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8)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8화
10. 너, 왜 편지 안 했어?
나는 마침내 큰누나가 미리 설치해 둔 텔레포트 포인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감탄이 흘러나왔다.
날 배웅하기 위해 여기까지 따라온 헤르만이 감탄했다.
“아라벨라 아가씨께선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제야 누나가 왜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지 그 이유를 새삼 깨달았다.
정말 ‘어마어마하다’라는 것 외에는 빌릴 표현이 없다.
“텔레포트 마법이 마법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더니…… 평생 검만 휘두른 제 입장에서는 마치 고대의 유물을 보는 기분입니다.”
그도 그럴 게, 텔레포트를 위한 거대한 구조물이 지금 평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었기 때문.
“이걸로 포인트 두 개를 거쳐서 이동하는 거군요.”
“그런 것 같은데.”
나는 누나가 발명했을 것이 분명한 구조물을 쓰다듬었다.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사실 텔레포트는 단순히 마력을 재배열하는 것만으로 다른 마법처럼 뚝딱 펼칠 수 없다.
아예 전문 분야가 존재할 만큼, 엄청나게 복잡한 마법이기 때문.
그래서 보통은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고, 그 마법진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동할 인원이 올라서야 하며, 거리에 따라서는 최소 몇 주, 길게는 1년에 가까운 술자의 마력을 지속적으로 투입시켜야 비로소 시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적국의 스파이들은 모처에서 마법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면 이를 침략의 증거로 삼는다고 할 정도.
“듣기로는 텔레포트 마법은 무척 복잡하다 들었는데, 그럼 이것만 있으면 바로 이동이 가능한 겁니까?”
“그런 것 같네요.”
내 생각엔 이 사람 두 개를 이어 붙여놓은 높이의 구조물이 마법진 역할을 하는 듯했다.
일반적인 텔레포트 마법처럼 한 번 쓰면 사라지는 마법진이 아니라, 반영구적인 역할을 하는 마법진.
이런 걸 날 위해 만들었다니.
나라면 동생을 위해 이런 걸 할 수 있었을까?
나중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거 1회용은 아니겠지?
돌아올 때도 쓸 수 있으면 언제든 집에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텐데.
“그럼, 도련님. 이제 헤어질 시각이군요. 부디,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잘 지내, 헤르만.”
나는 헤르만의 배웅 속에서 구조물 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내 마력을 불어 넣으면 시동 트리거가 작동된다고 했었지.
우웅.
아.
작동된다.
그리고 그렇게 느낀 순간-
나는 걷잡을 수 없는 마력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생각보단, 그리고 큰누나에게 들어본 것보다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편안한 느낌?
“히히힝.”
그리고 내가 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큰누나가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말 한 필이 투레질을 하고 있었다.
“역시.”
준비성 하나는 철저하다니까.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이게 어딘가.
누나 덕에 한 달은 걸릴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왔는데.
“옳지. 착하다.”
나는 곧장 말에 올랐다. 순하고 투박하지만 강한 힘이 갈기로부터 전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수도, ‘아테니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고삐를 당겼다.
“이랴!”
* * *
조금씩 쉬어 가면서 느긋하게 달리니 수도까지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도착해서 신분패를 제시하자 성문 경비병이 경례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
경례를 받아보는 건 전생 이후로 처음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경례를 받았다. 그러자 경비대장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각도가 예술이십니다.”
재능에 눈뜨고 장교급으로 올라간 뒤부터는 경례 받는 게 일상이었다.
나중엔 귀찮아서 경례고 뭐고 그냥 고개만 까닥이게 된 게 기억난다.
그나저나.
“절 기다리셨다고요?”
혹시 아버지가 미리 연락해 두셨나?
아니면 누나들이?
“그렇습니다! 지금 테르미온 공작님께서 보내신 수행원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하.
빠르셔라.
아버지가 테르미온 공작 쪽에 미리 연락해 두신 것 같았다.
참고로 누나들은 배웅을 나오지 못했다.
두 사람 다 이번 제국 아카데미 시험 출제 및 감독관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시험문제 유출 등을 고려하면 규칙상 어쩔 수 없는 일. 아쉽지만 어차피 아카데미에 가면 만날 테니, 며칠 늦춰진 것에 불과하다.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경비대장을 따라 마침내 수도에 입성했다.
엄청난 풍경이 펼쳐졌다.
백작성의 평화로움과는 전혀 다른 왁자지껄함과 부산스러움, 그리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와 최소 4층에서 5층은 되어 보이는 건물들의 연속.
