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366)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366화(366/58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366화
264. 교수님 말고 다른 사람
“졸업이요? 그게 무슨…….”
“알아보니, 조기졸업 요건은 이미 충족했더구나. 선배들의 선례를 고려하면 진작에 신청하고도 남았을 텐데.”
“……그래서요?”
“그래서요, 라니?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하는 대답이냐?”
기어이 내 입에서 흘러나온 헛웃음.
지금 이 양반은 프리실라를 조기 졸업시키고, 본격적으로 대신전의 사제로 키우겠다 이 말인 것 같은데.
“자네, 데인 소그레스. 지금 웃었는가?”
“그렇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빠지는 게 좋겠군. 제아무리 소그레스 백작가의 자제라 한들, 성교회 앞에서 무례함을 보이는 건 용납하기 어렵네.”
아마 이 대사제는 이쯤 하면 내가 물러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고 곧장 프리실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니까.
“프리실라, 고집부리지 말고 신의 품에 안기거라. 그게 바로 이 제국을 위해 이바지하는 길이고, 제국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길이다. 그러니…… 데인 소그레스, 방금 내가 한 말 못 들었나?”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자 대사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묘하게 치미는 끈적거림.
하지만 감정의 동요는 별로 없다.
집약체 덕이겠지.
“이 이상 그대에게 다가가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안다.
마법사들에게 저 신성력이라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마력과 다르게 갈무리하기도 어려운 신성력이란 기운.
대사제쯤 되면 아마 같은 공간에 있는 마법사들은 손쉽게 기절시킬 만한 수준일 테다.
하지만 그건 마법사도 매한가지.
그리고 나쯤 되는 마법사라면, 대사제도 쉽사리 보긴 어려울 것이다.
“으음.”
내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대사제는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더니 이내 뒤로 한발 물러섰다.
“지금 뭘 하는 거지, 데인 소그레스?”
“신성력으로 절 위협하기에 방어수단을 사용한 것뿐입니다.”
난 덤덤히 답하며 덧붙였다.
“지니신 바 신성력이 너무 강하셔서, 제가 견디기가 어려우니 말입니다.”
물론 굳이 마력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된다.
이상하게도 내 마력은 신성력을 피하기보다는 내 몸을 지키는 걸 우선시하고 있었으니까.
“…….”
대사제는 내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모양.
“……그럼 물러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마력도 거두고. 나는 지금 네 친구, 프리실라 네리엘에게 볼일이 있어 온 것이니.”
“그럼 볼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옆에 있을 예정이라.”
“데인 소그레스. 경고하건대…….”
그때 프리실라가 나섰다.
“대사제님, 부탁할게요. 돌아가 주세요. 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프리실라, 신의 아이야. 네 재능은…….”
“알아요. 대신전에서도 포기하기 힘든 재능이라는 거.”
“그걸 알면 그 한목숨 신의 품에 맡기는 게 더더욱 옳다는 걸 잘 알 텐데.”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죠.”
프리실라는 심호흡한 뒤,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아요.”
“너 정말…… 그런 재능을 지니고 신의 품에 귀의하지 않고 무엇을 하겠다고!”
“몰라요. 그런데, 적어도 대신전에 더 있고 싶진 않아요. 제가 그간 보고 느낀 것들은 제가 상상하던 것과는 달라서요.”
순간 대사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마, 그간 프리실라가 몇 번 스쳐 가듯 언급했던 대신전의 모습들이겠지.
“그러니까 대사제님, 저는 이만 이 길을 포기하고 싶어요.”
“이교도(異敎徒)가 되겠다는 것이냐.”
“지금 하신 말 덕분에 더더욱 나오겠다고 하는 거예요. 성교회를 떠나면 왜 이교도로 취급받는 거죠?”
대사제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순간 휘청였다.
“대사제님! 괜찮으십니까?”
“프리실라 네리엘, 당장 그 말 취소하거라!”
대사제를 부축하는 다른 두 사제.
연기인지 진짜인지.
진짜 충격을 받은 거면 그만큼 신앙심이 깊은 거고, 연기라면 더없이 훌륭하고.
“심지어 사제의 길을 포기한 선배들 몇몇은…….”
“프리실라! 그 이상 말하면…….”
험악해진 분위기.
다른 녀석들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상황을 감지하곤 다급하게 뛰어온 도리안.
“프리실라 선생…… 아니, 프리실라.”
“도리안.”
대사제는 도리안을 보더니 기어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꺼냈다.
“이 청년이 네가 이교도의 길을 택하게 만든 자더냐?”
“대사제님.”
“한낱 감정에 빠져 재능을 뒤로하고 신을 등한시하다니…….”
프리실라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가는 대사제.
“고작 그런 이유로 이교도를 자처하겠다, 이 말이냐?”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대사제님.”
“더 볼 거 없다. 내 오늘 학과장님을 만나 이야기하기 전에 네 마음을 돌리러 왔건만, 전혀 쓸모없는 행동이었구나.”
“대사제님…….”
대사제는 씩씩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대동했던 사제 둘과 함께 걸어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하아…….”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는 프리실라.
보기 드문 모습이다.
“프리실라.”
“도리안…… 난 정말…….”
“괜찮아, 괜찮아.”
도리안도 남자답다.
여기서 프리실라를 위로하다니.
이쯤 되면 자기 때문에 그런가 생각해서 마음이 약해질 법도 한데.
참 잘 어울린단 말이지.
“데인. 미안해.”
