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7화
9. 자나 깨나 자식 걱정
아카데미행 결정 후 두 달 동안 나는 이전처럼 창술, 암살, 검술, 그리고 마법 수련으로 일상을 보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다고 ‘특훈’ 같은 걸 하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 표현에 따르면 특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평소에 잘해둬야 한다나.
나도 백 번 동의한다.
평소에 잘해야 탈이 없지.
사람은 안 하던 걸 하면 삐걱거리는 법이다.
그래도 약간 ‘특별한’ 준비를 하긴 했다.
-지금 입학시험 제도는 간단해. 두 번의 시험을 치르는 거야.
“두 번?”
-응. 공통시험 한 번, 전공시험 한 번.
큰누나의 설명이 이어졌다.
-공통시험은 일종의 변별력을 기르기 위한 사전 시험이야. 제국의 문화, 역사 등 공통적인 것들에 대한 시험인데…… 데인 너라면 문제없이 통과 가능할 거야. 물론 잘 보면 더 좋지. 입학성적에 반영되니까.
이어지는 설명에 따르면 일반(1차) 50, 전공(2차) 50씩의 비율로 전체 성적을 산정한다고 한다.
-다음은 전공. 말 그대로 전공 하나를 골라서 정해진 시험을 치르는 거야. 시험은 전공 교수 재량. 근데 데인 너라면 무조건 통과야. 거기다 추천장도 있으니까.
큰누나 말에 따르면 정말 별거 없다는 입학시험이었다.
큰누나도, 작은누나도 모두 간단히 실력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통과했다던 입학시험.
지원 전공별로 시험을 치르는데 학생들은 전과하지 않는 이상 입학 당시에 고른 전공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참고로 암살은 논외다.
아카데미에서 암살술을 가르치진 않으니까.
“어떤 전공들이 있는데?”
-마법, 창술, 검술, 소환술, 상법, 미술, 음악…….
-나는 우리 막내가 마법을 골랐으면 좋겠는데?
“생각해 볼게.”
나는 가는 길에 고민해 보기로 했다.
검술, 창술, 마법, 소환술. 모두 자신 있었으니까.
사실 뭘 고르든 상관없을 것 같지만, 내내 따라다니는 전공이라고 하는 만큼 신중하고 싶었다.
“그럼 중간에는 전과 외엔 못 바꾸는 거야?”
-보통은 그렇지. 졸업하고 다시 들어오지 않는 이상. 물론 다른 전공을 들을 수도 있는데, 보통 3학년부터는 고급 전공들은 타 전공생들이 들을 수 없게 하지. 전공생들 들을 자리도 부족하거든.
그럼 무조건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이야긴데.
그때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데인같은 재능 넘치는 애들을 위해 ‘자율전공’이라는 제도도 있고.
“좋네, 그거.”
-근데 아무도 거기 지원 안 해. 떨어지려고 작정한 거 아닌 이상.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가문에서 보내려고 할 때 애들이 종종 쓰는 방법이야.
“왜?”
-그야 시험 통과한 사람이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으니까. 대부분 탈락하거든.
지옥불에라도 뛰어들라고 시키는 건가.
뭐, 그럼 내가 이번에 통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똑똑.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나는 얼른 통신을 마무리했다.
“통신은 다 끝났느냐?”
그리고 시드레인이 들어왔다.
시드레인은 손에 든 걸 나에게 내밀었다.
“이전에 약속한 추천장이다.”
“아, 감사합니다.”
시드레인이 꽤 신경을 썼는지 고급스러운 재질의 봉투에 담겨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무려 마탑주의 밀랍 인장으로 봉해져 있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용도 엄청 신경 썼다. 내가 추천장이야 몇 장 써 봤다만, 그렇게 길고 정성스럽게 쓰긴 또 처음이라고.”
“감사합니다, 마탑주님.”
“에잉. 제자 한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아. 뭐, 제자 삼아 봤자 곧이곧대로 스승님이라 부를 녀석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알았지.
스승님이라 부르기엔 우리 사이가 그렇게 엄격 근엄 진지하진 않아서.
물론 마법을 배울 때만큼은 나도 배움을 위해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임했다. 시드레인도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었다.
“내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두 달 사이에 현존하는 2체인 마법 재배열 코드를 죄다 마스터한 것도 모자라서 3체인 마법 재배열 코드 하나까지 완벽히 소화할 줄은 몰랐지. 아주 기절초풍할 뻔했어.”
덕분에 나는 시드레인이 말한 것처럼 많은 것을 배웠다. 2체인 마법의 재배열 코드를 모두 익혔고, ‘비록’ 한 개뿐이지만 3체인 마법 중 하나의 재배열 코드를 마스터했다.
