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8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89화
185. 개강(2)
“데인, 무슨 피곤한 일 있어? 네가 그런 표정도 다 짓고 신기하네.”
옆에서 레일라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오기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시간.
말이 2시간이지, 그 시간 내내 거의 쉬지 않고 검격을 주고받았다.
실제 검이었다면 아마 어디 한 군데는 찢기거나 잘려나갔을 것이다.
전직 황실 부기사단장의 초빙 강의는 그만큼 빡빡했다.
물론 나도 마냥 수준 맞춰 강의를 받은 것만은 아니다.
엔리온 경을 여러 차례 당황시킨 건 물론, 옷깃 여러 군데를 베어내고 막판 방심한 그를 몰아붙여 생채기도 몇 군데 냈으니까.
실제로 그가 헥사급에 근접한 펜타급의 검사임을 감안하면, 순수한 검술로 낸 성과로는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될 만한 것.
“세상에, 2시간이나? 쉬지 않고?”
“거의.”
“나도 그런 기회 좀 있으면 좋겠다.”
아서라.
펜타급 정도 되는 전직 기사가 거의 죽일 기세로 광기에 차서 달려드는데.
아마 내가 아니라 헥사급의 기사였어도 그 광기는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고?
날 어떻게든 황실 기사단에 집어넣겠다고 다짐했으니까.
그러면서 다음에 또 찾아오겠다고 말한 걸 보면, 이거 아무래도 잘못 걸린 모양이다.
그래도…….
“확실히, 배운 건 많았어.”
“당연하지. 상대가 엔리온 경이었다면서? 엔리온 경도 역전의 용사라고. 내가 알기로, 제국 전쟁에서 쌓은 공적을 인정받아 황실 기사단에 들어갔을 거야.”
어쩐지.
경험 많기로 자부하는 나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근데 넌 그런 사람 상대로 2시간이나 싸우고 지금 이렇게 멀쩡한 거야?”
“말했잖아. 조금 피곤하다고.”
“조금 피곤하고 마는 게 더 이상한 거지. 나참.”
레일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째려보았다.
“여기 강의실에 있는 누가 그렇게 하겠어? 졸업 앞둔 선배들도 불가능할걸.”
참고로 나는 우리 학부의 엔리온 경 초빙 강의를 듣자마자 곧바로 다음 강의를 위해 이동했다.
그러니까, 이번 학기에 신청한 검술학부 강의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검술실전탐방.
에스테란자 교수 담당 강의.
참고로, 에스테란자 교수는 날 썩 좋아하진 않는다.
이전에 콘레드 건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검술학부가 여러 차례 물을 먹었는데 그게 나 때문이라 생각하는 모양.
죄다 자초한 일인 걸 외면하면서 말이다.
“강의 시작하겠다.”
그 증거로 날 보는 시선이 영 곱질 않다.
출석을 부르며 잠시나마 날 노려보는 모습.
왜 이 강의를 들었느냐는 듯한 눈빛이었으나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내가 주목한 건 ‘실전탐방’이니까.
“강의계획서에도 적었지만, 이번 강의 ‘검술실전탐방’은 말 그대로 검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실전 탐방을 하는 강의다. 때문에 이번 오리엔테이션을 제외하면 별도 무대에서 조를 이루어 진행될 예정이다.”
조를 이루고 진행하는 강의.
강의계획서를 살피면, 주요 무대는 검술학부에서 마련한 특별한 장소.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거긴 바로 ‘인형의 영역’이다.”
인형.
인간과 흡사하게 만들어졌지만, 마력을 불어 넣어 일정한 행동양식을 갖추게 만든 ‘물체’.
중심에 박아 넣은 마력석이 파괴되지 않는 한, 그리고 그 마력석에 지속적으로 마력 공급을 해 주는 한 지치지 않고 움직이는 인형.
“이곳에서 우리는 인형들을 상대로 실전을 치르게 된다. 점수 산정 조건은 간단하다. 인형을 얼마나 많이 무력화시켰는가. 인형을 상대로 얼마나 오래 버티는가. 그리고, 얼마나 실전성을 보여 주는가.”
