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3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34화(334/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34화
218. 북부의 은원
“거래?”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궁금해서 물은 게 아니라, 녀석의 대답을 기대하며 물은 것이다.
북부 사람은 대체로 자존심이 강하다.
정확히는 자존심 빼면 시체.
그래서 황실에서도 북부는 어르고 달래며 적당한 선에서 자치권을 인정해 준다.
그것만 지키면 충성심 강한 북부가 수도로 칼날을 돌릴 리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북부 팀의 리더, 밀튼 달라한의 ‘거래 제안’이란 용어 선택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자존심만 내세운 셈.
지금 북부 팀은 위기니까.
“그래, 거래. 식량을…… 조금…… 나누어 줄 수 있겠나?”
쥐어짜듯 말하는 그 모습에 난 피식거렸다.
“우리가 왜?”
식량.
어쩌면 보관고를 털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규칙을 지키기로 한 이상, 지금 이 식량의 가치는 지대하다.
때문에 당연히 나누어 줄 수 없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지 않은 이상.
“……원하는 게 있나?”
“거래를 원한다면서, 자세가 틀렸는데.”
나는 모닥불에 장작 하나를 던져 넣었다.
탁, 타닥.
불꽃 위, 일렁이는 공기 사이로 밀튼의 질끈 깨문 입술이 보인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마음이 동할 만한 걸 준비해 와야지.”
거래의 기본이다.
자신아 아쉬운 상황이라면 더더욱.
물론, 지금 내 행동 또한 거래의 기본이다.
상대를 최대한 압박하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
결국 밀튼은 결심했다는 듯, 심호흡 끝에 입을 열었다.
“이번 캠프에서 우리 북부 팀의 무제한적인 지원을 약속하겠다. 네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따르겠다.”
자존심을 버리겠다는 건가?
하지만 틀렸다.
“그렇다면 너희만 돋보일 텐데. 우리 팀에 편승해서 가겠다는 거 아닌가?”
“…….”
“우리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텐데.”
난 보란 듯이 둘을 가리켰다.
“이미 셋만으로도 충분하거든.”
이런 와중 디에고의 헛기침이 흘러나왔다. 아마 뿌듯해하는 거겠지.
“……우리는 간절하다. 이대로 북부에 돌아갈 수 없어.”
밀튼은 기어이 내밀한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건 우리 사정이 아니지.”
“정말…… 안 되겠나?”
고개를 숙인 채 꽉 쥔 주먹을 부르르, 떠는 녀석.
아마 간절할 것이다.
사정이야 잘 모르지만, 이대로 북부로 돌아가면 안 되고 반대로 말하면 반드시 기사단에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나는 그 간절함을 한번 이용해 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 정도로 압박했으면 거래 조건을 한번 상향 조정해 던져 볼 때.
“하나 묻지. 고작 식량 좀 얻어 간다고 상황이 좀 나아질 것 같나?”
내 물음에 밀튼이 고개를 들었다.
“아마 또 습격당하겠지. 지금 모든 녀석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참고로 텐트 간 간격은 그리 길지 않다.
조금만 이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나와 밀튼이 대화하고 있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을 터.
그리고 밀튼이 무언가 들고 돌아간다면, 적어도 하루나 이틀 안에 습격이 이루어질 것이다.
대신.
“그러니 내 아래로 들어와라.”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전혀 예상하지 않은, 아니 예상했다 하더라도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말인지 밀튼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마 열지 못하는 거겠지.
북부의 자존심?
그건 북부인들의 머리에 각인된 일종의 관습이다.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절대 무릎을 꿇지도 않는다.
때문에 내 제안은 밀튼에게 큰 충격일 테지.
“간절하다면 그 정도 자존심은 접어 두겠지.”
여기에 하나 더.
“참고로 이건 거래 조건이 아니야.”
참고로 그건 북부 사정이다.
북부 팀 말고 다른 녀석들, 내 밑으로 들어오라 하면 얼씨구나 싶어서 올걸?
“……뭐라고?”
“너희들 자존심 때문에 이게 ‘거래’의 대상이 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거든.”
내가 원하는 건 따로 있다.
“향후, 내가 필요로 할 때 날 도와라.”
“널 도우라고?”
“그래. 무조건. 언제, 어디서든, 무슨 요구를 하든.”
멍해진 밀튼을 향해 내가 쐐기를 박았다.
“이게 내 조건이다. 다른 건 딱히 필요 없어. 아, 하나 필요하긴 하겠군. 이를테면…… 마력적인 맹세?”
