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4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42화
161. 마력석 도난 사건(1)
다르바도는 일단 뱀파이어들과 도시에 함께 남는다고 하였다.
그 바람에 내가 한 번 더 벨우드에게 경고를 날려 주었다.
만약 개수작을 부리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싹 쓸어버리겠다고.
난쟁이와 뱀파이어 간의 합의야 알아서 할 일이지만, 다르바도를 건드리는 건 다른 문제니까.
“우리는 지낼 곳을 원한다. 제국군의 감시와 시선만 피할 수 있다면, 무슨 대가도 치르겠다.”
아무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 같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차피 뱀파이어들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지내야 하는 입장이다.
그게 안 된다면, 꼼짝없이 하바로스크 산맥이나 혹한의 북부로 가서 생존해야 할 판이니.
“동족들에게 연락을 취해야겠군. 뱀파이어들의 처분 문제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봐야겠지만 말이야. 솔직히, 이곳으로 동족들이 돌아오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난데없이 큰 임무를 짊어지게 된 다르바도는 한숨을 쉬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뻐 보이기도 했다.
“내 부모님 대에서 잃었던 도시를 되찾은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염병. 확실하게 되찾은 건 아니지만.”
실은 따지고 보면 ‘되찾았다’라는 표현에는 어폐가 있다.
자신들을 도망치게 만든 미지의 존재가 버젓이 저 신전에 있으니.
“여러 의미로 신전이 되어버렸군.”
난쟁이들의 신을 모시는 곳에 자리를 잡은 초월적인 존재.
그렇다면 저 신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건 이제부터 난쟁이들이 생각해야 할 철학적인 사유가 되겠지.
“그럼 슬슬 돌아갈 시간이군. 따라와라. 출구로 안내하겠다.”
아무튼 우리는 모험을 마무리한 채 다르바도를 따라 지하도시, 아크리움의 출구로 향했다.
출구는 꽤 독특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달했는데,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 폐쇄되진 않았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말이야.”
다르바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밋밋한 벽으로 다가가더니, 일정한 위치를 누르고 당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쿠쿠쿵!
그러자 벽이 갈라지며 틈새가 드러났고, 난쟁이들이 드나들 만한 입구가 열렸다.
“비상 탈출구지. 난쟁이들 기준이라 너희들이면 허리 숙이거나 기어가야겠군.”
다르바도가 청사진을 봐 두고 이런 사실들을 기억해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나가는 데만 한세월이었을 텐데.
“진짜…… 난쟁이들의 기술력은 대단한 것 같아.”
어니스트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벽에 자연스럽게 기계장치들을 숨겨두고, 그게 아직까지도 작동한다는 게 신기한 모양.
“아까 보니 그림을 열심히 그리던데, 원하면 얼마든지 스케치하라고.”
“정말요?”
“그래. 망할 다른 제국 놈들과 다르게, 너희들은 내 은인이니까.”
그리고 다르바도의 말에 신이 나서 스케치를 시작하는 어니스트.
저걸로 뭐 기술이 유출되거나 할 일은 아니다만, 다르바도가 이런 태도를 보였다는 게 중요하다.
“오길 잘했군.”
“데인 소그레스. 네가 왔기에 우리 동족이 다시 터전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거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긴 하겠지만.”
나는 다르바도와 악수했고, 다르바도는 씩 웃어 보였다.
“저번부터 느낀 건데, 넌 무릎을 굽히지 않아 좋다.”
“무슨 의미지?”
“예의 차린답시고 나와 눈높이를 맞추어 무릎을 굽히는 얼간이들이 있었거든.”
그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무튼 잘 가라. 또 보지. 난 저 망할 뱀파이어 새끼들이랑 이야기 좀 하러 가야겠다. 자는 사이 가랑이나 안 물면 다행인데.”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딱히 걱정은 없어 보인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다르바도와 작별했고…….
“우와! 드럽게 좁다!”
“앞에 좀 빨리 갈 수 없냐? 엉덩이가 닿잖아!”
“혹시 나올 것 같더라도 꾹 참아라. 제발.”
엉금엉금 기어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햇볕이다…….”
