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29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296화
191. 배움의 속도(1)
2학년 1학기는 일단 지금까지 별다른 일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일단 내 기준에선 그랬다.
제한 구역에서 비밀결사 녀석들을 잡아낸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황자 저하씩이나 되는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난 지금의 2학년 1학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공장에 다녀와 선 협상을 벌여 구매자들을 미리 만나고 왔으며, 이후에는 공장에서 ‘뉴드림’ 개발에 매진했다.
그리고 오늘은 크로스 교수의 강의가 있는 날.
“자, 오늘은 이론 강의를 마무리한 김에 진행하는 최초의 재배열 연습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정확히는 2주 만에 이론을 마무리해서 이제는 재배열 연습에 들어갈 시각.
“이제부터 내가 전수할 비전 마법은 기존의 마법들과 재배열 방식이 판이하다는 걸 알아 두어야 한다.”
“이를테면요?”
“기존의 마법들이 정해진 방식대로 재배열을 한다면, 이건 그 방식이 없다. 모든 건 시전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거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이다.
마법이란 마력을 재배열하여 마법마다 지닌 ‘형식’을 구현하여 실체화시키는 것.
하지만 크로스 교수, 그러니까 사울 행스턴의 비전 마법은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이걸 배우게 된다면 아마 지금까지 배운 마법은 다 뭔가 싶을 거다.”
자신만만하게 말한 크로스 교수가 시범을 보였다.
“자. 지금부터 나는 내 재배열 마력을 ‘형상화’하여 너에게 보여 줄 생각이다.”
앞선 설명은 진짜였다.
웅웅웅!
단순히 마력으로 선을 몇 개 그었을 뿐인데-
스릉!
서늘한 예기가 느껴지는 칼날이 되었다.
서걱!
그리고 이를 날려 보내자, 허공이 찢기는 감각이 전해졌다.
딱.
여기에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책장에 닿으려던 마력의 칼날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여기까지가 시전 후 해제의 단계다. 재배열하여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해제할 줄 알아야지.”
크로스 교수의 표정은 득의양양했다.
내 놀란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정리하자면, 마력을 원하는 형태로 빚어낸 다음 사용하고 원할 때 해제도 할 수 있어야 하는군요.”
“말로 설명하면 그렇지.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어려울 거다. 자, 원래의 방식대로 한번 마력을 재배열하여 내가 했던 것을 따라 해보거라.”
난 즉시 마력을 끌어올려 허공에 선 몇 개를 그었다.
당연히 될 턱이 없었다.
예리한 칼날은커녕 어떤 물리력도 지니지 못한 마력은 힘없이 흩어져 버렸다.
“자,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잠시 고민한 내가 말했다.
“다시 한번 보여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나는 크로스 교수가 다시 한번 선보이기 전, 마력을 끌어올려 기감을 최대로 확장했다.
스릉, 서걱!
이어지는 크로스 교수의 퍼포먼스.
언뜻 보이는 무언가.
하지만 만만찮았다.
“다시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열 번이면 되겠느냐?”
이어지는 몇 번의 시연에도 나는 확실하게 감을 잡지 못했다.
무언가 보이긴 하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훌쩍 흘러간 두 시간.
“오늘 강의는 여기서 종료다.”
“아쉽네요.”
“그래. 아쉽겠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진 않지?”
난 고개를 저었다.
“만만히 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네요.”
“허, 재미있다고?”
“네. 문제가 쉽게 풀리면 오히려 재미가 없거든요.”
“……이놈 보게.”
크로스 교수는 날 빤히 바라보다 피식거렸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지. 설마 난 또 이론을 2주 만에 터득하기에 오늘 바로 이해해 버릴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무서웠다는 사람 표정이 뭐 저렇게 신나 보일까.
“그래, 이제 과제를 내주마. 다음 이 시각까지, 이 ‘마력 형상화’의 방법을 알아 오는 거다.”
그렇게 과제 부여를 끝으로 강의는 종료되었고, 나는 아쉬움과 기대감 속에서 크로스 교수의 연구실을 나섰다.
