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09)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09화
197. 델 오르노의 수호자(5)
데인 일행이 유적 아래로 내려간 사이.
베나티오는 유적 근처에 기절해 있던 흑마법사들을 죄다 포박해 한 군데 모아두었다.
“다 됐군.”
뿌듯하다.
하지만 이내 흠칫했다.
“뿌듯할 게 전혀 아닌데.”
지금 이게 뭔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감시 대상 뒤치다꺼리나 한다니.
“아니지. 이것도 임무의 일환이지.”
데인 소그레스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데인 소그레스와 가까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데인 소그레스의 호감을 사야 한다.
꽤 그럴듯한 3단논법으로 합리화를 마친 베나티오는 유적을 내려다보았다.
“아르켄트 백작이라.”
아르켄트 백작은 단순히 발굴권만 지닌 귀족은 아닌 듯하다.
지금 기절해 있는 이 녀석들을 이용해서 무언가 찾으려 한 것 같은데…….
베나티오는 곧바로 통신장치를 들었다.
이후 마력을 불어넣어 방첩대 직통 통신라인을 가동 후 키워드를 전달했다.
“아르켄트 백작, 아르켄트 백작가, 정보 일체 전송.”
그리고 잠시 후.
베나티오의 통신 수정구에서 마력이 투사되며 허공에 글씨들이 맺혔다.
그것도 아주 빼곡한 글씨들.
방첩대에서 즉각 날려 보낸 정보들이다.
베나티오는 그걸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얼마 후 마력을 차단해 버렸다.
그러자 마치 연기처럼 흩어지는 글씨들.
“좀 독특한 조합이군.”
몇 년 전 델 오르노 유적의 발굴 권한을 황실로부터 구매.
그리고 그 권한 행사 기한은 정확히 사흘 남았다.
여기에 이 녀석들은…….
“마법사 같은데, 표식은 없고.”
정보로만 따지면 아르켄트 백작이 마법사들과 만나는 건 그리 특별할 게 없는 일이다.
아르켄트 백작이 마법에 관심이 많다는 건, 그러니까 마법사가 되고 싶어 하는 건 꽤 잘 알려진 사실.
문제는 타고난 재능도, 마력에 대한 감각도 없으면서 마법사를 꿈꾼다는 것.
“흠.”
그래서 이 신원불명의 마법사들을 만난 건가.
마법사들은 여러모로 중요한 인재들이다. 그래서 반드시 제국에 등록 후 활동해야 하며, 당연히 방첩대도 이 명단을 파악하고 있다.
당연히, 그 얼굴도 안다.
한데…….
“얼굴도, 이름도 없군.”
냄새가 난다.
뭐 하는 놈들일까.
왜 아르켄트 백작과 붙어먹은 상황일까.
이 녀석들은 어떤 의도로 유적 아래를 파헤치고 있던 걸까.
일반적인 상황은 분명 아니다.
‘설마 그럼 그걸 알고 기절시켰다, 이건가?’
이들이 만약 특정 마탑 소속 마법사들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될 터였다.
그런데 아니다.
문제가 되기는커녕, 얼굴도 이름도 모르니 여기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녀석들.
“조사가 필요하겠어.”
베나티오의 판단상, 지금 저 유적 심부로 따라 들어가선 안 된다.
그랬다간 지금 이 녀석들이 다시 깨어나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시야 안에 두어야 하는 것.
‘젠장, 이건 예상 못 했는데.’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무섭군, 무서워.”
데인 소그레스.
동부행에 따라붙을 때부터 느꼈지만, 결코 대책 없이 일을 벌이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뭔가 갑자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만…….
“14살, 아니 15살이 맞는 건가.”
행동력, 머리 돌아가는 속도, 그리고 실력만 보면 전혀 아니다.
“소그레스 백작가의 훈련방식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겠군.”
베나티오는 일단 고민했다.
방첩대는 맡은 임무만 수행한다.
해서, 지금 이 사실들은 당장 보고서에 적을 만한 내용은 아니다.
마법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르켄트 백작.
그런 아르켄트 백작과 모종의 거래를 한 듯한 신원불명의 마법사들.
추측만 가득한 이야기다.
다만-
“그렇지.”
호감을 사기 위해 알려 줄 만한 사람은 있다.
데인 소그레스.
