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8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80화
180. 개강 준비(2)
우리는 가는 동안 알투르와 연락하여 1학기 강의목록과 계획서를 전달받았다.
달리는 말 위에서 시간표를 짜고, 실패할 때를 대비한 2안, 3안에 이어 4안까지 작성해 두었다.
수강신청이 망하면 귀찮아진다.
마음에 안 드는 강의를 듣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지 않은가.
-데인 소그레스! 이번 학기에는 꼭 내 강의를 들어주게!
-이번 강의만 들어 주면 결석 5회까지도 감안해 줄 수 있네!
-이번 강의 관심 없나? 점수는 내 잘 챙겨주지!
물론 나에게는 이런저런 강의 청탁이 많이 들어왔다.
다만 내가 그 강의들에 관심이 없을 뿐.
“데인 너는 정했어?”
“아니, 아직! 어니스트 너는?”
“나도 아직! 일단 짜 보고는 있어!”
“난 다 짰다! 바보들아 얼른 짜!”
달리는 말에서 이야기하느라 소리치며 말하는 우리들.
그렇게 완성한 시간표.
이번엔 교양보단 전공 위주다.
당연히 우리 자율전공학부 강의는 딱 하나뿐이다. 켈타스 교수와 대련하는 그거. 그 외 다른 건 모두 다른 학부 전공들로 가득하다.
“뭐야? 이번에 우리 학부 전공 듣네!”
그리고 레일라는 내가 검술학부 전공을 넣은 걸 보고 기뻐했다.
검술실전탐방.
실전에서 사용되는 검술의 방법론을 배우고, 활용해 보면서 실전에 적용시키는 강의다.
교수는 에스테란자.
실전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
그 외엔 마법학부, 탐사학부, 그리고 언어학부까지.
마법학부야 뭐, 늘 그렇듯 마법은 흥미롭기 때문.
언어학부의 경우…….
오랜만에 야만족들의 언어를 쓰니, 조금 다듬고 싶어졌다고 해야 할까?
뭐, 그 정도 이유로 시간표를 완성했다.
어차피 자율전공학부는 별도 필수전공이 딱 하나뿐이니 나머지는 내가 원하는 걸 들으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남들이 다 고르고 남은 것 중에 흥미로운 걸 고르고 싶진 않으니, 이렇게 수강신청에 목숨을 거는 셈이다.
“아, 이거 될까?”
“몰라. 망한 것 같은데.”
물론 저 두 녀석은 다르다.
나와 다르게 학점을 빡빡하게 채워야 하기 때문.
이래서 자율전공학부가 좋다니까.
“거기 혹시 전과는 가능해, 데인?”
“나도 몰라.”
“선배들이 학부 욕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3학년쯤 되면 권태기가 온다더니.
레일라는 조금 빠른 모양.
뭐 어쩌겠나.
일단 수강신청부터 성공시키고 봐야지.
“이랴!”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린 끝에-
우리는 마침내 아카데미에 도착하여 수강신청에 돌입했고, 나는 모든 강의 신청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이게 뭐야.”
“망했는데……?”
둘은 조금 망한 듯하다.
웃긴 건, 나랑 같이 듣기로 한 제각기 전공에 나는 성공하고 둘은 실패했다는 것.
“이건 말도 안 돼! 왜, 전공자가 전공을 못 듣냐고!”
“나 이거 들어야 졸업하는데…… 내년에 들으면 신입생 친구들이랑 같이 들어야 한다고…….”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떻게 하겠나.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수도 없고.
내가 아예 다른 학부면 모르겠는데, 무슨 전공이든 다 접근 가능한 자율전공학부 아니겠는가.
“거, 안타깝게 됐다.”
“……데인이 처음으로 조금 미워지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레일라?”
“난 예전부터 그랬어. 이젠 수강신청에도 재능이 있냐?”
툴툴거리면서 플랜B를 떠올리는 둘의 모습에 난 피식거렸다.
아무튼 한숨 돌렸다.
이제 마력석을 좀 챙긴 뒤, 오티에르 자작을 찾아가 볼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약품의 핵심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
“어, 데인. 왔냐?”
