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6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69화
172. 동부, 격전의 대지(4)
우리는 일단 레일라의 큰오빠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두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동부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전장에서 제일 가까운 마을이기 때문.
우리는 그곳에서 레일라의 큰오빠를 만나기로 했고, 그곳은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
즉, 아이들을 맡아 줄 만한 곳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수도원이 좋겠지?”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주 어렵지만은 않았다.
어니스트가 의외로 아이들과 잘 놀아주었기 때문.
“자아. 그럼 여기서 문제! 제국 서부에서 가장 큰 산은 무엇일까요?”
“저요 저요!”
“아, 내가 먼저 들었어!”
아이들은 금세 체력을 회복했다.
아이들답다고 해야 할까.
다행히 아프거나 다친 아이들은 없었고, 단지 굶주렸을 뿐이다.
유동식을 시작으로 조금씩 씹을 거리를 주면서 먹이니 금방 활기를 되찾은 것.
“잘 놀아주네.”
“그러게. 가는 동안 내내 시무룩해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레일라는 흐뭇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다 문득 말했다.
“잘했어, 데인.”
“해야 할 일을 한 거지.”
“해야 할 일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 나나 어니스트였으면 그렇게 못했을걸.”
레일라는 아이들과 어니스트가 노는 모습 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음, 솔직히…… 그냥, 큰오빠가 있는 곳이라는 인상 외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거든. 동부에 대해서. 근데, 좀 달라진 것 같아.”
“그래?”
“응. 돌아가는 대로 아버지한테 여쭤보려고. 이 동부, 어떻게 하면 이런 일들을 끝낼 수 있을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 동부의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다.
오랜 전쟁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고,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국지전과 야만족이 사라지지 않는 한.
혹은-
황제가 무늬로만 ‘하나 된 제국’을 선언할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만드는 정책을 펼치든가.
“프리실라가 왔으면 정말 오만 욕이란 욕은 다 했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레일라의 중얼거림에 대꾸한 나는 문득 아까 산채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녀석을 떠올렸다.
수도에서 여기까지 쫓아왔다.
레일라나 어니스트는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아마 어머니에게 암살자 수업을 받지 못했다면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어떤 녀석이고, 목적은 뭘까.
위협을 가하는 게 아니라 일단 그대로 두긴 했다.
붙잡아서 족치는 것도 방법이다만, 그보다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목적을 파악하는 게 더 좋은 방법.
방금처럼 뒤처리 용도로도 쓸 수 있고 말이야.
“근데 데인, 아까 그 산적들은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글쎄. 아마 제국군이 전부 잡아가지 않을까.”
“제국군을 불렀어?”
“불러도 누군가는 불렀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일라를 뒤로한 채 나는 어니스트에게 다가갔다.
“슬슬 출발하자.”
“어, 응. 잠깐만. 이번 문제 정답만 발표하고. 자, 서부 사막의 이름은 바로 ‘둘케 사막’이에요!”
“으아! 나 알았었는데!”
“알긴 뭘 알아! 완전 틀렸는데!”
“씨이, 나 진짜 알았거든!”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모든 걸 책임지기엔 어려운 일.
“수도원이면 잘 보살펴 주겠지?”
“소그레스와 테르미온에서 부탁하면, 분명히. 그리고 약간의 성의만 보인다면.”
“성의?”
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우리는 그렇게 다시 아이들의 걸음에 맞추어 이동했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동안 별다른 일은 더 이상 늦어지지 않았다.
* * *
“드디어 도착이군.”
그리고 마침내, 예정보다 조금 늦긴 했어도 무사히 동부 격전지 부근 ‘디아크’라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되게 활기찬데?”
“그러게. 격전지 근처라서 다들 전쟁에 찌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둘의 놀랍다는 반응이 보였다.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에 적응한 거지.”
사실 패배가 잇따르지 않는 이상 전투가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전장 역시 그럭저럭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물론 정말 ‘기뻐서’ 긍정적으로 사는 건 아니겠다만, 그래도 기왕지사 사는 거 우울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다들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레 터득하는 것이다.
“시간 좀 남았지? 일단 수도원부터 가자.”
레일라의 큰오빠, 오웬 테르미온과는 몇 시간 뒤 마을 입구 쪽에서 보기로 했다.
“자, 이제 가자.”
“으응. 형아.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
그 며칠 사이 정이 들었는지 어니스트는 차마 발이 안 떨어지는 모양.
그러게 적당히 정 붙이라니까.
하지만 그게 또 어디 쉬운 일인가.
친해진 사람에게는 한없이 잘해 주려 하는 저 성격인데.
레일라도 어니스트만큼은 아니어도 아쉽고 미안한 모양.
하지만 가야 한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이요?”
“네. 가문의 임무를 띠고 온 건 아닙니다.”
이후 나는 수도원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아.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죠. 특히, 이곳 동부는 말입니다. 제국은 공식적으로 전란 종료를 선언했지만…… 이들의 전쟁은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부탁을 좀 드리려 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의 극히 일부긴 해도, 이 아이들이 자라날 때까지는 충분할 돈을 건네주었다.
“이, 이렇게나 많이요?”
“아이들을 위해 써 주시고, 이 수도원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있나요. 허허…….”
