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60)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60화(360/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60화
258.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제국 아카데미 학장이란 신분은 생각보다 베일에 싸여 있다.
아카데미를 책임지는 수장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실제로 학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
그건 비단 그가 여든을 넘은 노구(老軀)라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이 대비 정정한 육신이 여든은커녕 예순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
아카데미는 학생들의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교수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
“허허. 재미나게도 노는군.”
아카데미 학장 아크왈드 호멧에겐 남다른 취미가 있었다.
바로 학장실의 커다란 창문 너머로 아카데미 전경을 바라보는 것.
창밖으로 자신이 헌신한 아카데미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이 기분.
더욱이 오늘은 축제가 열린 날.
수많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모습을 고요한 학장실에서 지켜본다는 건 더없는 기쁨이기도 했다.
“음. 올해도 활기차구나.”
흐뭇한 미소를 띠던 아크왈드는 문득 아까부터 들려오던 비명의 출처를 확인했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꽤 먼 거리임에도 잘 들리는 비명.
아마 기감이 썩 좋지 않더라도, 아카데미 부지 어디에서든 들릴 만한 소리다.
한두 명도 아니고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비명이 합쳐진 소리였기 때문.
“허허. 저게 뭐 하는 건가?”
아크왈드는 손을 휘저어 마력을 재배열한 뒤 확대 마법을 사용했다.
먼 거리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마법.
그러자 아크왈드의 눈에 꽤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저건…….”
난생처음 보는 건물이다.
거대한 원기둥.
그리고 이를 타고 올랐다가 원기둥 꼭대기에서 순식간에 떨어지는 기구였다.
“흠.”
보아하니 원반은 아래쪽에서 뚝 멈추어 우려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저게 뭐란 말인가?
저 위용 넘치는 크기와 높이도 그렇고, 저렇게 거대한 걸 움직이고 멈추게 하는 걸 아카데미 축제 차원에서 가능한 일인가?
“허어. 어떤 마법이 들어간 거지?”
아크왈드는 학장이지만 아카데미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대신 지켜본다.
때문에 지금 저게 바로 그 유명한 낭만 동아리의 작품임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알았다 해도 호기심이 완전히 풀리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흠.”
아크왈드는 고민 끝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손가락을 튕겨 옷장을 열더니 능숙하게 로브를 챙겨 입었다.
별다른 무늬도, 특징도 없는 로브.
신분이 신분이고, 몇몇은 그래도 자신을 알아보기에 얼굴을 감출 필요가 있다.
“좋아.”
후드까지 눌러쓴 아크왈드는 외출 준비를 마치고 학장실을 나섰다.
그렇게 밖으로 나서니 수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이 정도 인파라면, 얼굴을 드러내도 사람들이 모르지 않을까 할 정도.
“좋군. 젊은 날이 생각나.”
내내 흐뭇한 웃음을 띠던 아크왈드는 마침내 낭만 동아리의 역작, ‘서든 드롭’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다 줄이란 말인가?”
엄청난 줄이다.
문자 그대로 인파(人波)라는 표현이 더없이 잘 어울릴 정도.
서든 드롭이 만들어진 곳 주변의 원형 울타리를 따라 몇 겹을 두른 줄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그뿐인가.
이를 예상했다는 듯 질서를 유지시키는 인력과, 그 줄 사이를 다니며 물과 음료, 간식 등을 파는 사람들까지.
아크왈드는 늦기 전에 줄을 섰다.
학장이라는 이유로 프리패스를 요구하기엔 여기 온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그리고 줄을 선 채로 아래서 바라보는 광경은 더욱 진귀했다.
거대한 원반에 탄 사람들.
올라갈 때는 공포에 젖었고, 내려올 때는 아예 넋이 나간다.
하지만 내려와서 땅에 발을 디딜 때 보이는 표정은 그 모든 것들을 초월해 있었다.
새로운 경험.
난생처음 마주하는 스릴.
이 모든 것들이 전에 없던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셈.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낸 거지?”
아크왈드도 당연히 이런 건 처음 본다.
나이를 꽤 먹긴 했지만 드레니크에 가본 적은 없었기 때문.
그러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덕인지 들어 본 적은 있었다.
드레니크의 기계공학을 활용한 이런 기구들이 존재한다고.
놀라운 건 그걸 거의 흡사하게 재현한 기구가 지금 눈앞에, 그것도 알테온 제국 아카데미에 있다는 것이다.
“허허.”
물론 이걸 문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상을 주면 줘야 한다.
이런 기술을 여기서 재현해 내었으니까.
황제 폐하가 딴지를 걸면 좀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제작한 당사자가 바로 낭만 동아리라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
그 낭만 동아리의 회장 데인 소그레스가 황제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건설 자체는 건축학부가 도왔을 테지. 산텔리아 교수 실력이야 알아주니까.”
중얼거리던 아크왈드는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저기, 저렇게 위로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원반을 단숨에 멈춰 세우는 건 분명히 마법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참고로 아크왈드는 마법사.
그것도 한때 마탑의 수장이었던 실력 좋은 마법사다.
그런 이유로 머리를 열심히 굴려 보았지만, 별달리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마법사가 도와주기라도 했단 말인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일단 기다리면서 추측해 보는 수밖에.
다만…….
기다림이 조금 길 뿐.
‘더워 죽겠군.’
차마 후드를 걷을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정체가 들통날 테니까.
보아하니 자신 같은 생각으로 온 노교수들이 몇몇 보였다.
체면상 학생들이 보기 그러니 대놓고 동참할 수는 없고, 그래도 타고는 싶으니 로브를 둘러싸고 온 것.
그렇게 두 시간여.
