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5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52화
165. 언제 오나 했는데
알테어 백작은 이후로도 몇 번이나 나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와 만날 이유는 없었다.
이후 투바의 보고에 따르면, 알테어 백작은 현재의 사업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고 아등바등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시장 내의 독점적인 지위를 잃은 이상 필연적으로 그 사업에서 같은 수익을 내긴 어려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몰락’했다 말하기에 충분하지만, 글쎄.
그렇게 끝낼 거면 시작도 안 했지.
난 이후로도 알테어 백작을 압박하고 종래에는 ‘내 사업’ 아래로 들어오게 만들 것이다.
총괄은 시드레인과 오티에르 자작. 두 사람이 할 일.
나는 이제 앉아서 마력석이나 공급하고 돈이나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 셈.
새삼 고대의 마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느끼면서도, 남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하면 제국 전체를 뒤흔들고도 남을 테니까.”
고대의 마력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
그래서 때가 되지 않는 한, 가급적이면 이 힘은 음지에서만 사용하는 쪽으로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써야겠지만.
그렇기에 나의 힘이 밝혀지고 나서도 생길 위협에 이렇게 준비하는 거고.
여하튼 뭐.
나는 다시 아카데미 학생으로 돌아왔다.
알테어 백작을 상대하는 중간중간에도 물론 학생이었으나, 이제는 정말 학생답게 굴어야 한다.
“미치겠네. 중간고사 본 지 얼마나 됐다고 기말고사야. 진짜 2학기 너무 고달픈 거 아니냐.”
“선생님들, 2학기에는 왜 페스타가 없을까요. 너무너무 심심합니다.”
“하, 1학기에 기대치 잔뜩 올려 놓고 2학기에는 사람 개고생 시킨다더…… 선배들 말이 다 맞았어.”
“방학에 계절학기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기말고사를 이제 3주 정도 앞두고 있었다.
원래 한 달 전쯤부터 위기를 느끼지만, 그래도 2주 앞으로는 다가와야 다들 공부를 하는 척이라도 한다.
다만 중간고사에서 이미 다들 한번 성적표 발송을 겪어 봐서인지, 다들 불이 떨어진 모양.
그런데 웃기게도 이 대화는 지금 동아리방에서 오가고 있었다.
“제나 넌 어때? 너희 학부는 필기 시험 봐?”
“필기 시험을 보긴 하는데…… 실기 쪽에 비중을 조금 더 둘걸? 다들 필기 성적 잘 받아서 전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교수이 실기 비중을 높이신대.”
“부럽다. 난 필기 치기 싫어서 죽겠는데 진짜.”
참고로 제국 아카데미의 2학기는 별달리 ‘행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아카데미 페스타는 물론이요, 나름대로 ‘행사’라 부를 만한 마물 토벌전조차 열리지 않는다.
기껏해야 학과별 행사가 전부.
결국 할 게 공부밖에 없는 셈.
“저 얄미운 녀석은 또 수석을 하겠지.”
“자연재해야.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냥 이제 매 학기마다 찾아온다니까.”
“어떻게 저러지. 맨날 여기저기 쏘다니고 제일 많이 움직이면서 공부할 틈은 어떻게 나는 걸까.”
늘 그렇듯 이번에도 시선은 내 쪽으로 쏠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열심히 하면 돼.”
“……재수 없어.”
그나마 제나만이 무척이나 경외감 가득한 표정으로 볼 뿐, 다른 녀석들의 얼굴은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아, 하나 더 있군.
이 바보들처럼 공부 안 하고 불평하는 사이 착실하게 준비하는 녀석이.
“근데 알투르는?”
“요새 보니아의 숲 앞에서 살던데. 걔도 프리실라처럼 고학년이니까.”
바로 알투르다.
나는 마침 이름을 들은 김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데인?”
“숲에.”
오랜만에 키론 녀석도 볼 겸, 알투르 녀석 수련 상태나 좀 체크하고 올까.
* * *
예상대로 키론은 잘 있었다.
정확히는, 잘 있긴 한데 눈에 안 보였다.
그런데 그게 바로 잘 있는 것이다.
“그런 망할 놈은 처음 본다. 어우, 어제도 새벽에 하도 푸히힝- 소리를 내서 나가 봤더니 마물을 무슨 다섯 마리나 앞에 쌓아 놨더라니까.”
숲지기 캇사르 말만 들어 봐도 알겠다.
“잘 지내고 있나 보네요.”
“너무 잘 지내서 탈이다. 어디 데려갈 일 없냐? 좀 데려가라.”
“안 그래도 방학에 데리고 남부로 갈 생각입니다.”
“그래, 방학엔 나도 좀 쉬어야지. 후우.”
말이야 저렇게 해도 사료통은 항상 가득 채워져 있고, 중간중간 들은 바에 따르면 캇사르와 꽤 친해졌다고 한다.
물론 등에 태우는 건 나뿐이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푸히힝.”
이런 가운데 돌아온 키론은 날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비웃음을 머금었다.
“얼씨구.”
이거 웃긴 놈일세.
오랜만에 봤다고 그새 개기는 건가?
“푸히히힝!”
