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5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55화(355/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55화
233. 아니 나도 잡혔어
검술학부, 마법학부.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두 전통의 학부는 사실 대놓고 다른 동아리나 학부를 견제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체면’이 있어, 대놓고 하기보다는 뒷공작을 많이들 벌인다.
지금도 그렇다.
“경비 상태는?”
“전무합니다. 이상하군요.”
에스테란자 교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히 무언가 하는 것도 알겠고, 저 부지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도 알겠는데 안이 보이질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텅 빈 부지나 다를 게 없는 셈.
“망할 마법.”
에스테란자 교수는 마법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마법사를 싫어했다.
정면으로 당당하게 승부하기는커녕 음흉하게 손이나 휘젓는 녀석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데인 소그레스를 제일 싫어했다.
실은 따지고 보면 제3 자 입장에서 봐도 에스테란자 교수가 데인 소그레스를 싫어할 만한 객관적 이유는 없다.
그간 있었던 일 모두 데인 소그레스가 먼저 건드린 게 아니라, 검술학부가 자초한 일투성이였으니.
하지만, 싫어할 대상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야 검술학부 위상이 이렇게 무너진 것에 대한 위로, 혹은 합리화가 가능할 테니까.
“별다른 특이사항은?”
“현재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서 마법학부 학생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어부지리를 노리겠다는 건가?”
저쪽도 교수가 나섰을까.
체면상, 그리고 향후 문제가 생길 걸 고려해서라도 자신은 뒤에 있는 게 맞다.
하지만-
‘믿을 놈이 있어야지.’
좀 쓸 만하다 싶으면 죄다 사고를 치거나 데인 소그레스에게 당해 날아갔으니.
“교수님, 방금 조사 마쳤습니다. 일단 특별히 마법적으로 작용되는 함정은 안 보입니다.”
“그래?”
그때 마침 돌아온 학생 한 명.
마법적으로 작용되는 함정이 없다라.
“대신 경보장치가 보였는데, 해제는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에스테란자 교수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경보장치는 설치해 두었지만, 나머지는 없는 걸 보면…….
“안심하는 모양이군.”
데인 소그레스도 방심할 때가 있다니.
아니, 본인이 너무 강한 나머지 건방짐이 지나친 모양이다.
“좋아. 해제하고 안으로 진입한다.”
“하지만 안에 뭐가 있을지…….”
“마법적 함정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렇습니다. 교수님.”
“랑헬. 네가 나머지를 이끌고 먼저 진입해라. 그럼 나는 뒤를 살피다 합류하지.”
“…….”
에스테란자 교수의 말에 랑헬이라 불린 학생의 표정은 푸르죽죽하게 죽어갔다.
“왜, 싫으냐?”
“아, 아닙니다.”
“걱정 마라. 뒤는 확실하게 봐 주지. 그리고 난 공식적으로는…… 알지?”
“…….”
당연히 공식적으로는 여기 없어야 한다.
그는 교수니까.
믿을 놈 하나 없어 진두지휘하러 왔지만, 오늘은 그냥 연구실에 남아 밤샘 연구를 한 게 되어야 한다.
“랑헬, 왜 대답이 없지?”
“……알겠습니다.”
“좋아.”
에스테란자 교수가 눈짓하자 랑헬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이동했다.
목표는 간단하다.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
이후 트집을 잡고, 꼬투리를 잡고, 가능하면…….
‘안에 있는 걸 망치는 거지.’
하지만 될까.
상대는 데인 소그레스인데.
덤빈 사람은 그냥 당한 게 아니라 정학도 먹고, 심지어 퇴교도 당했다.
사실 검술학부 내에서 데인 소그레스에 대한 이미지는 공포 그 자체였다.
본능적으로 건드리면 안 되는 대상.
소그레스 백작가인 걸 떠나, 사람 자체가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나는 녀석으로 인식되어 있던 것.
하지만 어쩌겠나.
당장 목줄을 쥔 교수가 시키는 일인데.
‘이번 일만 마치면, 내년 동아리 회장 자리는 내 거다.’
