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5화
8. 즐거운 시간이었다(2)
아라벨라가 마력 분석을 마친 그때, 시드레인 역시 막 봉인을 모두 풀어낸 참이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명색이 마탑주이자 8체인의 마법사였으니까.
‘뭐가 나오려나. 음, 드래곤의 유물? 아니지, 아르카나는 그래도 실존했단 증거가 있지만 드래곤은 아예 허구 취급을 받으니…….’
뭐가 됐든 자신이 잘 모르는 물건이 나올 거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봉인이 풀렸다.
쩍, 쩌적-
조금 큰 ‘돌’이라 생각했던 것의 외피에 서서히 금이 가더니 이내 툭툭 갈라져 마침내 안에 들어 있던 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팔찌?”
은색의 팔찌였다.
별다른 장식도, 특별한 문양도 없는 그냥 말 그대로의 팔찌.
어디 길거리 좌판에 놓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만큼 평범한 팔찌였다.
“팔찌네요.”
“그렇구나.”
하지만 마법 봉인에 둘러싸여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 실망하기에 이르다.
이 봉인을 건 자가 쓸데없는 물건을 봉인시키고 후에 이걸 발견할 사람을 고생시키는 악취미를 지닌 게 아니라면, 아마 평범한 물건은 아닐 테지.
우웅.
시드레인은 마력을 끌어올려 팔찌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잠시 동안 이 팔찌의 성분 분석을 실행했다. 기구가 있었다면 더 정확하겠지만, 이 정도로도 간단한 성분 분석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끄응. 안 되는군.”
시드레인은 안 된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네 마력에만 반응했던 만큼, 이건 네가 차 봐야 할 것 같구나.”
봉인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데인의 몫이다.
애초에 데인에게만 반응하던 물건이니까.
“잠시, 그 전에. 이런 종류의 물건들은 위험성 체크가 필수다.”
“아. 저주 계열의 마법 때문이군요.”
“그렇지.”
하나 또 배웠다.
모르는 물건 착용 전엔 위험성을 체크할 것.
“대부분은 문제없다만, 직업병이라.”
시드레인은 몇 개의 마법을 시전해 팔찌를 검사하는가 싶더니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데인에게 건네주었다.
“차 보거라.”
철컥.
데인은 손목에 팔찌를 장착했다.
그리고 묘한 감각 속에서 마침내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팔찌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웅웅웅!
이번엔 시드레인에게도 보였다.
진동하며 푸른빛으로 감싸이는 모습 말이다.
그리고 심지어-
팔찌 표면에는 생소한 글씨도 떠오르고 있었다.
“이건…….”
시드레인은 이 글씨를 알았다.
정확히는 알기만 했다.
이 세상에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글씨.
왜냐하면…….
“고대 룬어군.”
고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옛 마법왕국, ‘아르카나’에서 쓰이던 룬어다.”
데인도 이쯤 되자 조금은 놀랐다.
아르카나.
큰누나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법으로 이루어진 시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시대.
남은 거라곤 몇 개의 유물, 구전되는 이야기. 그리고 딱 한 줄의 코드뿐.
“허허.”
시드레인은 멍하니 헛웃음을 흘리다 털썩, 침대에 걸터앉았다.
지금 자신이 뭘 보고 있는지 믿기지 않았다.
이건 재능의 영역을 넘어섰다.
‘내가 이런 녀석을 제자로 들이려 했단 말이지.’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고대 마법왕국 아르카나.
이 꼬맹이의 마력이 남들과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것일 줄이야.
“룬어는 그 형상만으로도 힘을 지니지. 지금까지 세상 그 누구도 고대의 룬어에 마력을 부여할 수 없었다.”
시드레인은 그러면서 확신하듯 말했다.
“그 룬어에 마력이 깃든다는 건, 네가 가진 마력이 일반적인 마력이 아니라 고대의 마력이란 뜻이다.”
그제야 데인은 깨달았다.
왜 그믐의 숲에서 자신이 그렇게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
“그래서 제가 그믐의 숲에서 그렇게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거군요.”
“그래. 그곳도 고대의 마력이 깃든 곳이지. 그런데 그 숲의 마력이 아르카나에서부터 내려온 것이라면, 그 이유가 설명되는 셈이다.”
