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0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02화
194. 결코 타르트 때문은 아닌
프리실라는 한숨을 쉬었다.
입맛이 쓰다.
이전까지는 알면서도 몰래몰래 누군가를 만나고 다녔다.
선배들도 그랬으니까.
어차피 신성학부는 졸업 즉시 사제 혹은 성기사가 되니 그 전에 마음껏 즐겨야 한다는 논리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막상 그 길을 가고자 마음먹으니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도리안.”
도리안은 분명 좋은 사람이다.
항상 궂은 일에 나서 주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 주던 사람.
무력으로만 치면 레일라, 데인보단 뒤떨어져도 듬직하기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많은 고민을 했다.
이제라도 사제의 길을 벗어던져야 할까.
하지만 안 될 것 같았다.
늙은이라 부르는 대신전의 수많은 대사제들은 물론, 신성학부의 학생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타고난 신성력.
그 재능으로 말미암아 장차 제국 성교회를 짊어질 존재.
프리실라 네리엘을 향한 기대감이란 그랬다.
“후우.”
이제 와서 어쩌겠나.
잠시뿐이었지만, 즐거웠다.
지난 1년 말이다.
데인 소그레스라는 녀석을 만나고, 그 친구들을 만나 생각지도 못한 모험도 해 봤고 말이다.
“사제 될 준비나 해야지.”
이제 졸업까지 2년.
말이 2년이지, 1년 뒤엔 대신전에 조기 발령받아 본격적인 사제의 길을 걷게 되겠지.
그럼 결혼은 물론, 이전과 다르게 자유도 없으니 연애는 꿈도 못 꿀 것이다.
금욕적인 생활은 덤이고…… 성격상 맞지도 않게 자애롭고 평온한 얼굴로 축복이나 내려야겠지.
그래도 어쩌겠는가.
타고난 게 그런 건데.
날 때부터 넌 신성에 귀의(歸依)해야 한다며 쉴 틈 없이 들어왔는데.
“좀 아쉽네.”
프리실라는 지난 1년을 떠올렸다.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세상에, 그런 모험들을 겪다니.
마족도 만나 보고, 난쟁이들의 지하도시도 가보고, 말도 안 되는 존재도 만나고,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말도 안 되는 데인이라는 녀석을 만나고…….
거기에, 잠시나마 미래를 고민하게 만든 도리안이라는 남자도 만나고.
“후우.”
프리실라가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잡던 그때였다.
“뭐 해?”
“데인.”
막 열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데인이 보였다.
“일찍 왔네? 늦게까지 훈련장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응. 오늘은 와서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렇게 말한 데인이 물었다.
“주말에 탐험갈 건데, 시간 돼?”
“탐험? 나는 주말에…….”
“하루 거리래. 델 오르노 유적이라고, 멀지 않은 곳이야.”
그러면서 데인이 들려 주는 이야기에선 ‘마족’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마족?”
“정확히는 마기지. 이 펜던트가 마기에 반응했거든. 근데 이게 그 유적에서 나왔대.”
“냄새가 좀 나네.”
“그치?”
프리실라는 순간 흠칫했다.
자신도 모르게 보인 관심.
‘탐험’이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입.
‘나도 참.’
어느새 물들었나 보다.
이 재미난 일행에 말이다.
“아무튼 가는 걸로.”
“어, 으, 으응.”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녀와서 말하는 거다.
동아리 탈퇴 및 이제 사제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 말이다.
“근데…… 도리안도 가?”
“그렇겠지?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렇구나.”
“왜?”
“아, 아냐. 아무것도.”
프리실라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근데, 할 일 있어서 일찍 왔다고 하지 않았어?”
“할 일? 이거.”
“응?”
“탐험 같이 가자고 말하는 거.”
“아…….”
데인은 멍한 프리실라의 반응에 피식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럼 간다.”
“으응.”
철컥.
문이 닫히고, 프리실라는 다시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탐험이라는 단어에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가슴.
“후우. 이래서야…….”
말하기 더 어려워지지 않았는가.
