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7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76화
179. 비전의 이름(1)
동부 관광은 그럭저럭 즐거웠다.
“이게 바로 ‘아타르 경’이 홀로 적군 300명을 막아낸 계곡이래.”
동부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아타르 계곡’도 감상하고, 오웬이 틈만 나면 말한 동부식 생선찜도 먹었다.
“우와, 진짜 맛있다. 나 생선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괜찮네?”
“그러게. 맛있다.”
이게 바로 그 ‘여행’이라면 여행이라는 거겠지.
어떤 별도의 목적을 띠고 타국에 가는 게 아니라,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 말이다.
지금은 아직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지만, 여하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해 보고 싶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음. 근처에 사울 행스턴의 생가(生家)가 있다던데.”
레일라의 물음에 어니스트가 동부 관광 팸플릿을 펼쳐 보였다.
“동부에 사울 행스턴과 관련된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은데?”
“최초로 9서클에 도달한 마법사니까. 역사서에 남을 마법사이자 영웅이잖아.”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 데인 넌 어때? 흥미가 좀 생겨?”
생가도 그렇고, 사울 행스턴이 전투를 벌인 곳도 있었던 데다, 사울 행스턴이 최초로 수학(修學)한 장소도 있다.
“생가라.”
흥미가 동한다.
사울 행스턴.
모두가 다 아는 이름이지만 우리 동아리랑 좀 특별히 엮이긴 했었지.
제한구역에서의 정수 발견이라든가 하는 그런 일 말이다.
시간이야 아직 충분하니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보자.”
그리고 이틀 정도를 이동한 뒤, 우리는 마침내 사울 행스턴의 생가라는 곳에 방문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아담한걸?”
“그러게. 아아. 책에서 본 적 있어. 숲 근처 작은 집에서 태어났다고.”
레일라의 말대로 숲 근처에 있는 작은 집이다.
영웅들의 시작은 모두 미약하다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다.
“오호, 이건 사울 행스턴이 세운 비석인가?”
제국 차원에서 마법 보존 처리를 하고 마력석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관리 감독하는 곳.
덕분에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거기, 줄 서라고!”
비석 쪽으로 다가가자 우리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사람이 보였다.
딱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라 우리는 뒤로 가서 줄을 선 뒤 잡담을 나누었다.
“다들 마법사들인가?”
어니스트의 추측대로 저들은 모두 마법사였다.
사제나 성기사들로 치자면 고행이라 해야 할까. 물론 고행처럼 고생스러운 건 아니지만.
“저기 봐봐. 저런 식으로 존경심을 표하는 건가?”
마법사들은 비석 앞으로 다가가선 비석에 손을 올리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마력을 불어 넣는 것 같다.
“음.”
그러자 비석이 빛을 발하곤 그 빛이 마법사에게 스며드는데, 별달리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마법사들이 감격한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 뿐.
“일종의 의식인가 보다. 마법사들이라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그런 거?”
“그러게. 나이대를 보니까…… 다들 아카데미 졸업은 한 것 같은데?”
그럼 알투르도 조만간 여길 와야 한다는 이야기군.
어쩐지, 동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눈치더라니.
전설적인 마법사, 사울 행스턴.
마법사들이라면 당연히 존경해마지않는 위인.
“오오오!”
그리고 마법사들마다 반응이 조금 다르다.
정확히는, 마법사들마다 비석이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아.”
학기 초, 행스턴동을 통과할 때 활성화되었던 마력 장막.
통과하는 학생들의 마력 수준과 잠재력에 따라 색이 변하는 그 장막과 비슷한 것 같았다.
“붉은색이야!”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대충 들어보니 붉은색, 파란색, 이후 노란색 순서로 대략적인 마력의 질을 나타내는 모양.
사실 저 정도 측정 가능한 방식은 이미 구현 가능하지만, 이곳이 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기에 굳이 이곳에 오는 것 같았다.
“사실 여기에는 이런 전설이 있지. 빨강, 노랑, 파랑 외 다른 색을 불러내는 마법사는 사울 행스턴의 의지를 잇게 되리라!”
이쪽으로 가장 잘 아는 어니스트가 말해주었다.
“근데 이미 죽은 사람의 의지나 비전을 잇겠어.”
“하긴, 죽은 지가 몇 년인데.”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허허. 그 소문을 아직 아는 사람이 있구나. 참고로 사울 행스턴 사후(死後) 아직까지 저 세 개의 색을 벗어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지.”
무척이나 푸근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어디서들 왔나? 서부? 수도? 남부? 보아하니 마탑에서 온 건 아닌 듯한데 말이야. 마탑의 표식이 없군.”
