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5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54화
167. 2학기의 마무리(1)
나의 황실 방문 및 황제 알현은 이제 더 이상 친구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될 수 없었다.
“또? 데인이니까 그럴 만하지.”
“황제 폐하께서 뭐 주셨어?”
“저번에 주신다던 그 갑옷은 아직 완성 안 됐나?”
“데인 선생님. 저도 다음에 한 번 데려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녀석들.
그나마 신입 부원인 알투르와 제나만이 눈을 반짝일 뿐.
“……어떻게 하면 황제 폐하를 세 번이나 알현할 수 있는 거지?”
“우와! 알현! 가서 뭐 했어? 음식은 어땠어?”
이렇게 된 이상 정기적으로 신입 부원을 받아서 이런 감상들을 리프레시시켜 볼까.
하도 익숙해지다 보니 되려 이런 정상적인 감상들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뭐라든?”
레일라의 물음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자기 옆으로 오라던데.”
“그래, 뭐. 자기 옆으로…… 뭘? 옆으로?”
“탐내는 거지. 나를.”
“…….”
레일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느닷없이 작별인사를 건넸다.
“아카데미 떠나도 나 잊지 마.”
“…….”
“황제 폐하께서는 원하는 건 다 가지신다던데…….”
레일라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고, 내가 떠날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날 아직도 모르는구나.”
“널 아는 게 내 일생일대의 목표인걸?”
얘 봐라.
말 무섭게 하네.
“아무튼 황제 폐하께서 그런 제안을 하신 거라면, 거절 어려운 거 아니야?”
“아니. 거절했어.”
“……너 괜찮아?”
레일라는 정말,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 대부분은 이런 반응이겠지.
감히 누가 황제 폐하의 제안을 빙자한 명령을 거절하겠나.
그런데 난 거절했다.
엄밀히 말하면, ‘거절’이 아니라 ‘거절할 것 같다’고 말한 거지만 그게 그거지 뭐.
“진짜 괜찮은 거 맞지? 어디 한 군데 잘려서 온 건 아니고?”
“잘리면 목이 잘렸겠지.”
“그건 그래.”
얘도 어니스트처럼 변하네.
“근데 진짜 거절했어? 정말로?”
“응.”
“왜?”
“왜냐니. 황실에 묶인 채로 앞으로 뭘 하려고.”
“하여간 신기해.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곳인데.”
나는 어깨만 으쓱였다.
남들 원하는 거, 좋다.
근데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할 이유가 없지.
그걸 종용하는 사람이 황제라 할지라도.
어차피 황제 폐하는 우리 가문을 못 건드린다.
당장은 말이지.
‘화해’를 모토로 귀족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이상, 나를 함부로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미친 황제이니만큼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대비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마력석 사업을 더 확장시켜 봐야겠는걸.”
“응? 사업?”
“마력석 사업.”
일단 다르바도 쪽에 ‘투자’를 하면서 마력석도 몇 개 제공을 할 용의가 있다.
난쟁이들도 마력을 다루니, 그 정도 효율의 마력석을 써먹을 곳이 많을 테지.
그리고 현재 오티에르 자작이 딸의 치료제를 완성하면, 그에게 수석 연구원 직책을 맡길 생각이다.
앞으로 신약 개발을 담당하게 할 생각으로.
뭐,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무사히 돌아왔으니 지금은 기말고사에 집중할 때.
벌써 2학기가 끝나가는 마당이니, 온갖 일들로 가득했던 아카데미 신입생 시기가 거의 끝나가는 셈.
“하기야, 네가 언제 시험공부를 했다고. 근데도 지난 학기에 수석 먹은 거 보면 신기하단 말이지.”
“이번엔 네가 한다며?”
“난 틀렸어. 사실 이미 과목 하나 드롭했거든.”
“잘한다.”
“몰라. 아버지 알면 난리 나니까 중간에 가로챌 거야. 어떻게든. 아, 우리 꼬장꼬장한 집사장 설득하기가 제일 어려운데.”
얘 이러다 2학년 들어서 비뚤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넌 이번에 어때? 난 이번엔 실기가 대부분. 드롭한 게 필기 보는 강의.”
“필기랑 실기랑 반반. 필기는 공부 다 끝냈고 실기야 뭐…… 탐사학부 실기 시험만 잘 보면 될 것 같은데?”
“탐사학부 실기?”
탐사학부.
이런저런 의문을 풀기 위해 언어학부와 더불어 내가 강의를 듣기로 결정한 학부.
카르나스가 낙서해서 그린 지도에 대한 정보 말이다.
아직 거기가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지식들을 꽤 얻게 되었다.
아직 어니스트에 비하면 멀었다만 ‘탐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그럼 탐험으로 시험을 치르는 건가?”
“그렇다고 들었어. 정해진 시간 안에 탈출하면 된다던데.”
“재미있겠다. 나도 다음 학기에 한번 들어볼까.”
뭐, 주는 대로 치르면 될 일.
기말고사는 딱히 걱정 없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건 방학 때 갈 남부 밀림.
그곳의 전설을 파헤치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네 번째 고대 마력 집약체를 찾아내는 것.
그러면 카르나스가 낙서한 지도에 대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고대 마력 집약체 숫자에 비례해 해독 가능한 문자들이 늘어나니까.
“에휴, 아무튼 이번 시험 보면 그래도 신입생 생활도 끝이다. 다음 학기에는 후배들 들어와서 더 이상 신입생 취급도 못 받을 거고.”
“난 그럴 일 없어 보이는데.”
난 레일라와 사정이 다르다.
난 자율전공학부.
아마 졸업 때까지 어지간해서 내 후배를 받을 일이 없을 테다.
있으면 좋은 거고.
아님 마는 거고.
선배 노릇 할 생각은 별로 없다.
