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4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46화
162. 이참에 거상이나 해 봐?(1)
일단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다.
암살자는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속이고, 그 틈을 노려야 한다고.
그래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언제고 놈을 제압할 수 있도록 마력 화살 몇 개를 허공에 띄워 두었다.
“……마법사셨습니까?”
“그렇기도 하지.”
난 그러면서 놈을 살폈다.
자신을 ‘코드네임 투바’로 소개한 녀석은 양팔을 완전히 늘어뜨린 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역설 중이다.
하지만 저 자세가 상대를 안심시키는 암살자의 자세 중 하나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거 원.
암살자로 살아가면 매번 이렇게 의심을 거듭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난 녀석에게 물었다.
“이 표식을 어떻게 알아봤지?”
“그 표식은 가장 뛰어난 암살자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증명입니다. 그걸 지닌 자는, 그게 누가 됐든 암살자라면 반드시 도와야 할 존재가 됩니다.”
어머니가 괜히 주신 게 아니었군.
그럼 어머니는 가장 뛰어난 암살자였으며, 그렇게 해서 받으신 표식을 나에게 주셨다는 말.
“이 표식의 주인을 아나?”
“잘 압니다. 그리고 잘 모르기도 하지요. 암살자들 간의 교류는 표면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선배라면, 당신을 가르쳤나?”
“네. 제가 암살자로 밥 벌어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그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최고의 암살자셨죠…… 이제는 전설이 되시기도 했고…….”
사실 아직도 상상이 안 간다.
그렇게나 자애로우신 분이 전설적인 암살자였다니.
뭐, 기저귀를 2초 만에 갈아치우시고 헥사급인 아버지가 눈치 못 채도록 접근하시는 걸 보면 그럴 만하지만…….
아무튼, 이어지는 이야기를 대강 들어보니 이러했다.
“그럼 은퇴 후 암살자의 삶을 이어가는 건가?”
“암살자의 기술은 사용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귀족들의 의뢰를 받아 가며 살아가고 있죠.”
“그래야 할 이유라도?”
“실력이 녹슬기도 했지만, 큰 빚이 있어서 말입니다.”
큰 빚이라.
하기야, 암살자들이 은퇴하고 굳이 귀족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데에 별 이유가 있겠는가.
약점 잡힌 게 아닌 이상에야.
“저도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표식의 주인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그건 비밀이다.”
“역시……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부럽군요. 그 표식을 넘겨받다니…… 자격도 충분해 보이고요. 제가 아무리 은퇴하고 감이 녹슬었다지만, 이렇게 두 번이나 뒤를 잡힌 적은 없었습니다.”
당연하다.
암살자는 뒤를 잡히는 순간 죽으니까.
그런고로 난 암살자들 기준에서 상당히 이질적인 편이다.
알테어 백작 건이 아니었다면, 바로 없애버렸을 테지만.
그런 의미에서 물었다.
“그보다, 의도가 무엇이지?”
“마력석과 실험 기구를 훔쳐 내 오티에르 자작의 연구를 방해하고, 연구 결과를 탈취하여 알테어 백작의 사업으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적나라하니 오히려 좋다.
“그럼 알테어 백작은 멈추지 않겠군.”
“필요하면 오티에르 자작 암살 지시도 할 것입니다.”
확실히, 그럴 양반이다.
뒷소문이 안 좋기도 했고.
지금까지 그 정도로 사업을 독점화했는데, 항상 합법적인 방법만 동원했겠는가.
겉으로는 화려하고 공명정대해 보여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 어떤 것보다 더러운 게 귀족들의 암투다.
“옛 맹약에 따라 표식의 주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른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그게 암살자의 철칙을 위반할지언정 말입니다.”
암살자의 철칙.
의뢰자를 배신하지 말 것.
아마 이걸 말하는 걸 테지.
“그리고 그게 아니었더라도, 당신을 도왔을 겁니다.”
