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4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44화
161. 마력석 도난 사건(3)
프리실라는 여전히 긴가민가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신전 앞에 있다는 사실이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니까, 진짜.”
“사제가 신전을 싫어해도 되는 거냐?”
“일 없으면 안 가고 싶은 곳인데. 우리도 강의 없으면 굳이 강의실에 안 가고 싶잖아.”
그야 그렇다.
그래도 신전을 싫어하는 사제라니.
“그래서 진짜 뭔데? 뭘 했는데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는 거야?”
“작동시켰으니까 곧 알겠지.”
“도대체 뭔데 왜 하필이면 신전 앞에…….”
투덜거리던 것도 잠시.
저 멀리서 마차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비켜라! 긴급을 요하는 일이다!”
꽤 휘황찬란한 마차가 신전 앞에 멈췄고, 안에 있던 사제들이 채 나오기도 전에 마차 문이 열리며 들것이 튀어 나왔다.
“역시나.”
알테어 백작이다.
얼굴을 가릴 새도 없었던 모양.
신전 근처, 우물 뒤에 자연스럽게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쓰게 웃었다.
“뭐야, 진짜 알테어 백작이라고?”
“응. 저 사람 맞아.”
이전에 황실에 초대되었을 때 본 적 있다.
짧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고.
아무리 사교계에 안 나오는 인물이라도 황실 초대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테고, 덕분에 난 그때 얼굴을 알아 둔 것.
“진짜 실려 왔네…… 저렇게 마차로 달려올 정도면 둘 중 하난데. 호들갑이거나, 진짜 급하거나.”
“후자 쪽일걸. 큰누나가 심어 둔 도난 방지 충격 마법을 발동시켰거든.”
“……그게 실려 올 정도로 강한 거야?”
난 주억거렸다.
사람을 죽이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즉각 치료하지 않으면 꽤 큰 충격이 남게 된다.
참고로 이건 큰누나가 내 마력을 분석하면서 개발한 일종의 ‘사후’ 장치.
아직 판매용 발명품에는 넣을 고려도 안 하는 원리라고 했던 것 같던데.
아무튼, 덕분에 지금 알테어 백작은 신전에서 긴급 치유를 받는 상황이 됐고…….
“가자.”
“어딜?”
“저택에.”
“미쳤어? 가서 뭘 하겠다고?”
“그야 회수하는 거지.”
난 턱짓으로 신전을 가리켰다.
“설마 이걸로 뭘 어떻게 할 거란 생각을 한 건 아니지?”
“그야 그렇지만…….”
“움직이게 만들려면, 그렇게 유도해야지.”
빠르게 간다면 해당 사후 장치가 발생하여 흐트러진 마력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실험실의 위치를 알게 될 테니, 들어가서 회수해 나오면 그만.
어머니한테 배운 암살자의 기술을 활용할 시각이 다가온 것.
“그래서 말인데, 프리실라 네가 시선 좀 끌어 줄 수 있어?”
“시선?”
“응. 정문만 통과하면 돼.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보통 수도 귀족의 저택 주변으로는 마력 방해장과 침입자 감지 마법이 적용되어 있다.
이중, 삼중으로 설치된 경우도 흔하고, 사업을 크게 벌이는 알테어 백작의 저택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테다.
단순히 카르나스의 브레스로 녹인다고 한들, 훼손되면 분명히 알아챈다.
“좋아. 핑곗거리를 생각해 봐야겠는데.”
프리실라는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을 퉁겼다.
“이거면 되겠다.”
프리실라의 계획이란 이러했다.
“대신전 축복을 핑계로 하면 되겠다.”
대신전에서는 사제들이 종종 눈에 띄는 집에 들어가 곳곳에 축복을 내려 준다고 한다.
그 대가로 소액의 기부금을 받거나, 빵 한 쪽이나마 음식을 대접받는 것.
일종의 수행이라고 한다나 뭐라나.
“백작이 실려 간 상황인데 괜찮으려나.”
“괜찮을 거야. 대신전에서 축복을 내리겠다는데 거절할 사람은 없거든.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진짜 축복 내리러 가는 건 아니지만.”
프리실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걸 핑계로 대신전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귀족가에 들어가서 경고하기도 하거든.”
어딜 가나 그놈의 명분이란 중요한 법,
“좋아. 그럼 해보자고.”
“나중에 술 한잔 사주기다.”
사제가 저런 말 해도 되나 싶지만, 프리실라라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럼. 비싼 걸로 한잔 살게.”
난 피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 *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백작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러게 말이다. 갑자기 문을 열라더니 마차가 무슨 쏜살같이…….”
알테어 백작 저택 앞.
방금 있었던 일에 저택 앞 경비병들은 저마다 추측을 늘어놓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시면 안 될 텐데. 아주 큰일은 아니겠지?”
“그럴 리 있나? 저택 경비가 얼마나 삼엄한데. 아마 실험 문제가 아닐까?”
“거 참. 폭발음이 들렸던 것도 아닌데.”
그러는 사이 저택 쪽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경비병들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정지! 이곳은 알테어 백작님의 저택입니다. 신원과 방문 목적을 밝혀 주십시오!”
알테어 백작 저택을 방문하는 사람은 하루에도 열 명이 넘는다.
그중 절반은 따로 약속이 되어 있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절반은 잡상인이다.
“프리실라 네리엘. 대신전의 사제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두 명은 약속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잡상인은 아닌 것 같았다.
“대신전…… 견습 사제시라면?”
“알테어 백작저에 축복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대신전의 사제라는 말에 다들 표정과 태도가 바뀐다.