노인의 말에 레일라가 대답했다.
“아카데미에서 왔어요.”
“호오. 그런가? 그런 것치곤 마법학부는 안 보이는데. 보자, 이 둘은 검을 차고 있고 다른 한 명은 활을 메고 있으니까. 내 살면서 검과 활을 차고 여행할 만큼 체력 좋은 마법사는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하하.”
시작부터 수다스러운 노인이다.
그래도 푸근한 인상이 썩 나쁘지 않아 우리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나누었다.
“오호. 주요 귀족가 자제 둘과 탐험명문의 자제가 모였군. 흥미로운 조합인걸?”
“딜런 남작가를 아세요?”
“알다마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가문은 없어. 어디, 퀴즈라도 한번 내 볼 테냐?”
수염 사이로 보이는 미소.
붙임성도 좋다.
이 와중에 딜런 남작가를 안다는 말 한마디에 어니스트가 속삭였다.
“좋은 사람 같아.”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거리면서도 노인에게 물었다.
“그러시는 노인께서는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저어기, 멀디먼 곳에서 온 노인네지.”
“마법사이십니까?”
“그런 셈이지. 마법을 안 쓴지는 꽤 됐지만. ‘솔티어’라고 하지. 가문을 등진 지 꽤 되어 이름만 남았거든.”
솔티어라.
처음 듣는 이름이다.
다만 마법사인 건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그에게서는 마력이 느껴졌다.
마법사들 특유의 서클 향취라 해야 할까.
“노인께서도 그럼 사울 행스턴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군요. 예까지 오신 걸 보니.”
“……그렇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가 화제를 돌렸다.
“데인 소그레스. 듣자 하니 재능이 꽤 뛰어나다던데.”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입니다.”
“그래, 그래. 네 기준에서는 그렇겠지. 사람들이 아는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재능과는 다를 테니까. 원래 재능 뛰어난 녀석들이 이렇게 말하는 건 겸손이 아니라 진짜로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거거든.”
그 말에 레일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정말 그래서 그런 거였어?”
“내가 언제 괜한 겸손 떠는 거 봤냐.”
“……하기야.”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며 씩 웃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귀한 집 자제 셋이서 동부 관광이나 하는 거냐? 방학이라?”
“그런 셈이죠.”
“흐음. 세상 참 좋아졌단 말이지. 애들끼리 관광도 다니고. 뭐, 자신 있으니 다니는 거겠지.”
“그러는 노인장께서는 어인 일로 예까지 오신 겁니까?”
“다 늙은 노인네가 여기저기 쏘다니는데 이유가 있나.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다 잠시 머무른 것뿐이지.”
“여생을 즐기시는 겁니까?”
“예끼. 노인네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곧장 얼굴을 푸는 솔티어.
“뭐, 여생이라면 여생이지. 진리를 찾기 위한 여생이라 해야 할까.”
진리라.
때로는 마법사들에겐 삶보다 더 소중한 것이며, 진리를 찾기 위해 삶을 영위한다던데.
이 노인도 그런 걸까.
그나저나 이 솔티어라는 노인.
힘이 묘하게…….
기감을 확실히 끌어올리지 않아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없지만-
여기 있는 다른 마법사들과 비슷한 수준일 거란 생각은 전혀 안 든다.
단지 그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줄이 빨리 줄어드는구나.”
노인의 말대로 곧 우리 차례다.
비석을 만져 본 마법사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생가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다들 볼일 다 봤다는 듯한 모습.
“이제 우리만 남았네.”
처음은 레일라였다.
“역시 붉은색인데?”
레일라는 학기 초 마력 장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석에서 붉은색을 이끌어냈다.
“음. 똑같네?”
다음은 어니스트였는데, 어니스트는 의외로 파란색을 이끌어냈다.
“그래도 보통의 재능은 되는 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마력 측정을 해 보지 않았는지 어니스트는 신이 나 보였다.
그리고 다음은 나.
“데인은 무슨 색이려나?”
“저번이랑 같지 않을까?”
툭.
나는 비석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안에서 반응하기 시작하는 무언가.
고대 마력 집약체는 아니다.
다만, 내가 보고 느꼈던 것과 아주 유사한 기운이 느껴진다.
“제한 구역에서 봤었지.”
아카데미 제한 구역.
비밀결사의 마력 추출이 이루어지던 장소.
그 안에 있던 마력 집약체.
바로, 사울 행스턴의 정수(精髓)다.
사울 행스턴이 남긴 비석이니 이 안에 그러한 정수가 담겨 있는 거야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우웅!
비석은 녹색 빛을 발했다.