탈진을 막기 위해 축제 상인들이 파는 물을 두 병이나 마신 아크왈드는 마침내 자신의 차례를 맞이했다.
‘이크, 일단 마법을 걸고.’
아크왈드는 혹시 몰라 자신의 후드에 마법을 걸었다.
낙하에 따른 공기저항 탓에 후드가 벗겨질 수 있기 때문.
한데…….
‘좀…… 약하게 건 것 같기도 하고?’
쿠구구궁!
마침내 원반이 올라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치미는 식은땀.
여든 인생에서 드문 일.
노약자는 탑승 금지라는 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늙긴 했어도 약한 자는 아니니까.
한데…….
좀, 걱정된다.
이렇게 높이 올라가도 되는 거 맞을까?
심장이 서서히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듯한 이 느낌.
그대로 곤두박질치는 건 아닐까.
혹시 중간에 뚝 떨어지는 건 아닐까.
이대로 멈춰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가운데, 마침내 원은 꼭대기에서 우뚝 멈췄다.
“…….”
“…….”
기다렸다는 듯 고요해지는 주변.
곧 다가올 공포에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는 것 같았다.
아크왈드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
사람이 개미처럼 보이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어떻게 만든 건지 분석하겠다는 생각은 멀리 간 지 오래.
쿠궁!
그때 아래로 추락하는 원반.
그야말로 한순간의 경험이었지만, 아크왈드에게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어허…….”
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아크왈드는 무려…….
“이게…… 그거였구나…….”
주마등을 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지금까지의 인생들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것.
왜 노약자 탑승 금지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나 입학식에서 봤어!”
“뭐야, 뭐야? 진짜네?”
분명히 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속도로 추락한 탓일까.
후드가 벗겨진 것이다.
뒤늦게 이를 알아채고 후드를 썼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학장님도 타러 올 정도란 말이야……?”
“그러고 보니까 교수님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덕분에 후드를 눌러쓰고 있던 교수들은 후다닥, 도망치거나 혹은 후드를 더 깊게 눌러쓰고 시치미를 뗐다.
이런 가운데 아크왈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 한 명과 눈을 마주했다.
은발의 녹색 눈동자를 지닌 녀석.
데인 소그레스였다.
‘왜…… 저렇게 웃지?’
데인은 아크왈드를 발견하곤 활짝 웃고 있었다.
“안전벨트 풀고 모두 퇴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크왈드는 데인을 더 마주할 수 없었다.
시선이 하도 쏠려서 일단 자리를 떠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묘하게…….
불안하게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 * *
축제 3일 차.
마법 전광판에 새겨진 각 부스별 순위에서 우리의 ‘서든 드롭’은 당연히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2위와 3위를 합쳐도 우리 절반이 안 될 정도.
이쯤 되니 입장료를 지금보다 2배는 더 받아도 됐을 것 같다는 뒤늦은 판단이 들었다.
정말 그럴 만한 게, 오늘 폐장을 앞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저렇게나 몰려 있었으니까.
“축제 규칙 및 안전 문제로 1시간 뒤에 마감합니다!”
축제 통제를 맡은 레일라가 저렇게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야유와 항의였다.
“한 시간만 더 연장해라! 나 오늘 딱 한 번 탔다고!”
“한 번 탔음 빠져! 난 한 번도 못 탔어! 나 논문 쓰다 왔다고! 오늘도 못 타면 나 억울해 죽어!”
“이거 축제 끝나고도 운영하는 거죠? 그렇죠?”
못 탄 자들, 더 타려는 자들을 비롯해 온갖 사람들이 외치니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
학장이 와서 타고 이때다 싶어 기사를 내니 사람들이 더 몰려 들었었던 것.
심지어, 아카데미 관련자가 아닌 외부인도 있었다.
“어허, 어딜 손을 대느냐!”
“죄송하지만 부인, 외부인은 이곳에 계실 수 없습니다. 정식으로 초대장을 발급받으시죠.”
바로 체통 지키기 좋아하는 귀족가 사람들도 오는 것.
물론 그들은 체통만큼이나 유행도 좋아한다.
하도 화제가 되고 심지어 학장도 타고 즐겼다는 기사를 보고 이렇게 찾아오는 것.
이 정도 파급력은 나도 상상 못 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아카데비 경비대도 출동하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이게 다 잘된다는 증거.
“죽겠어…….”
“데인, 내일은 한 시간만 늦게 개장하면 안 될까…….”
“데인 선생님…… 돈 잘 벌려서 좋긴 한데 이러다 죽겠습니다…….”
다들 신나서 준비할 때는 언제고 이젠 죽을 맛인 모양.
하지만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들 모여.”
난 3일 차 폐장을 마무리하고 모든 인원을 모은 뒤, 내 손 위에 다들 손들을 겹치게 만들었다.
“뭐 하려고?”
“보면 알아.”
난 마력을 끌어올렸다.
잠시 뒤.
“……이거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힘이…… 왜 넘치냐?”
“아니 쉬게 해 달라는 거였는데……?”
작은누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내 마력을 나누어 주며 피로를 싹 날려 주었다.
하지만 다들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피로는 날아가서 이젠 말짱한데, 다시 일할 생각이라 그런가?
“뭐해? 일해야지?”
참고로 난 악덕 업주가 아니다.
다들 정당한 시급을 주고 고용한 거라고.
그뿐인가.
여기 있는 동아리 회원들은 기여도에 따라 축제 마무리 후 배당금을 받는다.
“얼른 마무리들 하자고.”
“으응…….”
“레일라, 부회장이니까 데인이 없으면 네가 회장이야?”
“없으면 이 동아리 망해.”
“아.”
난 녀석들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한편, 아까부터 나설 기회만 노리던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참고로 베나티오는 아니었다.
“학장님,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