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4)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4화
14. 아카데미가 검술을 숨김(1)
난 단박에 거절했다.
근육이 싫어서가 아니다.
그냥…….
부담스러워서…….
“후후. 오늘은 이만 물러가마. 넌 반드시 가입하게 될 거야! 참, 테르미온의 레이디. 여성분에게도 언제나 길은 열려 있답니다.”
“안 해요!”
‘육체미’ 동아리 가입 제안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서 온갖 동아리 가입 제안이 날아들었다.
“반갑다, 신입생. 나는 ‘마법 토론 연구회’, 줄여서 ‘마토연’의 회장이다. 우리 동아리에 가입되면 각종 특전이 제공된다. 각종 실험기구는 물론 귀한 고서적들도 무제한으로 제공되며, 데인 소그레스 너에게는 특별히 회장의 권한으로 마법특별관 출입 열쇠를 빌려줄 수 있다.”
“이봐, 신입. 우리 ‘지도 탐험 연구회’에 들어오지 않겠나? 멋진 모험과 역사적인 사건들이 널 기다리고 있지! 원래대로라면 1학년 신입생은 ‘탐험’에 따라갈 수 없지만, 너의 경우는 특별히 이번 학기 탐험에 동행할 수 있도록 해 주지!”
“우리는 ‘제국 역사 탐구’ 동아리로 멋진 역사를…….”
“‘점성술 연구회’는…….”
내 옆에 있던 레일라에게도 제안이 쏟아지고 있었다.
공작가쯤 되면 접근하기도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온갖 종류의 동아리들이 나와 레일라를 노리고 있었다.
“미안한데, 생각 없어.”
“그러지 말고 한번 생각해 봐! 동아리 생활은 아카데미 생활의 꽃이라고!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면…….”
“생각 없다고 했지.”
녀석들은 꽤나 끈질겼다.
나와 레일라가 아직 생각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그 선을 순식간에 넘어와 온갖 제안들을 던졌다.
알고 보니 지금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기로 예정된 강당엔 신입생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선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눈빛들이 다들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서 상당히 살벌했다.
“우하하! 이걸로 신입 한 명 확보!”
“저기, 잡아! 빨간 머리! 우리가 찾던 인재다!”
특히 그중에서도 명망 높은 귀족가의 자제들은 제1 타깃이었다. 나와 레일라는 특히 그런 수준을 넘어 거의 줄을 선 수준.
“데인 소그레스. 자율전공 합격자인 너를 가지는 건 우리 동아리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데려간다!”
“레일라 테르미온. 테르미온 공작가의 영애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실례가 안 되면 잠시 시간을 내어 저희 동아리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끈질기다 못해 거머리 수준이다.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안 한다고 사양하면 그 틈을 다른 녀석이 비집고 들어와 온갖 어필을 하고 있었다.
“안 한다니까!”
결국 시달리던 레일라가 씩씩대던 그때였다.
“업무 외 사유로 강당에 침입한 신입생 외 학생들은 지금 즉시 강당에서 퇴장하십시오. 반복합니다. 지금 즉시 강당에서 퇴장하십시오.”
강당 전체에 울려 퍼지는 마법으로 증폭된 게 분명한 목소리.
또렷하면서도 묵직하게 파고드는 그 목소리에 순간 강당이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이야! 저 녀석이야! 이 틈을 타자고!”
“거기, 너! 내가 딱 찍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소란이 일었고…….
강당은 신입생 모집을 위해 난입한 선배들의 목소리로 가득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소음에 찡그리는 대신 웃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잘 아는 목소리거든.
“부름에 응답하라.”
허공이 갈라졌고, 강당 천장에 무려 수십에 이르는 소환수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파닥거리는 날개.
커다란 눈망울.
“킥킥킥!”
“키킥!”
귀여운 외모에 어울리는 개구쟁이 같은 웃음소리.
5등급 소환수, ‘엘미나’였다.
그리고 엘미나들 사이로 나타난 사람은 바로…….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우리 작은누나였다.
“세, 세상에. 저 소환수들 보여?”
“말도 안 돼. 소환수 수십 마리를 동시에 소환했다고?”
“크, 클레어 소그레스다!”
작은누나가 소환한 엘미나들을 본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작은누나를 알아본 사람들의 경악이 들려왔다.