“아마 깜짝 놀라겠지.”
그렇기에 지금 정보가 더 필요하다.
“이 녀석이 좋겠군.”
베나티오는 신원불명의 마법사들 중 하나를 골라 따로 옮겨 놓았다.
신문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방첩대에선 상대의 입을 열게 만드는 방법도 충분히 배우니까.
“기대되는데.”
데인 소그레스에게 이렇게 알아낸 정보들을 전달하면 무슨 반응일까.
아마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방첩대인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정보일 테니.
부디 기뻐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조금 가까워지길 바랄 뿐이다.
* * *
유적 내부에선 다시 통로가 이어졌다. 방금까지는 내려가는 길이었다면, 이번에는 평탄한 길이다.
하지만 바닥만 평탄할 뿐, 함정들이 즐비하다.
바닥이 꺼지는 건 예사고, 사방에서 창과 화살이 날아들며, 심지어 천장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물이 쏟아지기까지.
“우, 우와아. 살았습니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녀석은 함정이 발동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일단 데려간다.
낌새를 보이면 언제고 제압할 자신이 있으니까.
“데인, 괜찮아?”
“아직까지는.”
“분명 뭔가 있는 거지?”
이런 와중 유일하게 레일라만이 눈치를 챈 듯하다.
이 녀석이 이상하다는 걸.
“네 눈에는 뭐가 보였어?”
“잘은 모르겠지만…… 묘하게 논리가 안 맞아.”
“어느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나는 레일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계속해 봐.”
“……테스트당하는 기분인데?”
“맞추면 좋은 학생으로 인정해 주지.”
“좋아.”
레일라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너무 많은 사실을 말했다는 것.”
레일라의 눈이 녀석의 등을 향했다.
“따지고 보면 밝혀서 아무런 이득이 될 게 없는 사실이야. 우리 중 누구 하나라도 이 일을 발설하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게 분명하잖아?”
인공적으로 마법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흑마법사라는 건 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가 조작했다는 사실.
“이상해. 이상할 정도로 모두 털어놨어.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분명 더 있겠지만. 우리를 속인 다음 안에 있는 걸 가지려 할 확률이 높아 보여.”
나는 씩 웃었다.
“반대로, 사실일 수도 있지.”
“왜?”
“안에 있는 걸 가지기만 하면, 우리 정도야 모조리 안에 묻어버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걸 수도.”
“……!”
물론 진실은 모른다.
이제부터 알아봐야 할 테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레일라는 물론, 여기 있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녀석을 더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속아주는 척한 이유.
바로-
웅웅.
아까 아주 잠시 반응했던 펜던트다.
그러니까 마족의 정수에 반응하는 바람에 우리 큰누나 애를 먹인 그 펜던트.
그 펜던트가 아까 아주 잠시뿐이지만 분명히 반응했다.
그럼 ‘이런’ 결론이 나오는데.
난 일단 녀석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녀석이 했던 말들도 떠올렸다.
그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그거야 앞으로 알아보면 될 일.
쿠쿵!
이런 가운데 마침내 도달한 통로의 끝.
그 앞엔 철문 하나가 있었다.
아주 굳게 닫힌 철문.
기감을 끌어올려 보니 철문 전체에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진득하고 끈적한 마력이.
나는 녀석에게 일부러 물었다.
“여기서부터는 어떻게 하지?”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력을 흘려보내야 합니다.”
“왜?”
“그야…… 들어가는 데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니까요.”
녀석은 그러면서 얼른 덧붙였다.
“일단 제가 먼저 마력을 흘리겠습니다. 하,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우리보고 해결하라 이건가?
나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들이 가득하다.
난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녀석에게 말했다.
“그렇게 하지. 먼저 해라.”
“아, 알겠습니다.”
나는 녀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철문을 향해 손을 가져가는 녀석.
그리고 녀석의 몸에서 흘러 나온 마력이 철문을 타고 흐르더니, 철문이 마력을 머금는다.
“헉, 허억…….”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제야 슬슬 확신이 드는군.
“이, 이제 다 흘려 넣었습니다…….”
기진맥진한-
아니, 기진맥진한 척하는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력을 꺼내 드는 대신…….
스릉.
아주 오랜만에 아르카니움제 검을 뽑아 들었다.
닿는 모든 것들을 베어 버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검.