“마력 형상화라.”
솔직히, 당장은 모르겠다.
하지만 실마리는 약간 있다.
어떻게든 풀어내서 다음 주까지 알아가는 게 이제 내 목표.
“보니아의 숲으로 가야겠는걸.”
그러니 훈련장에 가서 훈련에 매진할 시각.
“키론, 다시 간다!”
“푸히히힝!”
훈련장에 가자 오늘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쯤 되자 반사신경 훈련인지, 키론 놀아주기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뭐, 저렇게 열심히 피하다 보면 느는 게 있겠지.
이런 가운데 키론 피하기는 아직 상상도 하기 힘든 약골 알투르와 제나는 열심히 뛰는 중이고-
“쟨 뭐 해?”
“몰라. 아까부터 뭐 계속 중얼거린던데.”
도리안은 다른 곳엔 보지도 않고 무언가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시험 공부하나?”
“그럴 리가. 죄다 몸으로 때우는 앤데?”
쉬고 있던 레일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중요한 뭔가를 하고 있겠지.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웅웅!
“형상화라.”
일단 내가 알던 재배열의 방식으로는 크로스 교수가 보여 준 ‘형상화’는 할 수 없다.
내가 지닌 마력이 아르카나의 유산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그렇다면 크로스 교수는 그걸 어떻게 해낸 걸까.
스륵.
크로스 교수가 보여 준 대로 마력의 칼날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이내 흩어지는 마력들.
“단순히 선을 긋는 게 아닌가?”
마력으로 스윽, 선을 그어 보았지만 ‘형식’을 갖춘 재배열이 아니기에 어떤 물리력도 없었다.
그 상태에서 손을 뻗어 봐야 만질 수 있는 건 허공뿐이다.
“잡히질 않는데.”
확실히, 어렵다.
크로스 교수가 몇 번이나 시연을 보여 주며 언뜻 느꼈던 무언가.
아무래도 그게 실마리가 될 것 같은데…….
그게 무언가 단어나 언어로 특정 지을 수 없는 ‘감각’이라는 게 문제.
“대마법사는 대마법사라 이건가?”
사울 행스턴은 역사상 모든 마법사를 통틀어도 유일하게 대마법사의 칭호를 부여받은 존재.
그런 이의 비전 마법이니, 확실히 쉬울 리 없을 테지.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느긋하게 있을 생각은 없다.
“해보자고.”
얼마나 걸리든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무척이나 재미있거든.
* * *
사흘.
알투르가 데인을 지켜본 시간이었다.
데인은 사흘 동안,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보니아의 숲에 와선 거의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
레일라와 어니스트도 그렇고, 자신보다 데인을 오래 본 녀석들 모두 처음 본 모습이라 한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
“내가 물어볼까?”
“일단 기다리자. 표정은 심각하지 않아 보이는데.”
알투르는 생각했다.
데인이 저렇게 있는 거라면 거기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리고…….
도움이 되고 싶기도 했다.
지금까지 도움만 잔뜩 받았으니까.
아마 데인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드나보 교수 밑에서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기약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을 테니.
그뿐인가.
아카데미 생활 내내 인연이 없으리라 여긴 동아리 활동까지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까지.
“좋아.”
그리고 나흘째 되던 날, 알투르는 결심했다는 듯 데인에게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데인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 종종 허공에 손을 휘저을 따름이었다.
‘마력으로 뭔가 하는 건가?’
종종 선배들이 저런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다.
다들 체력이 부족해서 저러다 금방 지쳐 쓰러졌지만 말이다.
“데인?”
“…….”
“데인?”
데인은 두 번째 부른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알투르?”
“어. 음. 나흘째 같은 자리에서 뭐 하나 싶어서. 고민이라도 있나?”
데인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더니 알투르에게 물었다.
“혹시 마력을 형상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
“응? 형상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소리에 알투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생처음 듣는 말에 지금 며칠째 고민하고 있는 거였나?