나는 웃기만 했다.
조교 자격으로 나선 건가?
이런 가운데 작은누나가 다시 말했다.
“지금 퇴장하십시오.”
그러면서 덧붙였다.
“참고로 엘미나와 접촉하면 하루 동안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립니다. 이를 감수할 분이 계신다면, 계속 있어도 좋습니다.”
작은누나의 말에 강당은 다시 고요해졌고, 이번에는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 동의한 것 같은데, 맞을까요?”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작은누나는 싱긋 웃더니, 손을 들어 강당 문을 가리켰다.
“나가는 곳은 저쪽입니다.”
그리고 기적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쭈뼛거리던 것도 잠시.
“야, 야.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빨리 나가.”
“저번에 못 들었어? 마법학부 연구실 폭주 사건! 소환수 꺼내서 한 번에 정리해 버렸잖아!”
그 끈질기던 선배들이 공포에 질려 후다닥 도망친 것이다.
덕분에 강당은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영문을 모르는 우리 신입생들만 멀뚱멀뚱, 방금 일어난 일이 뭔지 파악하려 애쓸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나는 먼 곳에 있던 작은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따 봐.
입 모양이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작은누나는 손을 한번 휘저어 그 많은 엘미나들을 소환 해제시키고 자리로 돌아갔다.
“데인, 데인. 너희 작은누나 맞지?”
“응 맞아.”
“언니 되게 멋있다…… 역시…… 소환학부의 작은 공주…….”
“작은누나가 그렇게 불려?”
“넌 너희 누나면서 그것도 모르니?”
작은 공주.
벌명만 들으면 큰누나가 몇 번을 놀려먹었을 것 같은데.
“아, 제일 무섭고 차가운 조교라는 별명도 있대.”
작은누나가 말이 없긴 하다.
큰누나에 비해 맺고 끊음이 확실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한없이 자상한 누나다.
그래서 이해되는 한편으로는 작은누나의 그런 별명이 좀 마음에 안 든다.
“너희 누나들, 수도에선 무척이나 유명해.”
“그 정도야?”
“얘는 남부가 무슨 시골 촌동네도 아닌데 그것도 몰라?”
그보다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수도의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으셔서 그렇다.
그래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수도 쪽과는 별로 인연이 없었다.
내 또래 다른 귀족 자제들이 사교 파티니 데뷔탕트니 하는 것들을 즐길 때, 나는 검과 창을 휘두르고 마법을 펼치며 소환수들과 놀며 그믐의 숲을 뛰놀았으니까.
기껏해야 테르미온 공작을 비롯한 몇몇 귀족들과 진지한 관계를 이어가실 뿐.
그렇다고 전쟁영웅이시던 위명이 어디 가는 건 아닌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데인, 넌 동아리 들어갈 생각 있어?”
“아니.”
흥미를 끄는 동아리가 없어서 그렇다.
‘육체미’는 저 번들거리는 기름 바르기 싫어서라도 안 갈 거고, 나머지도 딱히 흥미가 안 끌린다.
내가 가진 재능들 중 하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아리라면 모를까.
“나는 ‘아름답고 맛있는 요리 연구 동아리’가 끌리던데.”
“너 요리 잘해?”
“음. 안 해봤는데!”
해맑게 웃는 레일라를 보며 나는 피식거렸다.
엄청 기대되는 모양이다.
일단 입학식부터 끝나고 생각하자.
그나저나, 자율전공은 나 혼자뿐인데 뭘 하려나.
참고로 자율전공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자유를 부여받는다.
학년, 전공 관계 없이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학부 관련 시설 이용이 자유롭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신입생 여러분. 작은 소란이 있었군요. 그럼, 지금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이상, 전생의 아쉬움을 떨치는 건 물론 내가 지닌 모든 재능들을 이를 이용해 마음껏 키울 생각이다.
“오늘부로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제국 아카데미의 일원으로서…….”
그나저나 나한테는 이따 어떤 교수를 찾아가라고 했었는데.
이름이 아마…….
* * *
“켈타스 레드필이다.”
켈타스 레드필.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사나이 중 하나였다.
황실 기사단장 역임.
이것만으로도 여생이 편할 텐데, 퇴임 후 무려 제국 아카데미의 교수직에 올랐다.
