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8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86화
183. 우리 말고 또 누가 있냐
아카데미 학생들의 기숙사는 엄중하게 경비된다.
학생들이 숙식하는 공간인 만큼 당연한 일.
아카데미 경비대는 물론,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경비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당테르관은 특히 그렇다.
다른 기숙사보다 마력장의 수준이 훨씬 강하고, 침입자를 막는 각종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아카데미 설립과 건물 건축에 전설적인 마법사가 관여한 덕에 여전히 남아 있는 수준 높은 마법까지.
“없는 사이에 아주 덕지덕지 마법을 발라 놨군.”
그리고 크로스 교수는 과거 자신이 설치했던 마법 위에 덧씌워진 다른 마법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발전이 없을꼬.”
스륵.
크로스 교수가 손을 휘젓자 마력장이 흐물흐물해졌다.
과거 그가 시전한 마력장이기에 가능한 일.
다른 사람은 불가능하다.
아니, 불가능해야 한다.
세상 누가 감히 이 마력장을 통과한단 말인가.
무려 전설적인 마법사인 자신이 설치한 마력장인데.
“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크로스 교수는 마력장의 배열이 강제로 흐트러졌다가 재배열된 흔적을 발견했다.
“어떤 놈이지.”
더 강력한 마력으로 녹인 듯한 느낌인데…….
“싸움이라도 있었나.”
조금, 아니 아주 마음에 안 드는 사실이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건방진 제자 녀석을 찾아가서 앞으로의 전수 일정을 논의하는 것.
“요 녀석. 만나기만 해 봐라.”
당장 몸이 달아 죽겠는데 여기가 아카데미고, 학생들만 출입 가능한 기숙사라는 건 딱히 걸리는 사실이 아니다.
“보자. 9층이라 했었지.”
기어이 마력장을 흐트리고 통과한 크로스 교수는 어둠 속에서 당테르관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들어갈 건지는 정해두었다.
굳이 몸을 띄우거나, 별도로 혼란을 일으킬 필요도 없다.
전설적인 마법사이자, 당테르관의 설계자.
그런고로-
저벅, 저벅.
걸어 들어간다.
“녹아들어라.”
대기 중의 마력과 지속적으로 동화해야 하는 7체인급의 ‘투명화’ 마법을 시전하는 건 물론.
“비켜라.”
밤이 되면 자동으로 내려가는 차단막을 부드럽게 열어젖혔다.
심지어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다.
만약 낮이고, 투명화 마법이 없었다면 모두가 그냥 자연스레 걷고 있는 거라 생각할 만큼.
“여기군.”
마침내 도착한 엘리베이터.
고요한 당테르관의 로비에서 크로스 교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9층을 눌렀다.
“맨 끝방.”
아마 깜짝 놀라 자빠지겠지.
좀 늦은 시각이긴 해도 어떤가.
자신이 찾아가겠다는데.
크로스 교수는 지난 수백 년을 살아오며 하고 싶은 건 모두 했다.
자신은 그래도 되니까.
상대가 수백 년 만에 찾아낸 제자일지언정.
띵.
그렇게 생각하며 9층에 도착하자마자 한발 디딘 그 순간이었다.
퍽!
“어억!”
갑자기 허공에서 무언가 쇄도하더니 크로스 교수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뭐, 뭐야?”
아프진 않았지만 순간 정신적인 충격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이 자신이 공격을 허용하다니.
가만, 여기는 당테르관 9층이 아니었던가?
쉬익!
“억!”
생각하는 사이 날아드는 2연타.
이번엔 왼쪽이었고, 크로스 교수의 몸이 오른쪽으로 휘청였다.
역시 아프진 않다.
하지만 이번엔 충격 대신 분노가 몰려들었다.
사방은 어둠이다.
보이는 것 없는 칠흑 속에서 날아드는 기습적인 공격들.
“누가 감히!”
크로스 교수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먼저 빛을 뿌려 시야를 밝히고, 감히 어떤 놈이 공격한 건지도 밝혀내리라.
그런데-
“어?”
재배열되던 마력이 순간 주춤하며 삐걱거렸고…….
틱.
앞으로 한발 디딘 그 순간, 허공에서 물벼락이 쏟아졌다.
촤아악!
“…….”