“무슨 말이지?”
“선배, 코드네임 ‘블랙 포인트’의 뒤를 이었으니까요.”
이 투바라는 녀석에게 어머니가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아주 큰 의미였다는 것.
“그럼 이렇게 하도록.”
나는 내내 생각해 두었던 수를 떠올리며 그에게 말했다.
* * *
알테어 백작은 간신히 깨어났다.
사제가 무려 셋이나 달라붙어 신성력을 한 시간 넘게 쬐어 준 덕이었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내야 할 처지가 되었지만, 알테어 백작이 그런 걸 걱정했다면 신전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으으…… 죽겠군.”
“백작님, 정신이 드십니까.”
알테어 백작가의 기사가 물었다. 하지만 알테어 백작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력석…… 아니, 투바는?”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저희에게 백작님이 위독하다며 증상만 설명한 후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알테어 백작은 이해했다.
그게 어떤 물건들인데.
간신히 깨어나긴 했지만, 그건 그대로 있을 테니 다행이다.
“도대체 어떤 망할 자식이 만든 물건이기에…….”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사제의 말마따나,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 하마터면 숨이 막혀 죽을 뻔하게 된 것.
알테어 백작가에서 유통하는 약이 몇 종류 있었지만 그걸 먹어도 소용이 없는 종류의 발작이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각오하고 신전으로 오게 된 것.
살았으니 다행이지만, 화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젠장. 그런 마법이 설치되어 있었을 줄이야. 아니지, 마법이 아닐 수도. 일단 돌아가는 대로 확실하게 검사한 뒤 연구해야겠군.’
화는 났지만 알테어 백작의 마음은 금세 가라앉았다.
그 마력석만 있으면 그간 진행하지 못했던 연구들이 완성될 수 있었다.
식을 완성하고, 일반적인 마력석으로도 구현 가능한 우회 수식만 마련한다면 그간 멈춘 연구들도 재개할 수 있다.
다시 두근거리는 가슴.
하지만 알테어 백작은 간신히 몸을 추슬러 도착한 저택에서 난데없는 광경을 마주했다.
“이, 이게 무슨…….”
홀로 내려간 실험실엔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투바가 없었고, 마력석과 실험 기구도 없었다.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설마.”
알테어 백작이 다급하게 통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투바를 향한 마력 신호는 몇 번 가다 끊어졌다.
셋 중 하나다.
신변에 문제가 생겼거나.
마력이 닿지 않는 곳에 있거나.
혹은-
배신했거나.
“그럴 리 없다.”
암살자들의 세계에서 배신은 곧 죽음이고 신뢰를 잃으며, 다시는 암살자로서 활동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은퇴한 암살자라도 그건 유효하다.
그래서 알테어 백작은 놀라울 정도로 투바를 맹신했던 것인데…….
“백작님! 깨어나셨군요.”
그때 실험실로 다급히 내려온 집사장.
다급하게 돌아온 나머지, 백작이 정문을 통과해 곧장 실험실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일을 하다 급히 달려온 것.
“집사장. 혹, 침입자가 있었나?”
“예?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경비병들에게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회복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위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참, 그리고 대신전에서 사제 한 분이 찾아오셨었는데…….”
“그놈의 사제 놈들은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군. 알아서 적당히 돌려보냈겠지?”
“예, 그렇습니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고 기부금도…….”
“됐어, 됐어. 알아서 처리했겠지. 젠장, 그나저나 투바가 없어졌다. 혹시 집사장에게 무슨 언질이라도 없었나?”
“투바가 없어졌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실 이 일은 집사장도 모르게 진행된 건이다.
즉, 오티에르 자작에게서 마력석과 실험 기구를 훔쳐낸 사실은 자신과 투바만이 안다는 것.
‘망할.’
알테어 백작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어쩌면 오늘 그의 손톱이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투바가 돌아온 건 한밤중이 다 되어서였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조금 늦었습니다.”
