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57)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57화(357/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57화
235. 아르카나의 조각상
나는 산텔리아 교수와 함께 건축학부의 사무실과 연구실, 그리고 작업실이 위치한 ‘오가르동’으로 이동했다.
이동보다는 대피에 가까웠다.
레일라가 죽일 듯이 쫓아왔으니까.
간신히 떼어놓긴 했다만.
“그 친구 집요하더군.”
“나중에 만나면 근성이 있다고 표현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알겠네.”
그렇게 한숨 돌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좀 누추하지? 건물이 좀 낙후됐고, 다른 곳 대비 관리가 좀 안 되는 편이지.”
참고로 오가르동은 비인기 학부들이 여러 개 모여 있는 곳.
당연히 마법학부나 검술학부처럼 건물 하나를 통째로 할당받은 게 아니었다.
“분위기 있고 좋습니다.”
“기분 좋게 말하는 재주가 있군. 가지. 작업실은 지하야.”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산텔리아 교수와 함께 계단을 내려가자 눅눅한 공기가 찾아왔다.
습기 관리가 안 되는 건가.
작업하는데 이렇게 습기가 있으면 안 좋을 텐데.
이런 내 생각을 눈치라도 챈 듯, 산텔리아 교수가 덧붙였다.
“아카데미는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비인기 학부들은 그렇지 않지. 뭐…… 그게 어쩌면 맞는 걸지도 모르지만.”
산텔리아 교수는 씁쓸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건축학부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를 안내하는데 신이 나 보인다.
“음, 여긴 자재실이지. 여기에 각종 자재들을 쌓아 놓고…… 여기는 도면실이고. 다른 데는 몰라도 자재실이랑 여기만큼은 큰돈 들여 습기 관리를 하고 있지.”
설명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작업실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았던 탓에 조각상이 있는 ‘보관실’에 금방 도착한 것.
“여기입니까?”
“그래. 이제부터는 긴장하라고. 엄청난 물건을 목도할 테니까.”
엄청난 물건이라.
덜컥.
문이 열리고, 보관실 안쪽의 광경이 드러났다.
음.
“엄청나네요.”
“…….”
엄청나긴 하다.
물건이 아니라 광경이.
작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무질서하게 여기저기 놓인 광경들이 보였다.
디오라마도 있었고, 미니어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산텔리아 교수가 말한 물건은 아닐 테지만, 조각상도 있었다.
“건축학부인데 조각상이 상당히 많네요.”
“조각 전공도 있지. 결이 같으면서도 다르거든.”
“그렇군요.”
“가지. 여기 안쪽이라고.”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엔 희고 커다란 천을 덮어 놓은 무언가가 보였다.
“이것이군요.”
산텔리아 교수는 덮은 천을 단숨에 걷어냈다.
그러자 드러나는 웅장한 조각상.
“천사들인가요?”
“그렇지. 천사 셋의 조각상이야. 각 정각마다 세 천사가 돌아가며 시간을 알리지. 다만, 단순히 시간에 맞춰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날씨에 따라 다른 동작들을 보인다네.”
천사 하나는 물병을 들고 있다.
다른 천사는 하프를 들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천사는 활.
“이 천사들이 모두 정교하게 움직이는 겁니까?”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이지.”
“대단하군요. 그 정도면 마법도 가미되었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우리가 그 부분까지는 몰랐을 수도 있지.”
산텔리아 교수는 마침내 그 설계도를 꺼내 작업대로 다가가 쫙 펼쳤다.
웅장하다.
그리고 아르카나어도 적혀 있었다.
“난 아르카나어는 당연히 잘 모르지만, 설계도인 만큼 그대로 옮겨 놓기 위해 정교하게 베껴 두었네.”
오히려 좋다.
난 알아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읽어 보니…….
“역시.”
“응? 뭔가?”
나는 곧바로 조각상으로 다가간 뒤, 조각상에 음각된 문양을 가리켰다.