“지금 ‘북부의 맹세’를 무시하는 건가?”
예상했던 반응이다.
맹세.
그것도 ‘북부의 맹세’는 세상 그 어떤 맹세보다 강력한 효력을 지닌다고 한다.
마력적인 무언가로 통제되는 게 아니라, 그만한 의미와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
“아니, 그럴 리가. 그냥 혹시나 싶어서 꺼낸 말이다.”
“다시는 우리 북부인들의 맹세를 의심하지 마라.”
신의를 지키지 못할 바에야 목숨을 저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북부인들이니.
그런 의미에서 ‘맹세’라는 건, 밀튼 같은 북부인들에겐 그야말로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
“그러지. 네가 진짜 맹세한다면.”
거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밀튼은 자신들이 무사히 캠프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것.
나는 그런 밀튼을 포함한 ‘북부’의 도움을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무조건적으로 받아내는 것.
“좋다.”
밀튼은 결정을 내린 듯싶었다.
그것도 북부 입장에서는 아주 큰 거래를.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
“기대하지.”
녀석은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어차피 북부로 돌아가 봐야 계속 천덕꾸러기 신세일 바에야…… 이게 더 낫겠지.”
이건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일 보지. 밀튼 달라한. 식량은 곧 너희 텐트로 보내겠다.”
“고맙다.”
“기대하지.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내 지시를 따라라.”
“다른 녀석들에게도 말해 두지.”
그렇게 밀튼은 돌아갔고, 곧바로 디에고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바, 방금 북부 팀 영입한 거 맞지?”
“굳이 따지면 그렇지.”
“세상에…… 살다 살다 북부 녀석들이 고개 숙이고 들어오는 걸 볼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선배님. 북부 늑대는 누구에게도 숙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그래, 늑대는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상처 입고 무리에서 밀려난 늑대라면 다르다.
저들은 모두 무리에서 쫓겨난 늑대들.
그 늑대들이 지금 이를 갈고 나를 찾아온 것.
때문에, 녀석들은 뭐든 할 것이다.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지켜봐야지. 녀석들이 어떻게 할지. 디에고, 식량 자루 좀 보자.”
“아, 응.”
나는 디에고를 시켜 분배한 식량을 북부 팀 텐트 쪽에 가져다 주라 말하곤 베나티오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나는 북부 팀 따위야 상관없다.
알아서 아래로 기어들어 오면 잘 써먹으면 된다.
다만, 이 녀석은 조금 다르다.
목적이 뭘까.
아직까지 나에겐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계속 지켜볼 참이다.
“왜,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
“마음에 안 들어서.”
“예에?”
베나티오는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나에게 항변했다.
“뭐,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거죠? 말씀 좀 해 주십시오.”
“그냥 마음에 안 들어.”
“제,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아니, 그냥이라고.”
“……너무하십니다.”
날 지금까지 계속 쫓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 캠프까지 따라왔다.
목적이 있다.
내가 모르는 목적이.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내려는 목적?
설마 그런 시시한 걸 알아내려 날 쫓아다닐 리 없다.
분명, 내가 상상하지 못한 어떤 비밀스러운 목적일 것이다.
그러니 지켜볼 예정이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 억울한 척하며 구시렁거리는 녀석을.
* * *
밀튼은 새로운 갈등에 직면했다. 팀원들의 반발이었다.
“밀튼 달라한, 아무리 그래도 우리 북부의 자존심이 있는데…… 맹세까지 했다 이건가?”
“그렇다.”
“하…… 아무리 그래도 북부의 법칙을 깨는 건…….”
맹세.
그리고 데인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
이 모든 게 팀원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적어도,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 북부로부터 우리는 버림받지 않았나?”
“…….”
물론 머리로는 이해했다.
현시점, 어떤 팀과도 함께하지 않고 자신들만으로는 이 캠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기사단에 들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차남들로만 구성된 북부인들이 살아날 유일한 길이다.
“애초에 우리는 비난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지. 지금쯤이면 아마 각 가문에서도 알았을 것이다.”
때문에 밀튼은 단호했다.
“데인 소그레스는 강하다. 여기 있는 그 어느 누구보다, 어느 팀보다. 아마 혼자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실력이다.”
모두가 밀튼을 바라보았다.
각자 북부에서 받던 천대를 떠올리면서.
가주 후보에서 탈락한 자들은 예비 가주의 가장 큰 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대로 돌아가면 가주 밑에서 죽을 때까지 복종하며 살아야 한다.
