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9화
11. 대련이나 한번 해볼까?
그제야 나는 테르미온 공작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레일라가 내 이야기만 나오면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고 했던 그 이야기 말이다.
편지.
깜빡했다.
답장한다고 해놓고 시드레인과 마법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온다고 미리 말은 했어야지!”
레일라는 꽤 화가 난 것 같았다.
“어, 미안.”
“그러면 다야?”
“그래서 왔잖아. 이렇게. 편지하고 싶었는데, 준비하느라 정신이 좀 없어서.”
레일라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에휴, 화를 낼 수가 있어야지.”
엄청 기다렸나 보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슬쩍 제안했다.
“뭐, 내가 해줄 거라도 없어?”
“무슨 해줄 거?”
“미안해서.”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가령, 가벼운 대련?”
그 말에 레일라의 입가 한쪽이 씩 올라갔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후회?”
“이래 봬도, 나 이전이랑 비교할 수 없다고. 너한테 마력 방출 배우면서 낑낑대던 그때의 내가 아냐.”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7년 동안 크게 성장한 모양이다. 그래, 그때 편지에서 봤기로는 뭐였더라…….
“알지? 나 황실 주최 당테르컵 우승한 거?”
그래, 당테르컵에서 우승했다고 했었지.
제국의 15세 이하 소년·소녀들의 지원을 받아 겨루는 일종의 토너먼트.
지금의 알테온 제국을 세운 당테르 1세가 제국 건설을 기념하며 만든 대회다.
“응, 알아.”
“너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안 나갔다.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서.
수도에 왔으니 다음에는 나갈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레일라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건 확실해 보인다. 우승자에게는 황제가 직접 치하하고 상품과 상금을 내린다고 하니.
아마 전국의 재능깨나 있다는 녀석들은 다 모였을 텐데, 레일라가 거기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네가 나왔으면 너랑 무조건 결승에서 붙었을 텐데.”
레일라는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다음에는 나오는 거다?”
“고민해 보고.”
“치. 말이라도 그렇다고 하지. 아무튼 좋아. 그래서, 대련하자고? 괜찮겠어? 입학시험 치러야 하는데, 다치면 어쩌려고?”
웃음이 새어 나올 뻔할 걸 간신히 참았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귀여워서 그렇다.
7년 전에 봤던 조심스러움 대신 그 자리에 자신만만함이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나는 그 말에 씩 웃어 보였다.
“걱정 안 해도 돼.”
“좋아. 그럼 지금 바로 갈까?”
“좋아.”
여독을 풀기엔 이만한 것도 없겠지.
뭐, 여독이라 할 것도 없이 순식간에 왔다만.
그나저나.
공작이 살살 하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 * *
레일라 테르미온.
또래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평가받는 소녀.
제299회 당테르컵 우승자이자, 현시점 명망 있는 가문의 후계자라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아름다움마저 간직했다.
심지어 테르미온 공작가의 영애.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진 존재라 할 수 있겠다.
때문에 호사가들은 그녀가 머지않아 이미 기사로 활약 중인 두 오빠들의 아성을 따라잡는 것은 물론, 어쩌면 테르미온 공작가 최초로 여성 가주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그편이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더 좋다는 이유도 있겠으나, 레일라가 지닌 재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증거.
사실 레일라도 자신이 이만큼 성장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7년 전, 아버지의 남부 시찰을 따라나서면서 들른 소그레스 백작가에서 데인을 만나며 그녀의 세상이 바뀌었다.
마력 방출.
마력을 다루는 기본을 또래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배웠고, 그 결과 1년 뒤 마력 코어를 만들어 내며 성장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 것.
‘그 뒤로부터는……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성장이었지.’
그리고 지금은 무려 두 개의 마력 코어를 만들어 냈다.
어쩌면 2년 안에는 마력 코어의 개수가 세 개로 늘어날지도 모를 일.
물론 기존의 재능이 없었다면 이런 성장은 불가능했을 테다.
그럼에도 데인이 알려 준 마력 방출의 비법은 레일라에게 커다란 성장을 안겨 주었고, 결과적으로 당테르컵 우승이란 성과까지 남겼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실력을 자신을 가르쳐 준 사람 앞에서 선보일 차례.
‘혹시 내가 이기면, 데인이 침울해하려나? 살살할까?’