“바깥이야!”
“나왔다아!”
누가 보면 무슨 한 달은 안에 있다가 나온 줄 알겠네.
그래도, 밖이 좋긴 좋다.
“다들 고생했어.”
이번 모험은 조금 짧았다.
거의 하루도 안 되어 끝났으니까.
하지만 그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보고 느낀 게 많고, 얻은 것도 많다.
“뭐어? 카르나스가 세상에 하나뿐인 드래곤?”
“그 지평선 너머의 세상까지 포함해서? 세상에.”
못 한 이야기를 마저 해 주니 다들 놀란 표정이다.
그리고 신전에서 만난 존재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혹시 난쟁이의 신 아니야?”
“진짜 말도 안 돼. 그런 존재가 거기 있다고?”
“나라면 그 힘으로 세계정복하겠다.”
‘흥미’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
그 이유가 권태로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태어난 건지, 그도 아니라면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런 존재가 내 존재에 흥미를 느꼈고, 그 결과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는 것.
“데인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으려나?”
“그냥 뭐, 지금쯤 뱀파이어가 됐겠지.”
“어니스트 얘는 요새 이런 살벌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이런 가운데 제나의 활약도 언급되었다.
“제나 아니었으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몰랐을걸.”
“맞아. 강령술 대단하더라.”
그리고 알투르는 심기가 불편한 모양.
아닌 척하지만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나중에 활약할 기회가 충분히 있을 거야.”
그런 녀석에게 슬쩍 다가가 소곤거리니 화들짝 놀랐다.
“내, 내가 무슨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여?”
“아니면 말고.”
“…….”
다 보인다.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워하는 거.
하지만 언데드를 상대할 때 충분히 활약했다.
다만, 제나의 강령술이 쓰임새가 조금 많이 달랐을 뿐.
“자자. 그럼 우리 전리품 배분부터 하고 갈까?”
아 참.
이게 있었군.
우리한테 제대로 당하고 전리품까지 빼앗긴 뱀파이어들.
물론, 불쌍하단 생각은 전혀 안 든다.
“위험한 물건들은 미리 체크하고 따로 빼놓자. 그건 우리가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라벨라 선배님 드리는 게 맞겠지?”
뱀파이어들은 꽤나 충실하게 재물들을 모아 두었다.
보석부터 정체불명의 도구, 그리고 무기들까지.
우리의 전리품 배분법은 간단하다.
각자 필요해 보이는 걸 고르고 가져간 뒤, 나머지 것들을 공평하게 나눈다.
그리고 신입도 예외는 없다.
“이, 이걸 진짜 내가 받아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제나는 꽤 비싸 보이는 장신구를 받아들곤 얼떨떨한 표정이 되었고, 알투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걸 팔면 연구비 때문에 진 빚도 금방이겠는데.”
알투르의 말마따나 마법학부 학생들 중 가문의 지원을 기대할 수없거나, 후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
알투르도 그렇다.
“빚이 있었나?”
“오래된 빚이지. 드나보 교수 밑으로 들어간 후부터는.”
“그렇게 부려먹고 그런 것도 안 해 줬다고?”
“그러게. 그것도 안 해 주는데 왜 그렇게 바득바득 밑에 붙어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해.”
알투르는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나중엔 그 빚 생각도 안 날걸.”
“그렇게나 모험을 많이 하나?”
“저기 모험 중독자가 있으니까.”
말이 나오기 무섭게 자기 몫을 챙긴 어니스트가 다가오더니 나에게 슬며시 말했다.
“데인, 그리고 말이야 내가 봐 둔 곳이 또 있는데…….”
난 피식거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봤지?”
하지만 어니스트의 말을 더 들을 틈이 없었다.
마침 통신 수정구가 열리며 연락이 온 것.
수정구에는 그락스 오티에르의 통신 코드가 떠 있었다.
딸의 병을 고칠 약을 연구하고 있으며, 내가 마력석을 투자한 그 남자다.
“잠시만. 먼저 가고 있어.”
나는 친구들을 앞으로 보낸 뒤 통신을 연결했다.
-아! 신이시여. 드디어 연락이 닿았군요!
