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0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07화
197. 델 오르노의 수호자(3)
베나티오는 데인 일행을 주시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려면’ 뭘 해야 할까.
고민의 방향성을 바꾼 것이다.
‘정공법에서 조금 더 파고들어야겠어.’
단순히 지켜보고 알아보는 데엔 한계가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게,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영역이기 때문.
그런 것에 접근하려면 결국 개인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
“호감을 사는 수밖에.”
방법은 다양하다.
이미 방첩대로 수많은 임무를 수행하며 여러 사람들과 가까워진 바 있으니까.
하지만 데인은 다르다.
간단히 생각할 수 없다.
‘이번 탐험을 돕는 건 어떨까.’
베나티오는 처음부터 데인 일행에게 따라붙어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모두 관망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 유적의 ‘비밀’을 찾는 건 데인 일행뿐만이 아닌 모양.
“저자는 아르켄트 백작인데…….”
이런 가운데 눈에 띈 아르켄트 백작.
수도에서 이름 좀 날리는 백작가의 가주라는 것 외에는 별달리 특이사항이 없다.
정확히는 황실 입장에선 그렇다. 세금 꼬박꼬박 잘 납부하고, 황실 눈에 거슬릴 만한 일도 안 한다.
유적 발굴 및 마법 유물 수집이 취미라고 듣긴 했는데, 그렇다면 지금 유적에 온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냄새가 나는군. 저 녀석들은.”
대동한 사내들이 좀 걸린다.
발굴에 필요한 건 고고학자들이다.
정확히는 마법을 어느 정도 배운 고고학자들.
마법사이지만 고고학 쪽에 조금 더 직업적 의미를 둔 이들이라 해야 할까.
그런 고고학자들은 저렇게 ‘비밀스레’ 굴지 않는다.
‘뭘 하는 거지?’
그리고 지금, 로브를 쓴 사내들이 흩어지더니 네 개의 지점에 무언가를 설치했다.
베나티오는 사내들이 설치하고 물러나는 걸 확인한 후 그쪽으로 조심스레 접근했다.
“알람 마법이군.”
영역 안으로 접근하는 자가 있을 경우 즉시 시전자에게 알리는 마법.
“흐음.”
일단 상황을 관망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데인에게 호감을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보아하니 데인은 이런 탐험에 꽤나 진심인 모양.
그렇다면 도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움직이는군.”
이런 가운데 움직이는 데인 일행.
산개하여 몸을 숨기는 모습들이 보통이 아니다.
베나티오는 품에서 단검 몇 자루를 꺼내 들었다.
“총 네 지점.”
베나티오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
데인만큼은 아니어도 방첩대답게 매끈하고 부드러운 움직임.
틱, 틱.
이어서 베나티오는 네 지점의 모든 알람 마법들을 비밀스레 해체했다.
방첩대에게만 지급되는 마력 봉인 도구를 활용한 것.
“됐다.”
그리고 베나티오는 다시 몸을 숨기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면 충분히 도움이 됐겠지.
그나저나 가만.
‘아차, 내가 했다는 걸 모를 텐데.’
그걸 넘어 이 정도면 애초에 그런 마법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조차 모르지 않을 텐가.
‘이런 젠장. 조급했다. 나답지 않은 실수였어.’
적어도 데인이 이 알람 마법을 인식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했던 건데.
원래대로면 이렇게 ‘의문의 도움’을 인식시켜 두고, 나중에 나타나 밝힐 참이었는데.
시작부터 꼬여 버렸다.
‘젠장,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기우였다.
“저게 뭐야.”
베나티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멀지 않은 곳.
데인이 자리 잡은 곳 허공에 무려 수십 개의 마법 화살이 나타나더니…….
퍽, 퍼퍼퍽!
순식간에 날아가 로브를 입은 다섯 사내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
“……! ……!”
그리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떤다.
한순간에, 그리고 한꺼번에 제압당한 것이다.
데인 소그레스.
단 한 사람이 단 한 번 시전한 마법으로 인해.
“저게…… 말이 되는 건가?”
마법 화살은 낮은 체인급의 마법.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수십 개를 다루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다.
재능이 뛰어나다는 건 알았지만…….
저 정도라니.
심지어 마법사들은 꽤 수준이 있어 보였는데, 데인에게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다.
‘난 도대체 뭐 한 거지?’
그러고 보니, 이러면 알람 마법 해제가 아예 필요 없었던 거 아닌가.