‘천재라더니, 고민하는 주제도 남다르군.’
알투르는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그런 주제로 고민하고 있던 거야?”
“혹시 아는 거 있어?”
“아니. 그럴 리가. 난생처음 들어보는걸.”
데인은 드물게도 실망한 표정이 되었고, 덕분에 알투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음. 자, 자세히 말해볼래?”
“마력을 원하는 모양대로 형상화해서 물리력을 부여하는 거 말이야.”
“……잠깐만. 그거 사울 행스턴 이야기야?”
들은 적이 있다.
전설적인 마법사, 사울 행스턴.
그가 사용하는 마법은 다른 마법사들과 다르게 기상천외했다고.
남들과 전혀 다른 마법들을 사용했었는데, 마치 원하는 대로 ‘창조’하는 마법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그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썼지만, 당연히 그 결과는 모두 실패.
“그럴지도.”
애매하게 답한 데인은 허공에 마력으로 선을 하나 그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 선을 만지려 했지만-
스륵.
당연하게도 손가락은 마력으로 만든 선을 지나칠 뿐이다.
원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허공을 만지는 것처럼.
“……지금까지 마법사들 누구도 풀지 못했던 건데.”
“그러니까 해보려는 거지.”
데인의 덤덤한 말투에 알투르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도울 방법이 없을까.
“아.”
마침 떠오른 한 가지 물건.
“잠깐만.”
알투르는 개인 아공간을 열더니 책 한 권을 꺼냈다.
‘사울 행스턴의 행적과 그 업적’이란 글씨가 쓰인 겉면.
“내가 어릴 때부터 자주 읽던 책이야. 귀한 건 아니고, 그냥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멋쩍게 책을 건넨 알투르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리고 책을 받아든 데인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읽어볼게. 고맙다.”
이후 알투르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무색하게도 그대로 돌아와야만 했다.
데인이 책을 펼쳐 들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천재 중의 천재는 다르다 이건가.
하기야, 저런 자세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적어도 데인 소그레스라는 녀석은 자신을 포함한 그 어떤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든 범주에 속한 사람이니.
“뭐,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다시 이틀이 흘렀다.
엿새째 되는 날.
어지간해서는 데인이 뭘 하든 다 ‘이해’하는 레일라와 어니스트도 슬슬 걱정하기 시작할 무렵.
“괜찮으려나.”
“밥은 잘 챙겨 먹던데. 타르트도 꼬박꼬박 챙기고.”
“도대체 뭘까. 알투르, 데인이 사울 행스턴의 뭔가를 고민한다고 했었어?”
“으음. 그런 것 같은데.”
“이상하다. 그럼 물어보면 될 텐데.”
“응? 무슨 말이야?”
“아냐. 아무것도.”
의문 속에서 데인이 별안간 일어난 건 그때였다.
설마 드디어 고민하길 포기했나, 하고 모두가 생각하던 그때였다.
저벅, 저벅.
데인이 검술 훈련용으로 설치해 둔 목각인형 쪽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뻗었다.
그리고 허공에 몇 개의 선을 긋는 듯하더니…….
“저게 뭐야?”
“마력……으로 이루어진 칼날인가?”
마치 얇은 칼처럼 생긴 무언가를 허공에 만들어 냈다.
데인이 뭘 하려는 건가 싶어 시선을 집중시킨 그 순간-
서걱!
모두는 보았다.
데인이 생성해 낸 ‘칼날’에 목각인형의 팔이 잘려 나가 힘없이 툭, 떨어지는 모습을.
“방금 뭐야?”
“마법이야?”
“뭘 한 거지?”
대다수는 마법에 무지해 데인이 그저 간단한 마법 하나를 시전한 건 줄로만 알았지만, 적어도 한 명은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알투르는 안다.
지금 데인이 저 ‘칼날’을 쏘아내 팔을 자르기 전, 마법사들이 쓰는 ‘일반적인 재배열’을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저건…….
말 그대로 칼날이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마력을 형상화한 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