랑헬은 부푼 가슴을 안고 나머지 학부생 다섯과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공사 중. 출입 엄금.] [무단 출입 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음.] [경고, 무단 침입 금지.]곳곳에 보이는 표지판들.
마치 발악처럼 느껴졌다.
랑헬은 코웃음 치며 앞으로 전진했다.
“랑헬 선배, 경보 장치도 해제했습니다.”
“잘했다. 바로 뛰어든다. 문제가 생기면, 알지?”
“물론입니다. 바로 도주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늘 모두 동아리 방에서 밤샘 회의를 했던 거다.”
알리바이까지 미리 준비해 둔 이상, 도망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도망치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침내, 이들이 보지 못하는 장막 안으로 발을 디딘 그 순간이었다.
철컹.
“…….”
한 발 안으로 디디고 들어선 순간, 들려 오는 무언가의 작동음과 싸늘한 기시감.
“서, 선배?”
느낌이 이상하다.
들어설 때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아니, 사실 이들은 ‘들어섰다’라고 인식조차 못 하고 있었다.
철저히 감춘 장막의 경계를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처럼 그냥 지나친 것뿐.
하지만 지나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안쪽은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인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을 압박하는 이 끈적한 공기는…….
“크르르르…….”
“크우우우우!”
그때, 들려오는 울음 소리.
“마물.”
랑헬은 다급히 허리춤을 더듬었다.
없다.
당연히 싸울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검은 챙겨 오지 않았다.
기동성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서만큼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야 말았다.
“서, 선배! 지, 지금 주변에 마물이…….”
랑헬은 아연실색해졌다.
뭔지 모르겠지만, 빠져나가야 한다.
“당장 뒤로 빠…… 으윽!”
그때 달려드는 마물.
충격은 크지 않았지만 나동그라지긴 충분한 공격.
“도대체 왜 마물이 여기에.”
랑헬은 후배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상황을 살폈다.
좋지 않다.
사방을 메운 마물이 스물도 넘는다.
겐드푸를 시작으로 비교적 ‘소형’ 마물들이 즐비했으나, 이들에겐 지금 무기가 없다.
위험하다.
“지금이라도 빠져나간다.”
랑헬은 결정을 내렸고, 다른 후배들과 재빨리 뛰기 시작했다.
한데 이상하다.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헉, 허억.”
싸늘하게 스치는 공포.
그러는 사이.
“랑헬? 랑헬?”
에스테란자 교수는 통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닿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나마, 낱알 하나만큼 남은 그의 양심이 고개를 처들었다.
“이쯤이었는데…….”
에스테란자 교수는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마침내 랑헬 이하 학부생들이 갑자기 휙 사라진 지점 앞에 도달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분명히 무슨 장치가 되어 있긴 한 것 같은데…….
한 발 다시 앞으로 디디려던 에스테란자 교수는 멈칫했다.
‘나까지 엮일 수는 없지.’
다시 발을 뒤로 물리는 에스테란자 교수.
지금 검술학부는 위기다.
차라리 이대로 돌아가고, 내일이 됐든 모레가 됐든 학생들이 나오면 차라리 신고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카데미 내 위험한 물건을 설치했다고 하면…… 먹히려나?’
에스테란자 교수가 머릿속으로 수를 강구하던 그때였다.
휘이이이잉!
어디선가 날아든 강력한 바람.
“……!”
에스테란자 교수가 낌새를 눈치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은밀히 접근하다 근처에서 갑자기 터져 버린 강력한 바람.
턱.
그 덕에, 에스테란자 교수는 앞으로 한 발 디디고야 말았으며…….
“으아아아악! 쫓아온다!”
“야, 야! 튀어!”
“뭐 저렇게 빨라!”
방금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종의 지옥도를 목격했다.
마물이 학생들을 쫓아다니는 광경 말이다.
“역시 교수님! 구하러 오셨군요!”
랑헬의 반가운 외침이 들려왔지만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나도 갇힌 것 같은데…….’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았다.
* * *
한편, 마법학부 쪽에서는……
“교수까지?”
“네. 아주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허, 이놈들 봐라.”
이름하야 ‘대 낭만 동아리 방해 작전’의 지휘자인 학생은 고민했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신중히 지켜보느냐.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서 검술학부보다 빠르게 안의 비밀을 알아내고 망치느냐.