실은 형광검이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들지만 말이다.
“그, 그 검은 대체…….”
그사이 프리실라가 다시 빛의 구체를 꺼내 들었고, 어니스트는 활을, 도리안은 건틀릿을, 제나와 알투르는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스릉!
마찬가지로 레일라도 검을 뽑아 든다.
자식들, 미리 대비하는구만.
기특해라.
여기에 나는 마침내 녹색으로 형형한 아르카니움제 검을 들어 철문을 그대로 갈라 버렸다.
서걱!
진짜 비현실적인 감각이라니까.
정말 손에 걸리는 거 하나 없이 그대로 쑥 베이는 감각이란 참.
내가 아무리 마력 형상화를 배웠다지만, 이 검의 절삭력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마, 말도 안 돼…….”
나는 철문을 걷어차 안으로 밀어버렸다.
쿠웅!
철문이 바닥에 부딪히는 굉음과 함께 자욱하게 이는 먼지.
“그런 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마력 쓰게 했냐고?
“덕분에 수월하게 잘랐어.”
“…….”
내가 아무리 마력이 썩어난다지만 미쳤다고 네놈 수작에 놀아날까.
아무튼 문은 열렸다.
그리고 녀석이 움찔거렸다.
비단 다른 수작을 품고 있는 것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데인. 안에서.”
가장 먼저 감지한 듯한 프리실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하네. 무척이나.”
안에서 느껴지는 건 마기다.
그것도 아주 진하고 묵직한.
간단하지만은 않을 듯한 그런 느낌.
웅웅웅!
그리고 미친 듯이 떨기 시작하는 품 안의 펜던트.
“끼륵?!”
얼마나 강했던지, 카르나스가 놀라 고개를 쏙 내밀 정도.
나는 펜던트를 꺼냈다.
펜던트는 아예 철문 안쪽으로 날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
펜던트의 방향이 일순간 바뀌었다.
녀석 쪽으로.
당연하게도 프리실라의 고개 역시 그쪽으로 돌아갔다.
프리실라는 성직자니까.
그리고 성직자가 무언가 감지했다는 건…….
놈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소리다.
“어둠이여.”
순식간에 주변에 몰아닥친 어둠.
분명히 놈이 불러낸 어둠이다.
그래, 이렇게 나와 줘야지.
“안 그래도 마력이 많이 부족했었는데, 이렇게 일이 손쉽게 풀릴 줄이야. 흐하하!”
놈의 광소가 터져 나왔다.
“고맙다. 우리들은 너희들이 부활시킨 거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마기.
펜던트도 반응하고, 프리실라도 반응했으며, 무엇보다 이제 여기 있는 모든 녀석들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
“너희들은 우리 부활의 초석이 될 것이다.”
놈은 이제 더 이상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걸쳤던 로브가 산산이 분해되었고, 그렇게 나타난 건 뿔, 날개를 비롯한 이질적인 신체기관들.
“……그래, 왜 사고가 없나 했다.”
프리실라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저희 모험이 다 그렇죠, 선생님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마족이야.”
이런 와중 녀석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히죽거리며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나 간단히 날 데려다줄 줄이야.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마.”
아까 그 겁먹었던 녀석이 맞나 싶다.
연기력 일품인데.
이만하면 황실 극단에서 데려가도 되겠어.
놈은 마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자아, 이제 마기에 폭사당해 죽…….”
그때.
“고마워하긴 아직 좀 이른데.”
내가 피식거리며 말을 끊었고-
“뭐? 어억!”
마력 형상화로 육면체를 생성하였다.
그러니까, 놈을 중심으로 말이다.
콰아아앙!
그리고 안에서 일어난 폭발.
놈의 폭사되던 마기가 내가 만들어 낸 육면체에 가로막혀 안쪽에서 터져 버린 것.
“커어억…….”
희미한 비명이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녀석 앞으로 다가가 형상화된 마력을 해제했다.
처참한 몰골이 보였다.
폭발 덕분에 부러진 뿔과 찢긴 날개.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몸까지.
난 어이가 없어 물었다.
“너희 마족 맞냐?”
“우, 우리는…….”
“너무 약해서 물어보는 거야. 산맥에 있던 녀석보다 약한 것 같은데.”
“…….”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도리안의 목소리.
“그건 그냥 데인 선생님이 너무 강해서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