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4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45화
161. 마력석 도난 사건(4)
감이 완전히 떨어졌나.
아니면 녹슬어 버렸나.
뭐가 됐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름대로 알아주던 전직 암살자가 뒤를 잡혔다.
심지어 낌새도 눈치 못 채고.
‘어처구니가 없군.’
제아무리 현역에서 은퇴했다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감각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나.
실전이었다면 뒤를 잡혔다는 것도 못 깨닫고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불쾌한 수치심과 함께 궁금증이 치솟았다.
그 오티에르 자작이라는 녀석이 고용한 암살자일까?
아니면 이 마력석을 노리던 제3의 인물?
뭐가 됐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움직이면 죽는다.
어중간한 저항은 죽음을 앞당길 뿐.
“원하는 게 뭐냐.”
그래서 물었다.
시간을 끌 요량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대답은 암살자의 방식으로 돌아왔다.
톡.
아주 자그마한 바늘이 날아가더니 훔쳐 온 실험 기구 아래 놓인 테이블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다시 바늘 하나가 날아가더니-
‘보리안풀’이란 이름이 붙은 플라스크 바로 앞에 틀어박혔다.
정제한 보리안풀의 효능은 복용자를 잠에 들게 만들고, 치사량을 넘을 경우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한다.
‘침묵하라.’
혹은, 개입하지 마라.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전달 방식.
투바는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눈을 뜨자 실험 기구마저 사라지고 온데간데없었다.
거기에 자신의 목 뒤를 압박하던 서늘한 느낌도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허.”
투바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 비틀거렸다.
이런 압박감이라니.
도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암살자 시절에도 이렇게 뒤를 잡혀 본 적은 손에 꼽혔다. 그마저도 선배 암살자들의 교육 과정에서 그랬던 게 전부.
왜냐하면, 실전에서 뒤를 잡히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교육 외 다른 이유로 뒤를 잡혀 본 적이 없었던 투바에겐 이 상황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망할, 조졌군.”
하지만 마력석을 지키지 못하고, 실험 기구마저 탈취당했다는 사실에 곧장 욕이 튀어 나왔다.
물론 훔쳐 온 물건이니 따지고 보면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훔친 마당에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알테어 백작이 실망하고 화를 낼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궁금증은 가시지 않았다.
어떤 녀석일까.
혹시, 자신이 아는 사람일까?
“바늘.”
그때 투바의 눈에 들어 온 건, 자신의 뒤를 점한 녀석이 던졌던 바늘.
‘남기고 갔다.’
암살자의 기본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그런데 남겼다는 건…….
일부러 존재를 알리려는 것.
의미는 이렇다.
경고.
“…….”
그리고 바늘을 확인한 투바의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바늘이다.
어떤 특징도 없이 밋밋한 바늘이지만, 손에 쥔 순간 마치 벼락에라도 맞은 것처럼 찌르르한 감정이 전해졌다.
손이 기억하는 바늘의 감각.
틀림없다.
암살자의 예리한 감각이 외치고 있었다.
“선배…….”
코드네임 ‘블랙 포인트’.
지금은 한 가문의 안주인으로 살아가는 선배의 것이라고.
설마 현역으로 복귀한 걸까.
‘굳이 바늘을 던져 흔적을 남겼다는 건…….’
이건, 유도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따라오라는.
“이럴 때가 아니다.”
탈취당했으니 찾아야 한다.
투바는 그걸 핑계로 흔적을 추적하기로 결심했다.
* * *
수준 높은 녀석이 지키고 있을 줄은 알았지만, 설마 암살자일 줄이야.
큰 문제 없이 회수하긴 했지만 자칫하면 한바탕 칼부림이라도 벌일 뻔했다.
뭐, 암살자 간의 칼부림이야 조용하게 진행되고 때론 일 합에 끝난다지만…….
상대가 상대였으니.
“그래도 잘 먹히는군.”
어머니에게 배운 암살자의 기술들은 역시 훌륭하다.
