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7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75화
178.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자연히 뒤따라야 할 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임무를 마치기라도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임무인가 싶어 가만히 고민해 보았지만, 별달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뭐, 다음에 나타나면 물어 봐야지.”
“뭘 물어봐?”
“별거 아냐.”
우리는 1주둔지로 돌아왔다.
2주둔지와 달리 파괴된 건 다 타서 폭삭 무너진 폐자재 창고뿐.
“빌어먹을 야만족 새끼들!”
“이야기 들었어? 이놈들 땅굴을 팠다더군.”
“하, 대단한 놈들이라니까 진짜.”
조금 다른 광경이라면, 오십여 명에 달하는 야만족 포로들이 감금된 모습들이다.
“데인, 네 덕에 잡은 포로들이다.”
오웬이 다가와 신문 결과를 간간하게 말해주었다.
“그러니 너도 이 사실들 들을 자격이 있지. 놈들은 드레니크의 사주를 받았다.”
아니길 바랐는데, 역시나.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드레니크는 발뺌하겠지. 하지만 놈들이 제공받는 기계장치를 정밀 분석한 결과, 드레니크산으로 확인된 재료와 장비 목록이 발견되었다.”
“드레니크를 압박할 카드가 되겠군요.”
“그렇지.”
전쟁은 끝났으나, 언제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
그러니 이번 사건은 알테온, 나아가 황제에게 중요한 카드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놈들의 원래 목적은…….”
“혼란 유발과 황자 저하 납치.”
이거, 이놈들 봐라.
야만족들의 손을 빌려 이이제이를 취하려 했다니.
“야만족들은 그럼…… 농토를 약속받았겠군요.”
“더불어서 현 지도자의 정통성도 강화하기 위함이지. 정보원에게 듣기로, 야만족들의 지도자가 바뀐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지지도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하니까.”
드레니크도 아마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드레니크의 내부 상황도 안 좋은 모양이군요.”
“그건 무슨 소리야?”
전장에선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다.
난 전생에서 드레니크가 막판에 밀리다 못해 알테온과 종전 협정을 체결한 걸 잘 안다.
그리고 사정없이 몰아닥치며 드레니크를 밀어내던 알테온군을 최전방에서 직접 상대했다.
그 덕에, 아마 드레니크의 황권은 상당히 약화됐을 것이다.
당장 황제의 권위가 많이 떨어져 귀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니까.
“드레니크도 야만족과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원래,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앙 권력을 높이는 데엔 전쟁만 한 게 없거든요.”
“……혹시 정치학 전공이냐? 신입생이 무슨…….”
“군사학 전공 강의를 잠시 듣긴 했었죠.”
아무튼 정리하자면 이렇다.
드레니크는 황권 강화를 위해.
야만족도 비슷한 이유로.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고, 드레니크는 야만족의 손을 빌려 여러 준비 끝에 기습을 감행한 것.
황자 저하, 에드워드 당테르를 노리고.
하지만 그 시도는 나로 인해 무위로 돌아갔다.
“지금쯤 황실에 보고가 올라갔을 텐데…… 그쪽에서도 비슷한 예측을 하고 난리가 났겠군.”
조만간 에드워드가 수도로 돌아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니, 돌아가는 게 맞다.
정치적인 상황만 본다면.
방해장 대비 특제 마력석 설치로 같은 상황은 안 일어나겠지만, 다른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지.
“아무튼 고맙다, 데인. 너의 활약에 대해서는 일단 짤막하게 보고는 올려뒀다. 조만간 정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릴 예정이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당 보상이 주어지는 게 맞지. 네 영웅적인 행적은 황실 차원에서 보상되어야 마땅하다.”
준다면야 뭐.
대신 이거 핑계로 황제 앞에 가는 건 조금 귀찮은데.
입궁 준비부터가 얼마나 험난한지.
“동부에도 이제 네 이름이 아주 널리 퍼지겠구나, 데인. 다시 한번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거다. 그리고…… 분명히 전쟁이 일어났겠지.”
고마워하면서도 씁쓸히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기분이 좀 그렇다.
뒤로하고 떠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렇다 치지만, 저 씁쓸한 웃음에 깃든 외로움이란.
“어떤 방식으로든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돕겠습니다. 힘이 닿는 한 말이죠.”
“말이라도 든든하구나. 소그레스 백작가는 역시 달라. 안 그러냐, 레일라?”
“우리 테르미온 공작가 못지않지. 암.”
남매의 주거니 받거니에 내가 피식거리고 있을 때, 마침 전령이 달려와 오웬에게 보고했다.
“대장님. 보고드립니다. 2주둔지 마력석 작동이 모두 정상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다행이군. 이걸로 한숨 돌렸다, 데인.”
“1주둔지도 설치하고 갈 예정이니 염려 마세요.”
그때 전령이 덧붙였다.
“다만 수습 상황이라 전파가 다소 늦었는지 마력석 근처에 갔다가 부상을 입은 병사가 있었습니다.”
“부상?”
“예. 감전당했는데, 다행히 중상은 아닙니다. 다만 충격이 컸는지 아직 깨어나진 못했습니다.”
“음. 사제들에게 말해서 치료하라 이르도록.”
“네, 알겠습니다.”
부상자라.
누군지 몰라도 참 불쌍하게 됐다.
“성능은 확실하군, 데인. 고맙다.”
“별말씀을.”
그것으로 오웬과의 만남은 잠시 마무리되었다.
아니,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다.
오웬은 동부의 지휘관이고, 지금 수습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이제 슬슬 출발인가?”
“응. 우리가 할 일은 다 했으니까. 아, 남은 일이 하나 있어.”
“뭔데?”
“황자 저하 알현.”
잠시 후.
“데인.”
