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2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20화(320/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20화
207. 제 점수가 궁금합니다
승리는 도먼트 경.
하지만 사실상 승리보다는 패배에 가까운 승리였다.
연습용 검이 부러지는 일은 잦다.
마력을 싣지 않더라도 결국 연습용 검의 상태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일.
이런 경우 때문에 대련의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는 일이 종종 있는 셈.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도먼트 경의 등골은 오싹할 지경이었다.
‘실전이었으면 죽었을 것이다.’
연습용 검임에도 갑옷에 난 상처는 꽤 깊었다. 도대체 언제 난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만약 진검이었다면?
마력이 실려 있었다면?
‘학부생 상대로 대련은 대련이다, 라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덕분에 도먼트 경은 승리 선언에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만 지을 수밖에.
당황스럽기는 에스테란자 교수도 매한가지.
승리하긴 했는데, 그 전에 이미 갑옷에 상처가 나 버렸다.
그럼 누구의 승리인가?
“도먼트 경이 이기긴 했는데 갑옷에 상처가 났잖아. 그 전에. 그럼 사실상 데인의 승리 아니야?”
“그래도, 검이 부러졌잖아.”
“총괄기사급인데 검 부러지기 전에 갑옷에 상처 난 거면 끝이지.”
이상함을 느끼는 건 둘뿐만이 아닌지라, 에스테란자 교수는 난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건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또 한 번 물을 먹었다.
이전 인형에 이어서.
이번에야말로 당연히, 아주 당연히 총괄기사급인 도먼트 경이 승리할 줄 알았는데…….
저놈은 대체 뭐란 말인가.
‘망할, 이래서야…….’
민망한 순간의 연속이다.
특히, 황실 제2 기사단 총괄기사씩이나 되는 사람을 불러다 ‘망신’ 주는 상황을 만든 셈 아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
그런데 이때 입을 연 사람이 있었다.
“도먼트 경, 아마 봐 주지 않으셨더라면 승부는 진작에 끝났을 것 같습니다.”
데인이었다.
덤덤한 표정이던 데인은 별안간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치…… 이 승부를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도먼트 경은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빨리 끝내서 자신의 압도적인 강력함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그것도 ‘무려’ 학부생을 상대로.
“…….”
“그래 주신 덕분에 저에게도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역시, 도먼트 경이 봐 주시면서 하신 거였어.”
“데인 저 녀석, 역시 대단하군.”
“데인 정도 되면 아주 살짝 봐 준 건가? 우리는 엄청 봐 줘야겠지?”
지켜보던 수군거림의 방향이 바뀌었다.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는 쪽에서,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쪽으로.
이건 더없는 기회였다.
“하, 하하. 그렇지. 데인 소그레스. 대련을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워서 말이다. 네 말이 맞다.”
물론 도먼트 경은 어색한 웃음을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도먼트 경은 내친김에 데인도 칭찬해 주었다.
“갑옷 두 군데에 상처를 내다니, 대단하구나. 입단 시험 기회와 관련해서는 조만간 에스테란자 교수를 통해 전달하겠다.”
진땀이 흐르는 순간.
데인은 패배했지만 패배한 게 아니었고, 도먼트 경은 승리했지만 승리한 게 아니다.
‘내 체면을 살려 주었구나.’
에스테란자 교수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도먼트 경이 외려 데인에게 더 큰 호감을 가질 정도.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지녔는데도, 그 실력을 대놓고 뽐내는 대신 총괄기사인 자신의 기를 살려 주었다.
당사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셈.
‘정말 학부생 수준의 판단력과 실력이 맞는 건가?’
도먼트 경은 문득 생각했다.
과연, 이런 녀석이 ‘고작’ 황실 제2 기사단 ‘수준’에서 만족할까?
선발 기준이 여전히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던 황실 직속대라면 모를까.
“저, 선배님.”
이 상황을 지켜 보던 베나티오가 레일라 쪽으로 다가가서 슬쩍 물었다.
“제가 보기엔 데인 선배님이 사실상 이긴 것 같은데…….”
“제대로 봤네. 맞아. 데인이 이겼어.”
레일라는 목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사실이야 그렇지만 어쨌건 남이 들어서 좋은 말은 아니니까.
레일라는 데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잘하고 온다더니,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을 줄이야.
“대련에선 ‘패배’했지만 실제로는 이긴 거나 다름없고, 그러면서 도먼트 경 체면도 챙겨 주고.”
“대단하군요.”
“그래. 대단하지. 검술 실력은 고사하고 저런 처세는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걸까?”
레일라가 보는 데인의 정말 대단한 점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상황에 걸맞은 처세술.
“하기야, 일곱 살에 처음 봤을 때도 범상치 않았는데.”
레일라는 데인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검술과 마력 다루는 법을 알려 주던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마치 오빠 같은 모습에 기분이 묘하기도 했었다.
“갑자기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이람.”
어쨌거나 양쪽에게 결론은 잘 났다.
에스테란자 교수.
딱 한 사람만 빼고.
데인에게 안 좋은 점수를 줄 명분도 없는 데다…….
“에스테란자 교수, 저런 친구는 가급적이면 뒤로 배치하지 그러셨습니까?”
황실 제2 기사단 총괄기사의 핀잔까지.
거기에 이제는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의도를 알아챈 학부생들.
특히, 고학년들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당연히 저들이 당장 자신을 어찌하진 못하겠지만-
에스테란자 교수의 영향력이 점차 떨어지리라는 건 예견된 일.
누가 봐도 데인 소그레스에게 집착하는 그 모습은 교수답지 못하고, 신뢰성을 잃게 만드는 것.
‘제기랄…… 어떻게든 저 망할 놈을…….’
에스테란자 교수가 적개심을 불태우며 데인을 바라본 그 순간이었다.