그림자 숨기와 더불어 기척을 숨기고 호흡까지 멈춘 채 접근하는 모든 방법들.
“바늘 던지는 건 아직 어색하지만.”
그리고 바늘 역시 그렇다.
물론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내 기준으로 다소 어색했지만, 뭐 그럭저럭이었다.
아마 놈은 우리를 쫓을 것이다.
이후 놈을 마주한 뒤, 놈에게서 정보를 캐낸다.
정 안 되면 어머니가 주신 암살자의 표식을 내보이면 될 일.
어머니 말로는 그거 하나만 있어도 암살자들이 열 일 제쳐두고 도와줄 거라던데.
나에게는 일단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있는 셈이다.
그나저나 어머니가 주신 표식을 이렇게 쓸 계획을 세우게 될 줄이야.
“일단 회수는 했고.”
일단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
정보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회수를 했다는 게 중요하다.
뭐, 사실 유출되어도 상관없다.
내 마력 집약체가 한 개 더 늘어날 때마다 효율이 개선될 테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알테어 백작의 목표를 일단 저지했다는 사실.
“돌아가 볼까.”
난 지금 프리실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비병과 집사장이 와서 프리실라의 기도 장면을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그 옆에 우두커니 못 박혀 서 있었다.
저건 환영이니까.
그것도 아주 정교한 환영.
프리실라가 남자친구 만난다고 쓰려 했다가 헤어지는 바람에 못 쓰게 된 그거 말이다.
“잠시 기다려야겠군.”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마침, 다른 경비병이 집사장에게 다가와 보고하는 사이 시선이 쏠렸고…….
스륵.
나는 환영을 해체함과 동시에 발생 장치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리에 자연스레 섰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쭉 있었던 것처럼.
“이만하면 된 것 같군요.”
그리고 신호를 보내자 프리실라는 곧바로 축복을 마무리했다.
“잘 꾸며진 이 생명 가득한 정원의 기운 덕분에 축복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대신전과 사제님께 신의 은총이 있길.”
의심하는 기색이라곤 조금도 없는 집사장과 경비병들.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으니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는 게 저희도 그렇고 무엇보다 백작님께서…….”
“아닙니다. 대신전의 축복에는 본래 대가가 따라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집사장은 심지어 감격하기까지 했다.
“세상에…… 이런 말은 그렇지만, 이전에 찾아오신 사제분께서는 그리하지 않으셨는데…….”
“대신전도 바뀌어야지요. 혹,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다, 당치도 않으십니다. 사과라뇨. 사제님의 축복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기부금을 이야기하시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신 앞에 부끄러운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건 진심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이런 사제들의 축복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저택 정문까지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채 알테어 백작 저택을 나올 수 있었다.
“축복이라는 거,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무슨 말이야?”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거든. 말이 축복이지, 가서 기부금이나 뜯어내고 대신전 위세나 자랑하고.”
프리실라는 대신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을 부정하거나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 대가 없이 축복하는 거. 이유가 있어서 가긴 했어도, 진심으로 축복했었거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실라는 언젠가 사제가 될 것이다.
본인이 신성력을 부정하고 신을 부정하지 않는 이상에야.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염병할 대신전 노인네들을 나중에 어떻게 설득하나. 돈이랑 여자에 미쳐서 여사제들 치마 길이로 치고받고 처 싸우는 놈들 보고 있으면 환장할 것 같지만.”
음. 바로 원래대로 돌아오는군.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는 거야? 바로 오티에르 자작한테 돌아가나?”
“아니. 바로 가면 오티에르 자작이 위험하지. 일단 여기서 갈라지자.”
“괜찮겠어? 혼자 있어도?”
“응. 오히려 네가 위험하지. 상대는 암살자니까.”
놈은 아마 추적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혼란을 주기 위해 다른 쪽으로 흔적을 뿌려 두었지만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챌 터.
그런 의미에서 잘 쫓아오라고 나는 프리실라와 헤어진 직후부터 새롭게 흔적을 남길 생각이다.
