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5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51화
164. 이유가 사라졌군
투바는 전직 암살자다.
전직 암살자라는 뜻은, 암살자에서 은퇴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보통 암살자는 은퇴 후 새로운 신분으로 조용한 삶을 살아간다. 가족을 이루거나, 보통 다른 일을 한다.
하지만 투바는 그럴 수 없었다.
가족을 이루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지만 여전히 암살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놈의 빚 때문에.
‘등신도 아니고.’
그놈의 사랑도 문제였다.
사랑.
참 별거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허망한 일이더라.
빚도 잔뜩 남기고.
그놈의 빚을 은행이 아니라 알테어 백작에게 진 것도 문제고.
원래 고리대금업은 귀족들의 전통적인 사업 중 하나다.
제국은행이란 존재가 있긴 하지만, 귀족이 아닌 이상에야 금고 개설도 어렵고 대출 문의야 당연히 불가능하다.
여하튼, 은퇴한 암살자인 투바가 지금 알테어 백작에게 코가 꿰어 있는 경위란 이러했다.
“이런 제기랄…… 도대체 왜 계속 이런 결과로 나오는 거야!”
그리고 지금은 기분이 묘했다.
자신에게 말도 안 되는 폭리로 돈을 빌려 준 사람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마력석, 마력석이 더 필요해. 이걸로는 부족해!”
실은 알고 있었다.
알테어 백작이 딱히 좋은 결과를 못 내리라는 걸.
마력석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력석은 멀쩡하다.
알테어 백작이 원하는 대로 말도 안 되는 효율을 지니고 있고, 실제로 그 덕에 처음엔 진척이 아주 빨랐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알테어 백작은 연구 개발에 꽤 오래도록 손을 놓았다.
제약시장을 모조리 집어삼킨 지도 10년이 넘었고, 그사이 신약을 출시하기보단 기존의 약들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개량’을 핑계로 야금야금 가격을 올린 일도 부기지수.
‘감이 떨어졌군. 더 이상은 불가능하겠어.’
약 제조와 관련해서 딱히 아는 게 없는 투바가 봐도 대충 짐작 가능하다.
알테어 백작은 아마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신약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쯤 되면…….
“젠장, 젠장!”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후겠지.
‘소름이 끼칠 정도군.’
자신을 ‘정보원’으로 고용한 그 남자.
암살자의 표식을 지니고 있던 그 의문의 사내.
그는 이미 이 사실들을 모두 예측했던 걸까?
남들은 단 하나라도 바라마지않는 말도 안 되는 효율의 마력석을 수백 개씩 넘겨주었다.
그러면서 엄청난 돈을 알테어 백작으로부터 챙겼으니, 이건 얼핏 보면 양자가 만족하는 거래 같았다.
하지만 투바의 눈에는 아니다.
알테어 백작은 수렁 속으로 가고 있었다.
그 사내가 예측한 대로.
“투바. 지금 바로 연락해서 마력석 거래를 준비해라.”
이것도 그렇다.
근시일 내에 마력석을 다시 원하게 되리라는 것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알테어 백작의 눈앞에는 이전보다 더한 양의 마력석이 놓여 있었다.
그게 반복되길 이후로도 두 번.
“제국은행 이 망할 새끼들! 내가 지금까지 접대하고 털어 넣은 게 얼만데 더 이상 대출이 안 된다는 거야!”
알테어 백작은 가지고 있던 것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남은 건 텅텅 빈 마력석.
진척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신약 연구.
탈탈 털어 넣은 현금과 또다시 넘겨 버린 각종 제약 사업의 사업권들까지.
이제,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복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알테어 백작이 선을 넘을 것 같으면 즉각 보고해라.’
처음에는 그 사내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 알 수 있었다.
“투바. 오티에르 그놈의 동향을 파악해라.”
알테어 백작이 정말 선을 넘을 것 같다는 사실을.