하지만 정말 마지막이다.
정말…….
마지막이어야 한다.
* * *
얼렁뚱땅 프리실라를 탐험 대열에 합류시켰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동아리 탈퇴를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가는 걸 막아설 수도 없다.
여전히 갈등하는 모양이지만, 내가 선택을 대신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후는 도리안이 마음을 돌리게 만들든, 아니면 프리실라 스스로가 결정하든 알아서 할 일.
“그럼 이제…….”
베나티오라는 녀석을 한번 볼까.
도리안에게 물어보니, ‘고백’을 도와줬다고 한다.
도리안은 무투학부다.
그래서 별달리 접점도 없는데 어떻게 만났나 싶었는데, 들어보니 도리안이 중앙광장에 광고를 냈다고 한다.
“그 임무가 과연 정말일까.”
이쯤 되자 진위가 의심된다.
방첩대라더니, 상당히 치밀한 거 아닐까.
생각해 보면 황제씩이나 되는 인물이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라 지시할 리 없다.
그냥 불러다 앉혀놓고 설득하거나 협박하면 그만이지.
내가 본 황제는 그러면 그랬지, 살살 돌려서 사람을 꾀어내는 사람은 아니었거든.
그런고로, 나는 베나티오가 훈련장에서 날 훔쳐보다 키론에게 치인 날을 떠올리며 의문을 품었다.
그때 품에서 발견한 방첩대의 증거와 명령서.
과연 그건 진짜였을까?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
이쯤 되자 그냥 흘린 게 아닐까 의심된다.
과연 방첩대.
그때는 너무 어설퍼서 의심하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는 의문이 하나씩 들기 시작한다.
끈질기게 주변만 맴도는 것도 그렇고, 강의 도중 접근해서 나에게 거는 말도 별게 없다.
타고난 인내심.
“과연 뭘까.”
만약 방첩대가 맞다면 황제의 임무를 띠고 있긴 할 텐데, 과연 정말 그게 진짜 임무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교정을 걷던 그때였다.
“데인 소그레스 학생?”
분명 해도 지고 늦은 시각인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데인 소그레스 학생 앞으로 온 특송 우편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아카데미 배달부가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거지.
아카데미에서 의문스럽고 신비한 걸 꼽자면 무조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사람들이다.
“특송 우편이라면…….”
“발신인은 황실입니다.”
황실.
방금까지 베나티오를 떠올리며 의심하던 나로서는 공교로운 타이밍이다.
“여기, 수령 확인증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설마 폭탄은 아닐 테고.
나는 일단 사인을 마치고 소포를 받아들었다.
사실 말이 소포지, 무슨 귀중한 보석이나 유물을 보관하는 함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거기에 황실의 밀랍 인장이 찍힌 겉면.
“그럼, 이만.”
그사이 배달부는 바람처럼 사라졌고, 홀로 남겨진 나는 자리를 옮겼다.
“황실에서 온 특송 우편이라.”
의심의 여지는 없다.
설마 황제가 나한테 폭발물이라도 보냈으려고.
아까 방첩대 건과 엮어 생각하니 좀 복잡한 느낌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찌익.
거침없이 인장을 떼어내고, 난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마주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타르트잖아.”
심지어 딸기 타르트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를 것 같은 모양새와 금박, 그리고 바삭한 엣지.
“장난 아닌데.”
레일라에겐 미안하지만, 테르미온 공작가의 파티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맛있어 보인다.
그래서 의심이 치밀었다.
황실, 그러니까 황제 폐하가 이걸 보냈다는 소린데…….
의도가 뭘까.
단순 호의로?
당연히 아니겠지.
“음.”
그렇다고 무려 황제 폐하가 보낸 선물을 돌려보내거나 버릴 수는 없는 노릇.
그건 내 재능과 위상과 관계없는 불경죄다.
잘못하면 나는 물론이고 가문까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결코, 결코 이 타르트가 맛있어 보여서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바로 먹는 건 아니다.
“음. 으음.”
그리고 잠시 후.
나는 텅 비어 버린 함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순식간에 먹어치우다니.