수도원장은 살짝 감동까지 받은 것 같았다.
“실은…… 요새 새벽에 몰래 와서 갓난아이들을 버려 놓고 도망치거나 아이들이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 아빠가 갑자기 사라졌다고요.”
눈물을 훔치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이게 바로 전쟁의 현실이다.
끝났음에도, 전쟁을 겪은 자들에게는 또 다른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참혹함.
황제는 이 사실을 알까.
아마, 알지도 모르겠다.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지도.
세상의 논리가 한 명 한 명을 모두 살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 혼자서라도.
“힘드셨겠군요.”
“그래도, 힘이 납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셨으니까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성인군자가 되겠다, 뭐 이런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겪어 본 일에 대해서는 공감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럴 게 아니라, 잠시 괜찮으시다면 데인 소그레스 님과 일행분들께 앞으로의 여정에 축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도원은 공식적으로 신전 소속이다.
하지만 신전 소속이 아니더라도 앞날의 행운을 빌어 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난 싱긋 웃었다.
이곳에 맡겨진 아이들이 부디, 무사히 자라나고 밝은 미래를 맞이하길 바라면서.
* * *
그럭저럭, 슬슬 이 분위기도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3황자, 에드워드는 방금도 참여하고 돌아온 야만족과의 전투에서 묻은 피를 닦아냈다.
“후우.”
에드워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전투였다.
야만족들은 빠르고, 강력하고, 호전적이다.
그래서 한둘쯤은 거뜬히 베어낼 수 있지만 여럿이 덤비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방금도 둘을 동시에 상대하다 어깨에 상처를 입은 참.
다행히 사제들의 즉각적인 치유로 흉터도 안 남을 만큼 말끔하게 아물었지만, 입맛이 썼다.
“역시나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군.”
오네트 경도 이제는 떠났다.
언제까지나 자신의 옆에 있을 수 없기 때문.
황실에서 따라온 수행기사 몇이 함께였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수행기사.
“여기서 최소 몇 년……인가?”
이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이 일어나는 곳에 자신을 보낸 황제의 의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언젠가부터 아버지 대신 황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그 사람.
설마 이곳에서 죽길 바라는 건 아닐 테고, 결국 무언가 이루어내거나 깨닫거나, 성과를 내길 바라는 마음일 텐데-
“이래서야 원.”
에드워드가 이곳에 몇 달 동안 머무르며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이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아니, 끝나선 안 된다.
“이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이 많군.”
공식적으로 끝난 전쟁.
그러나, 건국 직후부터 이어진 야만족들과의 갈등 및 드레니크와의 국지전.
전쟁에는 물자가 필요하고, 그 물자를 대는 건 상인이다. 그리고 그 상인은 보통 귀족가에서 운용하는 상단 소속이다.
“만약 화합이 이루어진다면.”
에드워드는 누가 들었으면 코웃음을 칠 말을 중얼거렸다.
야만족과의 화합.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인가?
야만족들은 농토를 원한다.
자신들이 더 이상 떠돌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농토.
하지만 제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그래서 야만족들과의 충돌이 벌어진다.
드레니크는 어떠한가?
공식적인 전쟁은 끝났으나, 국지전으로 꼬투리를 잡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다.
그건 알테온도 매한가지.
십여 년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양쪽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고 전쟁이 다시 터질 만한 상황.
“황제께선…… 이를 해결하라 보내신 건가?”
그 전에 묻고 싶다.
과연, 황제는 이 ‘전쟁’이 끝나길 원하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미 오웬 테르미온이라는 동부의 걸출한 지휘관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은 이곳에 지휘관이 아닌 고문 자격으로 왔다.
때문에 따지고 보면 오웬 테르미온 부재시 자신이 지휘관이지만…….
할 수 있을까.
그 많은 병사들을 통솔하고 통제하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데인. 너라면 어땠을까.”
에드워드는 오늘도 자신의 친구, 데인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뭐, 안 그래도 며칠 전 연락을 받긴 했었다.
레일라의 큰오빠, 그러니까 이 동부전선의 지휘관 오웬 테르미온을 보러 온다고 한다.
겸사겸사 자신도 보러 오고.
“너무 어두운 모습만 보여주면 안 되겠지.”
자신은 황자다.
이제야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황자.
그래서, 더 단단해져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테르미온 경이 돌아오는 대로 한번 가 봐야겠는걸.”
에드워드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하지만-
“저하, 제3 감시탑에서 날아온 급보가 있습니다.”
상황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어서 들라.”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전령.
평소라면 오웬 테르미온에게 갔어야 할 전령이 자신에게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치미는 긴장감.
전령은 들어서자마자 헐떡이는 숨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급보 통신을 연결했다.
“에드워드 당테르다. 말하라.”
-저하. 제3 감시탑입니다. 지금 야만족들의 태세가 심상찮습니다.
“무어라?”
-숲 너머로 최소 오백에 이르는 병력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
최소 오백.
지금껏 아무리 많아 봐야 수십을 채 넘지 않던 야만족들의 병력이, 무려 오백이나?
“지금 바로 가겠다.”
에드워드가 벌떡 일어났다.
오웬이 없는 지금, 무언가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