자다.
하지만 자연재해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자연재해로 집을 잃었다고 탓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난쟁이들이 돌아오면 내 흥미를 끌 만한 물건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그럼 첨탑 안에서 가져 간 물건들에 흥미가 있다는 뜻이군.”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아. 어쩌면 야금술에 흥미가 생길지도.]그럼 보물은 포기해야겠군.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을 알게 되었으니 상관없다.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그가 물었다.
[넌 이것에 관심이 있는가?]“다른 건 모르겠고, 난쟁이들 사이에서 추앙받는 전설적인 대장장이가 만든 물건이 있다더군.”
[음. 가장 흥미를 끄는 그 물건인가 보군.]그와 동시에 갑자기 허공이 갈라지며 내 앞에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받아라. 내 흥미를 끈 대가다.]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 매끈하게 다듬어진 사각형의 무언가였다.
들어 보니 푸른색의 불투명한 무언가였는데, 잡았을 때 딱히 무언가가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 보니 달랐다.
[봉인석이다.]“봉인석?”
[그래. 이 세상에서도 흔하디흔한 것이지. 하지만, 존재 그 자체를 봉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달라진다.]난 조금 놀랐다.
봉인석은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이나 힘, 기운을 봉인하는 것이다.
그마저도 온전한 봉인이 쉽지 않다.
그런데 존재 자체를 봉인한다고?
[대단한 물건이더군. 우리 세상, 그래. 너희들이 말하는 지평선 너머의 세상에도 이런 물건은 흔치 않다.]“그런 걸 나에게 주겠다, 이건가?”
[네가 흥미 있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흥미가 생기면 모두 알아본다. 내가 흥미를 가진 너라면, 내 줄 가치가 충분하지.]묘한 논법이었지만 뭐, 준다는데 받아야지.
“고맙게 받지.”
잘못 쓰면 세상 근간을 흔들 수 있을 만한 물건이다.
‘존재’ 자체를 봉인하는 거니까.
근원적인 무언가를 봉인하면 규칙이 흔들리고, 흔들린 규칙이 바뀌거나 사라지면 무언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그게 어느 정도의 범위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사실.
[그걸 챙겼으니 이제 무얼 할 예정이지?]“돌아가야겠지. 아카데미로.”
[아카데미? 아아. 수학(修學)하는 제국의 기관을 이야기하는 것이군.]“이 세상에 대해 잘 아나?”
[알 만큼은 알지. 하지만 모두 흥미를 가진 건 아니다.]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존재가 소소한 게 아니라 뭔가 큰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여하튼, 이쪽 세상에 큰 관심은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뱀파이어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건 그들의 선택이 되겠지. 난 그들에게 바란 게 없다.]“그쪽은 다르게 생각하던데.”
[그거야 지레 겁을 먹은 거겠지. 난 괴롭힘에 취미가 없다. 오직, 흥미만 가질 뿐.]흥미.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이다.
[재미난 만남이었다, 데인 소그레스. 너와는 꼭 다시 보길 바란다.]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언젠가, 다시 볼 날을 기대하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이 도로 고요해진 이 신전.
“끼……륵?”
“간 것 같아, 카르나스.”
“끼륵!”
에는 나와 카르나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봉인석뿐.
전설적인 대장장이가 만든 봉인석이라.
무기나 갑옷, 방패 이런 종류일 줄 알았는데 좀 신기하긴 하다.
존재 자체를 봉인하는 물건이라.
난쟁이들은 이게 그런 물건인 줄 알았을까.
무슨 사연으로 이걸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유용하게 써먹어야겠다.
“어디 세상 맛있는 타르트를 봉인하고, 늙어 죽기 직전에 꺼내서 먹어 볼까?”
“끼, 끼륵?”
실없는 생각과 당황한 카르나스의 반응에 피식거린 나는 신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다르바도는 충격을 먹었고, 일행들은 기뻐했고, 뱀파이어들은 할 말을 잃었다.
“우리가…… 침입자였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더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이거.”
어떤 미지의 침입자 때문에 지하 도시가 그렇게 잊히게 된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들이 침입자라니.
다르바도는 그야말로 단단히 넋이 나간 듯하다.
“……그럼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거야 나중에 난쟁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다만, 돌아오는 걸 막진 않겠다고 하더군.”
“하, 하하하…….”
나는 그러면서 봉인석을 흔들어 보였다.
“이건 그쪽이 나한테 준 거고.”
“그건 뭐지?”
“봉인석이다. 전설적인 대장장이가 만들었다던.”
대략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다르바도는 봉인석을 받아 한번 살핀 후 돌려주었다.
“……소유권 주장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그게 봉인석이었다는 게 더 신기하군.”
“그러게.”
다르바도는 의외로 봉인석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 사실들을 동족들에게 어떻게 알릴지 무척이나 막막해하는 것 같았다.
“염병할. 이런 경우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심지어…… 내분까지 일어났었다니.”
무척이나 억울해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돌아올 수 있게 되었군.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지만.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리하자면, 난쟁이들은 일단 도시로 돌아올 수는 있게 되었다.
돌아온 이후는 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고맙다, 데인 소그레스. 네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우리는 평생 영문도 모르고 살아야 했었겠지.”
“그냥 사실을 전달했을 뿐인데.”
“아니다. 너는 분명한 은인이다.”
봉인석도 내가 가지고, 알아서 하라고 말한 마당에 은인 소리를 들을 줄이야.
“이 사실을 널리 알리겠다. 언제고 우리 동족을 찾아다오. 동족을 대표해서, 진심을 다해 언제고 널 도울 것을 약속하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자, 이제 그럼 난쟁이들 쪽은 해결됐고.
“그럼 우리 모험은 종료인가?”
“그런 셈이지. 지하도시도 탐험했고, 전리품도 쏠쏠하고. 미지의 존재도 만났고.”
“아쉽다. 나도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는데. 근데 바로 기절했겠지?”
우리 쪽도 꽤 만족스럽다.
다들 하나씩 활약했고, 전리품도 그럭저럭 얻은 데다 지하도시라는 곳을 보게 되었다.
사실 눈으로 담은 광경만 해도 모험은 성공적이다.
애초에 올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웠었으니까.
무엇보다 알아 낸 것이 많다.
실은 이곳 지하도시엔 난쟁이들이 아닌 이름도 모르는 그 존재가 먼저 와 있었다거나.
카르나스가 최후의 드래곤이라거나.
내가 가진 힘이 내가 아는 것 이상이라거나.
“아주 재미있었어.”
난 씩 웃는 한편, 나머지 한 쪽의 반응도 살폈다.
“로, 로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이 도시에서…… 나가야 하는 것입니까.”
“이제는 우리 동족이 더 이상 갈 곳은…….”
뱀파이어들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대강의 상황을 추측해 보더니,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는 불안에 휩싸인 모양.
“데인 소그레스. 우리가…… 이곳에 살면 안 되는 것인가?”
뱀파이어 로드, 벨우드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내가 대답할 수 없겠는데.”
사실 소유권을 주장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다.
그러니 다른 쪽이랑 합의를 봐야지.
“다르바도. 네가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망할. 골치 아프군.”
다르바도는 한숨을 쉬더니 뱀파이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혹시 잘하는 거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