엄포를 놓았던 것처럼 3체인 마법의 재배열 코드부터는 상당히 어려웠다.
하루면 될 줄 알았는데, 규칙을 찾아내는데 무려 보름이 걸렸으니까.
“보름밖에 안 걸린 게 말이 되나 싶다. 이걸 다른 마탑주들한테 말하면 믿으려나 모르겠다.”
“말씀하셔도 되는데.”
“난 거짓말쟁이 하기 싫어서 말이다. 흥. 절대 말할 생각 없거든.”
아마 내 고대의 마력이나 실력적인 부분에서 시드레인이 남에게 뭔가 말할 걱정은 접어 두어도 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떠날 준비는 마친 거냐?”
“네. 거의 다요. 사실 챙길 짐이 별로 없어서요. 옷 같은 건 아공간에 거의 넣어 가기도 하고, 거기 기숙사 시설이 좋다고 하던데요?”
“흠. 시설은 좋지. 그 시설을 몇몇 놈들이 독점하고 써서 문제지만. 뭐, 그렇다고 네가 안 쓸 녀석도 아니지만.”
시드레인의 말만 들어보면 아카데미는 웬 가문 뒷배만 믿고 날뛰는 귀족 양아치들의 집합소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넌 잘할 거다. 내가 딱 보니까 알아.”
“재능 덕분에요?”
“거긴 애초에 재능 있는 놈들만 들어가는 곳이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거지. 내 말은, 어디 가서 남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할 녀석이란 뜻이다.”
시드레인은 그러면서 덧붙였다.
“잊지 마라. 살벌한 말일지 모르겠는데, 우습게 보이면 곧바로 이빨 드러내는 놈들이 수두룩한 곳이야.”
그거야 뭐.
전장만 하겠는가.
우습게 보이면 가장 먼저 창칼이 날아드는 곳이었는데.
나로선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네, 그럴게요.”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거, 콤팩트 어쩌구라는 거 쓸만하던데.”
잘 쓰고 있구나.
자기는 유행 안 탄다더니.
그나저나 이 아저씨…….
“근데 곧 떠나실 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
“눈치챘냐? 내일 간다.”
“아.”
시드레인과의 수업이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내일 떠난다는 말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녀석, 아쉽구나? 뭐, 나도 언제까지나 여기 있긴 어렵지 않느냐. 네 아버지가 고문 마법사 자리도 제안했는데, 그거야 뭐 나중에 마탑주 ‘진짜’ 때려치면 고민해 보려고 말이다.”
시드레인은 씩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알잖느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거. 다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거지.”
할 수 있는 일.
그건 내 몸에 흐르는 고대 왕국의 마력과 관련된 자료를 찾고 마력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나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그게 한편으로는 시드레인에게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한 모양이다.
“마법사는 흔히들 마법이 중요한 줄로만 알지만, 원래 마법이라는 건 끊임없는 탐구와 분석, 그리고 반복으로 완성되는 거지. 그런고로 나는 본질을 찾아 나가는 거야.”
덕분에 나는 마법이란 학문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단지 재배열 코드를 외우고 마법을 쓰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아카데미에 가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고맙다, 꼬맹이 녀석아.”
그리고 시드레인은 아버지가 마련하신 환송식을 즐긴 뒤 다음 날 떠났다.
다음에 또 보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거나 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오면 언제든 연락하거라. 그때 내 꼭 빚을 지워서 제자로 만들 테니까.”
“연락 안 하면요?”
“내가 찾아갈 거다!”
꽤나 아쉬웠다.
정식으로 ‘마법사식’ 사제관계를 맺은 건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서로 가르치고 배울 때만큼은 무척 진지했다.
나도, 시드레인도.
“조심히 가세요. 숲은 피하시구요.”
“가는 길에 꼭 아픈 곳을 찌르는구나, 요 꼬맹아. 간다.”
그렇게 시드레인은 정말 떠나갔고, 나는 아쉬움 속에서 돌아왔다.
아쉬움을 길게 음미할 틈은 없었다.
나도 이제 떠날 때였으니까.
* * *
아켄 소그레스, 두 딸에 이어 아들마저 아카데미로 보내게 된 그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억누르려 애썼다.
오늘은 데인이 수도로 떠나는 날이다.
마침내 자신의 품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뜻이다.
아들마저 떠나면 안 그래도 넓은 백작성이 텅 비어 보일 것 같았다.
‘그래도 재능을 가두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소그레스 백작은 전장에 나가게 해 달라며 아버지에게 떼를 쓰던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렸다.
