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65)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65화(365/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65화
263. 오래오래 보게
“드레니크에 한 번도 안 가본 녀석이 이런 걸 만들어 냈다니.”
크로스 교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대체 뭘 어떻게 해서 만든 거냐?”
“설계는 건축학부 도움을 받았고, 적용되는 마법은 제가 해결했죠.”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네. 물론 마법도 마법이지만, 저걸 만들어 내는 데는 건축학부 도움이 컸습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크로스 교수.
참고로 크로스 교수는 이번 학기 학점 측정을 진행한다며 연구 과제를 제출하라 말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동아리에서 만든 ‘서든 드롭’의 제작기를 작성하여 제출한 것.
“근데 축제 때 안 보셨어요?”
“이놈아, 내가 얼마나 바쁜데. 아카데미에 있지도 않았다. 강의 없다고 해서 밖에 나갔었지.”
“아쉽다. 리치도 공포를 느끼는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넌 스승을 실험 대상으로 쓰고 싶냐?”
제자 키워 봐야 아무 소용 없다며 투덜거린 크로스 교수가 물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생각해 낸 거냐?”
“책에서 봤죠.”
“드레니크 서적에서?”
“네.”
“너 드레니크어 할 줄 아냐?”
“조금요?”
“허허.”
사실 드레니크어가 어려운 건 아니다.
언어학부 교수 말로는, 언어학적인 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배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자가 조금 복잡해서 그렇지.
다만, 이 알테온 제국의 정책상 드레니크어에 대한 연구나 배움이 활발하지 않을 뿐이다.
“이걸로 드레니크에서 무슨 액션을 보일지 궁금한데.”
“설마 암살자라도 보내겠어요?”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에야 그러진 않겠지.”
하지만 델워드를 죽이려고 드레니크에서 여기까지 쫓아왔던 걸 생각하면 꼭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건 아니다.
뭐, 그렇다고 내가 당해 주진 않겠지만.
“아무튼 넌 엄청난 걸 만들어 낸 거다. 아느냐?”
“그럼 다행이네요.”
“하여튼 뭐 하나 리액션이 좋은 법이 없어요. 그래, 과제는 통과다. 볼 것도 없지.”
쾅, 도장을 찍어 준 크로스 교수가 보고서를 돌려주었다.
“학점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감사합니다.”
보고서도 해결했겠다.
이제 강의 시간이 돌아왔다.
“저번에 어디까지 했지?”
“형상화된 마력을 한데 뭉치고 장막 형태로 발현시키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좋아. 해 보거라.”
마력 집약체를 한데 뭉치되, 이를 넓게 퍼뜨려 장막 형태로 발현시킨다.
사실 형상화된 마력을 뭉치거나 날카롭게 벼려내는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장막’의 용도를 고려해 보면 보통 넓은 영역에 펼쳐내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할 만했다.
웅웅웅!
지금, 연구실 전체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으니까.
“역시, 금방 해내는군.”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듯 반응하는 크로스 교수.
“다음은 뭐죠?”
“당분간은 없다. 복습이나 해.”
“왜요?”
“그야 속도를 조절해야 하니까. 이거 원, 한 학기도 안 걸리게 생겼는데. 에잉.”
크로스 교수의 말에 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설마 저한테 더 가르칠 게 없으면, 더 이상 못 볼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징글징글한 녀석. 내가 너 하나 못 본다고 뭐 달라질 게 있겠느냐?”
“저 안 보면 그다음에는 뭐 하시게요?”
그러니까 평생의 숙원이던 제자도 찾았고, 그 제자에게 자신의 모든 걸 전수하면 그다음에는 뭘 하겠냐는 물음이다.
사울 행스턴.
지금은 크로스 교수로 불리고 있지만, 전설적인 마법사이자 리치.
그가 리치가 된 이유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들을 전수할 제자를 찾기 위함이다.
“……글쎄다.”
크로스 교수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아서.”
그러더니 날 슬쩍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천천히 좀 배우거라, 제자 녀석아.”
묘한 감정이 깃든 말투였다.
“그럴게요.”