“이것이 마법진입니다.”
설계도에서 말하고 있었다.
조각상 표면에 음각된 마법진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아…….”
산텔리아 교수는 실로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그럴 만하다.
이게 마법진이라 생각했을 리 없을 테니까.
아르카나의 마법은 확실히 발달했다.
현시대의 마법진은 ‘원형’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 반면, 아르카나의 마법진은 보다 진보해 굳이 원형이 아니어도 된다.
때문에 이런 예술에도 ‘마법진스럽지 않게’ 표현이 가능한 것.
실제로 지금 이 음각된 마법진은 그냥 봐선 마법진이라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문양에 가깝다.
“허…… 이것 참…….”
그렇기에 언어란 중요하다.
아르카나어를 모른다면 평생토록 모르고 살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내가 왔으니 됐다.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가?”
“마력에 반응하더군요.”
“다른 마법학부 학생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던데.”
“제가 실력이 좋은 거죠.”
“허허…….”
난 적당히 너스레도 떨어 주며 의심의 소지를 없앤 뒤 문양에 손을 가져갔다.
“내부 장치는 완벽하게 구현된 겁니까?”
“확신할 수 있네.”
그럼 마법진만 활성화시키면 잘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다시 설계도를 살펴 조각상 내 설치된 마법진의 위치를 모두 확인했다.
총 열 곳.
이 열 곳에 모두 마력이 주입된다면 이 조각상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뜻.
그나저나 대단하다.
마법진에 대한 이해만 없었을 뿐, 나머지 모든 것들을 정교하게 제작해 냈다니.
다르바도에게 산텔리아 교수 몰래 연락해야겠는걸.
“일단 마법진 가동만 좀 시켜 보겠습니다.”
“어, 음. 그럼 잠시 좀 기다리게. 혹시 작동되면서 다른 것과 부딪힐 수 있으니까…….”
난 산텔리아 교수가 허둥지둥 주변 물건들을 치우려 하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조각상 가까이 있던 물건들이 살포시 떠올라 모두 밀려난다.
“……마법이란 대단하군. 아니지, 자네 말대로…… 자네 실력이 좋은 건가?”
난 대답하는 대신 웃기만 했다.
“하기야, 마법사들이 모두 자네 같았으면 지금쯤 드레니크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겠지.”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단순히 마력을 넣는 게 아니라, 마력의 회로를 파악하고 적절한 양을 흘려 넣어야 한다.
그래서 작동 조건을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특제 마력석을 만들 때 회로를 점검하면 되는 것.
“그나저나 대단한데요. 마력만 넣으면 작동되는 마법진을 ‘조각’하신 거지 않습니까?”
“그야…… 도면에 있는 걸 옮기는 거니까.”
말이 쉽지, 그걸 옮기는 과정에서 조금의 오차도 없다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마법진이라는 게 무척이나 예민해서, 아주 살짝만 선이 어긋나도 작동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
나중에 다른 공사가 있으면 이래저래 부탁하기 좋겠는걸.
“음.”
한데 마법진을 체크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열 개의 마법진.
하나씩 조사하다 보니 조금씩은 달라도 회로의 구성들이 유사하다.
그러니까, 아홉 개는 그렇다.
나머지 한 개만 전혀 다르다.
“설계도 좀 다시 보겠습니다.”
난 설계도를 살펴 마법진과 관련된 부분들을 확인했다.
유일하게 하나 다른 부분.
“이건…….”
다른 마법진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문제라도 있나?”
“아뇨. 문제는 없습니다. 회로 하나가 조금 다른 것 같아서.”
“회로? 아아. 마법진 작동에 필요한 회로 말이군.”
“그렇습니다. 나머지 하나가 형태가 다릅니다. 다 비슷한데, 나머지 하나만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서요.”
“뭔가 기능적으로 다르다, 이런 생각인가?”
“정확합니다.”
