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01)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01화
193. 힘든 일을 겪고 왔구나
작은 봉인함에 들어 있던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펜던트였다.
별다른 특색도 없고, 보석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어 있는 데다 낡기까지 한 물건.
“경매장에서 구매했다고?”
“응. 어느 유적에서 찾은 물건이라 했거든.”
큰누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처음 사 올 때 별다른 이상함은 없었던 거야?”
“알다시피, 가져오자마자 분석기에 넣고 돌렸었지. 당연히 이상 없었어.”
그런데 이게 마족의 정수에 반응했다 이거지.
난 펜던트를 들고 정수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내 마력 안에 갇혀 있던 정수가 조금 더 강하게 요동친다.
“정말 반응하는걸.”
펜던트.
그것도 경매장에서 그냥 사 온 물건.
당연히, 마기와 관련된 물건이라곤 상상도 못 했을 테지.
“그냥 오래된 물건이라 산 건데…….”
참고로 누나는 골동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발명의 연장선이라 해야 할까.
종종 영감을 얻기도 하고, 매일매일 바쁜 일상에 숨 돌릴 유일한 취미라고 한다.
“어느 유적이라고 했었지?”
“델 오르노 유적일 거야. 아마도.”
“델 오르노 유적.”
어니스트에게 물어보면 아려나.
마기에 반응하는 물건.
그리고 그 물건이 발견된 유적.
어니스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진한 모험의 냄새가.
“탐험하려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조심해. 늘 그렇지만.”
난 걱정 말라는 듯 씩 웃어 보이곤 마족의 정수를 챙겼다.
“일단 이건 내가 가져갈게. 아무래도 처리하는 게 좋겠어. 더 필요한 일 있어?”
“아니. 거기서 추출해서 만들 수 있는 건 다 만든 것 같아. 데이터도 다 있고. 특정 물건에 반응한다, 가 아마 마지막 데이터 아닐까?”
큰누나가 피식거리며 덧붙였다.
“아무튼 고마워. 우리 막내 덕분에 큰누나 살았네? 이제 조심해야겠다. 이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케이스라서.”
그러게.
설마 경매장에서 집어 온 물건이 마족의 정수에 반응할 거라곤 상상이나 했을까.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그때 마침 고개를 뾱, 내미는 카르나스.
“끼륵?”
아.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 *
“뭘 한다고?”
“마족의 정수 소멸.”
“소멸? 어떻게?”
“보면 알아.”
난 큰누나의 연구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보니아의 숲 앞으로 돌아갔다.
너른 공터.
알투르와 제나는 그새 탈진해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어니스트와 레일라는 개인 수련을 마친 모양.
도리안과 프리실라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하나 더.
늘 나를 지켜보던 녀석도 안 보였다.
어디 간 건진 모르겠지만 잘됐다.
“카르나스.”
“끼륵!”
“신호를 주면 저 정수를 향해 불을 쏘는 거야. 최대한 강력하게.”
“끼륵!”
그간 카르나스도 종종 불꽃 쏘는 연습을 했고, 몸은 안 커졌어도 성장했으니 체크할 때가 됐지.
드래곤의 불꽃이니만큼 마족의 정수쯤이야 가볍게 제압하고 소멸시키리라는 게 내 계산.
물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들 몇 발자국씩은 물러나 있어. 폭발할지도 모르니까.”
“그럼 위험한 거 아냐?”
“에이. 데인이 있는데 위험할 리가.”
“하기야. 알아서 막아주겠지.”
얘들은 날 너무 믿어서 문제다.
뭐, 안 믿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아무튼 준비는 거의 끝났고, 난 마지막으로 마족의 정수를 일부만 떼어냈다.
“이거면 반응성 용도로는 충분하겠지.”
이제 더 이상 발명용으로 써먹을 데가 없으니, 유적에 들러 반응을 확인하는 정도면 된다.
다행히 소량의 정수는 본체처럼 미친듯이 요동치지 않았다.
난 이후 안전상황을 점검한 뒤 정수를 둘러싼 마력을 해제했다.
“카르나스, 지금.”
“끼륵!”
화르르륵!
그리고 그와 동시에 뿜어져 나가는 카르나스의 불길.
드드드드!
강력한 불줄기가 요동치기 시작한 마족의 정수를 뒤덮은 그 순간-
콰앙!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헙.”
“뭐, 뭐야!”
하지만 그 ‘강력한’ 폭발은 어디까지나 안쪽의 상황.
내 마력으로 형상화된 원형의 방어막 안쪽에서만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폭발은 밖으로 번지지 않았으며…….
“끼륵? 끼륵!”
마족의 정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역시 카르나스야.”
“끼륵! 끼륵!”
카르나스는 칭찬에 신이 난 모양.
카르나스 녀석, 불길이 더욱 정교하고 강력해졌다.
이만하면 어지간한 건 죄다 태워 버리겠는데.
그러니 조심해야겠지만.
요새 강의 듣느라 놀아주질 않았더니 다소 시무룩해 보였는데, 이참에 좀 자유롭게 놀라고 해야겠다.
“좋아. 그럼 이건 처리됐고.”
참고로 카르나스의 불꽃은 마기의 잔해까지 말끔하게 지워 버렸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 탐험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을 차례.
“아아, 델 오르노 유적?”
역시, 전문가답게 듣자마자 쭉쭉 설명을 이어 주신다.
“멀지 않은 곳이야. 말을 달리면 하루 정도? 한 2년 전에 발굴된 유적인데, 최소 천 년 전의 생활양식이 발견된 곳이지.”
“하루면 가깝네.”
“응. 근데 발굴도 거의 다 끝난 곳인데 거긴 왜?”