“마술 보고 가세요! 매일매일 오는 게 아닙니다! 신비롭고 재미있는 마술입니다!”
“자, 싸다 싸! 마법으로 얼린 파르페가 단돈 1브론즈 크라운!”
전생에서도 가본 적 없는 수도.
정확히는 가지 못했던 곳.
마침내 내가 이곳에 온 것이다.
세상 밖에서 나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
“데인 도련님, 먼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경비대장을 따라간 곳에는 테르미온 공작가의 문장기를 든 다섯 명의 기사들이 서 있었다.
갑옷 한번 휘황찬란하다.
큰누나가 그랬던가?
황실 기사단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곳이 바로 테르미온 공작가의 기사단이라고.
그들 중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를 지닌 사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테르미온가의 제1기사단 기사단장 레위크 아스마르입니다.”
기사단장.
본능적으로 그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다.
테르미온 공작가의 제1기사단 기사단장이니 펜타급은 되지 않을까?
“전쟁영웅 소그레스 백작님의 아드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는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잘 부탁합니다, 기사단장.”
“편하게 아스마르 경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수도에 오신 소감은 어떠십니까?”
“좋네요. 남부의 평화로움은 없지만, 왁자지껄함이 인상적입니다.”
아스마르 경이 씩 웃었다.
“수도엔 수도만의 매력이 있죠. 물론 저도 은퇴하면 남부에 내려가서 평화로운 정취에 파묻혀 사는 게 꿈입니다.”
그는 생긴 것과 다르게 말이 꽤 많은 편인 것 같았다.
“참,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7년 전이었던가요. 남부에 다녀오신 후였을 겁니다. 공작님이 누군가를 그렇게 칭찬하시던 건 처음이었습니다.”
테르미온 공작이 그랬다니.
기분 참 묘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 전생이 아그릭인 걸 알면 어떻게 반응할까?
“듣기로는 창술에 큰 재능을 지니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소그레스 백작님의 아드님답습니다.”
“과찬입니다. 아버지의 실력에 비하면 아직 아무것도 아닌 수준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치고는 이미 또래보다 한 뼘 이상 크시고 골격도 탄탄해 보이시는데요. 열네 살이라고 하셨습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꽤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저도 열네 살에 그만한 풍채는 갖추지 못했습니다.”
테르미온 공작한테 무슨 지시라도 받았나.
무슨 작정하고 띄워 주는 기분이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저 말은 사실이다.
나는 또래보다 한 뼘, 아니 두 뼘은 크니까. 세 살에 마력 코어를 만들어 신체 발달이 훨씬 빨랐던 덕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마력 코어에 담긴 게 고대의 마력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아카데미에 입학하시면, 많은 관심을 받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쓸데없이 귀찮은 일만 안 벌어지길 바랄 뿐이다.
아무튼 나는 아스마르 경,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네 명의 기사와 함께 이동했다.
거리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백작성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일이 웃어 보이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하진 않았다.
이곳은 수도니까.
“거의 다 왔습니다.”
공작가 저택까지는 금방이었다.
아니, 사실 그리 오래 이동하지도 않아 거대한 저택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백작성처럼 성벽으로 둘러싸인 게 아니라 그리 높지 않은 담으로 둘렀고, 황성 아래 우뚝 솟은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멋지다.
백작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저택의 멋이 넘쳐 흐른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저택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강렬해졌고…….
그때 나는 마치 나를 노려보는 듯한 묘한 느낌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느껴졌다.
마치 살기 비슷한 것이…….
“참, 그러고 보니 곧 아카데미에 들어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레일라 아가씨와 함께 입학하시겠군요.”
아.
레일라.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잘 지내고 있겠지.
검술 실력은 많이 늘었으려나?
“네, 그렇게 되겠네요. 같이 입학하게 되겠죠.”
만약 같이 입학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저택 앞에 도착했고, 나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의 환영 속에서 저택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정원이 펼쳐졌다.
“멋지지 않으십니까? 이 정원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사색하면 어떤 근심걱정도 사라지죠.”
음. 조경사 실력은 우리 쪽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나는 아스마르 경의 자부심 가득한 말들 속에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약간 놀랐다.
들어서자마자 중앙계단까지 양옆으로 시종들이 쭉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우리 남부의 법도와 예법이 무척이나 자유롭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어서 오십시오, 데인 소그레스 도련님. 시종장 요아힘이 소그레스 백작가의 도련님을 뵙습니다.”
외눈안경을 쓴 노인이 날 맞아 주었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는 나를 안내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언제쯤 안내가 끝날지 궁금해질 무렵-
“이곳입니다.”