레일라는 혹시나 데인이 자신에게 진 후 우울해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여기가 수련장이야.”
“넓네.”
“엄청 넓지? 근데 맨날 나 혼자 써서 심심해. 가끔 오빠들이 와서 쓰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테르미온의 피가 흐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곳이라서.”
레일라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대련은 어떻게 할까?”
반면 데인은 딱히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연습용 무기 있어?”
연습용 검이라니.
안 잡은지가 2년이 넘었는데.
“너 설마 아직도 날도 없는 연습용 무기 써?”
그 말에 데인은 고개를 저었다.
“가벼운 대련이라고 했잖아. 그럼 연습용 무기가 원칙이지.”
데인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아무리 숙련된 전사라도 모든 상황엔 대처할 수 없어. 너나 나나 혹시라도 다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데?”
“우리 가문엔 제국 최고의 힐러도 상주 중이야.”
“힐러가 손을 쓸 새도 없이 사고가 일어나면?”
“…….”
데인의 전생은 전장에서 시작되었고 전장에서 끝났다.
그래서 사람이 부상당하고 사망하는 게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나는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대련은 대련다워야 한다.
“날이 있는 무기를 든다는 건, 그만한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 거야.”
진중함에서 비롯된 무서움이 몰려왔다.
레일라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대련에 뭐 그렇게 진지해?”
“진지해야지. 무기를 뽑을 때는 항상. 물론 연습용 무기도 마찬가지고.”
아켄 소그레스, 아버지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레일라는 결국 분위기에 눌려 납득했다.
하지만 완전히 납득한 건 아닌 듯했다.
‘자신이 없어서 그런가? 흥.’
레일라는 곧바로 물었다.
“좋아. 무기는 창이지?”
“응.”
이내 연습용 검과 창이 대령되었다.
“무게중심이 하나도 안 맞아. 2년 전에 쓰던 건데.”
레일라가 투덜거리는 반면 데인은 말없이 창을 몇 번 휘둘러 보았다.
날도 없고 별다른 특징도 없는 창.
무게중심이 안 맞기는 데인도 매한가지였다.
아버지가 선물한 단창, 아니 신체가 성장함에 따라 1년 전 창대를 갈아 끼워 이제 장창이 되었다.
그 창은 무려 도양나무와 고드릭강으로 만들어 최적의 무게중심을 맞춘 명품.
때문에 이질감은 오히려 데인이 더 심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데인은 내색하지 않았다.
무기가 부러지면 아무 무기나 주워 쓰던 전장의 기억이 아직 생생했으니까.
데인이 레일라에게 물었다.
“규칙은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면 대련 시작. 그리고 팔, 혹은 엉덩이가 땅에 닿거나 무기를 떨어뜨리면 패배. 어때?”
“좋아.”
레일라는 다시 자신만만한 얼굴로 돌아왔다.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레일라는 테르미온 검술의 기본 자세를, 데인은 소그레스 창술의 기본 자세를.
레일라는 늘 그래왔듯 머릿속으로 대련을 미리 그려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당테르컵에서 창을 든 상대와 맞서 본 적이 있어 어렵진 않았다.
‘창은 사정거리가 긴 대신 거리가 좁혀지면 파괴력이 급감하지. 그렇다면…….’
레일라는 나름의 계획을 세우며 마침내 발을 떼었다.
대련의 시작을 알리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레일라의 생각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파박!
그와 동시에 데인이 땅을 박찬다 싶더니, 순식간에 쇄도해-
“허억.”
레일라의 지척에 다다랐다.
그리고 목줄기에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
번개처럼 쇄도하던 데인의 창날이, 목 바로 앞에 멈춰선 것이다.
데인은 그대로 굳어버린 레일라에게 말했다.
“만약 진짜 무기를 든 상태에서 내 실력이 조금만 더 부족했거나, 네가 어수룩하게 움직였다면 넌 그대로 목을 찔린 거야.”
레일라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기엔 데인의 창이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멈췄다는 이유도 있었다.
“어떻게…….”
데인은 창을 거두며 대답했다.
“다시 시작할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한 방울.
아니야. 방심해서 그런 거야.
레일라는 애써 합리화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아버지.’
멀지 않은 곳.
테라스에서 수련장을 내려다보는 테르미온 공작의 모습이 보였다.
검을 쥔 레일라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간다.”