난 자초지종을 대강 설명해 주었고, 어니스트가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마기에 반응하는 펜던트라는 건…… 그 펜던트가 어떤 식으로든 마기, 혹은 마족과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
“바로 그거지.”
“그럼 가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혹시, 발굴팀이 놓친 게 있을 수도 있고.”
어니스트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마족은 천 년도 더 전에 이 대륙에서 준동했었으니까. 뭔가 더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좋아. 그럼 결정됐네.”
“데인, 뭔가 적극적이다? 역시 탐험의 길은 재미나지?”
난 반짝거리는 어니스트의 눈에 피식거렸다.
“그래. 재미는 있지.”
갈 때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서 문제지.
그래도 뭐, 이번에는 하루 거리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발굴도 거의 다 끝났다고 하니, 학기 초 바쁜 일정에서 잠시 탈출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레일라, 갈 거지?”
어니스트의 물음에 레일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운 거리니까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겠다. 다른 애들은 되려나?”
“제나는 될 것 같고, 알투르랑 프리실라는 고학년이라 좀 쉽지 않을 듯한데. 가만, 도리안은?”
어니스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미간을 좁혔다.
“요새 도리안이 진짜 안 보이긴 하네. 고민 같은 거라도 있나?”
“어니스트 네가 안 물어봤어?”
“응. 레일라 너는?”
“나도.”
이쯤 되자 시선은 자연스레 나에게 쏠렸다. 당연히 나도 못 봤다.
내가 너무 무신경했나 싶은데, 그건 또 아닌 게 도리안은 다른 녀석과 붙어 다니고 있던 것.
“레일라, 베나티오에 대해 좀 알아?”
“내가 알고 싶은 부분이지. 말이 검술학부 중도입학생이지, 행사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서. 도리안이랑 같이 다닌다면서?”
방첩대 녀석이 뭘 꾸미고 있는 걸까.
한번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였다.
“어, 도리안이다.”
레일라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정말 도리안이 훈련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걸음이 왜 저래?”
“표정도 안 좋고. 무슨 일 있나?”
아닌 게 아니라 정말이다.
세상 평지풍파란 평지풍파는 혼자 다 맞은 사람처럼 처량하고도 절망적인 저 표정.
“선생님들…….”
그리고 도리안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꺼낸 이야기는 이러했다.
“저…… 시원하게 차였습니다…….”
아.
힘든 일을 겪고 왔구나.
* * *
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잘 모른다.
전생에선 전장에서 굴렀고, 전장은 남자들로 득실득실한 곳이다.
그렇다고 이번 생에선 반대로 별달리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닌 재능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조금 더 주력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도리안이 느끼는 슬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전…… 알고는 있었습니다. 프리실라는 신성학부 사람이고, 그래서 미래를 그리기 힘들 거라고…….”
그럼 거기서 왜 고백했냐, 라는 말을 하기가 좀 그럴 정도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건 여기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까.
거기에 프리실라가 지금까지 신성학부 학생답게 연애를 안 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막상 거절당하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아무튼 도리안은 차였다고 한다.
프리실라의 거절 사유는 이랬다.
앞으로 정말 사제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는 거절이라고.
뜬금없지도 않은 게, 프리실라는 얼마 전부터 이런 고민을 계속 이어왔기 때문.
안 그래도 대신전에 툭하면 불려 가고 사제들 중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인재이니 부담도 있었을 테고.
“프리실라는 그럼 정말 앞으로 보기 힘들어지는 건가?”
“졸업하며 바로 대신전에서 정식 사제 수행을 받는다고 했으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아쉽다. 그래도 1년 같이하면서 정들었는데.”
우리는 도리안이 감정을 추스르도록 홀로 두는 한편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리실라.
신앙심도 충분하고, 신성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작 본인이 이 길이 맞나 항상 갈등하곤 했었다.
그러다, 결국 결정을 내린 모양인데…….
“그럼 앞으로 길어야 2년인가?”
“프리실라는 조기졸업도 가능하다고 했었어. 음, 그러니까 학적은 유지하고 대신전에 미리 가는 식으로.”
“그럼 1년이잖아. 프리실라 못 보는 건가?”
아쉽다는 듯 말하는 레일라와 어니스트.
나는 거기서 한마디 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말 그대로 프리실라의 미래다.
우리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한참도 전에 결정된 미래.
신성학부 입학생들이 다 그렇다지만, 재능이 뛰어난 프리실라는 특히 그랬을 것이다.
“하긴…… 우리가 가서 마음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손꼽히는 귀족가의 자제인 레일라다.
그래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오빠들을 언급했다.
“제멋대로 나가서 떠도는 사람도 있고, 동부에 콕 박혀 안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거 보면 우리 가문은 참 자유분방하단 말이지?”
“그럼 레일라 네가 가주가 되는 거야?”
“가주는 무슨. 오빠들이 둘이나 있는데. 오빠들이 아니라 언니들이었어도 순서는 지켜야지.”
“에이, 그래도.”
어니스트의 말에 레일라가 손사래를 치는 사이 나는 잠시 생각했다.
프리실라의 저의는 뭘까.
프리실라는 그간 우리와 어울리면서도 대신전의 일들까지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얼마 전, 도리안에게 할 말이 있으니 녀석을 보면 자신이 찾는다고 말을 전해달라고 한 것뿐.
심경을 확실히 정한 걸까.
아니면…… 여전히 갈등 중인 걸까.
일단 알아는 봐야겠다.
말이야 저렇게 했지만, 그래도 프리실라는 우리 동아리 중요 회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족과 관련된 걸 조사하러 가는데, 사제가 빠져야 쓰겠어?
“데인, 어디 가?”
“뭐 좀 알아보러.”
그리고 하나 더.
베나티오라는 녀석이 뭘 하는지 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