헛짓거리나 한 것이다.
“뭐야. 또 한 번에 끝냈어?”
“이번에 화살 좀 쏴 보나 했더니.”
“아니 나는 마법 왜 배운 거지.”
“야, 도리안. 근데 쟤네 뭐 아주 예전에 나왔던 대단한 녀석들이라고 하지 않았어?”
“글쎄요, 데인 선생님 실력이 좀 출중합니까? 그냥 잘못 걸린 거죠.”
“하기야.”
다른 일행의 감탄과 한탄이 들려오는 가운데, 데인 일행은 보무도 당당하게 유적으로 입성했다.
그리고 특정 지점의 땅을 파헤치더니 순식간에 입구를 찾아냈다.
끼이이익.
이어서 차례로 안에 들어서는 녀석들.
그러다 별안간, 베나티오는 데인과 눈을 마주쳤다.
‘뭐지?’
그사이 문이 쿵, 닫히면서…….
“응?”
베나티오는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휘이이잉.
불어오는 황량한 바람.
그 아래 놓인 다섯 명의 기절한 녀석들.
데인은…….
마치 보란 듯이 저 기절한 녀석들을 처리하지도 않고 놓고 간 것이다.
정확히는 한 명 빼고.
기절한 녀석들 중 한 명만 둘러업은 채.
“……설마.”
그럼 아까 바라본 게…….
이 녀석들을 ‘치우라’는 의미였나?
“하.”
아니다, 우연이다.
베나티오는 이를 악물고 부정했다.
하지만 어느새 베나티오는 기절해 있는 녀석들 중 가장 가까운 녀석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명령에 따르듯이.
* * *
유적 심부.
우리는 각자 가져온 마력 조명을 박아 넣은 랜턴으로 길을 밝혔다.
어둡고, 축축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엄청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
“진짜 이런 유적은 또 처음이네.”
다들 말이야 저렇게 하면서도, 기감을 확대하자 가슴에서 두근거림이 들려왔다.
다들 기대하고 있는 거다.
이런 가운데 내 뒤에서 물어오는 레일라.
“근데 데인, 어련히 이유가 있기야 하겠지만 저기 밖에 그 흑마법사 녀석들, 그냥 둬도 돼?”
“응. 괜찮아. 한 놈은 데려왔잖아.”
난 도리안이 가뿐히 업고 온 흑마법사를 힐끗 바라봤다.
축 늘어진 게, 어지간해서는 안 깰 것 같다.
“아니, 나머지 녀석들 말이야. 접근 금지 마법이라도 쳐놨어?”
“그건 아니고. 처리할 녀석이 있어.”
“아아. 그때 말한 그 ‘투바’라는 전직 암살자 말하는 건가?”
난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하곤 아카데미부터 우릴 따라온 베나티오를 떠올렸다.
대충 신호 줬으니 알아서 처리하겠지.
이참에 부려먹는 거 아니겠나?
뭐, 잘만 하면 입구도 감춰 주겠지.
“계속 내려가자.”
일단 우리는 전진했다.
랜턴도 넉넉하다.
거기에 나와 어니스트가 지형지물을 스캔하고 있어 위협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 상황이 다가오기 전에 내가 제거했다.
“데인, 저기 함정 같아.”
“어디. 그런 것 같네. 어떤 유형이야?”
“으음…… 외관은 좀 생소한데 바닥을 보면 푹 꺼지는 형태야.”
“좋아.”
철컹, 콰득.
어니스트가 함정을 감지하면 내가 이렇게 부수는 식.
해체 가능한 건 해체해서 고스란히 아공간에 넣고, 여의치 않은 건 부숴버린다.
“돌아가서 연구할 게 많겠는데.”
생소한 구조의 함정에 어니스트는 마냥 싱글벙글거렸고, 뒤쪽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들려왔다.
“계단이 엄청 길다.”
“그러게. 좀 심심해.”
“이 유적 당장은 별로 없어 보이는걸?”
“혹시 알아? 아래로 내려갔는데 진짜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질지?”
다들 팔자 좋구나.
하기야, 어니스트 정도 실력자가 함께하고 함정이란 함정은 족족 회수하고 파괴해 버리는데 그럴 만하지.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계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정도면 꽤 많이 내려온 것 같은데.”
“응. 한 50미터 정도?”
“상당하네. 이 시대에 그 정도 기술력이 있었나?”
“난쟁이들은 이때도 살았으니까.”