* * *
알테어 백작은 오티에르 자작의 연구를 사들일 참이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오티에르 자작이 바라보는 알테어 백작의 눈은 미친 사람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오티에르 자작. 내 얼마든 치르겠소. 그러니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와 일체의 권리를 나에게 양도하시오.”
오티에르 자작은 그 눈을 보며 생각했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제약시장을 독점하고,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적어도 연구개발자로서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
그가 개발한 수많은 약들이 제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준 건 덤.
그런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그럴 수 없습니다, 백작님.”
“돈은 얼마든지 치르겠다니까!”
“이건 제 딸아이를 위한 연구입니다. 남의 손으로 완성시킬 수 없습니다.”
알테어 자작의 수는 뻔히 보였다.
지금 연구개발이 더디니 이제 거의 다 완성되었을 오티에르 자작의 것을 빼앗겠다는 것.
그걸로 수익을 낸 뒤, 다시 마력석을 구매하여…….
재기할 것이다.
“원하는 건 뭐든 다 준다니까! 그러니 넘기라고! 너 같은 놈보다 내 손에서 완성되는 게 세상에 더 도움이 될 거야!”
거의 악에 받친 듯한 외침에 오티에르 자작은 처연한 웃음을 흘렸다.
“갈 데까지 가셨군요, 백작님.”
그리고 은인의 말을 떠올렸다.
알테어 백작이 조만간 찾아올지도 모르겠다고.
그게 이렇게 들어맞을 줄이야.
“내가 무력을 동원해야겠나?”
정말 갈 데까지 간 듯한 모습.
오티에르 자작은 한숨을 쉬었다.
“백작님.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이건 맞지 않습니다. 너무 흥분하신 듯하니 돌아가셔서…….”
“역시, 말이 안 통하는군.”
알테어 백작은 막무가내였다.
그러다 결국 투바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을 제압해라.”
알테어 백작은 일단 오티에르 자작을 제압한 뒤 놈을 공포에 몰아넣어 모든 걸 빼앗을 작정이었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뭐든!’
이런 무리한 수를 두는 데엔 결국 잇따른 실패가 크게 작용했다.
결국, 데인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름만 불러도 튀어 나왔어야 할 투바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저벅, 저벅.
오티에르 자작의 집으로 로브를 쓴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후드를 눌러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데인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알테어 백작.”
“다, 당신은!”
“마력석을 그렇게나 사 가 놓고 남의 연구나 탐내고 있을 만큼 무능한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알테어 백작은 혼란을 느꼈다.
설마 이놈들이 오티에르 녀석에게도 마력석을 공급한 것일까?
“나, 나와 거래하던 거 아니었소?”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가? 넌 지금 연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악수를 두는 것 같은데…… 우리가 앞으로 마력석을 팔 이유가 없어 보이는군.”
사내의 말에 알테어 백작은 악을 쓰듯 외쳤다.
“도, 돈은 얼마든지 지불하겠소! 그러니 마력석을 나에게만 파시오! 그저 잠시 연구가 더딘 것뿐이니 제발…….”
데인은 대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알테어 백작이 경악했다.
“네, 네 이놈…….”
데인 옆에 나타난 한 남자.
그는 투바였다.
투바는 말없이 알테어 백작에게 다가가더니 돈이 잔뜩 담긴 주머니를 내려놓았다.
“빚은 이걸로 모두 탕감하겠습니다.”
“지, 지금 배신을…….”
“빚을 갚을 때까지 당신의 의뢰를 받아들이는 것. 그게 계약 내용 아니었습니까?”
계약 내용은 그랬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인가.
“네놈이 설마…….”
“알테어 백작님. 이제 전 당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졌습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
모든 걸 잃어가는 느낌이 이러할까.
“그리고 이제는 이 사람과 오티에르 자작님의 명령을 따르게 되었지요.”
스릉.