베테랑 경비병들이야 묘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홀대하는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아아…… 그럼 옆에 계신 분께서는…….”
“이 아이는 ‘이름이 없는 자’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축복을 받지 못했고, 수행을 위해 절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자신을 프리실라라 밝힌 여인은 품에서 대신전의 사제임을 증명하는 사제패(司祭牌)를 내밀어 보였다.
그걸 받아들고 꼼꼼히 확인한 경비병들은 진짜 사제패임을 알아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실례하였습니다. 하면, 저택에 축복의 의식을 내리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무척이나 반갑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백작님께서 급한 일로 잠시 저택을 비우신 터라…….”
“그러하다면 더더욱 빠르게 끝내고 갈 수 있겠군요.”
프리실라는 그러면서 경비병들의 어깨너머, 저택 안쪽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희는 비단 알테어 백작님을 위한 축복이 아닌, 이 저택에 계시는 모든 분들을 위한 축복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흘러나온 목소리는 실로 자애로웠다.
마치 성녀가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축복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지요. 거리의 빈자에게도, 시름시름 앓는 들개에게도, 뛰어노는 작은 아이들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축복입니다.”
“아아…….”
“부디,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 이곳에 축복을 내릴 수 있게 해주신다면 신께서 더없이 고마워하실 것입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경비병들은 일단 분위기와 프리실라라는 사제의 간절함에 매료당했다.
“그럼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럼에도 약간의 논의는 필요한 모양.
경비병들이 저들끼리 모여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방금의 자애로운 목소리라곤 상상할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어우, 씨. 자애롭게 연기하려니까 뒤지겠네 진짜.”
“듣겠다.”
그리고 프리실라는 경비병들이 잠시 후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는 나누어 보셨는지요.”
“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됐다.
프리실라의 입가에 더없이 자애로운 미소가 떠 올랐다.
이걸로 안으로 들어가는 건 성공이다.
이제부터는 데인의 몫.
프리실라는 데인이 신호를 줄 때까지 걷다가, 데인이 신호를 보내자 경비병들에게 말했다.
“이쯤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원 한복판이었다.
프리실라를 일단 응접실로 안내하려던 경비병 두 명이 당황했다.
“이곳이 말입니까? 일단 응접실로 가셔서, 집사장님과 다과라도 나누시며 이야기를 해보시는 편이…….”
“저희는 대접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신의 뜻에 따라, 축복을 내리러 온 것이지요.”
“아아…….”
감격한 듯한 두 경비병에게 프리실라는 쐐기를 박아 버렸다.
“이곳 정원은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곳입니다. 축복을 시작하기엔 이보다 좋은 곳은 없어 보입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그 말에 경비병 한 명이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다른 경비병에게 말했다.
“가서 집사장님을 이쪽으로 모셔 오도록.”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의 경비병은 프리실라가 양손을 꼭 모은 채 축복을 시작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깝군. 사제만 아니었어도 탐을 낼 만한 미모인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성스러워 보여 더더욱 그런 걸까.
마음이 절로 경건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가운데 경비병은 프리실라 뒤쪽에 못 박힌 듯 꼼짝없이 선 ‘이름 없는 자’를 바라보았다.
‘성기사 지망하는 녀석인가? 체격이 상당하군.’
하지만 이내 다시 프리실라 쪽으로 옮겨 가는 시선.
그리고 이후로도 ‘이름 없는 자’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없이 서 있었고…….
이런 한편-
“…….”
저택에 누가 오건 말건, 투바는 마력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고용인, 알테어 백작을 한순간에 기절시키고 신전에 실려 가게 만든 물건.
‘뭘까.’
투바는 마법에 대해 아주 잘 알진 못한다. 그래서 지금 알테어 백작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쓰러진 건지는 모른다.
다만, 이 마력석을 만든 녀석이 어떤 장치를 해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마력석은 이런 경우가 없으니까.”
알테어 백작은 기절하기 전, 이 마력석으로 그간 중단했던 실험을 하며 무척이나 감격했다.
그렇다면 이 마력석이 엄청난 물건이라는 뜻.
또한, 그런 이유로 이 마력석에 어떤 장치가 되어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도 녹슬었군.”
예전이었다면 의심부터 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전직 암살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그 감은 여전히 날카로워서, 투바는 일단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알테어 백작이 그렇게 쓰러진 뒤, 이 마력석을 지킬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
문득, 자신에게 암살의 기술을 전수해 주었던 선배가 떠올랐다.
어둠의 지배자.
그리고, 단검 하나로 수백 명을 암살하며 암살자들에게는 전설이자 이제는 역사가 된 사람.
“지금은 행복하십니까.”
그러다 느닷없이 소리소문없이 은퇴하기도 한 사람.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구태여 입에 담는 사람은 없었다.
그 행복을 존중해 주기 위해서.
투바는 피식거렸다.
“은퇴 후의 삶이 녹록지만은 않군요, 선배.”
가능하면 자신도 가정을 꾸리고 싶었고, 행복한 여생을 보내며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한 귀족의 피고용자가 되어 한발이나마 걸치고 살아갈 줄이야.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투바가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잠시 마력석에서 시선을 거둔 그때였다.
“……!”
아주, 아주 찰나였다.
정말 찰나였는데-
사라졌다.
마력석이.
방금까지만 해도 눈 앞에 있던 게 사라진 것이다.
순간적으로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
투바는 반사적으로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스릉.
차가운 칼날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의미는 간단했다.
움직이면, 죽는다.
‘도대체 어느 틈에…….’
눈치도 못 채고 당했다.
위아래로 울렁이는 목울대.
투바는 직감했다.
이 녀석…….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