“도대체 어딜 갔다 온 것이지? 망할, 그동안 내가 몇 번이나 연락했었는데!”
투바는 곧바로 알테어 백작을 안심시켰다.
“상대는 프로였습니다. 추적하고 처치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알테어 백작은 그때 투바가 꺼낸 마력석과 실험 기구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회, 회수해 왔군!”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전달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알테어 백작의 표정은 금세 환해졌다.
“아니야, 아니야. 고생 많았군. 역시 프로다워. 잘했네, 잘했어.”
마력석.
실험 기구.
이것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욕심이 생긴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마력석의 용량.
모두 사용하면 이 마력석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더 필요하다.
“가만, 추척해서 처치했다면…… 혹, 오티에르 자작 그 녀석이 고용한 인물인가?”
“아니었습니다. 제3의 세력이었습니다.”
“제3의 세력?”
가만 생각해 보니 그게 훨씬 그럴듯하다.
오티에르 자작 같은 인물이 설마 프로 암살자를 고용해서 맞불을 놓았을 리 없지 않은가.
까닥하면 딸의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음. 그럼 주시만 하되 딱히 더 신경 쓸 건 없겠군.”
“그렇습니다.”
알테어 백작은 마력석도, 실험 기구도 빼앗긴 오티에르 자작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녀석이 이런 마력석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거야 빼앗았으니 그만.
오히려, 지금은 그 제3의 세력을 알아봐야 할 때다.
“그나저나 제3의 세력이라니, 조금 더 자세히 말해 보도록.”
“그 마력석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비밀스러운 세력이었습니다.”
“뭐라?”
알테어 백작은 놀랐지만 이내 침착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런 효율의 마력석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었는데.
당연히 누군가 만들어냈을 텐데, 절대 개인은 아닐 테다.
‘이런 효율의 마력석을 누군가 홀로 개발했을 리 없지. 필시, 어떤 거대한 세력이 있을 것이다.’
그럼 오티에르 자작은 그걸 어떤 경로로 입수했을까.
만약 그 녀석을 족치면 뭔가 더 수월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처치한 놈에게서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알테어 백작은 투바가 건넨 쪽지를 받아들고 눈을 빛냈다.
“이건…….”
날짜와 함께 적힌 시각.
그 아래 무언가 적혀 있었는데, 암호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추측할 수 있다.
바로 ‘장소’라는 걸.
‘마력석을 판매하기 위한 접선 장소인가? 아니면 구매하기 위한 접선 장소?’
뭐가 됐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잘했다, 투바.”
알테어 백작은 히죽, 웃으며 서류를 챙겼다.
시각은 이틀 뒤.
그 안에 암호를 해독하고 장소로 가면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든 지불하고 마력석을 얻어 낼 것이다.
“흐흐흐. 이걸로 사업을 대륙 전체로 확장시키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되었어.”
드레니크의 제약기술은 알테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고로, 한 단계 나아가기만 한다면 드레니크에서도 구매자가 줄을 설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적대 관계지만 이미 민간 차원에서의 국경 근처 거래 및 해상 거래는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형편.
잘만 하면, 밀수를 통해 드레니크의 제약 시장을 장악한 후 국교가 재개되면 본격적으로 확장을 시작하면 된다.
“때마침 관계 개선의 기미도 보이고…… 심지어 대신전에서 난데없는 축복까지. 이거, 온 세상이 날 돕는군.”
알테어 백작은 황실에서 드레니크와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은밀한 소문을 떠올리고 웃었다.
“…….”
이런 가운데, 투바는 속으로 매우 놀라고 있었다.
지금 알테어 백작을 신나게 만든 쪽지를 즉석에서 적어 준 그 녀석.
후드를 눌러써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그 사람.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주 정확하게.
‘무서울 정도군.’
과연 정체가 뭘까.
선배와의 관계는 대체 뭘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