덕분에 집중력이 깨져 주춤하던 마력이 완전히 흩어진 건 물론, 크로스 교수는 살면서 난생처음으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이, 이게 무슨……!”
리치로서 정체를 감추는 데에 힘을 쓰고 있기도 하고, 자신이 설계자이기도 한 장소라서 방심한 것도 있지만…….
아프진 않지만 기분 더럽게 만드는 물리적 공격 2연타.
여기에 물벼락.
모두 피할 수 없었다.
왜냐.
마법사니까.
그리고 육체 능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리치니까.
뿌드득.
이 갈리는 소리.
여기에 중간에 마력을 끌어올리던 걸 방해하던 무언가까지.
이건 굴욕이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굴욕.
“이…… 이!”
덕분에 침착함도 잃은 크로스 교수가 다시 한발 디뎠을 때, 이번엔 갑자기 바닥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뿌우!
“으아악!”
다리 대신 스프링이 달린 기괴한 광대 인형.
기막히게도 천장에 아주 약한 조명이 터지면서 무시무시한 몰골이었고.
털썩.
크로스 교수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어 버렸다.
“…….”
부르르 떨리는 주먹.
굴욕.
치욕.
부끄러움.
그 외 어떤 단어로도 이 감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놈이야!”
크로스 교수가 벌떡 일어나며 마력을 재배열했다.
하지만 그때 또 한 번-
재배열되던 마력이 주춤했다.
그리고 그 짧은 틈을 파고들며 무언가 또 날아들었다.
“킥킥.”
이번엔 무려 소환수다.
엘미나.
별다른 공격 능력도 없고, 툭 치면 역소환될 만큼 약한 소환수지만 닿는 순간 극한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소환수.
“읍, 으으읍!”
덕분에 크로스 교수는 주저앉아 온몸을 긁는 신세가 되었다.
리치은 본래 생명력을 보존하는 데에만 힘쓴다.
하지만 크로스 교수는 사울 행스턴으로 살아오며 쌓은 강대한 마력과 실력을 활용해 신경과 오감을 남겨둘 수 있었다.
이럴 줄은 몰랐지만.
“허억, 허억.”
엘미나가 돌아가고 가려움증이 간신히 걷힐 즈음 크로스 교수가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리치.
반영구적인 삶을 얻었지만, 그 반동으로 나약하디 나약한 육체.
“이 망할…….”
크로스 교수의 수난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어이쿠!”
갑자기 푹 꺼지는 함정에 휘청하는가 하면-
“무, 무슨 냄새야!”
악취를 내뿜는 탄에 맞기도.
해석하자면, 굴욕적인 일이었다.
물론 당황하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라 그렇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누군가 마력 재배열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일.
‘설마.’
그러나 가능한 녀석이 하나 있다.
자신의 마력 흐름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어도, 아주 잠깐이나마 방해는 가능한 녀석.
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녀석은…….
“요…… 망할 제자 녀석이.”
데인 소그레스.
하나뿐이다.
분명히, 자신이 올 것을 미리 알고 대비한 게 틀림없다.
“아주 만나기만 해 봐라!”
전에 없던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 * *
우리는 1년 전에 날 제외한 다른 녀석들이 그랬던 것처럼 수정구를 통해 ‘신입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데 좀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그치? 신입생은 아닌 것 같아.”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아예 1층에서밖에 못 올라오게 엘리베이터도 미리 만져 버렸는데.”
발을 디디는 족족 함정에 걸린 사람이 아마네스 후작가의 도련님이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신입생치곤 많이 늙어 보이는데…….”
다른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함정이란 함정엔 죄다 걸려들어 버린 것.
“진짜 다른 사람이잖아.”
“어…… 혹시 사감 선생님?”
“……기억을 지울까? 머리를 한 대 세게 쳐서? 아니다, 데인. 너 마법 쓰잖아. 기억 소거는 못 해?”
“그건 8체인 끝에 가야 쓰는 거야.”
아니, 어떻게 저렇게 디디는 족족 걸리지.
물론 나와 아넬드가 설치하긴 했지만, 방심을 유도할 목적으로 적당히 피할 만한 함정도 설치했는데.
뭘까 도대체.
거기다 중간중간 주춤하다 함정을 맞기까지.