“저하. 몸은 좀 어떠십니까?”
“말끔히 나았다. 안 그래도 된다고 해도 사제들이 끝까지 따라 다니면서 치료해 주더군.”
“황자 저하니까요. 맘 편히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에드워드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황자 저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그래, 하지만 내 존재가 적을 부르는 것도 맞는 일이지.”
“이용하는 자를 탓해야지. 이용당하는 사람을 탓해서 되겠습니까.”
에드워드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그대를 만나면 마음이 늘 그렇듯 마음이 무척 편하단 말이지.”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이곳에서 맡은 일이 있으니.”
그러면서 의지를 보였다.
“때문에 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황실에서 부른다면,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거절할 생각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도망치고 싶지 않다.”
빛을 발하는 눈동자.
날개를 펼치는 황자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 보였다.
“여기서 날 증명하고, 다시 돌아갔을 때 비로소 그대와 나란히 서고 싶군.”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음. 그래도 그대가 온 덕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고맙군, 데인.”
에드워드는 씩 웃더니 레일라, 어니스트에게도 말했다.
“내 친구들을 동부에서 마주하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군.”
“황송한 말씀을요, 저하.”
“언제든 말씀만 해주세요, 저하!”
그렇게 우리는 에드워드와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마침내 떠날 준비를 마쳤다.
물론 떠날 준비가 안 된 녀석도 있었다.
“푸히히힝!”
“어어어! 거, 거기 조심하라고!”
“소그레스 도련님이 말했잖아! 괜히 건드리지 말라고!”
키론 저 녀석.
와서 전장이라도 휩쓸 줄 알았나.
“아직 이르다, 이놈아.”
“푸힝?”
나는 진이 다 빠진 마구간지기에게 감사를 표한 뒤 키론 위에 올랐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얌전해지는 녀석을 보고 주변에서 감탄이 들려왔다.
“그 날뛰던 녀석이 저렇게 한 번에…….”
“저런 명마를 또 볼 일이 있나 싶군.”
“드레니크 놈들이 타고 다니는 것보다 몇 뼘은 더 커 보이는데!”
그 감탄에 키론 녀석이 고개를 한껏 치켜들고 뿌듯해한다.
“푸히히힝!”
하여간 웃긴 녀석이라니까.
아무튼 우리는 이제 이곳을 떠난다.
잠깐이었지만,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을 구했으니 충분히 가치 있던 동부행이었다.
물론 동부행이 아주 끝난 건 아니다.
관광도 적당히 하다 돌아갈 생각이고, 오웬이 말한 그 생선찜도 먹어 볼 생각이니.
“데,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
이런 가운데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병사 한 명이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아.”
솔직히 얼굴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표식을 봐선 2주둔지의 병사 같았다.
“그때 소환수를 불러 주지 않으셨다면, 저는 메인 게이트 앞에서 야만족들에게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병사뿐만이 아니었다.
2주둔지에서 당시 싸웠던 병사들 몇몇이 옆에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만으로도 동부에 온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문득 전생에서 나와 함께했던 이들이 떠올랐다.
울고 웃으며, 온갖 일을 함께하다 하나씩, 하나씩 내 곁을 떠난 사람들.
저들에게서 그 모습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무운을 빕니다.”
때문에 떠나기 전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주둔지를 떠났다.
“괜찮겠지?”
레일라는 주둔지를 떠나면서부터 내내 뒤를 돌아보며 걱정했다.
“괜찮을 거야. 이런 명분으로 싸움을 벌린다면, 중요한 건 처음이거든. 다시 일을 키우기엔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게 많을걸?”
“……대체 너는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냐고.”
또한 우리가 남아 있을 이유도 없다.
우리는 충분한 도움을 주었으니까.
이제 남은 건 저들, 그리고 황실의 몫이다.
“그렇겠지. 에휴, 보니까 큰오빠가 가문에 돌아오려면 한참 먼 것 같아.”
레일라는 이제야 체념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나에게 물었다.
“근데 이제 우리 어디 가?”
“제국에서 제일 크다는 계곡도 한번 보고, 생선찜도 먹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돌아가서 다음 학기 준비하고.”
“좋아! 생선찜 기대된다.”
“데인, 레일라. 내가 봐 둔 탐험지가 있는데 어때? 사울 행스턴이 태어난 곳이랑 사울 행스턴이 ‘10일 대작전’을 펼친 곳이랑…….”
다시 신이 나기 시작한 두 사람.
나는 둘의 모습에 피식거리며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다음 학기에는 또 어떤 일이 펼쳐지려나.
* * *
데인 일행이 주둔지를 떠난 그 시각.
“……흡!”
베나티오는 반나절 만에 눈을 떴다.
온몸이 저릿하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어 보였지만, 온몸이 삐걱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
“망할, 큰일이군.”
다만, 문제는 여기가 병동이 아닌 임시 감옥이라는 점이다.
‘기절은 계산에 넣지 못했어.’
기절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적당히 복장만 갖춘 건데, 덕분에 이렇게 붙잡혀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발견했을 테고,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이렇게 가둔 것일 테니.
“돌겠군.”
방첩대는 자신이 방첩대임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밝혀선 안 된다.
즉, 걸리면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
“일어났나?”
그때 간수가 자신에게 물어왔다.
“신분패도 없어, 얼굴을 아는 녀석도 없어…… 너 뭐 하는 녀석이냐?”
차가운 목소리.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현재, 주둔지의 분위기는 무척 흉흉하다.
그런고로 첩자로 오해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빨리 변명거리를 만들어 두라고. 아주 지독한 시간이 될 테니까.”
임무.
베나티오의 머릿속엔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너무도 강력하고 효율 높은 마력석 덕에, 베나티오가 전례 없던 위기에 빠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