마법진은 작동 트리거가 되는 마력 회로의 구성이 목적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때문에 아예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마법진의 회로를 서로 비교하면 아예 완전히 다른 것.
다만, 이 경우는 샘플을 가져와 비교하기가 어렵다.
현시대의 마법진이 아니라 아르카나 시절의 마법진이기 때문.
그리고 이 마력 회로, 나만 볼 수 있는 마력의 길을 따라가 보니…….
“눈?”
작동과 관계 없는 눈 쪽에 연결되어 있다.
“눈이라고?”
“그런 것 같네요.”
“일단 작동시켜 보시죠.”
설마 터지기야 하겠어.
“그래도 되겠나? 하기야, 설계와 공사는 완벽했어. 내 보증하지.”
그렇다면야 뭐.
난 조각상에 손을 올렸다.
열 개 마법진에 마력 동시 공급.
나 자체가 마력석이나 다름없어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쿠쿵!
작동하기 시작한 조각상.
“허어…….”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상투적인 표현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
끼릭, 끼릭.
하프를 연주하고, 물병을 기울여 따르고, 활을 겨눈다.
조각상들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포함하여 아주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완벽히 사람 같진 않지만 나는 살면서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대단하군…….”
산텔리아 교수는 주륵, 한 줄 기 눈물을 흘릴 정도.
“헛되지 않았어…… 허허허…….”
산텔리아 교수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네, 고마워. 자네 덕이야. 아니었으면…….”
“도와주신 덕입니다.”
난 씩 웃으며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자세한 작동은 외부에서 확인해야겠군요.”
“음음. 그렇지. 여기는 실내니까. 날씨를 알려 주는 용도이니, 실내에 배치하는 게 맞겠지.”
마법진은 모두 정상 작동한다.
그리고, 딱 하나.
눈으로 회로가 연결되던 마법진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하프를 든 천사 조각상이었는데…….
지이잉.
눈에서 마력이 투영되었다.
그리고, 허공에 그림이 나타났다.
“이거…….”
그 그림을 확인한 나는 회로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칙, 치직.
무언가 스파크가 튀어 불이 붙는 느낌.
난 곧바로 산텔리아 교수 쪽에 이야기했다.
“교수님. 지금 이 그림, 바로 스케치 가능합니까?”
“아, 그, 그러지.”
다급하게 종이와 펜을 가져온 산텔리아 교수.
삭, 사사삭.
펜을 든 그의 손이 종이 위를 재빠르게 오가더니,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림이 탄생했고-
그와 동시에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림이 사라져 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설마 고장?”
“아닙니다. 다른 건 잘 작동하네요.”
나는 조각상으로 다가가 기감을 끌어올려 회로를 점검했다.
눈으로 향하는 회로가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설계상의 문제는 아닌 걸로 보니…….
애초에 이렇게 만들어지도록 설계한 건가?
뭐, 상관없다.
그림은 살렸으니까.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휴우. 내 손이 빠른 것에 감사하는 건 오랜만이군.”
나는 산텔리아 교수가 빠르면서도 거의 비슷하게 스케치한 종이를 보며 감탄했다.
“그나저나, 그게 뭔가?”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보다는 지도에 가까운 것 같네요.”
“으음…… 아르카나 시대에 설계된 물건이니…… 이 지도에 뭔가 있다는 건가?”
정확히는 알아봐야겠지.
산텔리아 교수는 그림에 큰 관심은 없는 듯했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됐군. 이걸로 우리 건축학부도 안심이야…….”
오로지 저 조각상을 보며 내내 감동하고 있을 뿐.
나는 다시 지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당연히 이것만 봐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젠 이전처럼 막막하지 않다.
아르카나의 정보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녀석이 있기 때문.
안 그래도 한동안 못 봤는데, 큰누나 말로는 카르나스와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일도 마쳤겠다, 축제 시작 전에 잠시 보러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