실전성.
아마 이번 강의의 핵심일 테지.
그나저나 인형이라.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다.
“데인, 인형이래. 한번 꼭 보고 싶었는데.”
“그러게.”
“근데 인형은 마력만 있으면 무한히 움직인다잖아. 왜 전쟁에는 안 쓰였지?”
레일라의 순수한 물음에 난 간단히 답해 주었다.
“어떻게 일일이 전쟁에서 마력을 공급해 주겠어.”
“아아.”
“특정 영역 전체에 마력을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거라 들었어.”
때문에 변수가 많은 전장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것.
그럼에도 대단한 것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어디 사람처럼 움직이는 인형이 흔하겠는가.
“인형들은 재빠르고 강하다. 무엇보다 상대의 움직임을 학습하지. 위대한 마법사, 사울 행스턴이 만들어 낸 마력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인형인 만큼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사울 행스턴.
이 이름이 여기서도 나온다.
내 앞에서는 어이없이 함정에도 걸리고 나에게 비전 마법을 전수하고 싶어 안달이 난 노인네지만, 역시 다르긴 다른 모양.
“또한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검술이나 체술 외 다른 방법으로 인형을 상대해선 안 된다.”
이런 와중에 설명하며 굳이 내 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걸 보면, 나한테 쌓인 게 많은 모양.
뭐, 상관없다.
그런 게 신경 쓰였으면 애초에 이 강의, 수강 신청도 안 했을 테니.
“아무튼 이런 종합적인 평가에 따라 성적이 정해질 예정이다. 이상. 질문 있나?”
“인형들이라 하셨는데, 혹시 인형들이 파괴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너희들이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충분히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지. 인형들은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강의가 종료되면 즉시 수복 작업에 들어간다.”
“복구 작업이라면…….”
“거기까지는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사울 행스턴의 고도화된 마력 프로그램이 작동한다고 들었다.”
이따 사울, 아니 크로스 교수 만나면 물어봐야지.
아무튼 이어지는 몇 개의 질문을 마무리하며 에스테란자 교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조교가 들어와 뽑기용 통 하나를 내려놓고 퇴장했다.
“말했듯, 조를 이루어 강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정확히는 페어(Pair)를 이루는 거지.”
그러니까 두 명이 한 조를 이룬다는 뜻.
“하지만 운 없는 어떤 녀석은 홀로 외롭게 인형의 영역에서 인형들을 상대해야겠지. 왜냐하면, 이번 강의의 정원은 ‘홀수’니까.”
에스테란자 교수가 공교롭게도 날 보며 웃는다.
“뽑기를 통해 팀이 되지 못한 녀석에겐 이를 감안하여 후한 점수를 줄 예정이니까 너무 걱정 마라. 물론, 인형의 영역에서 뭔가 보여 주어야 하는 건 매한가지지만.”
느낌이 온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홀로 당첨이로군, 이런 안타까울 데가 있나.”
나는 누구와도 조를 이루지 못하고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알아주는 대단한 재능의 학생이니, 가볍게 활약할 수 있겠지?”
난 그 말에 덤덤하게 답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순간 일그러지는 듯했으나 원래대로 돌아오는 에스테란자 교수의 얼굴.
인형의 영역이라.
만든 사람에게 물어봐야겠는걸.
* * *
“인형의 영역? 인형?”
“그렇다는데요.”
“……그걸 검술학부 강의에 쓰고 있었단 말이야?”
대충 이야기를 전해들은 크로스 교수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마법 배우는 녀석들한테 연구하라고 만들어 준 건데.”
“그럼 마법학부가 빼앗겼나 보죠.”
“에잉. 하여튼 되바라지지 못한 녀석들.”
“그런데 몰랐어요?”
“나야 아카데미에 관심 끊은 지는 오래돼서 말이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오는 걸 느낀 이후부터는 제자 찾기와 아르카나의 흔적을 탐사하는 데만 몰두했었지.”
크로스 교수가 물었다.