어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저 그믐의 숲은 아주 먼 옛날 어떤 마법사들이 잠시 머물렀다 간 이후로 저렇게 변했다고.
동화로만 치부했던 이야기였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현상들이 이 고대 마법 왕국의 마력을 지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명되는 걸까?
데인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것들까지 설명할 수는 없지.”
그때 시드레인이 말했다.
“그렇게 빠른 시간 만에 마법의 재배열 코드를 분석하는 것, 마법을 유지시키는 센스, 코드를 분석하고 약점을 체크하는 것, 다른 녀석의 소환수를 너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들…… 모두 네가 타고난 재능이라 할 수 있지. 그 마력 덕분이 아니라.”
고대의 마력.
그건 분명히 대단한 것이다.
다른 마법사 대비 마력의 밀도와 순도가 엄청나 서클 없이도 마법을 사용하고 높은 친화력으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드레인의 말처럼 그렇다고 모든 것이 그 마력 덕분은 아니다.
“요컨대, 너는 그 마력에 어울리는 재능을 타고났다는 거다.”
시드레인은 묘한 감정을 담아 데인을 바라보았다.
“이 부러운 꼬맹이 녀석아.”
부러웠다.
굳이 고대의 마력이 없더라도 자신이 저런 재능이었다면 어쩌면 지금 자신은 꿈의 경지라는 9체인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군요.”
한편 데인은 조금은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레인에게는 무척이나 무덤덤한 반응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에잉, 쯧.”
제자 안 하겠다고 해서 차라리 다행인 것 같기도 했다.
감당 못할 재능이다.
어느 순간 눈치도 못 챈 사이에 자신을 뛰어넘을 테니까.
그리고 녀석의 말마따나…….
저 고대의 마력에 저런 재능‘들’이 더해진 이상 마법 하나만 하기도 아깝겠지.
‘그나저나 조상 중에 아르카나에서 건너 온 후손이라도 있는 건가? 신기한 일이군.’
여하튼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이 사실은 당장 알려져선 안 된다는 것.
‘적어도 이 녀석이 세상 풍파를 견뎌낼 만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알려져야겠지.’
그래서 시드레인은 결심했다.
자신만이 알기로.
“그나저나 이 팔찌에서 뭔가 더 보이진 않는 것 같네요. 당장은요.”
“그거야 천천히 밝히면 되겠지. 하지만 어디 가서 말하진 말거라. 나도 비밀로 할 테니.”
“네, 그럴게요.”
시드레인은 마탑에 돌아가는 대로 일단 관련 문헌과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건 시드레인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었다.
이 맹랑하면서도 재능 넘치고, 부럽기 짝이 없는……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마음에 드는 꼬맹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피가 끓는군.’
마탑주가 되며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연구의 욕구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누가 그러던데.
마법사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고.
이제 더 올라갈 곳도 없겠다, 8체인도 도달했고, 슬슬 유랑이나 하며 여생이나 보낼 줄 알았는데…….
“재미있겠어.”
늘그막에 얻은 새로운 삶의 원동력에 시드레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던 그때였다.
삐익- 삐익-
날카로운 비프음에 시드레인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마물의 습격?”
시드레인은 반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밥값은 하겠군.’
마침 몸도 거의 다 나았겠다, 조그마한 마물쯤이라면 손짓 한 번에 처리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데인은 무척 태평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품에서 뭔가 꺼내는 게 아닌가.
“그건 뭐냐? 지금 마물 나온 거 아니야?”
“수정구요. 큰누나한테 연락 왔네요.”
“……거기서 나는 소리였어?”
아니 무슨 알림음이 저래?
“알림 소리가 100개 정도 되는데 저는 이게 제일 좋더라구요.”
시드레인은 꽤나 머쓱해 보였다.
하기야, 이 목가적인 영지에 마물은 무슨 마물.
시드레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헛기침하며 슬쩍 물었다.
“커흠. 큼. 그게 수정구라고?”
“네. 아, 이거. 수정구 맞아요.”
‘저런 게 있었어?’
시드레인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이미 수도를 중심으로 젊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가는 콤팩트 수정구였다.
데인은 일단 수정구의 연락을 받았다.
“잠시만요. 응, 누나.”
-데인, 혹시 옆에 누구 있어?