놈은 별안간 투레질을 하더니, 내 쪽으로 다가오며 서서히 속력을 높였다.
난 피식거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놈이 갑자기 습보로 전환하여 내 쪽으로 돌진한 그 순간.
“우와아아악!”
캇사르의 비명이 들려온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키론의 돌진을 피하고 등에 올라타 버렸다.
그리고 갈기를 잡은 뒤 속삭였다.
“요새 많이 컸다.”
“푸히힝?!”
잠시 후.
“푸힝. 푸히힝.”
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비비며 친한 척을 해댔다.
하여간 이놈은 믿을 수가 없다.
뭐, 그게 또 키론의 매력이지만.
“……도대체 내가 뭘 본 거야.”
캇사르의 멍할 중얼거림 속에서 나는 키론의 엉덩이를 툭 쳤다.
그러자 얌전히 마구간으로 돌아가는 녀석.
“저 사라지면 또 날뛸 테지만, 방학 전까지만 잘 좀 부탁드려요.”
“그래, 그러마. 후우. 내가 그놈의 죽음의 나무만 아니었어도…….”
참고로 키론은 내가 일검에 베어 버린 죽음의 나무를 이용해서 이런저런 걸 만드는 모양이다.
그걸 내다 팔기도 하면서 돈도 버는 것 같은데, 딱히 이 숲을 떠날 생각이 없다는 걸 보면 그걸로 뭘 하려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난 그렇게 숲을 나와 숲 앞의 알투르에게 향했다.
“헉, 허억.”
아까 들어갈 때도 열심히 뛰고 있었는데, 지금도 뛰고 있었다.
사뭇 대견한걸.
내가 아는 마법사들은 시드레인과 큰누나를 포함해서 이런 체력 단련을 아주 싫어하는데 말이야.
“훅, 후우!”
난 그렇게 알투르가 뛰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 뒤로도 30분이나.
그리고 이후에는 탈진해 널브러진 녀석에게 다가가 체력 회복에 좋은 포션 한 개를 꺼내 주었다.
“후우. 살겠군. 고맙다.”
넙죽 받아마신 알투르는 한결 낫다는 표정으로 땀을 닦아낸 뒤 다시 널브러졌다.
그러더니 물었다.
“알고 있었나?”
“뭘?”
“이번 기말고사부터 마법학부 체력 평가 항목이 신설된 거.”
마법학부 교수들이 뭐 단체로 잘못 먹었나.
무슨 항목이 신설돼?
“대충 들어 보니 동부에서 마법사 둘이 포함된 중대가 드레니크 제국군에게 쫓겼는데, 체력부족으이 문제가 되어 결국 전멸했다더군.”
“아아.”
“그래서 마법사들 사이에서 뭔가 이야기가 오갔던 모양이야.”
대충 알 만한 이유다.
뭐, 사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덕분에 걱정 없게 되었군. 고맙다.”
중요한 건 알투르의 체력단련에 내 말 말고도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거겠지.
동기라는 건 중요하니까.
그나저나 동부라.
지금쯤이면 에드워드가 가 있을 텐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통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는 게 아닌 모양.
드레니크와의 화해 전략을 쓰는 건 나중의 일이 될 테니, 당분간은 위험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뭐, 잘해내겠지.
난 생각을 접고 알투르에게 물었다.
“일은 할 만해?”
“아아. 마탑주님을 돕는 거 말이지. 당연하지. 배우는 게 아주 많다. 한 마디 한 마디 귀담아들으려 하고 있지.”
알투르는 꽤 신이 나 보였다.
시드레인의 말대로다.
의욕이 엄청나다고.
드나보 교수에게 매번 알면서도 속아 가며 노예처럼 생활했으니.
“고맙다. 덕분이다. 제약 쪽 지식도 얻고.”
“많이많이 배워 두라고.”
“근데 그 마력석은 도대체 누가 만든 건지 궁금하더군. 분명히, 엄청나게 거대한 집단일 거야. 아마 황실인가?”
참고로 알투르는 그 특제 마력석이 누구의 손에서 탄생했는지 모른다.
뭐, 조만간 알게 될 테니 그냥 웃기만 해야겠다.
난 내친김에 화제를 돌렸다.
“요새 수련장에서 거의 산다던데.”
“무력함을 느꼈으니까.”
“지하도시에서?”
거기뿐이다.
녀석이 유독 표정이 안 좋아 보이던 곳은.
“사실 데인 네가 무슨 활약을 보이든 내가 무력함을 느끼는 요인이 될 수 없지만…….”
뒷말은 삼켰지만, 알 수 있었다.
그 무력함의 원인이 제나란 사실을.
“백날 마법을 수련해도 신입생 꼬맹이 하나만도 못하다는 게 웃기지 않나? 난 그래도 학부에서도 알아주는 인재인데.”
알투르의 한숨이 이어졌다.
“조금 허탈하더군. 내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나는 그 이후 탈진 상태였지. 이후 뱀파이어들을 감시하고 친구들을 지킨 건 누구지? 언데드가 접근하기 전에 마법으로 구워 버린 건 누구고?”
“그야 그건…….”