그때 프리실라가 고개를 들고 나에게 말했다.
“이 일은 나 혼자 해결할게. 그게 맞는 것 같아. 알지? 제국 성교회…… 정말 큰 집단이야. 제국 설립 이전부터 오래도록 존속해 왔었고.”
“알지.”
“그러니까…… 이번 일은 내가 할게. 어떤 식으로든 설득할 거야.”
난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학과장한테 간다는데, 그건 어떻게 하려고?”
보아하니 학과장을 만나 프리실라를 정말 조기졸업 시키려는 모양.
그게 통상적으로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니 그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온 거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막아야지.”
“신성학부 교수님들은 권한이 센 편이야?”
“아무래도…….”
프리실라가 순간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데인, 안 그래도 돼. 해도 소용없을 거야. 신성학부는 아카데미에서도 불가침이야.”
잘 안다.
제아무리 검술학부, 마법학부가 날고 기어도 논외로 치부되는 신성학부 앞에서는 안 된다는 것.
황실에서도 어찌 못하고 적당히 견제만 하는 집단이 바로 제국 성교회니까.
도리안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프리실라, 그럼 저 사람들이 말만 하면 정말로…….”
“이번 학기가 끝일 수도 있어. 기말고사 끝나는 대로 짐 싸야 하는 거지. 요건은 채웠으니까…….”
물론 조기졸업에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닐 테다.
규칙상으로만 따지면 그렇지.
하지만 규칙이라는 게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니다.
“데인, 혹시 해서 하는 말이지만…… 교수님들한테 말해도 안 될 거야.”
“알아. 안 될 거라는 거.”
“…….”
“그래도 빠질 마음은 없는데?”
“데인. 이건 다른 문제…….”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했었더라.
늘 해결해 왔다.
어떤 문제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그만이지.”
도리안이 얼른 내 말을 받았다.
“맞아. 프리실라. 네가 포기하는 거라면 모를까, 포기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도울 거야.”
그사이 다가온 다른 녀석들.
대강 이야기는 짐작한 건지, 굳은 표정이다.
“데인, 어떻게 할 생각이야?”
“있어. 교수님들 말고 다른 사람.”
“누구?”
때문에 지금 내가 떠올린 사람은 켈타스 교수도, 크로스 교수도, 기타 나와 안면이 있는 교수들이 아니다.
난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눈 한 사람을 떠올렸다.
* * *
“허허, 그럼 그렇게 하시죠. 프리실라 네리엘 학생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조기 졸업할 겁니다.”
“흔쾌한 결정 감사드립니다.”
대사제는 흐뭇하게 웃으며 신성학부 학과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이제야 됐다는 듯, 비웃음을 날렸다.
‘멍청한 것. 너한테 투자하고 널 내세워 진행한 사업들이 몇 갠데. 어딜 감히 대신전을 떠나려고.’
이제 됐다.
프리실라는 이제 아카데미를 떠나야 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만한 재능을 지닌 학생을 아카데미에 계속 붙잡아 두는 것도 제국 성교회 전체로 봤을 때 큰 손해 아니겠습니까?”
“허허. 학과장님, 성교회의 손해뿐이겠습니까? 그야말로 제국 전체의 손해지요.”
“하하. 맞는 말입니다. 프리실라 학생의 재능에 대해 온 제국이 기대를 걸고 있으니 말입니다.”
주거니 받거니.
대사제는 이제야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대사제.
성교회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주교(主敎)보다 한 단계 낮은 직책.
그리고 현 주교는 곧 자리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주교 자리가 비고, 대사제는 지금 그 주교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 자신이 공들여 키운 프리실라가 갑작스레 신의 품을 떠난다?
이거야말로 다 구운 빵에 구정물을 붓는 격이다.
물론 이제는 안심이다.
신성학부의 권위로 프리실라를 조기졸업시키면, 이후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테니까.
“규칙상 조기졸업한 신성학부 학생들은 모두 소속이 대신전으로 옮겨 가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고행이야 나중에 치르면 될 일이니까요. 허허.”
학과장의 말에 만족스레 웃는 대사제.
제국 성교회엔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한 번 사제가 되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
포기하는 방법은 하나뿐.
죽어서 신의 땅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니 프리실라를 졸업시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아, 그리고 이 건은 제가 바로 학장님께 보고하여 처리하겠습니다. 일단, 절차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대사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암요. 절차, 무척 중요하죠. 절차를 무시하면 안 되는 거죠.”
“허허. 역시 공명정대하신 차기 주교님답습니다.”
“허어. 차기 주교라뇨. 누가 들을까 겁납니다. 아직 모든 게 부족한데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대사제님뿐일 겁니다. 모두가 차기 주교로 생각하는걸요.”
아무튼 그렇게 훈훈하고도 부드러운 합의가 끝난 뒤 둘은 자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딱 하루뿐이었다.
다음 날.
“저, 교수님.”
“응? 무슨 일이냐?”
학과장은 쭈뼛거리며 연구실로 들어온 조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아연실색했다.
“뭐? 반려?”
“예. 서류 여기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내’ 서류가 반려라고?
팔락.
서류를 살펴보니 정말이었다.
으레 찍혀 있을 학장 직인 대신, ‘반려’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프리실라 네리엘의 조기졸업 관련 서류 말이다.
“허.”
학과장은 순간 아득해졌다.
전혀 상상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음 일정 잠시 연기하도록. 학장실에 다녀오겠다.”
학과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