그리고 그 교수직은 제국 아카데미에 단 하나뿐이면서, 가르칠 학생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명예직’이나 다름없었다.
자율전공.
지난 수십 년 동안 합격생 하나 없는 학부.
그러나 전통을 중시하는 제국 아카데미 특성상 절대 사라질 리 없는 학부.
그래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웠다.
약 10년 동안.
갑자기 방해꾼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지금 눈앞에 이 얌전히 앉은 학생이 정녕 자율전공 학부에 합격했단 말인가.
“안녕하세요, 교수님. 데인 소그레스입니다.”
“크흠. 그래. 커흠.”
“어디 불편하십니까?”
“큼. 아니다.”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자율전공 학부의 교수직은 사실상의 명예직이기 때문이다.
담당할 학생이 없으니 지도할 것도 없다.
가끔 논문이나 조금 쓰고, 적당히 연구 성과나 내면 그만인 그야말로 꿀 중의 꿀.
‘내가 이 자리 따내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런고로 단 한 명뿐인,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는 학과의 교수직은 경쟁이 치열하다.
황실 기사단장 출신인 켈타스.
그는 10년 전, 제국 아카데미 시험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율전공 학부의 교수로 취임했다.
당연히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자율전공 학부엔 입학생이 없을 줄 알았다.
전임 교수가 그랬었으니까.
‘30년 동안 학생 한 명 없이 유유자적하게 지내다 퇴임했었지?’
그래서 앞으로도 그럴 테고, 아마 편안하게 은퇴할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부임 안 했지!’
켈타스는 속으로 절규했다.
휴가 중 지원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합격이란다.
이게 정녕 현실인가.
‘소그레스 그 녀석이 설마 입김으로…… 아니야, 그럴 녀석은 아닌데.’
그는 소그레스 백작을 안다.
막역하진 않아도 안면 정도는 아는 사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소그레스 백작이 아들을 제국 아카데미에 밀어 넣기 위해 손을 쓸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무엇보다 그 까탈스럽다는 학과장 3인의 패스를 받아냈다.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래서 더 열 받았지만.
“……어쩌다 자율전공 학부에 지원하게 됐나?”
“하고 싶은 걸 다 하기 위해서입니다.”
“나중에 특정 전공에 진학할 생각은 없나?”
데인은 그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특별히 한 학과에 소속되어 다른 기회를 잃고 싶진 않습니다.”
켈타스 교수는 실로 단호한 그 대답에 절망했다.
‘나의 유유자적한 생활이…….’
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
‘혹시 몰라.’
학부 교수라는 건 소속 학생을 평가할 권리를 지녔음을 뜻한다.
즉, 눈앞의 이 학생은 자신이 평가하는 것이며 그 점수에 따라 앞으로의 학사 생활이 달라지는 것이다.
자율전공이라는 이유로 아무리 다른 학과 수업을 들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들,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건 자신이기 때문.
‘좋아.’
켈타스 교수는 이럴 작정이었다.
“자네 말이야, 창술과 마법, 그리고 소환술로 합격했다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놀랍군. 그 까다롭다는 학과장 시험을 세 번이나 통과하다니.”
“운이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을 거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혹시 검술에도 재능이 있나?”
“검술 말입니까?”
“그래. 검술은 모든 무기의 기본이지. 물론 소그레스 백작이 가르친 창술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율전공에 들어온 이상 그리고 내가 교수로 있는 이상 검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네.”
순 억지였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이 고작 14살이며, 자신은 이 소년의 점수를 바꿀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이 핑계로 적당히 떨어져 나가게 만들면 되겠지.’
그는 이곳에 쉬러 왔지, 학생을 가르치러 온 게 아니다.
지도라면 기사단에서 충분히 했다.
은퇴 후 뒷방 늙은이 소리 듣기 싫어서 ‘교수’라는 타이틀을 선택한 것일 뿐.
“그래서, 자네에게 검술에 대한 재능도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군.”
켈타스 교수는 당연히 데인이 당황하거나 재능이 없다고 대답할 줄 알았다.
아니면 해본 적 없다거나.
만약 그렇게 말한다면 실망한 투로 대답하며 적당히 타박한 뒤, 검술 연습을 시키고 이런저런 트집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데인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