애초에 학년 관계 없이 서로 말 놓고 이름 부르는 동아리의 회장인데 그런 걸 따지는 게 더 웃긴 일이지.
“일단 시험이나 준비하자. 방학에 밀림 다녀와야지.”
“아, 그러네. 거기 가야 하는구나. 참, 그럼 거기 다녀온 다음에 시간 되면 동부에 좀 다녀올 수 있을까?”
“동부?”
“응. 큰오빠 보러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난 레일라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일라의 큰오빠라.
후계에 전혀 관심 없이 동부 국경에서 거의 산다고 들었는데.
궁금하다. 어떤 사람일지.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방학도 눈 코 뜰 새 없이 엄청나게 바쁘겠군.
남부 끝 밀림.
그 다음에는 동부 끝 격전지.
이거 원.
이러다 드레니크까지 가는 거 아닌가 몰라.
* * *
“후우. 죽겠군.”
3황자, 에드워드는 최근 들어 황실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더 정확하게는, 이 격전의 땅 동부에선 황자라는 지위가 오히려 불편함을 줄 뿐이다.
에드워드는 어린 시절부터 눈치를 보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 익숙했다.
다름 아닌 손 때문이다.
지금이야 멀쩡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크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던 손이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황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안 그래도 고생하는 병사들이 자신을 챙기려 애쓰는 모습이 못내 고달파 보였다.
“오늘은 어떠셨습니까, 저하.”
“오네트 경.”
“그럭저럭 검이 손에 익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야만족을 셋이나 베어내셨더군요.”
상당히 흡족해하는 오네트 경의 말과 달리 에드워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셋의 생명을 거두었지.”
“저하.”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야만족들은 분명 제국의 적이지. 때문에 그들과 싸우는 건 분명히 필요한 일이지만, 내 손으로 생명을 거두었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야.”
에드워드는 꼭 데인에게 옮기라도 한 것처럼 덤덤한 말투로 말하더니 검을 닦았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동부의 오랜 말이라더니,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이래서야 동부에서 무슨 활약을 할지 모르겠군.’
황자로서 형님들과 똑같은 길을 밟고 본격적으로 세력을 키우기 위해 이곳에 온 건 맞다.
때문에 이곳에선 활약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안다.
전장에서 구르고 검을 휘두르는 이 모든 일들이 자신과 전혀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는 걸.
본질적으로 선한 사람도 무너뜨리는 게 전장이라지만…….
그럼에도, 에드워드는 자신의 본성을 잃고 싶지 않았다.
“황자라는 거, 생각보다 지독한 운명이라 생각했었는데. 손이 병신이던 시절에 말이야.”
에드워드는 피식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지금이 더 그런 것 같군. 전혀 상상도 못한 곳에 와서, 상상도 못한 일을 억지로 하면서…… 제국을 위해 싸우는 자들을 견제하고 있고 말이야.”
“오웬 테르미온 경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는 뛰어나다. 동부 전선의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자야. 그런 자를 찍어누르라고? 어림도 없는 소리.”
“…….”
오웬 테르미온.
테르미온 공작가의 장남.
아카데미 졸업 직후, 동부 전선에 지원한 남자.
뛰어난 지휘력과 가진 바 실력으로 동부 격전지 병사들의 신임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존재였다.
그런데 황제는 에드워드를 그런 곳으로 보내며 말했다.
가치를 증명하라고.
‘어떻게?’
이제 막 검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자신이 어떻게?
심지어 오네트 경은 이제 곧 돌아간다.
오네트 경은 황실의 기사단장.
언제까지나 동부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즉, 이제부터 에드워드는 시종 한둘만 대동한 채 오롯이 홀로 이곳에서 생존해야 하는 것이다.
“잘해내실 수 있습니다, 저하. 저하의 검술은 빠르게 늘었고, 오늘 벌써 야만족 셋을 베어냈습니다. 병사들은 곧 저하를 칭송할 것이옵니다.”
“…….”
에드워드는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
“그런 칭송 따윈 안 받아도 좋으니, 이곳에서 부상병의 비명이 하루라도 들리지 않으면 좋겠군.”
그래서 오네트 경은 생각했다.
황제와 참 다르다고.
어찌 그런 아버지 아래 이런 아들이 나왔을까.
포악하고 광기마저 닮아간다던 1황자, 2황자와는 딴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하께서 황위에 오르시면 어떠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결코, 당장은 입 밖에 낼 수 없는 소리지만.
이런 가운데 막사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신 오웬 테르미온 경이옵니다.”
오웬 테르미온.
이 동부 전선의 실질적인 지휘자.
테르미온 공작가의 장남.
그리고…….
에드워드가 경쟁해야 할 상대.
“들라.”
에드워드는 짐짓 침착하게 대답했으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결코 과거 손의 문제 때문은 아니리라.
“저하,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그리고 들어선 오웬 테르미온은 테르미온 공작 못지않은 거구를 가지고 있었다.
장밋빛 머리카락에 채 닦아내지 못한 핏자국.
“괜찮다. 그대야말로 괜찮은가?”
“저하께서 사기를 올려주신 덕에 수월히 적들을 베어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전투의 승리는 저하 덕입니다.”
진심처럼 보였기에 더욱 씁쓸했다.
차라리 의도적으로 조롱하러 오는 거였다면 덜 씁쓸했을 텐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하. 저하의 존재는 이 격전지와 병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겁니다.”
저게 연기라면 기꺼이 속아 넘어가 줄 만한 수준.
에드워드는 오웬 테르미온을 돌려보낸 뒤 한숨을 쉬었다.
이 순간 떠오르는 한 사람.
‘데인.’
자신의 친구이자, 자신을 구원의 길로 이끈 존재.
‘너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데인의 존재가 못내 절실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