‘뭐……지?’
눈을 마주친 그 순간.
에스테란자 교수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마치…….
맹수 앞에 선 사냥감처럼.
‘이, 이게 무슨.’
물론 그 감각은 아주 찰나였다.
그게 진짜였나, 싶은 순간적인 감각.
그래서 더 생생했다.
믿을 수 없기도 했다.
‘내가…… 데인 소그레스에게 압도당했다고?’
고작 학부생에게?
기세로 눌렸다고?
에스테란자 교수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 * *
도먼트 경은 1차 시험을 깔끔하게 끝냈다.
이후의 결과는 간단하다.
날 제외하면 갑옷에 상처를 낸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이것으로 1차 시험은 종료되었군요.”
도먼트 경은 여전히 두 개의 흠집을 제외하면 멀쩡한 갑옷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먼트 경, 고생 많으셨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묘한 말투, 그리고 당황하는 에스테란자 교수의 반응.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에스테란자 교수가 어떻게 나오든, 내 할 일을 하면 그만이지.
순순히 수작에 걸려 줄 생각도 없고.
그리고 도먼트 경은 에스테란자 교수 쪽에서 관심을 거둔 것 같았다.
“데인 소그레스 학생?”
그는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좋은 대련이었다.”
그리고는 속삭인다.
“솔직히, 많이 놀랍더군.”
나 역시 많이 놀랐다.
내가 굳이 체면을 세워 주었는데, 그 역시 굳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방금의 상황을 인정한다는 뜻이겠지.
“창도 아니고 검술로 날 압도할 줄이야.”
이쯤 되면 빼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본의 아니게 속인 것 같습니다.”
“속이긴. 속이지 않았어도 내가 애초에 믿지 않았을 거다. 뭐가 됐든, 학부생에게 압도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도 목소리를 낮추는 걸로 봐선, 내가 체면을 살려 준 건 잘한 선택인 모양.
“사실 창으로 압도했어도 놀라웠겠지만…… 여하튼 듣던 것 이상이구나.”
도먼트 경은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입단 시험 기회가 아니라 입단이 보장되어야 하는 수준인 것 같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제국의 절차가 덜 복잡했다면…… 넌 이미 최연소 기사단원이겠지.”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나를 사뭇 묘한 기분으로 만든다.
“전쟁 중이었으면 당연히 발탁됐을 테고.”
전쟁 중이라.
사람을 안 가리는 시기이기도 하지.
나이에 더 관대해지기도 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 특히 그렇다.
남자의 경우 열다섯 무렵, 그러니까 신체가 거의 다 성장하면 전장으로 끌려오기 일쑤였으니까.
“너에게 입단 시험 기회를 주는 것보다는, 정식으로 추천장을 써 주는 게 더 낫겠구나. 괜찮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느냐? 아무래도, 너희 아버지 소그레스 백작님을 고려하면 내가 추천장을 쓰는 게 조금은 망설여진단 말이지.”
나는 정중히 사양했다.
“말씀은 감사드리지만, 아직 2학년에 불과하고 학부생인 데다 아버지와 구체적으로 진로를 논의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고민이 되는 문제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도먼트 경은 납득했다.
“그래. 그렇겠지. 당연한 말이다. 그럴 거라 생각하기도 했었고. 아무래도 소그레스 백작가니까. 그쪽 가문 기사단이 더 중요하겠지.”
참고로 황실 기사단에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황실 기사단 소속이 된다.
켈타스 교수처럼 은퇴한다 하더라도, 출신성분이 따라붙는 것.
그래서 기사단 선택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만약 황실 기사단에 한번 들어가면 다른 기사단엔 들어가지 못하니까.
이를테면 우리 가문 기사단이라든가.
“물론, 아주 아쉽구나. 네가 제2 기사단으로 온다면 1기사단을 누르는 것도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도먼트 경은 입맛을 다셨다.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그나저나 거절당한 것도 처음이지만, 거절당하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도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도먼트 경은 그러면서 씩 웃었다.
“듣자 하니 황실에 자주 드나든다던데, 나중에 시종장 허락을 받고 황실 제2 기사단 사무실에 방문하면 어떻겠느냐?”
“감사히 방문드리겠습니다.”
“좋아. 기대하마. 단장님도 널 보면 아주 기뻐할 거다. 나처럼 쉽게 포기는 안 하시겠지만.”
그럼 생각 좀 해 봐야겠는데.
그래도 도먼트 경과의 짧지만 굵었던 만남으로 좋은 인연이 하나 만들어진 것 같다.
돌아가서 어떻게 보고를 올릴지 궁금하다만.
“그리고 너랑은 한 번 더 제대로 붙어 보고 싶구나. 기왕이면…… 마력을 사용하는 쪽으로 해서 말이다.”
그건 내 쪽에서 사양이다.
그럼 체면 차리도록 해주기 어려울 것 같거든.
안 그래도 귀찮은 일투성인데, 무려 황실 제2 기사단 총괄기사를 정식으로 이기면…….
“에스테란자 교수님, 그럼 이것으로 마무리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리고 도먼트 경은 에스테란자 교수 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억거리는 에스테란자 교수.
“예, 그러시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 2차 시험 때 뵙겠습니다.”
에스테란자 교수가 몸을 돌리던 그때였다.
“교수님, 제 점수가 궁금합니다.”
난 그를 불러세웠고, 에스테란자 교수는 등 뒤에서 화살을 맞은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
그리고 옆에서 거드는 도먼트 경.
“갑옷에 상처 두 개를 냈으니, 당연히 최고 점수 아니겠느냐?”
날 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 꼭 보답하는 것 같다.
결국 에스테란자 교수의 입에선 쥐어짠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최고점이다. 데인 소그레스.”
당연히 최고점이어야지.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