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5화
14. 아카데미가 검술을 숨김(2)
전임 교수들은 저마다 아카데미로부터 일종의 ‘연구실’을 할당받는다.
마법학부 전임 교수는 실험실 혹은 마법 연마에 필요한 훈련장을, 소환학부 전임 교수는 소환수들을 소환할 만한 공간을, 창술학부 교수는 창술을 연마하기 좋은 수련장을 할당받는 식.
켈타스의 경우는 작은 수련장이었다.
기껏해야 한두 명 정도만 수련할 정도?
그마저도 수련장이라 보기엔 어려웠다.
한쪽엔 해먹이 걸려 있었고, 분명히 반대편으로 돌아간 적이 없을 ‘수련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켈타스는 자연스럽게 해먹을 치우더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연습용 무기들이 주르륵 쓰러졌다.
“…….”
수련을 안 한 지 오래됐다는 것을 인증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켈타스는 태연자약하게 널브러진 무기 중 하나를 집어 들더니 데인에게 건넸다.
“이거면 되겠느냐?”
“네.”
그리고 데인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기를 받아들었다.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부터 테스트에 들어가겠다.”
“네, 교수님.”
“태스트는…… 그래, 이렇게 하지. 그 검으로 날 향해 공격을 한 번이라도 성공시킨다면, 기본적인 실력을 갖춘 것으로 하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켈타스가 검을 놓고 한량처럼 지낸 지도 10년 가까이 됐다지만 황실 기사단장 자리는 카드 게임으로 따냈던 게 아니다.
“아, 걱정 말거라. 난 2보 이내로 움직일 테니. 그 정도면 충분한 페널티 아니겠느냐?”
데인은 가타부타 반응이 없었다.
그저 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뿐.
‘막막하겠지. 후후.’
켈타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걸 핑계로 적당히 ‘평가’하면 그만이다.
휴가에서 돌아와 다급히 학칙을 찾아본 결과 자율전공 학부는 교수조차 ‘자율’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교수의 평가 방식 역시 간단하다는 뜻이다.
학생이 선택한 전공이나 들은 수업의 성적에 관계없이, 교수 재량으로 평가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켈타스는 한 학기라도 빨리 이 녀석을 다른 전공으로 보내버리고 다시 유유자적한 삶을 보낼 생각이었다.
‘트집 잡는 데엔 이만한 것도 없지.’
하지만 켈타스는 마침내 들려온 데인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 번만 공격을 성공시키면 된다고 하셨죠?”
“그렇다.”
“알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뜻인가?
“자세를 잡거라.”
켈타스 교수는 거리를 벌리며 아까 집어 들었던 검을 대충 한 손으로 거머쥐었다.
나는 너보다 한참 위에 있으며, 공격을 성공시킬 가능성 따위는 하나도 없다는 무언의 경고.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왜…… 어디서 본 자세 같지?’
데인은 검을 쥐고 있었다.
다만, 기사단에서 훈련받거나 귀족가의 자자제들처럼 정갈하고 교과서적인 자세는 아니다.
외려 한 손으로만 검을 잡고 늘어뜨린 채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빈틈’이랄 게 보이지 않는다.
대충 보면 저게 무슨 자세인가 싶었지만, 켈타스는 분명히 보았다.
‘왜 그 녀석이 떠오르는 거지?’
황실 기사단은 황실을 수호하는 집단.
하지만 딱 한 번, 전장 시찰을 위해 드레니크 제국과의 전선에 나가본 적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보았다.
알테온 제국의 기사들을 무참히 베어내는 적국의 ‘전사’를.
그는 기사를 상징하는 휘장도, 깃발도, 배지도 달고 있지 않았다. 그저 가벼운 갑옷 하나만 걸치고 특색 없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마주치는 기사들마다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정형화된 기사들의 검로와 달리 전장에서 치열히 습득한 변칙성이 그의 무기였다.
거기에 검이 부러지면 당황하기보다는 부러진 검으로 싸우다 주변에 잡히는 아무 검이나 집어 다시 싸우는 집념까지.
‘그 녀석 이름이…….’
퍽 인상적이었던 적국의 기사를 막 떠올리며 애쓰던 그때였다.
“가겠습니다.”
“얼마든지 오거라.”
데인의 말에 켈타스가 양팔을 활짝 펼쳐보았다.