“그래서, 그 강의에서 인형들을 상대에서 점수를 매겨서 평가한다 이 말이냐?”
“그렇다는군요.”
“흐음. 어디 아카데미 레벨에서 인형 하나나 제대로 상대할 녀석이 있나 모르겠다. 너 빼면.”
“어렵진 않다는 소리네요?”
“너한테나 그렇지, 다른 녀석들한테는 당연히 그럴 거다. 배우는 게 빠르거든. 어느 순간 초기화되지만.”
이거 좀 흥미로운데.
“어차피 아르카나의 인형술에 비하면 정말 별거 아닌 물건이야.”
“아르카나요?”
“아. 몰랐냐? 그거, 아르카나의 기록을 보고 한번 만들어 본 거다.”
아르카나의 인형술이라.
안 그래도 서적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르카나에선 인형술사들이 꽤나 득세했지. ‘마법의 왕국’이라 불렸지만, 한편으로는 마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융성하게 발전한 왕국이었단 말이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수백 년 탐사해서 고작해야 이 정도 알아낸 거다. 그마저도 정말 간신히, 간신히 흔적을 찾아내서 유추한 거지.”
하기야, 아르카나의 흔적은 지금에 와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애초에 이유도 모를 소멸을 겪은 왕국이고, 그나마 남겨진 기록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아니, 정확히는 나뿐이지만.
“이제 좀 존경심이 생기느냐? 세상 어느 마법사가 아르카나의 문물을 완벽하진 않아도 이렇게 재현해 내겠냐는 말이다.”
칭찬해 달라고 말하는 듯한 그 모습이 퍽 신기했다.
“존경스럽습니다.”
“정말이냐?”
“네, 진심으로요.”
존경스러운 건 사실이다.
기록도 못 읽고, 남은 거 하나 없는 마법왕국의 문화를 이렇게 되살려 놓을 줄이야.
“바로 이거다.”
크로스 교수는 나에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아르카나가 아닌, 아르카나 주변국에서 남긴 기록이지. 아르카나는 아주 폐쇄적인 왕국이라 국경을 거의 닫다시피 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교류한 사람이 있더구나.”
“그렇군요.”
“뭐, 결국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기록으로 내가 인형을 만든 거란 말이지.”
확실히 불세출의 천재다.
이런 기록만으로 유추해서 만들어내고 그럭저럭, 아니 지난 수백 년 동안 작동하는 인형을 만들어냈다니.
“아마 더 많은 기록만 있었다면…… 영역에 한정하여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형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르지.”
“그건 좀 무서운 일인데요.”
“그래. 생명을 부여하는 건 금기지. 마법이 됐든, 다른 무언가가 됐든.”
금기로 이어가는 육체로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아르카나가 사라졌나 싶기도 하고.”
생각에 빠진 듯 중얼거리던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미 망한 왕국보다는 일단 너에게 비전 마법을 전수하는 게 중요하니.”
참고로 지금은 강의 시간이다.
그가 설명한 비전 마법을 전수받는 강의.
정원 1명뿐이긴 해도, ‘마법의 기초’라는 당당한 과목명을 달고 있는 강의 말이다.
“자. 존경심이 샘솟은 김에 얼른 가르쳐야겠다. 앉거라. 이론부터 시작하마.”
그리고 이어지는 열띤 강의들.
크로스 교수의 강의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말이야 우쭐거려도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려는 게 느껴졌고, 천재답게 내 앞에서 여러 차례 시연도 선보였다.
“……결국 이러한 원리가 재배열의 기반이라 할 수 있지. 지금까지 설명한 것들, 이해했느냐?”
그리고 2시간 후, 크로스 교수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빽빽하게 필기한 노트를 힐끗, 바라보곤 허공에 손을 뻗었다.
알아보기 쉽도록 허공에 형체를 띤 채 재배열되는 마력.
크로스 교수가 시연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오늘 설명한 마력의 규칙성은 갖춘 마력의 그물들.
“…….”
그리고 크로스 교수가 그걸 바라보다 나에게 물었다.
“너 뭐 하는 녀석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