“일이 있어서 받지 못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순간 난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큰일입니다. 투자해 주신 마력석이…… 마력석이…… 도난당했습니다…….
* * *
바로 아카데미로 돌아간 나는 적당히 위장하고 오티에르 자작을 마주했다.
“혼란스럽겠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보시죠.”
“그, 그게 말입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고 머뭇거렸다.
상태가 영 아닌 것이, 전염병 때문에 녹아내린 듯한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수척해진 몰골이 더 눈에 띄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아래쪽 연구실에서 소음이 들려 내려가 보니 사용 중이던 실험 장치가 통째로 도난당했다고 한다.
연구 일지 및 실험 장치에 연결된 마력석까지.
쉽게 말해 간밤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저도…… 너무 당황스럽고 막막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일단 은인분께 연락을 드렸는데, 통신이 계속 닿질 않았습니다.”
아마 지하 도시에 있던 동안 마력이 닿지 않았던 모양.
하필 그 타이밍이라니.
“경비대에 도난 신고는 했습니까?”
“아뇨. 하진 않았습니다. 혹시…… 몰라서요.”
혹시 몰라서.
오티에르 자작도 이 마력석의 가치를 알고, 자신이 개발 중인 약의 가치를 아는 만큼 신고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정보 유출을 우려했던 것.
“따님은 괜찮습니까?”
사실 그것도 그건데, 이 경우가 더 걱정이다.
딸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치료제 개발에 차질을 빚으면 딸의 목숨도 위험해지니까.
“아, 실은…… 어제도 발작이 있었습니다.”
“주기가 잦아지고 있나요?”
“최근 들어서는요.”
초조함이 가득한 표정과 땀이 나는 듯한 손.
그래서 난 같이 온, 그러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후드를 눌러 쓴 프리실라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가시죠. 치료는 아니더라도 일시적인 치유는 될 수 있을 겁니다.”
“어, 어떻게 말입니까?”
“귀한 분을 모셔왔거든요.”
잠시 후.
“이 아이군요.”
오티에르 자작을 따라간 나와 프리실라는 정말 작고 예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어린아이를 마주했다.
그러나 창백한 안색과 옅고도 불안한 숨소리가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음을 알린다.
“내가 아닌 누가 봐도…….”
프리실라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문 뒤, 조심스레 아이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지금 뭘 하려는…….”
“지켜보시죠.”
내가 제지한 뒤, 프리실라가 물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뭔가요.”
“애니, 애니 오티에르입니다.”
“애니. 참 예쁜 이름이네요.”
잠시 후.
우웅…….
프리실라의 손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애니의 손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눈에 띄게 좋아지는 안색.
숨소리도 안정적으로 변했고,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이제 한동안은 괜찮을 거예요.”
“아아…… 사, 사제…….”
“쉿. 비밀이에요.”
오티에르 자작은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돈이 없어…… 사제도 몇 번 부르지 못했었는데…….”
이러다 펑펑 울겠네.
난 그가 눈물을 닦을 때까지 기다렸다 입을 열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아이는 한동안 괜찮을 테니까.”
“아, 네. 그, 알겠습니다. 그럼, 실험실로 가시죠.”
이어서 우리는 저택 지하의 실험실로 향했고, 어수선하기보다는 잘 정돈된 실험실을 마주했다.
그래서일까.
중앙의 큰 테이블이 텅 빈 게 유독 눈에 들어온다.
“여기군요. 실험 기구가 있던 자리가.”
“그렇습니다…….”
실험 기구는 이미 매달 나에게 보내 주는 정기 보고서를 통해 그 설계도를 이미 알고 있다.
“당연히 아공간에 담아 갔겠군. 도난 방지 장치도 해제해 버리고.”
내가 알기로 그 실험 기구와 마력석에 달린 도난 방지 장치는 상당한 수준이다.
활성화된 상태라면 건드리기만 해도 경보가 울리고, 강제로 마력 흐름을 차폐시켜 아공간에 넣는 것도 막는다.
그런데 그걸 해제했다는 건, 단순한 좀도둑이 아니란 의미.
때문에 나는 물었다.
“혹시 경쟁자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