하지만 이내 펼쳤던 양팔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갑작스레 쇄도한 데인이 지척에 다다르나 싶더니, 배를 향해 정직하게 찔러가던 검의 방향을 갑자기 켈타스의 목 쪽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흡.”
터엉!
간단하게 막아냈지만, 분명히 튕겨냈지만…….
서늘하다.
이런 변칙적인 검로가 존재한다니.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후웅!
데인은 튕긴 검을 몸의 반동으로 멈추더니, 그 탄력을 이용해 다시 베어 들어왔다. 이번에는 하단이었다.
켈타스가 뛰어오르거나 물러나서 피할까 고민하던 그때, 데인은 그대로 꺾어 사선으로 올려베기를 시도했다.
터엉!
이번에도, 막혔다.
하지만 켈타스는 점점 당황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이 나이대 녀석들, 아니 성년이 다 된 녀석들도 정직한 검로로 검을 휘두르고 찌르는 것에 종종 실패한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걸 넘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검로를 틀어서 공격하고 있었다.
모른다면 피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알고 튕겨낸다면, 그만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즉, 켈타스나 그에 준하는 실력자가 아닌 이상 지금 이 검을 막아내긴 힘들다는 뜻이다.
참고로, 켈타스의 코어는 6개다.
헥사급이란 뜻.
물론 검을 놓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렇다고 그의 검술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거, 마음 놓을 틈은 없겠군.’
2보 이내로 움직일 것.
스스로 건 페널티가 후회되는 건 왜일까.
고작 14살짜리 꼬맹이를 상대로!
아니, 그보다.
터엉!
‘이 녀석은 왜 검술을 잘하는 거야?’
데인의 세 번째 공격을 튕겨낸 켈타스가 의문을 품었다.
마법, 창술, 소환.
거기에 더해, 네 번째 재능이라고?
“옆입니다.”
그때 다가온 데인의 검.
켈타스는 순간 생각에 너무 깊게 빠진 나머지, 데인의 외침에 따라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틀고야 말았다.
물론 방금까지 그러했듯 옆을 치는 척하고 정면으로 찔러올 데인의 검을 예상하고 정면을 방어했지만…….
툭.
닿았다.
그의 옷깃에, 데인의 검이.
“허.”
켈타스는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검에 닿은 옷깃이 찢어져 있었으니까.
‘검으로 마력을 방출할 줄도 안다는 건가.’
연습용 검으로도 옷깃 따위야 얼마든지 찢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잘릴 수는 없다.
“닿은 것 같습니다.”
이 녀석은, 천재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천재.
이 녀석의 코어가 몇 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6개의 코어를 지닌 자신을 상대로, 순수한 검술만 사용해 옷깃을 베어버렸다.
켈타스는 어느새 검을 거둔 데인을 보며 그만 헛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래, 닿았다.”
켈타스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물었다.
“왜 이런 재능으로 검술학부 쪽에는 응시하지 않았느냐?”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헥사급의 기사인 자신의 옷깃을 스칠 정도의 실력으로 왜 자율전공의 3개 전공을 고를 때 검술을 택하지 않았을까?
“가족들이 슬퍼할 것 같아서요.”
“뭐?”
창술, 마법, 소환술.
데인은 가족들에게서 배우고 발전시킨 재능들 중 선택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암살 쪽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를 택한 것.
물론 켈타스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녀석은 천재다.
검술의 천재이자, 재능의 천재.
그제야 왜 3명의 학과장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는지, 검술을 테스트하겠다고 했을 때 왜 별다른 동요가 없었는지 알 것 같았다.
‘망할, 낙장불입이군.’
켈타스는 자신의 유유자적한 휴식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대로였다면 적당히 놀아 주다 넌 검술에 재능이 없고, 이 전공에 있고 싶으면 교수로 있는 나의 지도를 통과해야 한다고 트집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적당히 검술 수련이나 좀 시키다 끝낼 생각이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
켈타스는 단지 쉬지 못하는 게 억울할 뿐이지, 눈앞의 이 미친 재능을 외면할 만한 파렴치한이 아니었으니까.
“……이만 돌아가도 좋다. 곧 다시 부르마.”
이제 꼼짝없이 진짜 교수 노릇을 하게 생겼다.