“데인 선생님! 돌아오셨군요!”
“뭐야. 예상보다 일찍 왔네?”
“데인, 왔어?”
마력석을 챙기러 동아리방에 가니 친구들이 반겨 주었다.
프리실라, 도리안, 알투르, 제나.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그야 학기 중에도 방학에도 거의 내내 붙어 지냈으니까.”
프리실라의 말에 피식거렸다.
“다들 별일 없었지?”
“며칠도 아닌데 별일까지야. 다들 바빴지. 수강신청도 하고. 참, 수강신청은?”
“잘했지. 그래서 좀 일찍 왔어. 미친 듯이 달렸거든.”
“아하.”
소파에 몸을 묻으니 이제야 좀 돌아온 기분이 난다.
오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간신히 수강신청을 마쳤거든.
“끼륵.”
카르나스도 이제야 좀 쉬겠다는 듯 내 품에서 뿅, 하고 튀어나와 소파 위를 걷더니 구석에 콕 박혔다.
“카르나스도 지쳤네. 말을 얼마나 달린 거야?”
“엄청. 쉬지 않고.”
“키론은?”
“팔팔하지.”
참고로 키론은 알아서 보니아의 숲에 가라고 보내주었다.
이번에 신나게 달렸으니 한동안 잠잠하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쉴 틈이 없다.
나는 소파에서 곧장 몸을 일으킨 뒤 동아리방 금고로 향해 마력석을 꺼냈다.
“또 어디 가는데?”
“오티에르 자작한테 갔다가 지하도시에 좀 다녀오려고.”
“아, 다르바도한테?”
프리실라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일이 많거든.”
“누가 보면 교수님인 줄 알겠다.”
“그러게.”
이러니 내가 사울 행스턴의 제안도 거절하지. 무려 그 사울 행스턴의 제안을 말이다.
“같이 갈래?”
“아니. 나도 가고 싶은데, 지금 성경 과제가 하나 있어서.”
“너도 바쁘구나.”
“고학년은 원래 이래. 전과만 가능하면 진짜 내가 했다.”
참고로 신성학부는 들어가는 순간 낙장불입이다.
신성에 귀의한 이상 신을 등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나 뭐라나.
“알투르, 제나. 수강신청 마무리했고 할 일 없으면 같이 갈래?”
“그거 좋지.”
“좋아! 신난다!”
레일라와 어니스트는 망한 수강신청 되살리느라 바쁠 테니, 이 둘을 데리고 가 볼까.
그렇게 방학이라 한산한 아카데미를 나서는데 알투르가 물어왔다.
“동부는 좀 어땠나?”
“좀 긴 이야기가 있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펑펑 터졌거든.”
“그럴 줄 알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데인? 나 궁금해!”
나는 가는 동안 일단 동부에서 있었던 전쟁 이야기부터 들려주었다.
“그게…… 말이 돼?”
“우와아…….”
예상했던 두 개의 반응이 나왔다.
“아니, 정리해 보자. 레일라네 큰오빠분을 보러 갔다가, 데인 네가 주둔지에 잠입한 야만족들을 발견했고 이후 다른 주둔지의 습격이 있어서 그걸 막았다고?”
“그런 셈이지.”
“……혼자 영웅 서사시 쓰고 있네.”
알투르는 도저히 안 믿긴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고, 제나의 눈이야 늘 그렇듯 반짝거렸다.
“데인 대단하다.”
“그 반응 오래 가길 바란다.”
“응?”
“어니스트나 레일라도 처음에는 그렇게 반응했거든.”
단 1년 만에 무덤덤해졌지만.
사울 행스턴 앞에서조차 안 놀라는 걸 보면 이제 말 다 했지.
그나저나 어쩌나.
알투르가 기절초풍할 이야기는 이제부터인데.
“아니, 전쟁을 막았다고……? 말도 안 돼…….”
이런 가운데 알투르를 믿게 만들 만한 적당한 증거가 나타났다.
“오호라, 소그레스 백작가의 막내 도련님이 한 건 하셨군.”
“저번엔 이교도 토벌에 공을 세우시더니, 이번엔 동부에서 야만족들을 상대로 아군을 지켜냈다는군!”