“암살자…….”
프리실라는 암살자라는 말에 곧바로 납득했다.
여러 의미의 납득이었다.
“너라면 뭐, 암살자들이 와도 살아남을 테니까. 어떤 식으로든.”
“너무 믿는 거 아니야?”
“그럼 어설픈 모습이라도 좀 보여주든가.”
난 그 말에 피식거렸다.
천성이 이래서, 그렇게는 안 될 것 같거든.
“그럼 난 대신전으로 갈게. 적어도 아카데미 가는 길보다는 안전할 테니까.”
“고마워. 도와줘서.”
“뭘. 끝나고 술이나 사. 나중에 기가 막힌 곳 하나 소개해 줄게. 사제들 견습 끝나면 몰래 데려가는 곳 있거든.”
대신전의 미래가 걱정되는 발언이다.
그렇게 프리실라와 헤어진 나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조건 흔적을 지우기만 해도 능사가 아니라고.
‘흔적을 남길 필요도 있나요?’
‘그래. 가령, 너희 아버지가 나 몰래 술을 드실 때 그러시지.’
‘네?’
‘엄마를 교란시키려고 다른 쪽에 일부러 흔적을 남기신단다. 그사이에 한 잔이라도 더 마시려고.’
예시가 아버지긴 해도, 어머니는 꽤 훌륭한 시도라고 이야기하셨다.
아버지는 결국 들켜서 술을 빼앗기는 슬픈 결말을 맞이하셨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런 가르침에 따라 나는 지금 아주 ‘자연스러운’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같은 암살자라 할지라도 긴가민가하게 만들 만큼 자연스러운 흔적들.
“걸려들었군.”
그리고 어머니의 가르침은 들어맞았다.
흔적을 아주 넓은 간격으로 뿌리며 골목으로 접어들었더니, 나를 쫓는 한 명이 기감에 잡힌다.
만약 내가 고대 마력 집약체로 확장된 기감을 지니지 않았다면, 절대 감지하기 힘들 만큼 은밀한 추적.
과연 암살자라 이건가.
나는 일부러 놈을 인적 드문 골목으로 유인했다.
여차하면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이쯤 되면 놈도 내 의도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타닥.
너무 늦어버린걸.
“…….”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놈의 뒤로 다가가 나이트혼을 들이밀었다.
“두 번이나 잡혔군.”
내 목소리에 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떨림이다.
“……망할.”
나지막한 중얼거림.
나는 놈에게 말했다.
“선택지를 주지.”
스릉.
그리고 나이트혼을 더욱 바싹, 들이밀었다.
“여기서 죽든.”
꿀꺽.
울렁이는 놈의 목울대.
“아니면 아는 걸 모두 말하든.”
“암살자의 규칙을 모르는가.”
“그럼 죽어야겠군.”
“…….”
“알잖아? 너희들이 강탈한 게 어떤 물건인지.”
오티에르 자작의 수년에 걸친 처절한 연구.
그걸 망치게 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무엇보다 그건 내 ‘투자금’이다.
내 걸 건드리는 녀석들은 나에게 적대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부터 속으로 셋을 세지.”
그리고 속으로 하나, 둘을 세고 마침내 셋을 셈과 동시에 목을 그으려 손에 힘을 주던 그때였다.
“코드네임 ‘블랙 포인트’.”
놈이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선배와 무슨 관계지? 후계자? 제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어차피 죽기 일보 직전인 마당인데 부디 모른 척하지 말아다오. 그 바늘, 분명히 선배의 것이다.”
바늘이 선배의 것이라고?
그 바늘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물건이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밋밋한 바늘.
“분명히…… 날 가르친 선배의 것이다.”
나는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이트혼을 목덜미에 들이민 채로 품을 뒤적였고-
“알아보겠나?”
“……이건.”
놈을 향해 어머니가 주신 암살자의 표식을 내보였다.
그리고 놈의 입에서 생각도 못 한 말이 흘러나왔다.
“표식의 주인이시여, 옛 약속에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