학기 초, 행스턴동의 장막을 통과했을 때처럼.
“그때랑 같네?”
“그럼 아카데미 행스턴동의 그 장막이 이거랑 같은 원리구나. 상싱적인 의미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였어.”
두 녀석은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노인, 솔티어는 달랐다.
“녹……색이라고?”
마치 이럴 줄 몰랐다는 듯, 무척이나 당황한 목소리.
“이럴 리가 없는데…….”
솔티어의 중얼거림 속에서 난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울 행스턴의 정수가 말하는 것 같았다.
내 마력을 원한다고.
불어넣는 내 마력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더니, 마치 더 달라는 듯 웅웅 떨고 있었다.
“비석이…… 떨리는데?”
레일라의 말대로 덩달아 떨리는 비석.
다른 사람들이 마력을 불어 넣을 땐 멀쩡하던 녀석이 이러는 걸 보면…….
아무래도, 사울 행스턴의 마력이 나에게 반응하는 듯하다.
“재미있는데.”
만약 이대로 둔다면 어디까지 흡수하려 할까.
웅웅웅!
녹색 빛은 더욱 강해졌고, 비석은 더욱 강렬하게 진동했다.
비석 앞에 딛고 있는 땅까지 진동이 전해질 정도.
“데인, 괜찮아?”
“괜찮아.”
나는 손을 들어 보이곤 고민했다.
여기서 끊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궁금하다.
이 정수와의 싸움에 대한 결과가.
과연 사울 행스턴의 정수는 어디까지 내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전 제한 구역에서는 시도해 볼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는 묘한 호기심이 치밀었다.
“잠깐.”
그때 날 불러세우는 목소리.
노인, 솔티어였다.
“지금 보아하니 마력이 부족하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마력이 부족하다니.
단 한 번도 고려해 보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 노인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집어넣었는데도?”
“네. 그렇습니다.”
“…….”
솔티어는 묘하게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물러났다.
이후 난 다시 몸을 돌려 마침내 마력을 끝도 없이 불어 넣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마력의 양이면 내 특제 마력석을 적어도 열 개는 넘게 만들 듯한데, 그걸 다 받아들이고 있다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드드드드!
비석의 진동이 더욱 강해지더니, 안쪽의 정수 역시 그 흔들림이 더욱 강해졌다.
난 순간 마력 주입을 멈추며 반응을 살폈다.
기감을 끌어올리며 흐름을 파악하자, 안쪽의 정수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정수가 재구성되고 있었다.
내 마력과 뒤엉키며.
완전히 새로운 기운을 띤 채로.
“서, 설마…….”
뒤쪽에서 들려오는 솔티어의 알 수 없는 반응.
쩍, 쩌억.
그리고 서서히 갈라지는 비석.
금이 가는 모습이 심상찮아 나는 빠르게 비석 주변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방어벽을 둘러 두었다.
그리고 재배열을 마치고 마법 시전을 마친 그 순간-
퍼석!
비석이 깨지며 방어벽 안쪽으로 파편이 부딪혔다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세상에…….”
“데인, 괘, 괜찮아?”
목소리는 들렸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깨어진 비석 사이로 난생처음 보는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
마치, 보라색 보석처럼 보이는 그것.
나는 손을 뻗어 그 보석을 집어 들었다.
다른 정수와 달리 딱딱한 고체 상태로,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흡사…….
“어니스트, 레일라. 물러나.”
지금, 날 바라보는 저 노인.
“너였구나.”
저 노인이 끌어올리는 마력처럼.
“비전을 이을 자를 드디어 찾았다…….”
마법사들은 저마다 제자들을 하나씩 둔다.
종종 둘 이상을 두는 마법사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
이유는 간단하다.
저마다 비전(祕傳) 마법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리고 그 비전 마법은 1인 전승으로 아주 조심스레 전해진다.
그런 이유로 사울 행스턴이 늙어갈 즈음 모두가 궁금해했다.
과연, 누가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을 이을 것인가.
수많은 마법 코드를 고안해 내고 전설적인 마법사로 추앙받은 그의 비전이라면 분명 엄청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수많은 마법사들이 사울 행스턴의 제자를 자처하며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중 단 한 명도, 한 명도 사울 행스턴의 제자가 될 수도 없었고 당연히 비전 마법도 이을 수 없었다.
그러다 사울 행스턴이 죽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이야기.
그런데 이젠 좀 다른 것 같다.
앞서 보인 반응들.
그리고 이 동질감이 느껴지는 마력까지.
난 솔티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역사서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데인?”
어니스트가 의문을 표하는 가운데, 노인이 히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머리가 꽤나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