그냥 걷기만 해도 몇 개는 피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되는 건가?
혹시나 해서 마력을 끌어올려 기감을 집중시킨 그때였다.
“이, 이 망할…….”
분노 가득한 목소리 속에서 나는 신입생 대신 함정을 죄다 밟는 사람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양반이 왜 여기 있지.”
“응? 데인, 무슨 말이야?”
“저 사람, 교수님인 것 같은데.”
“…….”
“…….”
내 말 한마디에 모두가 침묵에 빠져들었다.
“에이…… 거짓말이지?”
“진짜야. 우리 자율전공학부 신임 교수님.”
그리고 공포가 찾아왔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단체로 무릎 꿇을까?”
“아니! 교수님이 여길 왜 와!”
“여기 기숙사잖아. 어떻게 들어 온 거야?”
“염병, 조졌네…….”
차례로 아넬드, 스칼, 드로얀, 프리실라의 반응.
특히, 나와 같이 함정을 설치한 아넬드는 그야말로 벌벌 떨고 있었다.
“퇴학, 퇴학당하지 않을까?”
“진정 좀 해.”
나는 그 와중에 또 함정에 당해 두 번째 물벼락을 얻어맞은 크로스 교수를 발견했다.
-억, 억!
사울 행스턴이라면서.
왜 다 저렇게 걸리는 거야.
“아.”
문득 난 혹시 몰라 마력 방해장을 깔아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단지, 나처럼 마력으로 다 깨부수러 올 걸 생각해서 깔아 둔 건데…….
그게 저 양반한테도 효과가 있다고?
“…….”
이거 생각보다 놀랍고 뿌듯하면서…….
걱정스러운 일인데.
-나와! 당장 나와!
이제 참지 못하는 건지 크로스 교수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수백 년 묵은 마법사, 그것도 리치라는 사람이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라니.
그냥 교수라는 거 비밀로 하고 내가 데리고 나갈 걸 그랬나.
“야. 솔직히 교수가 저런 함정들에 걸리는 게 말이 되냐? 그래, 교수가 아닐 거야. 분명 교수님이 아니어야 해.”
이 와중에 아넬드는 현실 부정을 하며 정신이 살짝 나간 것처럼 보였다.
“걱정 마.”
이렇게 된 이상 별 방법이 있나.
“어쩌려고?”
“내가 나갈게. 나 보러 온 거거든.”
“……교수님이 널 보러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사정 모를 녀석들이라면 당연한 반응 속에서 난 고개만 끄덕였다.
“아넬드. 별일 없을 거니까 신입생 맞이할 함정이나 좀 다시 만들고 있어.”
“지, 진짜? 괜찮겠지?”
교수, 그것도 자율전공학부 신임 교수를 물 먹였다는 생각에 벌벌 떨던 녀석이 단박에 되살아났다.
“데인 네가 하는 말이니까 믿는다!”
안 믿으면 또 어쩔 건데.
아무튼 나는 방을 나섰고, 곧바로 전에 없던 초라한 몰골의 크로스 교수를 맞이했다.
“……너 이 망할. 내가 아무리 너 몰래 취임했다고 이렇게까지!”
물에 젖고.
악취도 나고.
머리는 엉망.
세상 누가 실은 사울 행스턴이라고 믿을까.
“너…… 내 마력 재배열까지 방해하고……!”
부들부들 떠는 그에게 나는 한마디했다.
“그러게 왜 엄한 곳에 오셔서 함정이란 함정엔 죄다 걸리십니까?”
“……뭐? 엄한 곳? 여긴 내가 만든 건물이야!”
“지금은 크로스 교수 아니십니까.”
“…….”
말문이 막힌 그를 향해 내가 한마디했다.
“그리고 이거 신입생 신고식이었습니다.”
“……신고식?”
“네. 여기 당테르관 9층 전통입니다.”
“…….”
멍하니 날 바라보던 크로스 교수는 잠시 후, 드디어 상황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혹시 여기 우리 말고 또 누가 있냐?”
“네.”
“혹시 지금 이 함정에 걸린 머저리가 나, 그러니까 아카데미 교수라는 것도 알고?”
“네.”
“…….”
나는 보았다.
전설적인 마법사의 얼굴이 수치스러움에 일그러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