“대답은 잘해요. 하여튼, 뭐든 너무 빨리 배우면 안 좋다 이거다. 나조차도 수십 년이 걸려 완성한 걸 네 녀석은 거의 몇 달도 안 걸리니…… 넌 전쟁통에 태어났으면 아마 어느 쪽이든 대륙 통일에 엄청 크게 기여했을 거다.”
그 말에 난 속으로 쓰게 웃었다.
전쟁통에 태어난 전생에서 내 영향력은 미미하기 짝이 없었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방학에도 또 모험 갈 참이냐?”
“아마 그럴걸요. 서부에 좀 가 볼 생각입니다.”
“음. 거기 마족들이 지내던 곳이 있다고 했었지.”
거기에 하나 더.
서부 쪽에 마력 집약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겸사겸사 가는 거지 뭐.
물론 진짜 목적은 재미를 위한 서부 탐험이다.
방학이라고 집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다.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는 살짝 아쉬워하시겠지만.
“사막에 가거든 조심하거라. 사막의 마물들은 항상 굶주리고, 불타고 있으니까. 붙잡히면 체액 하나 남기지 않고 말라비틀어질 거다.”
“제자가 그런 위험한 곳에 간다는데 뭐 조언은 없고 공포감만 조장하십니까?”
“걱정할 녀석을 걱정해야지. 에잉.”
크로스 교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강의 끝났으니까 얼른 가거라. 나 바쁘다.”
강의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역시 오늘도 날로 먹는 크로스 교수다.
그러니까 좀 오래오래 날로 먹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보게.
* * *
우리는 동아리 축제 1등 보상으로 받은 넓은 부지에 일단 임시 훈련장을 꾸렸다.
보니아의 숲을 마침내 떠난 것이다.
“숲지기 아저씨가 심심해할 텐데.”
“알아서 잘 지내겠지. 나중에 놀러 온다던데?”
일단, 임시 훈련장은 보니아의 숲에 있던 것들을 그대로 옮겨 꾸몄다.
울타리라든지, 목각인형이라든지.
아직 건축학부의 도움을 받을 단계는 아닌지라 임시 훈련장 꾸리기는 몇 시간 만에 끝났다.
“푸히히히힝!”
이런 가운데 들려오는, 오랜만에 들어 보는 울음소리.
키론이다.
“숲에 있어야 할 녀석이 어떻게 온 거야?”
난 날 보자마자 달려와 들이받으려던 키론 위에 사뿐히 올라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걔 요새 아카데미 명물 됐어.”
레일라의 말을 듣자 더 이상해진다.
“명물?”
“응. 숲에서 탈출해서 아카데미 여기저기 쏘다닌다던데.”
이놈 봐라.
내가 신경 안 쓰는 사이에 그런 명물이 됐다고?
“푸히히히힝!”
녀석은 마치 거들먹거리듯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그 위에 내 품에 있던 카르나스가 뿅, 하고 나오더니 사뿐히 내려앉았다.
“끼륵! 끼륵!”
“푸헤헤헹!”
난 사람 말 알아듣는 두 녀석을 내버려 두고 훈련장을 살폈다.
몇몇 녀석들은 벌써부터 훈련에 들어가고 있었다.
“베나티오, 넌 이리 와. 대련하자.”
“넵, 선배님.”
베나티오는 레일라의 검술 대련 상대가 된 것 같고, 어니스트는 활쏘기 연습을 하는 중이고, 제나와 알투르는 늘 그렇듯 체력 단련에 열중이다.
하여튼 다들 열심히 한단 말이지.
이만하면 사막에 가서도 다들 안 말라 죽겠다.
“근데 우리 진짜 서부에 가는 거야?”
프리실라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그렇게 되겠지. 별다른 문제 없으면. 너도 갈 거지?”
“그래야지.”
생각보다 빠른 수락에 난 프리실라를 바라보았다.
“마음을 완전히 굳힌 거야?”
“거기까진 아닌데, 일단 대신전에 이야기는 해 놨어. 안식년 좀 가지겠다고.”
“그런 제도도 있구나.”
“그 핑계로 좀 쉬는 거지. 나 같은 경우는 선택을 미루는 거고.”
프리실라는 한숨을 쉬었다.
“근데 승인이 날지는 잘 모르겠어. 염병할 노인네들. 나 열심히 내세우고 있는데 내가 안식년 한다고 하니까 표정이 다들 말도 아니더라.”