데인은 시드레인을 힐끗 바라보곤 말을 이었다.
“혹시 내 마력이 고대 마력이라 그런 거야?”
-……어떻게 알았니?
데인은 당황하는 아라벨라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아라벨라의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그, 그러니까 마탑주님이랑 같이 우연히 얻은 돌을 분석했는데 그게 고대 마법 왕국의 것으로 추측되는 물건이고, 데인 네가 고대 마력을 지녔다는 걸 알아냈다고?
“응. 누나랑 방법은 다르지만.”
아라벨라는 마력 자체를 분석한 뒤 일치하는 코드를 찾아내 데인의 마력이 고대 마력의 성질을 띠고 있음을 알아냈다.
시드레인은 마법의 봉인을 풀어서 나온 물건이 데인의 마력에만 반응하고, 그 물건이 고대 마법 왕국의 흔적을 띠고 있음을 알아냈다.
길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시드레인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놀라고 있었다.
‘그걸 마력 분석으로 알아냈다고……?’
천재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 분석은 숙련된 마법사들도 기구를 다루는 것조차 어려워할 만큼 어려운 분야다.
그런데 그걸 해낸 것도 모자라, 고대 마력임을 알아냈다고?
“도대체 여기는 뭐 하는 집안이야……?”
그사이 아라벨라가 데인에게 물었다.
-다른 아는 사람은?
“없어.”
-좋아. 데인, 잘 들어. 마탑주님도 잘 들어주세요. 이건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밝혀지면 데인이 당장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 말에 시드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큼, 크흠. 아라벨라 양. 들리시오?”
-네, 잘 들려요, 마탑주님. 처음 인사드리겠습니다.
“반갑소. 그, 비밀 유지에 대한 부분은 걱정 마시오. 안 그래도 나도 그 건에 대해 말하려던 참이었소. 만약 이 일이 새어 나간다면, 이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가문 전체로도 감당하기 힘든 혼란이 생길 수 있소. 혹시 이 연락은 녹음되는 것이오?”
-아뇨. 연락이 끝나는 즉시 삭제돼요.
“잘됐군. 관련하여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는 게 좋겠소. 나는 마탑으로 돌아가는 대로 관련하여 비밀스럽게 조금 더 알아볼 생각이오.”
-도와 주셔서 감사드려요.
“아니오, 아라벨라 양. 마법사로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오.”
시드레인은 그러면서 슬쩍, 물었다.
“그나저나 요새 이야기가 무척 자주 들려오던데, 갈 마탑은 정했소?”
-아뇨. 아직요. 근데 니륵시온 마탑은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제가 원하는 분야가 없어서.
“…….”
요 꼬맹이의 당당함이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이 큰누나한테 배운 거구나.
“커흠. 하하하. 그럴 수 있지. 좋소. 그거야 뭐, 꼭 우리 마탑으로 왔으면 해서 물어본 건 아니고…….”
허둥대던 시드레인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데인에게 다시 수정구를 넘겼다.
-데인, 아무튼 자세한 건 곧 다시 이야기하자. 알았지?
“응. 누나. 잘 지내.”
-내 동생, 누나가 무척 사랑해?
“응, 나도.”
남매의 사랑이 넘치는 연락이 끝나고.
“대단한 누나를 뒀구나.”
“그쵸? 아, 그리고 이 수정구 저희 누나가 만든 거예요.”
콤팩트 수정구.
젊은 마법사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지는 일종의 트렌드 아티팩트.
“대단하죠?”
“커흠. 음. 대단하구나. 나도 잘 알지. 우리 동년배들도 다 이거 쓰거든. 뭐라고 하더라?”
“콤팩트 수정구요.”
“그래, 콤팩트 수정구.”
시드레인은 트렌드에 민감했다.
정확히 말하면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말이 싫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요즘 젊은 마법사들이 쓰는 줄임말이나 트렌드를 따라가긴 좀 버거웠다.
“그럼 마탑주님도 써요? 그럼 저 수정구 코드 좀…….”
“크흠. 나는 그런 거 있어도 잘 안 써. 8체인쯤 되면 연락에 연연하지 않게 되지. 급하면 찾아오지 않겠어?”
“아…… 네…….”
시드레인은 데인의 미심쩍은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