그런 레일라를 바라보는 데인의 얼굴에선…….
조금의 웃음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전쟁에 임하는 사람처럼.
* * *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다섯 번째.
“어떻게 생각하나?”
테르미온 공작이 두 소년소녀의 대련을 바라보며 아스마르에게 물었다.
“레일라가 다섯 번이나 제압당한 거 말이야.”
아스마르는 테르미온 공작이 던진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 고민하다 대답했다.
“데인 도련님의 실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 사람아, 허허. 그걸 물은 게 아니잖나. 그건 대련을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지.”
그렇게 말하는 사이 레일라는 여섯 번째로 제압당했다. 막 날린 검격이 가볍게 막힌 것도 모자라 어깨를 얻어맞은 것이다.
물론 약한 타격이었지만, 레일라에게는 최근 몇 년 동안 그 어떤 공격보다 아팠을 것이다.
“안 져!”
다시 덤벼드는 레일라를 바라보며 테르미온 공작이 말을 이었다.
“이걸로 레일라의 자만이 조금 누그러들 것 같나?”
“……알고 계셨군요.”
“알지. 내가 제일 잘 알지. 당테르컵 전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우승한 이후부터는 완전히 달라졌어.”
테르미온 공작은 자신감을 넘어 자만마저 품은 레일라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엄히 한마디 할까 했지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해 더 말하지 않았던 것.
“레일라의 마력 코어가 두 개였던가?”
“그렇습니다.”
“자네가 보기에 저 소년의 마력 코어는 몇 개로 보이나?”
“…….”
아스마르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최소 세 개로 보입니다.”
“그렇게 보이나? 흠. 나랑 다르군. 나는 두 개, 많아야 세 개로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보이는가?”
테르미온 공작은 데인의 공격을 가리켰다.
“레일라를 압도하는 건 창술도, 더 빠른 움직임도 아니야. 레일라가 아예 경험하지 못한 전술적인 움직임이지.”
공작의 말처럼 지금 데인의 속도는 레일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레일라는 시종일관 밀린다.
‘나는 당테르컵 우승자라고!’
당테르컵 우승.
레일라에겐 거대한 자부심이나 다름없는 사실.
하지만 그 자부심은 지금 더 이상 발휘될 수 없었다.
레일라가 자랑하던 재빠른 검격은 막히기 일쑤였고, 테르미온 공작가 특유의 섬세한 검술은 모조리 튕겨 나갔다.
속도는 분명히 같다.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다 막아내는 거야?”
“다 보여서.”
덤덤한 대답에 레일라는 발끈하며 달려들었다.
“웃기지 마!”
데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 보인다.
전장에서 온갖 적들을 상대하며 남들보다 몇 배로 빠르게 경험을 쌓은 데인이다.
그런 입장에서 레일라의 공격은 노련한 병사의 그것보다 못한 수준.
속도는 비슷하다.
적어도 지금 데인이 ‘조절하는’ 속도는 분명 그렇다.
근력 역시 데인이 조금 앞설지언정, 대련은 근력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물론, 공작가의 검술과 마력 코어에서 나오는 신체 움직임은 분명히 위협적이지만…….
그것도 ‘급’이 맞아야 한다.
가령, 당테르컵에 출전한 녀석들처럼.
“아…….”
“꼭, 노련한 검사 같지 않나?”
레일라의 움직임에 맞춰 적재적소에 선보이는 데인의 움직임에 아스마르는 감탄했다.
저 나이에 저런 움직임이 가능할 줄이야.
실전을 이미 많이 경험해 본 건가?
아니다,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재능이라는 말로만 설명할 수 있는가?
“아스마르 경.”
“네, 공작님.”
“레일라가 한번 달라진 적이 있었지. 그게 언제인지 아는가?”
“아마…… 7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부 시찰에 다녀오신 후부터였죠.”
“그래, 정확히는 저 데인이라는 친구를 만난 뒤였지.”
테르미온 공작이 씩 웃었다.
“아마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야.”
어쩌면, 이번에도 레일라는 데인으로 인해 성장하게 될 것 같았다.
데인은 레일라의 공격을 그야말로 철저히 틀어막으며 여실한 실력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엄청난 것 같습니다. 아가씨는 당테르컵 우승자인데…… 소그레스 백작께서 엄청나게 혹독하게 수련시킨 모양입니다.”