“소그레스 백작가엔 어쩜 그런 좋은 인재들만 있는지.”
사람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바로 신문 가판대 앞.
제나가 얼른 달려가 사 온 신문 1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데인 소그레스, 동부의 야만족을 무찌르다!]프로파간다스럽지도 않고 다분히 사실만 적어 둔 타이틀 아래로 적힌 내 활약상들.
“진……짜네.”
알투르는 그제야 믿는 눈치였다.
안 믿진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좀 터무니없어서 믿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문제였지.
“데인 너 진짜 대단하다…….”
제나도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기사 나는 타이밍 한번 좋다.
대충 읽어 보니 드레니크의 사주로 야만족들이 기습을 가해 왔지만, 다행스럽게도 아군의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되었다는 내용.
“찢어죽일 드레니크 놈들!”
“이제야 전쟁의 상처가 아물고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황제 폐하께서 전쟁 대신 드레니크에 책임을 분명히 물을 거라 하시는군!”
어차피 제국 중앙신문이라는 게 황실의 입장을 제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용도.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황제는 전쟁보다는 통합 및 평화 스탠스를 당분간 유지하려는 모양.
심지어 에드워드도 전장에서 돌아오지 않고 계속 거기서 머무르는 모양이다.
당장은 잘된 일 같다.
뭐, 이제는 황실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오, 데인. 황제 폐하께서 조만간 널 황실로 초청해서 치하하실 예정이라는데?”
저번에 갔다 왔는데 또 가서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황실, 황실 하지만 너무 자주 불려가는 것도 곤란한 일이다.
무려 황실의 부름인데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대단한 모험을 하고 왔구나.”
“전장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어.”
그저 이 둘이 상상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내 통신 수정구는 그야말로 불이 나고 있었다.
이번엔 임팩트가 좀 컸나.
전장이라니.
큰누나, 작은누나에 이어 어머니와 아버지까지.
소식들도 빠르셔라.
잠시 진땀 나는 시간을 가진 나는 곧바로 오티에르 자작의 연구실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은인님!”
참고로 오티에르 자작은 아직 내 정체를 모른다.
언젠가는 알리겠지만, 지금 당장은 밝히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오티에르 자작. 잘 지내셨습니까?”
“그럼요. 멀리 다녀오신다더니, 일은 잘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오티에르 자작은 알투르에게도 얼른 인사를 건넸다.
“어이쿠, 알투르 님도 오셨군요. 안 그래도 마탑주님이 안에 계십니다. 아, 그리고 이쪽은…….”
“제나 시로딜이라고 해요! 알투르 친구이고, 여기 이분이랑 아는 사이!”
“아아. 반갑습니다. 제나 님. 은인분의 친우시군요!”
눈치 좋게 날 지칭할 적당한 단어를 꺼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제나.
“다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오티에르 자작은 연구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이번에 새롭게 꾸리고 있는 ‘통합 생산공장’을 지나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공장엔 설비가 하나둘 들어오고 있습니다. 향후 모두 꾸리게 되면, 한곳에서 집중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생산이 가능해지겠지요.”
참고로 이 통합 생산공장은 시드레인의 아이디어.
문어발식으로 운영하던 알테어 백작의 사업들을 인수한 김에 재구성하자는 것.
관리도 편하고, 생산 효율도 증대시킬 수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자금은 내가 댔다.
“알테어 백작은 요새 좀 어떻습니까?”
“실의에 빠져서 다 내팽개치고 술만 마신다고 합니다. 나중에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재기의 의지를 불태우는 걸 보면, 영 못 쓸 지경은 아닌 듯합니다.”
“그쪽은 오티에르 자작이 전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암요. 맡겨만 주십시오.”
그나저나 오늘따라 오티에르 자작이 무척이나 신나 보인다.
오랜만에 날 만나서 그런 것만은 아닐 테고.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연구실로 들어간 오티에르 자작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작업대로 안내했으니까.
“은인님. 드디어…… 완성된 것 같습니다.”
오티에르 자작은 떨리는 손으로 작은 앰풀을 건네주었다.
“이게 바로 제 딸아이의 치료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