여전히 인정받지 못한 채로.
“그러니까 우리에겐 데인 소그레스가 필요하다.”
“…….”
“…….”
침묵과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하는 수 없지. 여기까지 왔는데.”
“해보자고. 어떻게든.”
결국 납득하는 수밖에.
그리고 지켜보아야 한다.
늑대들이 머리까지 숙이며 밑으로 들어갔으니까.
밀튼은 일단 식량을 배분했다.
“식재료 보급은 아마 앞으로도 적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다들 아껴 먹는 거야.”
이걸로 급한 불은 껐다.
다들 순간 눈이 돌아갔지만, 여기서 이걸 다 먹어치울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
‘텐트를 옮겨야 하나.’
방금 데인에게 가서 무언가 받아 온 걸 다들 봤을 테니 습격은 없을 테지만…….
조만간 텐트도 옮겨야겠지.
‘내일부터 완전히 다르겠군.’
그리고 다음 날.
“북부 놈들 뭐야?”
“왜 데인 소그레스랑 같이 서 있는 거야?”
“어젯밤에 다녀오더니, 설마 동맹을 맺은 거였나?”
북부 팀이 데인 팀과 같이 서 있는 걸 본 다른 팀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흘러나왔다.
물론 의문의 수군거림은 아니었다.
부러움.
질시.
질투.
놀라움은 말할 것도 없다.
“저 새끼들이 감히 우리를 제치고……?”
여기에 가장 놀란 건 남부 팀이다.
소그레스 백작가가 어딘가.
남부의 지배자 아닌가.
때문에 남부 팀은 당연하게도, 데인과 같은 팀은 못 되더라도 데인에게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설마 북부 팀처럼 엄한 놈들이 데인 밑으로 기어들어 가?
“어쩌지, 대장? 북부 놈들이…….”
“내가 다녀올게.”
남부 팀의 리더, 핀리 호른은 벌떡 일어났다.
호른 백작가.
당연히 소그레스 백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남부에서 손에 꼽히는 가문이다.
그곳의 차남 핀리는 당연하게도 데인이 같은 지역 출신끼리 ‘편’을 먹으리라 예상했다.
‘아마 체면이 있으니 우리한테 와서 말하지 못한 거겠지.’
듣기로 데인 소그레스는 꽤나 조용하고 덤덤한 성격이라 한다.
그러니 이쪽에서 가 먼저 제안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 속에서 핀리는 곧바로 북부 팀과 함께 있는 데인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데인 소그레스, 난 호른 백작가의 차남, 핀리 호른이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데인도 이에 맞춰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했고, 덕분에 북부 팀은 순간 불안해졌다.
‘호른 백작가면 남부잖아.’
‘소그레스 백작가도 남부인데.’
‘설마 남부 녀석들도 아래로 들어오려는 건가?’
가장 불안함을 느낀 건 역시 밀튼 달라한이었지만, 그는 잠자코 있었다. 여기서 동요하는 걸 드러내서 좋을 게 없다.
‘남부 녀석들까지 온다면…….’
이러는 사이 핀리가 물었다.
“데인 소그레스, 활약이 대단하더군. 명성대로야. 확실히, 소그레스 백작가란 말이지.”
“칭찬 고맙군.”
“사실 캠프 오자마자 이야기를 좀 할까 했거든. 근데 또, 마냥 같은 남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뭔가 같은 일을 도모하기에는 속이 보여서 말이지.”
말을 빙빙 돌리던 핀리가 마침내 눈을 빛냈다.
“하지만 이젠 더 망설이기가 어렵군. 우리 남부 팀이 너에게 힘을 빌려주지.”
“힘을 빌려준다고?”
“그래. 힘. 같은 남부 출신으로서, 널 돕고 싶은 거다.”
말이 돕고 싶은 거지, 사실상 데인 밑에 들어가 덕을 좀 보겠다는 뜻.
‘저 새끼들이 진짜…….’
‘남부까지 오면 시선이 분산될 텐데.’
북부 팀이 더없는 불안을 느끼던 그?였다.
“그럼 너희들은 뭘 할 수 있지?”
“응?”
“뭘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우리를 위해서.”
“뭘 할 수 있냐니…… 힘이 되어 주겠다는 건데?”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핀리는 당황했고, 데인이 피식거렸다.
“넌 별로 간절하지 않군.”
“뭐?”
“보다시피 인원은 충분해서.”
저 말의 의미는 이랬다.
너희들 자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