그 말에 테르미온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엄격하긴 해도 혹독하게 수련시킬 친구는 아니야. 나랑은 다르거든. 그리고 수련이 항상 혹독할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타고난 재능, 이른바 천재라는 거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재들보다 더한 천재.”
천재.
흔히 쓰이는 단어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아마 당테르컵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 안 나갔을 가능성이 클 거야.”
아스마르는 어이가 없었다.
당테르컵에 흥미를 못 느끼다니.
지금도 그랬고, 예전에도 그랬으며, 당테르컵은 앞으로도 소년소녀들이 가장 선망하는 대회일 것이다.
“저 소년의 실력은…… 내가 볼 땐 당테르컵에 출전한 녀석들과 비교하기엔 어불성설이야.”
확실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기본기.
빠르고 강렬한 스피드.
마력을 활용하는 센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전생의 경험에서 비롯된 노련함까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역전의 용사가 싸우는 줄 알겠군.’
흙먼지를 이용하거나 날이 아닌 창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 그리고 정직한 공격에 이어지는 변칙적인 공격까지.
소그레스 백작에게 배웠나?
현란한 창술 대신 적재적소에 찌르고 휘두르는 소그레스 백작 특유의 창술이 데인의 대에 이르러 마치 진화한 느낌이었다.
“훌륭한 창술입니다, 공작님.”
“음. 동의하네.”
확실한 건, 저 실력을 대적할 만한 소년소녀는 없다는 것이다.
“흥미롭군, 무척이나 흥미로워.”
테르미온 공작은 이번 대련에서 레일라가 부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길 바랐다. 그리고, 자만을 버리고 더욱 검에 정진하길 바랐다.
그럼 정말 오빠들을 완벽히 뛰어넘을 수 있을 테니까.
“허허, 살살 좀 하라니까.”
테르미온 공작은 딸의 성장을 기대하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 * *
7년 전.
백작성 정원에서 만난 데인은 레일라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자신보다 어른스러운 행동.
마력 방출을 알려 주는 실력.
거기에 뒤따르는 세심함.
그리고 말뿐만이 아니라, 티렌 형제를 제압하며 보여주었던 강력함까지.
그래서 레일라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동시에 뛰어넘고 싶은 존재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증명하고 싶었어.’
가르침만 받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던 꼬맹이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련을 거듭하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7년 뒤, 데인을 다시 마주할 그 날을 기다리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테르컵 우승을 거머쥐면서 레일라는 어느새 데인을 넘겠다는 목표보다는 자신 스스로에 취해 버렸다.
너는 최고다.
또래의 그 누구도 널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역시 테르미온가의 자제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말들에 자신감은 어느새 자만으로 바뀌어 갔다.
알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인정받는 기쁨에 취해, 애써 무시했다.
그리고 어쩌면 데인도 자신이 가볍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
“너는…… 대체 뭐야?”
하지만 아니었다.
지금까지 백 번이 넘는 공격을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게 실전이었다면 레일라에겐 적어도 백 개의 목숨이 필요했을 것이다.
공격 한 번이 막힐 때마다 여지없이 데인의 창이 쇄도해 자신의 목, 심장, 머리, 팔, 다리 앞에 정확히 멈춰 섰으니까.
‘왜, 더 멀어진 것 같지?’
자신의 거친 호흡에 비해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데인.
따져 보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했으니 산술적으로 레일라보다 두 배의 동작을 수행했을 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야?”
데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익!”
대신, 달려든 레일라의 검을 쳐냈고.
텅그렁!
검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 바라보았다.
레일라의 패배였다.
“졌네.”
“나도 알거든.”
레일라는 투덜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가 졌어.”
당테르컵 우승자.
레일라의 대련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너…… 어떻게 수련한 거야 도대체?”
“열심히.”
“……열심히 안 하는 사람도 있어?”
“더 열심히 하면 돼.”
이놈을 한 대 쥐어박아 버릴까.
아니다. 검도 못 맞췄는데 주먹은 무슨.
“……치이.”
레일라는 고개를 홱 돌리고 말았다.
저 웃음이 싫었으니까.
마주하면 모든 불만과 화가 풀리는 말도 안 되는 웃음.
잘생겨서 그런가.
‘다음에…… 다음에 다시 도전할 거야.’
아무튼 레일라는 결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길 때까지 도전해 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