그 노인네들 얼굴 한번 보고 싶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 신앙심과 내 진로를 일치시켜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하는 건지.”
도리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전부터 고민했거든.”
프리실라는 목에 건 펜던트를 보여주었다.
제국 성교회 사제라면 으레 하고 다니는 물건이다.
하지만 프리실라는 정식 사제가 아님에도 이걸 들고 있다.
“아주 예전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다가, 느닷없이 우리 가문에 사제들이 찾아와선 나더러 신성력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고 했어.”
“성교회에서?”
“응. 그러면서 정식 사제가 되기도 전인데, 아카데미에 입학하니 이걸 줬지. 너의 진로는 정해져 있다는 듯이.”
프리실라는 펜던트를 만져 보라는 듯, 내밀었다.
손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불쾌함.
서로를 밀어내는 특성 탓이리라.
“그 펜던트는 특별해. 착용자의 신성력을 지속적으로 포집하지. 그래서 나중에 고위 사제를 선별할 때, 그 신성력을 평가 지표로 삼는 거야.”
그렇다면 사제가 된 직후부터 죽을 때까지 몸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이 길을 포기하면 뭘 할지 잘 모르겠어. 이 길을 걷기로 하면서 가문 승계에서는 이미 밀려났고…….”
내내 한숨을 쉬던 프리실라는 펜던트를 다시 상의 안으로 감췄다.
“어려운 일이지. 그치?”
“그렇지.”
“하지만 너희들 만나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야. 조금은…… 부담도 덜게 됐고.”
짐덩이가 아닌 게 어디야.
“잘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마법을 배워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나랑 제일 안 어울리는 말이네.”
피식거리는 프리실라에게 내가 물었다.
“점성술 가게를 차려 보는 건 어때?”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점성술 가게라.
이번에 동아리 축제에서 무려 5위를 기록했다.
소규모 부스로는 엄청난 성과다.
덕분에 축제가 끝난 후 프리실라와 이를 도운 도리안이 푹 퍼져 버리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점성술 부스를 차려도 아주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려 주면 너 이름 팔아도 되는 거야?”
“어떤 식으로?”
“데인 소그레스가 인정한 가게?”
“그쯤이야.”
그렇게 우리가 실없으면서도 은근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였다.
“잠깐만.”
“왜?”
“그 펜던트랑 비슷한 느낌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곧바로 시야에 잡히는 세 명의 남자.
흰색 사제복과 지팡이.
누가 봐도 제국 성교회 사람들이다.
그리고 저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
“후우.”
프리실라에게 볼일이 있다는 뜻이겠지.
“데인, 끼어들지 않아도 돼. 온 이유는…… 알 것 같아.”
안식년 신청.
아마 그것 때문일까.
“프리실라 네리엘.”
마침내 도착한 그들 중, 맨 앞에 있던 늙수레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사제님.”
“여기 있었구나.”
“여기까지 찾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프리실라는 몸을 떨고 있었다.
대사제의 권위.
단순히 신성력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게 뭔지 알 것 같다.
“통신이나 서면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말이다.”
대사제는 곧장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대가 바로 그 소문의 데인 소그레스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제국 성교회 대신전의 대사제, 가리오드 블룸이다. 마법을 배웠다 들었는데, 가까이 있으면 불쾌할 테니 물러나거라.”
마법사였다면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단,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그렇다.
“괜찮습니다.”
“허세를 부릴 일이 아니다.”
그때 프리실라가 날 거들었다.
“괜찮아요, 대사제님. 데인은 특별해서요.”
“특별해?”
대사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프리실라에게 말을 건다.
“프리실라, 이 친구들이랑 어울리느라 안식년을 신청한 것이냐?”
“그런 건 아니에요.”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은데. 프리실라, 네가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이 데인 소그레스를 비롯한 친구들과 어울릴 때부터였지.”
그 말에 난 헛웃음이 나왔으나, 자리가 자리인지라 프리실라의 체면을 생각해 속으로만 흘렸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그럴 수 없었다.
“하여, 대신전 대사제 회의 결과 널 이번 학기에 졸업시키자는 결론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