내 대답에 어니스트는 아하, 하며 손뼉을 친다.
아무튼 계단이 끝나고 나타난 건 좁다란 복도다.
“여기도 함정이군.”
계단에도 함정, 계단이 끝난 뒤에도 함정.
아예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이쯤에서 한번 고민해 보자.
왜 이렇게 해 놨을까?
“접근하지 말라고?”
“안에 미지의 생물이 살고 있어서?”
“음…… 안에 보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쯤에서 어니스트 선생님의 지식 나눔이 시작되었다.
“유적 내부 함정들은 보통 두 가지 목적이야. 지키거나, 방해하거나. 간혹 악취미로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건 거의 없고.”
“어찌 됐든 도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건 동일하네.”
“그렇지. 그런데 그 이유가 ‘너무 위험해서’인지, 아니면 ‘너무 귀중해서’인지가 문제인 거지.”
안에 있는 게 결국 위험한 것이냐, 아니면 귀중한 것이냐의 문제.
“그럼 안에 있는 게 뭔지 봐야 하려나?”
“그런 셈이지. 직접 확인하는 게 제일 빠르지.”
난 곧바로 말을 이었다.
“역시 한 가지 걸리는 건, 그 흑마법사 녀석들이야. 왜 안으로 들어오려 했으며, 원하는 게 뭘까.”
다들 이것에 대해서만큼은 답을 낼 수 없었다.
당연하다.
그러니 이제 심문의 시간이다.
“도리안. 그놈 좀 내려놓자.”
“네, 데인 선생님.”
난 곧바로 마력을 재배열하고-
촤악!
“어푸, 우픕!”
주변의 습기를 이용한 물 생성 마법으로 놈의 얼굴을 적셔 버렸다.
“어흡, 커헉. 켁, 켁.”
안타깝게도 코로 들어간 모양이다.
“어흑, 커헉! 켁, 켁! 뭐, 뭐야!”
그리고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녀석은 자신을 둘러싼 우리를 보더니 잠시 할 말을 잊은 듯했다.
“……뭐, 뭔가요?”
너무 당황해서 저 한마디로 모두 질문하는 모양이다.
나는 간단하게 말했다.
“잘 들어.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이 유적에 파묻어버리고 입구를 봉인한 다음에 떠날 거다.”
“세, 세상에.”
녀석은 내 말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른 이유였다.
“여, 여기가 혹시 유적 안……?”
녀석은 갑자기 양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역시! 이 유적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거야! 살았어! 우린 이제 살았어!”
“…….”
나를 포함한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는 세상 밖에 다시 나갈 수 있어! 암! 그렇고말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냥 너무 기쁜 나머지 상황이야 어떻든 이러는 걸까.
뭐가 됐든,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그래? 왜 이 유적 안에 들어와야 했던 건지 궁금한데.”
“그야 당연히…….”
기쁜 표정으로 대답하던 녀석이 별안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 내가 여기 왜 있지? 난 분명…… 유적 입구를 찾고 있었는데? 서, 설마 당신들이!”
빨리도 알아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데인, 내가 강령술로 술술 불게 만들어 볼까?”
이런 와중 들려오는 살벌한 제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희들, 흑마법사지? 아주 오래 전에 사라졌던. 어떻게 지금 와서 다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목적을 말해.”
“모, 목적이요?”
“유적 안으로 들어가려던 목적.”
그리고 옆에서 프리실라가 거들었다.
“대답 똑바로 안 하면, 그대로 소멸시켜 주지.”
프리실라의 손아귀에서 나타난 빛의 구체.
그 불빛에 흑마법사 녀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딱 그뿐이었다.
“그 빛으로 뭘 어떻게 하려고요?”
“……너 이거 맞으면 소멸돼. 알아?”
“별로 위협적이진 않아 보이는…… 데요?”
이번엔 프리실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위협적이지 않다고? 흑마법사가?”
녀석은 그 말에 행동으로 대답했다.
빛의 구체를 손으로 덮어 버린 것이다.
“……!”
놀란 프리실라가 손을 뺐다.
이미 손에 닿은 상황.
그러나,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녀석의 손은 멀쩡했다.
“따뜻하긴 하네요.”
“……흑마법사가 아니라는 거야?”
프리실라가 황당하단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거, 좀 이상한데.
그러던 그때였다.
“흑마법사, 맞죠.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더군요.”
녀석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낮게 깔렸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그렇게 불려 왔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