“누나들 하나씩 줄 걸 그랬나.”
아니다.
황제 폐하가 직접 특송까지 보낸 물건인데, 내가 다 먹어야 맞는 거지.
결코 아까워서는 아니다.
“그나저나…… 별도로 사람을 보내서 하사한 게 아니라 특송이라면.”
이런 가운데 저런 의문이 들었다.
그럼 비밀스러운 방법을 택한 건데.
이쯤 되니 잘 모르겠다.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
지금은 황제의 의도대로 먹어 주었다.
때문에 잠시 기다릴 시간이다.
저기, 멀리서 날 지켜보고 있는 베나티오 녀석.
저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아무리 봐도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는 임무는 아닌 것 같다.
그랬으면 그냥 ‘딸기 타르트를 무척 좋아함’이라 적으면 그만이니까.
설마 황제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으려고.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탐험이나 준비해야겠다.”
베나티오는 어쨌건 계속해서 날 따라다닐 것이다.
지금이야 일단 의도대로 두지만, 언제고 제압할 수 있는 녀석.
그런고로 당장은 둔다.
결코 타르트 때문은 아니다.
* * *
“이게 맞나.”
베나티오는 고민에 빠졌다.
방첩대장으로부터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조만간 데인 소그레스에게 황제 폐하의 선물이 하사될 것이라고.
그 반응을 확인한 뒤, 빠짐없이 기록하여 보고를 올리라는 특별한 명령.
빠짐없이 기록하긴 했다.
다만, 이게 맞나 싶은 거지.
“저렇게 의심 없이 흡입한다고?”
물론 황제 폐하가 하사한 음식이니 안에 든 게 쓰레기라도 그러는 게 맞지만…….
“설마 내가 지켜보는 걸 아는 건가.”
마치 ‘보란 듯이’ 맛있게 먹는다.
그것도 특송 우편을 받은 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벤치에서.
보통 황제 폐하의 선물이면 어디 조용한 곳이나 방해받지 않은 곳에서 열어 볼 텐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지.”
데인 소그레스는 특별하다.
아니, 특별하다 못해 전에 없던 재능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도 남다를 테다.
“경우가 없는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
일단 ‘아주 맛있게 먹었다’라고 적긴 했지만, 저게 정말일까?
뭔가 노리고 저런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말이다.
덕분에,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게 단순히 딸기 타르트로 귀결되진 않을 것 같다.
황제 폐하가 직접 명령까지 내리셨다.
그런데, 그 명령에 대한 대답이 알고 보니 데인 소그레스는 역시 딸기 타르트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짜 특이한 임무란 말이야.”
오죽하면 지금껏 임무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품지 않았던 의문을 품겠는가.
방첩대는 그냥 시키면 하는 집단이다.
그런 집단의 에이스인 자신이 이런 의문을 품을 정도라니.
‘감도 안 잡히는군.’
과연, 정말 좋아하는 건 뭘까.
추상적으로 추측이라도 해야 하나?
“저 타르트 먹는 것조차 일부러 보여주는 것 같은데.”
설마 자신이 지켜보는 걸 알아챘을까.
그럴 리 없다.
자신은 은신의 프로.
어지간한 암살자 이상으로 은신술을 갈고닦았다.
“일단 계속해서 지켜봐야겠군.”
주변인들을 하나하나 포섭해서 정보를 캐내는 건 일단 보류다.
왜냐하면, 도리안의 고백이 실패했기 때문.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도리안이 실패하긴 했어도 고생했다며 외출증을 하나 주긴 했지만, 그래서 더 다가가긴 어려울 것 같았다.
‘다음 타깃은 천천히 생각하고…… 일단 아카데미 생활에 주력하면서 데인 소그레스를 지켜봐야겠군.’
현재 자신은 검술학부의 중도 입학 신입생.
그 신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임무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테니.
아직 데인 소그레스의 의심은 사지 않았으니, 차근차근 알아보면 그만이다.
아무튼 이렇게 오해 아닌 오해가 무럭무럭 쌓여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