‘염병할 일이 벌어졌어.’
하지만 어째서일까.
왜, 눈앞의 소년이 궁금해질까.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제 학사계획을 짜게 생긴 켈타스가 멍하니 있던 그때였다.
“참, 교수님. 마지막에 2보 이상 움직이셨습니다.”
데인의 말에 켈타스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서 있던 자리에서 확실히 ‘2보’ 보다는 더 이동해 있었다.
“허허.”
켈타스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아그릭.’
전장에서 태어났고 이후 전장에서 삶을 마감한, 테르미온 공작이 언젠가 극찬한 적이 있었던 그 전사의 이름을.
* * *
켈타스 교수의 테스트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전장처럼 죽어라 싸운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켈타스 교수는 당장 이 데인 소그레스의 몸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실력자.
오히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 달려든 것 같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막판에 그 기만전술이 먹혔을 줄이야.
진짜 싸움이었다면 몇 번 검도 마주치지 못하고 코어의 압도적인 차이 탓에 졌을 테다.
하지만 상황만 놓고 보면 나는 켈타스 교수에게 분명한 일격을 먹인 셈.
그나저나 테스트를 할 줄 몰랐는데.
그래도 통과해서 다행이다.
나도 들어서 안다.
자율전공 학부의 교수직이 사실상의 명예직이라는 걸.
하지만 엄연히 담당 교수고, 그 담당 교수의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건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자면…….
“데인.”
저기,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다가 날 보자마자 얼른 달려오는 작은누나가 그렇다.
“별일 없었어? 교수님이 혹시 귀찮다고는 안 해?”
작은누나는 날 이리저리 살피면서 내 몸에 상처가 없는지 확인했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별일 없었어.”
“정말?”
“응. 테스트하셨는데, 통과했어.”
“테스트를 통과했다구?”
작은누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왜?”
“이상하다. 켈타스 교수님이 통과할 만한 테스트를 낼 사람이 아닌데…….”
도대체 뭐 하는 교수님인데 작은누나가 이런 말을 할까.
“그 교수님, 교수 정례 회의에 지금까지 딱 한 번 참석했대. 그나마도 학장님이 불러야 오고. 귀찮은 건 딱 질색인 성격이지.”
“…….”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안 그래도 그런 성격인데 너한테 무슨 말을 할지, 뭘 시킬지 걱정돼서 와 본 건데…….”
내가 그런 사람의 테스트를 통과했구나.
확실히 일반적인 경우라면 통과는 불가능한 테스트다.
황실 기사단장 출신의 헥사급 실력자니 신입생들 따위야 마차 몇 대 분량이 덤벼도 제자리에서 쓸어버릴 것이다.
“정말 다행이야. 데인.”
작은누나는 역시 우리 데인이야,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항상 안도할 뿐.
작은누나를 좋아하는 데엔 이런 이유도 있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어떻게 그러니. 내가 조교로 있는 동안 계속 챙길 거니까 그런 말 마.”
“누나 일도 바쁠 텐데. 나 알아서 잘할게. 친구도 있고, 동아리도 있다더라. 아직 들 생각은 없지만.”
“친구? 아. 레일라 말하는 거지? 테르미온 공작가의 영애. 예쁘게 생겼더라. 참, 그럼 수석이랑 차석이 붙어 다니는 건가?”
어딜 가나 주목받는 건 확정인 것 같다.
뭐, 어때.
주목받는 일이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환영이다.
“잘 지내봐. 마음 맞는 친구 한 명 있으면 아카데미 생활 내내 위로가 되거든.”
맞는 말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매번 이것저것 알려 주려 애쓰는 레일라는 좋은 녀석이다.
“데인. 아까 교수님한테 붙들려 있느라 기숙사도 못 들러 봤지? 내가 데려다줄게.”
이런 와중에 작은누나는 내가 못내 걱정되는 모양이다.
나는 알아서 잘 갈 수 있다고 말하려 했지만, 작은누나의 걱정 가득한 눈을 보곤 포기하고야 말았다.
“응. 알았어.”
문득 궁금해졌다.
테르미온 공작가의 영애 레일라랑 같이 걷는 게 더 주목받을까, 아니면 소환학부의 천재이자 ‘공포의 조교’ 작은누나랑 같이 걷는 게 더 주목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