끝내 트리플급이 되어서야 자신을 보내 주신 아버지를 참 많이도 원망했었다.
그때는 참 철이 없었는데.
이제야 그 심정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금방 간다고 하니 안심인데…… 가는 길에 별문제 없겠죠?”
릴리 소그레스도 마음이 무겁긴 매한가지.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자식들이다.
세 번째이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허허. 우리 아라벨라가 준비한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가는데 무슨 문제 있겠소? 그뿐이오? 수도 근처에 다다르면 클레어가 직접 소환수로 데리러 온다는데.”
다행스럽게도 가는 길이 고되거나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았다.
아라벨라가 포인트마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꽤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 두어 수도 근처까지 거의 워프 수준으로 이동하는 데다, 수도 근처에 다다르면 클레어가 무려 ‘소환수’를 데리고 마중을 나오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가 자식들은 잘 키웠소. 다른 가문 자식들은 내가 물려받니 마니 하며 서로 싸우기 바쁘다던데.”
“우리도 언젠가는 확실히 해야겠지만, 저는 누구라도 좋아요.”
두 사람이 전혀 걱정 없다는 듯 서서히 마음을 놓아가는 사이 마침내 떠날 준비를 마친 데인이 다가왔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빠뜨린 건 없고?”
“네. 혹시 있으면 보내 주세요. 그 핑계로 아버지랑 어머니 목소리 더 들을게요.”
가슴이 찡해진다.
14살.
아무리 귀족가의 자식으로서 일찍 철이 들었다지만, 그래도 어리광도 부리고 떼도 쓰고 부모 품에 있어도 될 나인데…….
‘우리 데인이 그럴 애는 아니었지, 암.’
철이 너무 일찍 들어 아쉽기도 하다.
“데인, 엄마가 준 표식이랑 나이트혼도 챙겼지?”
“그럼요.”
“만약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엄마가 말한 곳으로 가서 표식을 보여주렴. 그다음에는 모든 게 해결될 거야.”
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적인 암살자(전직)셨던 어머니답게 과거 잠시 몸담았던 암살자 집단의 표식을 데인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그렇게 위험한 걸 줬다고?”
“위험하긴요. 다 착한 사람들인데.”
“으음…….”
소그레스 백작은 아직도 그날의 살벌한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릴리가 동료들을 소개시켜 준다며 어딘가로 자신을 데려갔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단검 열 개가 자신의 목 주변에 들어와 있었다.
뭐라더라.
죄다 한 가락 하는 암살자라던데.
‘설마 우리 데인이 거기 갔다가 암살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 건 아니겠지.’
“혹시라도 갈 일이 생기면 지체 말고 가렴. 모두가 자기 일처럼 도와줄 거야.”
“엄마 친구들인가요?”
“그럼. 아주 친한 친구들이지. 못 만난 지는 20년 가까이 됐지만, 그래도 다들 기억할 거란다.”
릴리는 빙그레 웃으며 데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제 어디서든, 우리 아들이 원하기만 하면 엄마랑 아빠가 바로 달려갈 테니까.”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안심되는 말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달려와 주신다면 무슨 위험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누나들도 있고.
“참, 데인. 선물은 챙겼지? 가거든 테르미온 공작님께 잘 인사드리고.”
“네, 아버지.”
데인은 곧장 아카데미로 가지 않는다.
수도에 오면 들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테르미온 공작을 먼저 만나는 것이다.
“슬슬 출발해야겠구나, 데인.”
그리고 이제는 드디어 성을 떠날 시각이다.
“잘 다녀오세요, 도련님!”
“도련님! 가서 수도 깍쟁이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세요!”
“건강 잘 챙기세요!”
데인이 아카데미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온 영지민들도 손을 흔들었다.
그런 광경에 누군가는 흐뭇하게 웃고, 누군가는 아쉬움에 눈물을 삼켰으며, 마침내 데인도 말에 올라 성문을 지나쳤다.
“잘 해낼 거요, 우리 아들은.”
“그럼요.”
이 모습을 바라보던 아켄과 릴리, 둘은 이제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촐한 환송식이 끝난 뒤, 둘은 제각기 미리 준비해 둔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다.
“길라드. 최대한 조심히 따라붙도록. 혹시 엄한 놈들이 시비는 안 거는지, 게이트 안에 안전하게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돌아오도록 하거라.”
“오랜만이네요, 그림자. 해야 할 일은 알죠? 안전하게 게이트까지 들어가는지, 게이트에 들어간 이후 이상한 상황은 없는지 잘 살펴 주세요.”
이러나 저러나.
부모는 자나 깨나 자식 걱정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