언제 뽑혀 나왔는지 투바의 손엔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러니 이 이상 무리한 수는 안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기사들은 밖에서 대기 중이다.
이곳에 자신을 위해 싸워 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이제 너에게 마력석을 팔 이유가 사라졌군.”
“……!”
데인의 알테어 백작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다. 투자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거지.”
“그럴 수는 없소! 이제 와서 무슨 말이야!”
알테어 백작은 씩씩거렸다.
하지만 데인의 태도는 단호했다.
“연구 개발 하나 제대로 못 해서 남의 것이나 빼앗으려 드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더 이상 투자할 이유가 없지.”
“도, 돈은 얼마든지 주겠소! 시간이야 조금 걸리겠지만, 얼마든지 줄 수 있다고!”
이렇게 되면 끝장이다.
알테어 백작이 지금까지 무리해서라도 연구를 진행한 건, 마력석의 지속적인 공급을 전제로 했기 때문.
이미 가진 현금도 다 털어 넣었고 금괴도 죄다 썼다. 대출도 받은 데다 심지어 사업의 절반 이상을 넘겼다.
밑도 끝도 없이 수렁으로 빠지는데, 이제 와서 숨통이 막힌다고?
“이럴…… 이럴 수는 없어…….”
알테어 백작은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건 저택, 그리고 금괴로 바꾸기 위해 무리하게 끌어 놓은 미술품과 보석들.
이전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사업들과…….
빚뿐이었다.
이미 사업권을 여러 개 넘긴 시점부터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는 잃었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없었다.
있기야 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실망이군, 알테어 백작.”
데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투바에게 명령했다.
“끌어내.”
알테어 백작은 모든 걸 포기한 사람처럼 멍하니 끌려 나갔다.
악을 쓰며 안 된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방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리고 잠시 후.
“하아. 심장이 다 떨리는군요.”
오티에르 자작은 알테어 백작이 그랬던 것처럼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알테어 백작을 던져 주고 돌아온 데인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고생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데인이 보기에 알테어 백작은 조만간 완전히 몰락할 것이다.
알짜배기 사업을 모두 빼앗겼고, 덕분에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을 테니.
하지만 오티에르 자작은 계속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저대로 두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릅니다.”
“투바가 감시할 겁니다. 그리고…… 방법은 생각해 두었으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데인은 그런 오티에르 자작을 안심시키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니 지금은 딸의 치료제 개발에만 열중하십시오.”
“……도대체 이 은혜들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딸을 치료하고, 그다음부터는 세상을 이롭게 할 치료제들을 개발해 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티에르 자작은 그 말에 결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데인은 투바와 함께 저택을 떠났고, 투바가 저택을 나오자마자 물었다.
“왜 그냥 두는 겁니까? 알테어 백작 말입니다. 적용시킬 수 있는 죄가 수두룩한데.”
“그렇게 해서 황실에 넘기면,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테니까. 알테어 백작을 돕는 대가로 황실에서 사업권을 도로 집어삼키길 원할 텐데.”
“아아.”
대번에 이해했다.
“그러니 잘 지켜보도록. 아, 그리고 이 건에 대해서는 말했듯 정식으로 의뢰비를 지급하지.”
“……감사합니다.”
투바는 한동안 다시 암살자의 삶을 살게 되었다.
정확히는 ‘정보원’이지만, 이전처럼 빚 때문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일은 사라진 셈.
“그런데 말입니다.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궁금한 거?”
“네. 그 표식을 주신 분과 도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데인은 그 말에 입꼬리만 말아 올렸다.
“암살자의 철칙에는 의뢰주의 비밀에 대해 캐내지 말 것이란 조항도 있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암살자를 그만둬서 말입니다.”
투바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암살자의 표식을 지니고 있는 걸까.
한편으로는 암살자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정체가 뭘까.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네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시더군.”
“네?”
데인은 그 말만 남기고 씩 웃으며 먼저 걸어갔다.
투바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