나는 드디어 테르미온 공작의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가슴이 두근거리진 않았다.
대신 기대된다.
나를 죽인 사내가, 7년 만에 다시 만나 나를 어떻게 볼지.
“공작님, 시종장입니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 도련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오, 들어오도록.”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드넓은 집무실.
그리고 그 정 가운데 태산처럼 우뚝 선 사내.
바우트 테르미온.
“데인 소그레스가 공작님을 뵙습니다.”
그가 날 보고 씩 웃었다.
“오랜만이다, 데인.”
그리고 테르미온 공작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호오…… 척 봐도 7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구나. 같은 건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뿐이로다.”
그는 신체적 성장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신체도 신체인데…… 허허, 이것 참. 척 봐도 또래 아이들, 아니 적어도 열다섯까지는 대적할 녀석이 안 보이는구나.”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했다기보다는, 대략적으로 추측하는 듯했다.
당연하게도 상대가 코어나 서클이 있는지 정도만 알 수 있지, 그게 몇 개인지는 정밀하게 살피지 않는 이상 모를 테니까.
테르미온 공작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켄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겠어.”
아버지는 지금쯤 잘 지내시려나.
나 없다고 어머니랑 울고 계신 건 아니겠지.
이따 수정구로 연락드려야겠다.
“저택에 있는 동안은 편하게 지내거라. 백작성만큼 편안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며칠 입학시험 준비하는 동안 마음 편히 지냈으면 좋겠구나. 전담 시종을 배치할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요청하고 말이다. 그래, 아. 레일라에게 묻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구나.”
그나저나 곧 레일라를 보겠구나.
그런데 그때 테르미온 공작이 미간을 좁히며 슬쩍, 물어왔다.
“그런데, 혹시…… 레일라랑 싸웠느냐?”
“무슨 말씀이십니까?”
“요 몇 달 사이에 네 이야기만 꺼내면 기분이 안 좋아 보이던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잘 모르겠습니다.”
“으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는 아니겠지?”
생각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다만 내가 레일라와 사이가 안 좋을 이유가 없다.
그간 편지도 몇 번 주고받았고, 그때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는걸.
“음. 어쩌면 입학시험의 중압감 때문일지도 모르겠구나. 레일라 정도면 간단하게 통과할 텐데, 그래도 열네 살이니까.”
뭐, 만나서 물어보면 되겠지.
혹시 입학시험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거라면 풀어 주면 그만이고.
그나저나, 누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걱정하는 우리 아버지와 똑 닮은 모습이라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
“내 오랜 친우의 아들이 내 저택에 방문했는데, 손님 대접을 해야겠지.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 저녁 연회 때 천천히 나누자꾸나.”
“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공작님.”
“배려는 무슨.”
테르미온 공작이 그러면서 씩 웃었다.
“아켄이 자식 농사를 아주 잘 지었어. 아라벨라, 클레어, 그리고 데인 너까지. 셋 모두 장차 큰 사람들이 될 것 같구나.”
아버지가 들으셨으면 무척 기뻐하셨을 말이다.
“참, 혹시나 해서 말인데…… 살살 하거라.”
“네?”
“곧 알게 될 거다.”
나는 그렇게 의문 속에서 공작의 집무실을 나왔다.
여기까지 나를 안내한 요아힘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련님, 지내실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그를 따라 다시 중앙계단으로 향하고, 방향을 틀어 내가 머무를 방 앞에 도착했다.
“들어가시는 대로 시종을 배치해 두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뭐든 말씀하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편안한 휴식 되십시오. 연회 시각 1시간 전에 맞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요아힘은 물러갔고, 나는 내 키보다 한참 큰 방문을 바라보았다.
이제 여기서 일주일 정도를 머무르고 입학시험을 치르러 간다.
1차 시험을 치른 뒤, 합격할 경우 2차 시험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지내는 동안 어떤 공부를 해 볼까.
검술이나 창술을 조금 다듬어 볼까?
“그러고 보니 수련장이 어디 있는지 못 물어본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였다.
“수련장은 내가 안내해 줄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언제 오나 목 빠지는 줄 알았다고.”
레일라, 그러니까 내 기억 속의 모습과는 다르지만 분명히 레일라가 서 있었다.
장밋빛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그리고 여전히 나보다 작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 버린 키까지.
“레일라.”
나는 반가워 활짝 웃었다.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지. 무척 잘 지냈지.”
뭐야. 얘 갑자기 왜 이래?
레일라는 사뭇 무섭게 미간을 좁히더니 나에게 물었다.
“너…… 왜 편지 안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