“너에게는 가벼운 일이었을지 몰라도, 다른 녀석들에게는 아니라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나를 제외하면 넌 유일하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이야. 어니스트가 활을 쏘긴 하지만, 마법과는 완전히 다르고.”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나랑 비교해서 그렇지, 이 녀석 마법이 어디 가서 부족한 수준도 아니고.
그냥 우리 동아리에 좀 특별한 녀석들이 잔뜩 모였을 뿐.
“자신감을 가지라고. 뭣하면, 나랑 같이 수련하든가.”
“너랑 같이?”
“그래, 마법만.”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알투르는 별안간 벌떡 일어났다.
“혹시 내 마법, 한번 봐 줄 수 있나?”
난 속으로 조금 놀랐다.
마법사가 자신의 마법을 봐 달라고 말하는 건 자신의 스승에게 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존심의 문제도 있지만, 마력 배열을 고스란히 읽힌다는 게 문제.
마력 재배열이야 스탠다드한 법칙들이 존재하지만, 마법을 쓰면 쓸수록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나가기 때문.
즉, 자신의 자산이나 다름없는 걸 지금 보여 준다고 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막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마탑주님께 여쭤보자니 아직 그러긴 좀 힘들어서.”
난 손을 펼쳐 보였다.
알투르는 곧장 마력을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재배열 코드가 눈에 들어온다.
알투르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느 배열에서 속도가 특히 떨어지는지 보인다.
순서는 맞지만 특정 구간에서 조금 비효율적이라 해야 할까.
“불어 쓸어버려라.”
그리고 펼쳐진 마법은 5체인급 ‘바람의 칼날’.
삭풍이 시전자가 원하는 범위만큼 몰아치며 적을 찢어발기는 공격 마법이다.
저 상태로도 충분한 위력이다.
마법학부의 천재, 알투르가 펼치는 마법이니.
쩍, 쩌적!
타깃이 된 나무껍질이 쩍쩍 갈라졌다. 저만하면 사람 살을 찢고 부수기엔 확실한 위력.
“어때?”
“나쁘지 않아. 그런데, 열여섯 번째와 서른두 번째 코드를 배열할 때 조금 망설이더군.”
“……그걸 알아봤다고?”
알투르의 멍한 표정.
“열다섯 번째 코드와 서른한 번째 코드의 마지막을 조금 더 느리게 배열해. 코드 마지막에 집중하면서.”
난 그러면서 다시 손을 펼쳐 보였다.
한동안 멍한 표정을 유지하던 알투르는 이내 다시 마력을 재배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콰드득!
나무가 잘렸다.
“헉, 허억.”
알투르는 놀라면서도 순간 휘청하며 땅을 짚었다.
난 그 모습에 씩 웃었다.
“어때?”
쿠웅!
그와 동시에 쓰러지는 나무.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알투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군.”
마력 재배열.
재배열의 방식에 따라서 같은 마법이라도 그 위력이 달라진다.
지금이 바로 그랬다.
삭풍의 칼날.
한 점에 집중시킨 것도 아닌데, 꽤 두꺼운 나무를 쓰러뜨렸다.
“그 감각을 기억해. 막히면 막히는 대로 재배열하면 안 된다고.”
“꼭 기억하지. 하, 어떻게 이렇게 위력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녀석은 잘해낼 것이다.
천재니까.
“좋아.”
알투르는 곧바로 다시 마력을 재배열하기 시작했고, 난 그 모습에 마력 폭주를 방지하는 포션 하나를 꺼내 내려놓은 뒤 자리를 떠났다.
“그럼 이제 슬슬 기말고사 준비를 해야겠는데.”
사실 할 건 별로 없다.
강의도 충실하게 들었고, 시험이야 어렵지 않을 테니.
그래서 그런 걸까.
여유로운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에게 사람이 찾아왔다.
“데인 소그레스 학생! 여기 있었군요!”
아카데미 집배원이다.
도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건지.
“데인 소그레스 학생 앞으로 우편이 도착해서요.”
그는 옆으로 멘 가방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겉봉은 별도로 봉해져 있었는데, 어떤 인장이나 발신인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에게서 온 건가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위험요소 검사를 모두 마쳤으니, 열어봐도 됩니다. 그럼.”
집배원은 고개를 꾸벅 숙이곤 바람처럼 사라졌다.
저 정도면 아카데미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
찌익.
나는 집배원이 사라진 직후 곧장 편지를 뜯어보았다.
그리고 보인 건-
“언제 오나 했는데.”
황실.
정확히는, 황제의 인장이 찍힌 편지였다.
이전에 어니스트를 괴롭힌 녀석들의 가문 사업권들.
내가 황실 쪽에 보낸 서류들로 그 사업권은 지금 거의 대부분 황실의 소유가 되거나, 공중분해당해 사업권을 이전당했다.
그리고 그 귀족가문은 이전과 같은 위세를 잃어버렸다.
뭐, 그건 중요한 일은 아니고.
중요한 건…….
황제가 이걸로 나에게 무슨 말을 꺼낼지다.
‘이러다 황실 문턱 닳는 거 아닌가 몰라.’
하도 자주 가게 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