‘검술학부 녀석들이 망치게 두어도 되지만…… 그럼 혹시 모르는 거잖아.’
사실 마법학부는 단순히 낭만 동아리의 계획을 방해하려고만 하는 게 아니다.
뭘 하는지 알아내고, 기왕이면 그걸 베껴 자신들의 축제 부스에 써먹을 예정.
“우리도 움직인다.”
“정말?”
“그럼, 그냥 두고 볼 거야?”
검술학부가 곧이곧대로 파괴하거나 방해공작을 벌이게 두긴 아까운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데인 소그레스의 낭만 동아리가 계획한 거니…….
분명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일 테지.
“가자.”
그렇게 마법학부도 걸음을 옮겼고, 검술학부가 그랬던 것처럼 곳곳에 위치한 경고판을 발견했다.
거기에 고맙게도 이미 해제된 경보 장치는 덤.
“따라가니 이건 좋군.”
때문에 마법학부는 검술학부가 이미 가는 길에 모든 걸 다 알아서 해놨을 거라 생각하고 거침없이 전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아아악!”
“야, 야! 뛰어! 피해!”
“오른쪽으로 구르라고 멍청아!”
“온다, 온다!”
“교수님! 여기입니다!”
그들도 지옥도를 마주했다.
“……이게 뭐야.”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다.
마법학부 학생들은 곧바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검술학부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곧 도망칠 수 없으리란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이거 왜 이래! 마력이 왜 이렇게 제멋대로…….”
“마, 마력이 흩어진다. 재배열이 안 돼!”
거기에 갑자기 제멋대로 흐름이 흔들리는 마력까지.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새하얗게 질린 마법학부 학생들은 바르르, 몸을 떨었다.
아직 자정이 채 되지 않은 시각.
동이 트기까지의 시간은, 아마 생각보다 꽤 길게 느껴질 것 같았다.
* * *
다음 날.
해가 뜨고, 건축학부 작업자들이 공사 부지로 모여들었다.
“뭐야, 아직 시작 안 하는 거야?”
“잠깐 기다리라던데? 안에 처리할 일이 있다고.”
여느 때와 다르게 건축학부 학생들은 바로 작업이 시작되지 않자 어리둥절한 얼굴들이다.
“아아. 그럼 좀 기다려 봐야지 뭐.”
데인이란 말에 수긍하고 기다리는 학생들.
이런 한편, 안쪽에서는…….
“중상자는 없고, 대부분 체력이 떨어져서 혼절한 것 같은데?”
“경상도 별로 안 커. 찰과상이랑 타박상 정도?”
“아이고, 아주 밤새도록 시달렸겠는데?”
데인과 어니스트, 프리실라가 먼저 들어가 상황을 대충 집계하고 있었다.
마법학부 학부생 넷.
검술학부 학부생 다섯.
환영 발생기에 당한 사람 숫자다.
“그럴 만하지. 없앴다고 생각해도 계속해서 튀어나오니까.”
환영 발생기.
물리력을 ‘일부’ 지닌 마물들이 튀어 나오도록 세팅해 두었고, 덕분에 이들은 밤새도록 결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마물과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한데, 학부생들이야 그렇다 치는데…….
“아니, 이분 교수님 아니야?”
“그러게. 이분도 기절했네.”
검술학부 학과장, 에스테란자 교수도 기절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턱도 두 겹으로 접혀 있고, 싸움 중 풀린 상의 단추 사이로 두툼한 뱃살도 보인다.
“나이 먹고 수련을 게을리한 모양이지.”
아무튼 의도대로, 계획대로 일이 잘 풀렸다.
거기에 에스테란자 교수라는 월척까지.
“아카데미 경비대 부르자.”
“좋아.”
“아, 그리핀도.”
“아카데미 일보? 내친김에 기사까지?”
“확실히 해야지.”
이제 방해할 만한 녀석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이 열 사람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좋아. 이제 공사만 마무리하면 되겠군.”
축제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상상된다.
이 마력 장막이 걷힌 뒤 드러날 우리의 ‘부스’에 보일 놀라운 반응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